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43
43화 천둥 바위산 족장의 아들 그룩 토르산
정령들이 힘을 합쳐 제작해 낸 연못.
그저 흙더미를 뭉쳐서 만드는 것이 아닌.
직접 마력과 정령의 힘을 불어넣어서 만든 영향인 탓인지 완성된 ‘작품’ 또한 나름 아이템으로서 인정받았다.
[정령의 연못(유니크)]* 분류 : 시설
* 연못 속 생명체의 회복 속도가 상승하며, 피로가 빠르게 해소됩니다.
– 정령들이 만들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연못입니다. 넘쳐흐르는 생명으로 웬만한 온천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피로 해소 능력을 자랑합니다. 담수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이 많이 있기에 물고기가 빠른 속도로 성장합니다.
‘시설’로서 분류되는 정령의 연못.
각성한 이들 중에서도 아주 희소한 ‘건축가’를 직업으로 지니고 있는 이들만이 지을 수 있는 건축물 형태의 아이템.
심지어 등급도 유니크다.
어지간한 건축물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내구성과 격을 갖추었다는 뜻.
방금 막 만든 탓에 물고기는 아직 1마리도 없는 상태지만 양식용 치어로 몇 마리 방류하면 아마 순식간에 클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우에게는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특성이 존재하지 않던가?
정령의 연못의 효과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면 가히 독보적일 터.
물론 그러한 생각 이전에 연못의 완성을 가장 기뻐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오리들이다.
물에 살고 물에 죽는 물생물사의 오리들.
꾸와아아아악~
삐삐삐삐삐!
꺄! 꺄아아아! 꺄꺄꺄꺄!
풍더엉~~~!!!
각자 날개와 다리, 그리고 뿌리(?)를 파닥거리며 말릴 틈도 없이 연못으로 다이빙한다.
“어, 어어! 너희는 조심해라!”
전부 다 자란 팜오리라면 모를까.
아직 어린 팜오리들은 물에 잘 뜰까 싶은 걱정.
삐삐~ 삐삐삐삐!(시원행!)
꾸왁~ 꾸와아악~!(기분 조아!)
“허, 허허허…….”
허나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응애 오리들은 물에 쫄딱 젖은 상태로 엄마 아빠 오리를 졸졸 잘도 쫒아다니고,
꺄~ 꺄꺄꺄꺄!(엄마! 엄마!)
“그래, 나 여기 있단다.”
꺄아아아아앙~!!!(엄마아아앙~~~)
“…….”
천묵이는 오늘도 우렁차다.
아니, 그나저나 아빠라니까.
에휴,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연못 하나가 분위기 하나를 완전히 바꿔 주는데?”
확실히 효율만 놓고 보면 땅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건축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생각의 전환이라고 했던가?
지친 삶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놀거리는 인간 오리 할 것 없이 다 필요한 법이다.
‘굳건한 체력’으로 지치지 않는다고 해도 농사를 짓는 것은 진우뿐만이 아니다.
팜오리들이 아무리 농사를 좋아한다지만 1년 365일 24시간을 농사에만 집중하면 질릴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
“나도 간간이 낚시 좀 하고 말이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낚시를 다녔던 소싯적의 추억.
나름 꼬마 강태공이라 불리던 시절을 떠올리던 것도 잠시.
“우끼! 침입자다! 우- 우우우우우-!!! 죽창을 들어라!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
호들갑과 함께 어디서 난 건지 손에 꼬나 쥔 죽창을 치켜드는 엔코.
근데 이 외딴 시골에 침입자라니?
그리고 보통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미리 대지모신께서 일러 주지 않았던가?
아니나 다를까.
엔코의 말과는 달리 찾아온 인물들은 침입자가 아니었다.
부웅- 부우웅(글쎄 침입자가 아니라니까요.)
엔코와 마찬가지로 주변에 퍼진 나비 CCTV라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대충 이런 비슷한 기능으로 감시로는 잔나비 못지않게 기감을 갖춘 신비의 나비 시오가 중재했다.
“처음 보는 인간과 드워프다. 침입자가 확실하다.”
부웅 붕~(그쪽은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석우라는 인물 빼고는 다 처음이겠지. 뭐, 드워프는 저로서도 처음이지만 아마 그쪽이 데려온 일행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어이, 나비. 곤충 주제에 은근히 말 놓는다?”
