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50
251화 피부에 좋은 유기농 고문
명성은 양날의 검이라는 말.
여기에 대해서 진우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그 또한 짐꾼 시절.
아니, 짐꾼이라기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금수저와는 거리가 먼.
소위 흙수저로 살아갔을 시절,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운 감정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도 들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시기 질투에 시간을 쓰지 않고 오히려 목표로 삼고 달려 나가는 이도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그 나름대로 기부라든가 선행을 실천하면서 살아간다.
허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경우보다 전자의 경우에 속하는 이들이 더욱 많은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초등 시절 교육 체계부터 취업 등.
거의 모든 것에 경쟁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니 오죽하겠는가?
요즘에는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경쟁이라고 하니 말 다 했을 정도.
그렇기에 진우도 어느 정도의 악플은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중국한테 도움을 받을 줄이야.”
알아서 탱커를 지원하여 모든 악플을 받아 내 주는 진우의 고기 방패가 되어준 중국.
뭐, 저 쪽도 순수한 선의로 한 행동은 결코 아닐 테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어찌 되었든 진우에게 이득을 준 것은 엄연히 사실이긴 하다.
그렇다 한들 진우가 저쪽을 도와줄 이유는 전혀 없는 게 현실이지만 말이다.
“굳이 자살을 하겠다는데 말릴 이유야 없지.”
가까운 이웃 나라라고는 해도 아군보다는 적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이들이 스스로 난죽택을 하겠다는데 환호를 하면 했지, 불쌍하게 여길 이유는 전혀 없을 터.
게다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정도로 진우도 그다지 여유롭지는 않다.
가진 게 많아진 만큼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발 벗고 뛰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일.
직업이 농부라고 해서 밭을 갈고 작물을 기르며 수확하는 일에만 전념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것이 자본주의사회의 현실 아니겠는가.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러한 짐을 굳이 혼자서 메고 갈 필요성까지는 없다는 거다.
“고통이든 고생이든 나누면 반이 되니까.”
【체르 : 뚱딴지같은 소리 하는 걸 보니까 작물 준비는 다 끝난 모양이지?】
“물론이죠 체르 님.”
진우의 작물 대부분의 유통을 책임져 주고있는 황금 상단의 체르.
지구뿐만 아니라 전 차원에 납품하고 있으니 진우로서는 생산량이 팜오리의 증가량에 따라서 크게 올라간다고 해도 처리를 걱정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
【체르 : 흠흠, 거 조금만 더 주면 안 되겠냐?】
“……지금 이것만으로도 평상시보다 더 많이 드리는 건데요?”
【체르 : 그거야 나도 잘 알고야 있지. 그런데 네 물건이 좀 좋아야지 원. 거하게 소문까지 낸 덕분에 워낙 거래처가 많이 늘어났잖냐.】
오히려 납품받는 쪽에서 더 물량을 달라고 조를 정도!
심지어 이런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끄응, 그럼 10% 정도만 더 드릴게요. 이 이상으로 드리면 이쪽에 팔 것도 부족하거든요.”
【체르 :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냥 거기 거래처랑은 인연 끊어 버리고 우리랑 독점적으로 가는 건 어떠냐? 응? 자본적으로 섭섭지 않게 대접해 준다니까?】
“하하…….”
【체르 : 뭐야 그 웃음은?】
“아뇨, 이쪽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해 봐서 말이죠.”
【체르 : 그쪽에서 먼저 독점을 제안했다고? 아니, 그쪽 사람들은 황금 상단의 존재도 모르지 않나?】
“거래랑은 다른 분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은근슬쩍 전성 그룹과의 손절을 종용하는 모습.
그건 딱 지치지도 않고 진우에게 귀화 관련으로 러브콜을 보내오는 미국 대통령과 쏙 빼닮아 있다.
이런 걸 보면 정말이지 종족과 인종을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는 걸까?
