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44
44화 니드호그의 저주
* 분류 : 인챈트 부여
* 사용 조건 : 없음
* 5 / 5,000
* 물품을 보관합니다. 원하는 것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시 꺼낼 수 있습니다. 부피 및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공간을 더욱 많이 차지합니다.
※ 제로 경량화 : 마법의 가방 속에서는 무게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용아병(5) : 최대 5기의 용아병이 가방 속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용아병들은 니드호그 혹은 그 이상의 격을 갖춘 존재의 말만을 듣습니다.
– 나스트론드에 위치한 우물, 흐베르겔미르에 레어를 깔고 서식하고 있는 니드호그가 편의성을 위해 용언과 용혈을 사용하여 직접 마법을 부여한 마법의 가방입니다. 기본적으로 투명화 및 제로 경량화가 걸려 있습니다. 단, 생명이 있는 개체는 보관이 불가능합니다.
무려 신화 등급.
그런데 이런 걸 공짜로.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냥 심플하게 건네준다고?
물론 안에 용아병.
용의 이빨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언데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찜찜하긴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몇년 간 짐꾼 생활을 해 왔던 진우다.
마법의 가방.
이것이 지닌 가치가 얼마나 큰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투에 임할 때 거치적거릴 일 하나 없을뿐더러, 굳이 헌터 일이 아닌 농사 쪽으로도 쓸모가 많다.
당장에 진우만 해도 농작물을 수확하고 옮길 때 굉장한 수고가 들지 않았던가?
이것만 있다면 그러한 고생도 상당량 줄어들 터.
“저 진짜 받습니다?”
“그래. 줄 때 받어. 마음 바뀌어서 후회하지 말고.”
“그럼 감사히 쓰겠습니다.”
“크흠! 혹시나 노파심에 하는 말하는데 용아병은 꺼낼 생각 하덜 말어. 살아있는 생명체면 자네도 가리지 않고 죽이려고 들 테니 말이야.”
“넵.”
안 그래도 설명만 봐도 소환할 생각은 접었던 진우다.
그렇게 진우가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공짜로 받아 가는 모습에 연신 피터는 곁에서 뚱한 표정으로 째려본다.
“……치사합니다, 그룩 님. 미국에서 별의별 것을 다 주면서 달라고 할 때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하셨으면서.”
“커험험! 이보게 피터. 미국이랑 진우가 어디 같나?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암!”
“그룩 님. 미국이면 개인인 저랑 비교가 안 되긴 하는데요…….”
“자네는 아직 자네의 가치를 몰라서 그러는걸세.”
“음, 그건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네.”
“피터 아저씨?”
“애국심은 애국심이고, 솔직한 건 솔직해야지.”
역시 예상했던 대로 드워프가 호구였던 것은 아닌 걸까?
대지모신에게도 느꼈던 것이지만 유독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무한한 호의.
물론 나쁠 것 하나 없기에 딱히 군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니드호그? 어디서 들어봤던 것 같기도 한데?’
딱 한 가지.
의아한 점이라면 받은 아이템에 적혀 있는 설명도 그렇고.
그룩이 ’니드호그의 레어’에서 탈출했다는 말도 그렇고.
몇 번이고 나온 이름인 네 글자의 니드호그.
‘……아!’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용아병과 용혈이라는 뜻을 보면 드래곤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알게 뭐란 말인가?
어차피 만날 일도 없을 도마뱀.
……이라고.
방금 전까지 룰루랄라 막 무시하려던 찰나였다.
츄릅-
할짜아악-
무언가 불길한 느낌의 소리.
아니나 다를까?
그 정체는 언제 눈을 뜬 것인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굶주림을 표현하고 있는 오른손.
허나 이번만큼은 대지모신의 힌트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날름- 날름-
마법의 가방에 묻은 용혈만을 날름 골라서 잘도 먹어 치우는 혓바닥과,
* 현재 만족도 100%
[만족도 달성으로 능력치 포인트가 4만큼 상승합니다.]상승하는 능력치 포인트.
“이건 대박인데?”
불길하기는 무슨.
공짜 능력치 포인트라니.