붕~(발정 난 원숭이 녀석이. 꼬우면 함 뜨시던가.)
……는 개뿔이.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시오답게 곧장 분쟁의 불씨에 물이 아닌 기름을 끼얹는다.
솔직히 이건 곤충이라고 말한 엔코가 나쁘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나비가 곤충이 맞긴 한데, 아무튼 먼저 비하의 의도로 말을 건넨 엔코가 잘못하긴 했다.
그나저나 드워프라니?
어떻게 보면 엘프보다도 귀한 취급을 받는 비대칭 전력의 종족.
세계수의 끝자락에서도 못 봤던 드워프가 여기에 있다고?
아, 물론 그 전에.
“어허 싸움 멈춰. 어디서 살벌하게 대나무질이야?”
“이건 아무리 두령이 인정한 친구라고 해도 말릴 수 없어!”
나비와 원숭이 간의 싸움부터 말리는 것이 순서에 맞을 터.
허나 노에르와 노움의 힘으로 갑옷을 입고 뛰어나가기 전에 먼저 나서는 존재.
아니, 한 뿌리가 있었으니,
꺄아아아아앆!
털썩-
엄청난 고주파 비명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염력.
그 속에서 이리저리 공중에서 휘둘려진 엔코와 시오는 너덜너덜해진 채로 땅바닥에 추락한다.
어쨌든 둘 다 능력치를 지닌 각성자 원숭이, 나비기에 크게 다치진 않고 어지러운 현기증에 잠시 기절한 정도?
“……대박이네.”
와, 역시 핑크 인시리움의 원조 천묵이.
아주 그냥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 * *
땨아, 꺄아, 땨아아아…….(싸움, 나빠!)
잔뜩 성이 난 것인지 연신 쒸익 쒸익거리는 천묵이.
귀여운 외모로 인해서 종종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다.
바로 천묵이가 보통 약초가 아닌 ‘천년 묵은’ 영초라는 사실.
온전히 섭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능력치 포인트 수치의 총합만 자그마치 25다.
아, 물론 먹을 생각이 전혀 없으니 넘어가고.
“우리 천묵이. 친구끼리 싸워서 화났구나?”
꺄아아아아! 꺄꺄꺄!
“그래, 싸움은 나쁜 거야.”
꺄! 꺄꺄꺄!
내가 자기 편을 들어 주자 언제 씩씩거렸냐는 양 금세 기분이 풀어져서는 다시금 행복하게 꺄꺄 거린다.
역시 어린 약초는 단순해.
……1천 살이지만.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오지를 않으시지?”
시오를 통해 전달받은 정보 속 가장 중요한 정보였던 드워프.
그들은 세계수에서 별의별 종족들을 다 만나본 진우조차 아직 보지 못한 지구상 헌터계의 최강 종족이다.
과연 누구일까?
솔직한 말로 드워프와 연이 있을 정도의 인맥을 갖춘 인물이라면 국내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텐데.
‘정국진 회장님?’
정수아에게는 아직 무리더라도 전성그룹의 현 오너인 정국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게다가 현재 진우와 인연이 있는 건 국내의 인물들 뿐만이 아니다.
해외.
그중에서도 인연이 있다면.
– 응? 이 기운은!?
– 큰 바위 형님이시잖아?
“피터 아저씨셨군.”
드워프를 동반한 자이스 가문의 방문이라.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
진우는 드워프가 주로 다루는 광물 쪽과는 거리가 먼, 작물을 수확하는 입장일 텐데 말이다.
아무튼 엔코와 시오, 천묵이가 한바탕 지지고 볶으면서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도착하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였다.
계속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그것도 그냥 손님이 아닌 무려 ‘드워프’가 찾아온 것을 알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 오면 내가 직접 찾아가야지.”
버선발로 맞이하러 가도 부족한 입장.
혹시 알겠는가? 운 좋게 눈에 띄면 무구 하나라도 만들어 줄지?
그렇게 서서히 차를 몰고 가자 마력으로 둘러싸인 듯한 흐릿한 모습의 망막이 보인다.
하긴, 보통의 인물도 아니고 무려 드워프다.
어떻게 보면 한 나라의 대통령보다도 중요한 인물.