차원에서도 이름난 황금 상단의 주인인 체르와 비교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미국의 힘은 지구상에서 둘째가라면 나라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체르 : 잘 생각해 보라고. 나랑 더 많이 거래를 하는 게 무조건 더 큰 이득이라니까?】
“저도 그거야 알고 있죠.”
【체르 : 그런데 대체 왜? 설마 독소조항이 섞여 있는 계약으로 물리기라도 한거냐? 그런 거라면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있고!】
“아뇨, 제가 누구한테 상업을 배웠는데요. 그 이전에도 계약서는 꼼꼼히 봐두는 성격이기도 했고.”
【체르 : 그럼 대체 뭐가 문제야. 너 설마 의리라던가 그런 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 이 판에 그런 것만큼 쓸모없는 게 없다.】
뭐, 솔직히 말해서 지구보다는 황금 상단에 올인해서 판매하는 편이 진우로서도 이득은 더 클 수 있다.
차원에 납품해서 얻는 것은 그저 돈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템.
특히 무엇보다도 신용도라는 지구에서는 구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을 재화를 대신해서 받을 수도 있으니까.
허나,
“그 부분은 죄송하지만, 이전과 대답이 똑같습니다. 거절하도록 할게요.”
【체르 : 쳇. 하여튼 너무 탐나는 녀석은 이래서 문제야. 쉽게 가질 수가 없다니까.】
“그래도 황금 상단과 체르 님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거의 최고가로 구매해 주시고 있으니까요.”
【체르 : 킬킬킬, 고마운 거 알면 다행이네.】
진우의 생각은 변함없이 거절이다.
단순히 전성 그룹과의 의리나 신뢰와 관련된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차원적으로 보게 될 이득도 크지만 당장은 지구 쪽이 더 급해.’
의도했던 일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진우는 초월자들에게 단단히 밉보인 상태다.
지구에 침입해온 거인왕의 경우처럼 또 다른 초월자가 넘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아니, 지금까지 겪어 온 초월자들의 좁아터진 속을 생각해 보면 재발할 가능성이 거의 100%다.
그리고 그것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하나 확실한 것은 지구에 해로우면 해롭지 결코 이로운 방향으로는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거다.
지금이야 아우둠라와 팜오리 군단 등의 병력과 소똥 지옥이라는 핵무기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병기가 있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거인들이 멍청해서 당해 준 거지 다른 초월자들까지 같은 수단에 당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지.’
만약 거인들이 침입해 올 당시 한곳에서 유인당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뉘어서 등장했다면 어떠했을까?
같은 초월자인 아우둠라와 니드호그, 펜리르나 데미 갓 칭호로 능력치가 뻥튀기된 진우가 아닌 일반 헌터들은 말 그대로 거인 앞의 인간.
인간에게 짓밟히는 개미 신세가 되어서 난리가 났을 거다.
당장 니드호그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일곱 마리의 뱀 중 하나에게 북한이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결국 일에 대한 책임 때문에라도 진우 나름대로 지구의 인원들에게 값싸게(?) 작물을 공급해 줌으로써 전력을 증강하는 것.
덧붙여 진우가 전성 그룹과의 인연을 이어 가려는 이유 중에는 정수아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진우의 도움을 통해 무려 3개체의 물의 상급 정령을 다루게 되었다는 점.
그것은 바꿔 말하자면 지구상에는 잠재력이 풍부한.
아직 갈고 닦아지지 않은 원석들이 즐비하다는 뜻.
“체계는 전부 갖춰져 있다 이거야.”
몸에 좋기로 소문난 영약들이 가득한 대지모신 길드.
그리고 그곳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알아서 찾아오는 인재들.
진우의 원석 발굴은 예전부터 천천히 현재 진행형으로 속행 중이었다.
* * *
수십의 하급 정령보다는 하나의 중급 정령이 낫고, 수십의 중급 정령보다는 하나의 상급 정령이 더욱 효율적이다.
마찬가지로 수십의 상급 정령보다 하나의 정령왕이 더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물론 이러한 말이 존재하기 무색하게 현재 지구상에서 정령왕을 소환했다고 알려진 정령사는 전무하다.