이건 완전히 대박 중의 대박 아닌가? ……싶은 것도 잠깐뿐이었다.
찌릿-!
마치 누군가가 노려보는 듯한 섬뜩함과 함께 몰려드는 찌릿한 느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 것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쿠구구궁-!
[니드호그가 도둑놈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에게 지워지지 않는 저주를 내립니다.]* 해당 저주는 니드호그, 혹은 그의 곁에 똬리를 틀고 있는 7마리의 뱀을 죽이거나 설득해야만 풀 수 있습니다. 잔혹한 성정의 지옥의 드래곤과 뱀들은 살아 있는 제물을 가장 좋아합니다.
※ 성공 시 : ? 능력치 포인트, ? 신용도 획득, ???
※ 실패 시 : 사망합니다.
※ 특이 사항 : 니드호그가 마법의 가방을 통해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서슬 퍼런 눈빛과 함께 입가에 미소를 띄웁니다. 조심하세요. 강대한 힘을 지닌 니드호그가 넘어올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아랫급의 하수인들은 얼마든지 당신을 습격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 웨이브까지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 특이 사항 : 대지모신께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신은 선지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현상금을 거는 것처럼 떠오른, 취소도 불가능한 저주 형태의 퀘스트.
포기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실패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죽음뿐이다.
그런 반면 성공 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죄다 ‘???’투성이.
심지어 찾아가지 않으면 직접 몬스터 웨이브까지 찾아오면서 일으킨단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요소라면 진우를 지켜주는 대지모신이 있다는 것 정도랄까?
“이런 사고뭉치 같으니라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격언.
당연한 말이지만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그냥 날로 먹으려고 들었으니 탈이 안날 턱이 있겠는가?
물론 드워프, 그룩에게는 진우를 이렇게 만들고자 했던 악의가 단 1도 없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은 우연과 우연이 겹치며 일어난 원치 않은 해프닝이다.
결국 어디까지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은 진우의 오른손에 박힌 문신인 태초의 알.
용혈을 탐한 할짝이가 원흉이다.
“이, 이럴 수가. 마, 망했어. 수백 년 경력의 내 도주가 이렇게 허무하게 걸릴 줄이야…….”
“뭐야, 둘이 표정이 왜 그래? 망했다니요, 그룩 님? 지금 울고 싶은 건 오히려 제 쪽이거든요? 자이스 가문이 아무리 거대해도 정치인들이 여론 동원해서 두들기면 골치 아프다고!”
※ 특이 사항 : 탈주 드워프, 그룩 토르산도 저주에 함께 엮여 있습니다.
그리고 실로 미안하게도 발각되면서 곁에 있던 그룩도 함께 걸린 모양이다.
탈주 닌ㅈ…….
아니, 탈주 드워프로 오랜 세월 동안 도주하면서 살아왔을 텐데 참으로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진우에게 ‘대지모신’이라는 최강의 방패가 있다는 것이다.
[대지모신이 당신과 그룩에게 새겨진 저주를 일부분 정화시킵니다.]※ 단, 정화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합니다. 저주는 니드호그, 혹은 사악한 뱀을 죽이거나 설득시키지 않는 한 제거할 수 없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저주는 계속해서 옥죄어 올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시간을 벌어 줄 뿐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후우, 환장하겠네.”
분명 진우는 드루이드.
그중에서도 농부를 꿈꾸는 드루이드일진데.
어째 상황은 혼돈의 카오스.
자꾸만 전투 속으로 내몰아졌다.
* * *
“……쓰읍. 일단은 미국에는 저도 최대한 보고를 미루고 있을 테니 생각 정리되면 대답해 주십쇼, 그룩 님.”
“…….”
“에휴, 정말 걱정되게시리. 왜 이렇게 넋이 나가신 건지.”
불과 5분 사이에 이루어진 그룩의 급격한 감정 변화.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진우 역시 신화 등급 선물을 받아 놓고도 당사자를 저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마음이 편치 못하겠지만, 일단은 살아남는 게 중요할 터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진우에게는 대지모신 외에도 흔히 치트키라고 말할 수 있는.
급속도로 강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태라는 것이다.