신분이 노출되는 것은 최대한 막는 것이 좋을 테니 마법으로 은신 처리를 해 둔 것일 테지.
‘그런데 나한테는 잘 보이네?’
상승한 마력 덕분일까?
아니면 잔나비 일족의 결계를 마주하면서 ‘눈’이 뜨인 덕분일까?
이런 변화는 나쁘지 않다.
진우도 모르는 사이에 한 단계 몸이 발전했다는 소리니까.
여하튼 진우가 다가가는 것도 모른 채 피터와 노움과 비슷하면서도 온몸이 근육질인 난쟁이, 드워프가 대치한 상태로 서로 투닥거리고 있다.
‘무슨 일이시지?’
제아무리 피터 자이스가 미국의 S등급의 헌터라고 해도 드워프는 명색이 헌터계의 비대칭 전력.
현대 문명의 화기로 치면 핵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질 낮은 철광석으로도 희귀 등급의 무구를 제작해 내는 진짜배기 명장 중의 명장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드워프의 손을 거치면 못 만드는 것이 없고, 세공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너무 피터 쪽이 저자세인 것 같은데?
그 이유에 관해서는 조금 더 다가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니, 그룩 님. 이렇게 나오시면 곤란합니다! 제 입장도 생각을 해 주세요. 한번 생각해 보십쇼. 제가 불렀는데 한국에 이민을 가겠다니요? 자이스 가문을 몰락시킬 생각이신 겁니까? 예!?”
“미안하지만 나는 생각을 굳혔네. 나의 결정을 번복하게 하지 말게. 그리고 미국은 아니더라도 자네가 부탁하는 제작은 2순위로 해 줄 순 있어. 1순위는 내가 점찍은 쪽이 우선이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의미가 아니잖습니까!”
“……?”
뭐지? 방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드워프가 한국에 이민을? 대체 왜? 그리고 점찍다니? 뭘?
의문의 물음표투성이.
하지만 진짜 물음표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으니,
“때마침 저기 찾아왔구만.”
“어?”
그는 나를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로 한 걸음 한 걸음.
자그마한 키로 참 빠르게 빨빨거리며 뛰어온다.
“반갑구나! 세계수와 대지모신의 사랑을 받는 존경스러운 인간이여. 나는 자랑스러운 천둥 바위산 족장 타우릭 토르산의 아들 그룩 토르산! 지금부터 오직 너를 위한 무구를 제작하겠다! 인간! 그대의 이름은 어떻게 되는가?”
“…….”
쩌렁쩌렁하면서도 벼락같은 기운이 가득한 그룩 토르산.
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피터 자이스의 안색이 참으로 안타깝긴 했지만 소개를 받은 입장으로 그냥 넘어갈 수야 있겠는가?
“김진우라고 합니다.”
“멋진 이름이군!”
터헙-!
작지만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드워프의 손아귀.
대장장이로서는 실로 믿음직스러운 손이었다.
* * *
“흠흠~ 공기 좋고, 물 좋고, 오오, 연못도 있고. 아주 좋아, 좋구나!”
콧노래와 함께 흥얼거리며 허공을 뒤적거리는 그룩의 손.
누가 보면 노망이라도 난 줄 알겠지만 그룩은 명색이 드워프다.
의미 없는 행동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
역시는 역시라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룩은 그곳에서 망치를 비롯하여 용광로.
나아가서는 간이 대장간 등.
아예 건물을 통째로 꺼내 든다.
‘저건 뭐…… 도라에X이라도 되는 건가?’
마법이 부여된 장비가 넘쳐나는 세상이 된 지 오래인 지구긴 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연장을 넘어서서 건물까지 보관하고 마음껏 꺼낼 수 있다니?
그건 순전히 ‘보관’이나 ‘경량화’ 정도로 분리되는 마법 부여로는 비빌 수 있는 정도가 아닐 터.
그러한 진우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그룩이 씨익 미소 지었다.
“껄껄! 니드호그의 레어에서 탈출하면서 훔친 마법의 가방일세. 하나 여유분으로 남아 있는데 원한다면 줄까?”
“헉. 괘,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앞으로 만들어 줄 것들에 비하면 이건 거인의 피만도 못할걸?”
그룩에게 건네받은 마법의 가방.
슬쩍 확인해 보니 예상했던 대로 옵션이 장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