사실상 뉴튜브에 올라와 있는 것도 99%가 아닌 100%가 합성을 통한 주작으로 이루어진 것뿐.
이러한 것이 정령사의 현실인 만큼 헌터 사회에서는 중급 정령사만 되더라도 받게 되는 취급은 귀족 중에서도 귀족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자이스 가문에 속한 강경파들이 반란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벌금형에 그치는 선에서 봐주지 않았던가?
일반적인 헌터였으면 어림도 없이 사형에 처하고도 남을 일.
그러다 보니 3개체에 달하는 상급 물의 정령을 다루는 정수아의 입지는 가히 상상을 넘어설 정도다.
대한민국은 물론이요, 해외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릴 정도.
특히나 SSS등급 헌터 라이센스가 발급된 이후부터는 더더욱 난리가 난 실정이었으니 그중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다름 아닌 혼담에 대한 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력이면 무력, 자본력이면 자본력 모든 것이 완벽한 존재가 되지 않았는가?
SSS헌터 상급 정령사에다가 전성 그룹의 후계자까지 받쳐 주는 말도 안 되는 사기캐.
남들 눈에는 농부로 알려져 있는 김진우보다도 정수아가 더 가치를 높게 치는 이들이 한 트럭이다.
솔직히 관종이라면 이러한 관심이 나쁘지 않았을 테지만 정수아는 관종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멀다.
“후우…….”
안 그래도 부회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에 걸맞게 하루마다 산더미만큼 쌓여 있는 일거리.
차라리 일만 처리하는 거라면 자신이 원래 해야 할 일이니 웃으면서 하겠지만 회사 일이라는 게 자기 좋은 것만 골라서 먹는 뷔페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초 대기업에 자리를 잡은 전성이라고 해도 세계는 넓고 전성과 맞먹는 굴지의 대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진우가 생산해주는 작물과는 상품성으로 비교가 안 된다 해도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품이 작물만 있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또 이 양반들이네.”
“왜 그러니 수아야. 무슨 문제라도 있니?”
“큰 문제는 아니에요. 일하러 만나서 치근덕거리는 놈이 있는 게 흠일 뿐이죠.”
“뭐? 이것들이 미쳐 가지고! 그냥 뒤집어엎어라. 책임은 이 아빠한테 맡기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괜히 전성에 불똥 튈 일 있어요?”
“직원들도 그 정도는 용인해 줄 거다. 그리고 제까짓 것들이 보복하면 맞보복하면 그만이야.”
“그건 그렇지만 중간에서 피 보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원래 이 바닥이 전쟁인 건 알잖니, 수아야.”
또한 이러한 작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휘두를 줄도 알았다.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그녀의 아버지 정국진의 정석 대처법이었으나, 정수아에게는 썩 와닿지 않는 방식이다.
“모두 다 품고 가려고 하다가는 제풀에 지쳐 쓰러질 거다. 때로는 포기해야 되는 부분도 있는 거다.”
연륜과 경험을 무시 못 한다는 말처럼.
아버지의 조언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모든 직원들에게 아무런 피해 없이 사업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일.
위선도 이런 위선이 또 있을까?
‘진우 씨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회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모든 결정을 자신이 내려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허나 그렇다 해도 믿을 만한 지인에게 조언 정도는 물어볼 수 있을 터.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고.
머리 싸매고 있을 바에야 곧장 전달한 자신의 의견.
이어 돌아온 답변은 참으로 심플했으니,
– 그냥 묻어 버리죠?
“아무리 그래도 죽일 필요까지는…….”
– 아뇨, 땅속에 묻는다는 게 아니라 똥통에 잠시 묻어 두는 거라 죽지는 않을 겁니다.
“…….”
어지간한 전문 고문 기술자들도 ‘이건 좀’하며 고개를 저을 법한 두려움.
동시에 생명에는 전혀 위해도 가하지 않는 유기농 고문법을 알려 주는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