[인내의 숲 2단계 도전 권한]꽤나 오래되긴 했지만, 과거 지붕 뚫고 대포킥으로 돌파했었던 인내의 숲 1단계.
그 결과 2단계의 도전 권한이 생성되지 않았던가?
지금까지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미루었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언제 저주가 다시 날뛸지 모르는 노릇.
하물며 인내의 숲 말고도 세계수의 숲에 존재하는 사냥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필시 위기가 될 몬스터 웨이브가 찾아온다니.
한시라도 빨리 힘을 키워 둬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가?
‘드워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어.’
새삼스럽지만 선지자의 힘도 그렇고.
진우는 언제라도 서둘러서 강해져야 하는 입장이었다.
비록 선택이 아닌 강제 사항이라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찌 되었든 주어진 상황.
인내의 숲 2단계와 그 밖의 또 다른 숲을 공략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그룩 님. 걱정하지 마세요. 니드호그든 레드호그든, 설득이든 조져 버리든 해 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인간 그대가 대지모신과 세계수. 두 분의 가호를 받고 있다 해도 지옥의 드래곤은 쉽게 볼만한 상대가 아니야. 지금 싸우면 분명히 죽을 거라고!”
“괜찮습니다. 그리고 뭣하면 드래곤이 아니라 밑의 뱀을 죽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자네는 몰라! 그 뱀들이 얼마나 악독하고 지독한 녀석들인지!”
그룩은 거의 악에 받치듯 비명을 내질렀다.
어떻게 보면 26년.
족히 수백 년은 살아왔을 그룩에 비하면 진우의 나이는 조족지혈에 불과할 테지만 인간.
평균 수명이 100년도 되지 못하는 진우에게 26년의 세월은 따지고 보면 전체 수명의 4분의 1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다가 짐꾼으로서 살아왔던 진우는 그룩의 저런 반응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공포.
아마 진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숫자에 달하는 동족의 목숨을 그 드래곤과 뱀이 해쳤을 가능성이 농후할 터.
그렇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설득’한다는.
한마디로 갱생시킨다는 선택지는 논외라 할 수 있다.
‘무조건 죽여야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드래곤도, 뱀도 그 성질은 마찬가지로 쉽게 변하지 않을 거다.
정진식 패거리들의 경우처럼 남김없이 쓸어버려야 할 종자들.
무엇보다도,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라는 구수한 노랫가락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뱀과 그 상위종의 격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
사냥에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능력치 상승은 따 놓은 당상일 터.
“제가 다 처리할 테니 저만 믿고 무구 제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믿음이 가득 실린 말만큼 힘을 북돋는 건 없다.
확실한 것은 부정적인 말만 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백배.
아니, 천만 배는 낫다는 점.
다행히도 그룩 또한 연륜이 있는 덕분인지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는 다시금 망치를 손에 꼬나쥔다.
“……자네 주무기가 뭔가?”
“글쎄요. 따로 써 보질 않아서요. 보다시피 농부니까요.”
“괭이나 호미라도 만들어 주련?”
“그것도 고맙긴 하지만, 일단은 전투가 우선이잖습니까.”
“나도 농담으로 했던 말일세. 충분히 고민해도 되니 신중하게 결정하게. 두들기기 시작하면 모양은 바꿀 수 없는 법이야.”
“알겠습니다.”
짐꾼 생활을 하던 당시.
진우가 주로 사용하던 무기는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검이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았다고도 말할 수도 없던 사용감.
무엇보다도 노움과 노에르.
‘야생을 받아들여라’의 힘을 활용하는 전투에서 검과 같은 날붙이는 오히려 전투에 있어서 도움보다는 방해가 될 경우가 더 높다.
‘내 전투 스타일에 맞춰야 해.’
‘바위처럼 단단하게’로 인해 뚫리지 않는 방어력과 염력을 통한 이동 능력.
여기에다가 기름의 회피와 트렌트의 덩굴까지.
완전히 초근접전에 어울리는 전투 스타일 세팅이었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건틀렛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후회하지는 않겠지?”
“물론이죠.”
초근접전.
몸통 박치기를 할 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진우의 주무기가 결정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