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45
45화 흥정의 여신
깡- 깡-!
후욱- 후우우욱-!
듣기 좋은 망치질 소리와 후끈한 열기.
대부분의 주민들이 농부로 이루어진 시골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망치질 소리다.
대장간의 작업 과정이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애시당초 그렇게 소음공해로 취급될 수도 있을 망치질 소리.
주민들이 나와서 항의하거나 확인해 볼 법도 하건만,
뜻밖에도 아무런 일도 없다는 양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망치질 소리에도 아무도 나올 생각을 하질 않는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한 풍경이다.
그 이유는 니드호그의 저주 못지않게 골치를 앓고 있는 피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엘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드워프도 몸을 숨기는 건 기본 패시브라서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안 보이지. 각성한 이들 중에서도 마력이 유독 높은 경우나 감정 계열의 스킬, 특성을 개화한 경우가 아니면 보기 힘들걸세.”
“아…….”
“그런 의미에서 먼저 드워프를 확인한 자네의 안목도 상당히 높다는 거겠지.”
“그거야 그룩 님 쪽에서 먼저 다가왔으니까요.”
“어허.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내 눈은 못 속인다네, 진우 군.”
“…….”
과연 미국의 S급 헌터.
천조국에서도 강력한 가문의 소속이라는 걸까.
하긴, 세계수의 세계에서 잔나비 일족이나 체르, 라타토스크처럼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생명체들을 만나서 그렇지.
지구로 한정 지으면 피터 자이스가 속한 자이스 가문도 능히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중에 하나로 꼽히는 세력이다.
‘잠깐만 있어 봐. 이걸 어쩐다?’
니드호그의 저주 때문에 잠시 망각 했었는데 이건 또 이쪽으로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비대칭 전력으로 취급받는 드워프를 미국에게서 빼앗아 버렸다.
물론 드워프는 물건도 아니고,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인데다가 그저 미국이 아닌 진우를 선택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쪽 사정이고.
드워프에게 많은 것을 투자했을 것이 안 봐도 뻔한 미국이 ‘그럼 어쩔 수 없죠, 껄껄껄!’하면서 웃어넘길 턱이 없다는 거다.
필시 그들은 드워프를 되찾기 위해 한국에 찾아올 테고, 그러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진우 또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룩 님을…… 다시 데려갈 수는 없는 거죠?”
“불가능하네. 저놈의 똥고집. 이미 결단을 내린 이상 설득하긴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 그렇군요.”
뭐,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미 자신으로 인해 니드호그의 저주까지 한 세트로 묶여서 걸렸는데 신화 등급의 가방만 받고 얼른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눈앞의 사내인 피터 자이스.
그에게 있어서 진우는 딸의 목숨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다.
막 나가는 S등급 헌터였다면 힘을 써서라도 강제로 드워프를 데려갔겠지만, 피터는 최대한 대화로 풀어 나가고자 했다.
“그래서 말인데. 그룩 님께서도 허락하시긴 했던 사항인 ‘미국의 2순위 제작’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까?”
“네, 뭐. 그룩 님께서 승낙만 하신다면야 문제 될 것은 없죠. 어차피 저로서는 지금 당장 제작에 쓸 광물도 없는걸요. 건틀렛도 가지고 계신 광물로 제작해 주신다고 하시고 말이죠.”
“……정말 고맙다.”
이 정도의 허락에도 진심으로 기뻐하는 피터의 모습.
“미국에서는 그럼 괜찮을까요?”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겠지만 그래도 드워프의 제작 기술을 영구적으로 잃은 것은 아니니 무력을 동반한 조치는 취하진 않을 거다. 나와 가문 측에서도 최대한 힘을 써 볼 테고 말이야.”
“부탁 좀 드릴게요.”
“후우, 앞으로 바빠질 테니 나도 이만 가 보도록 하마.”
갑작스럽게 굴러들어 온 탓에 금전 감각이 마비되서 그렇지.
드워프는 억만금을 가져다줘도 구할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날 때부터 타고난 손재주로 갈고닦은 장인의 솜씨.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제작하는 진우의 무기.
건틀렛도 최소 전설.
아니, 신화 등급이 나올 확률이 농후하다.
물론 제아무리 신화 등급의 무구를 하나 착용한다 해도 니드호그와 7마리의 뱀.
그 밖에도 앞으로의 지구를 살아가면서 견제 받게 될 일상을 견디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터.
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이라면 인내의 숲 2단계 이전에도 이미 갖추어진 상태다.
“이때를 위해서 영혼까지 끌어왔지.”
[현재 신용도 68] [당신의 현재까지 누적된 신용도는 118입니다. 어서오세요, 호갱님!]어느 정도는 의도했던 대로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영혼까지 끌어모은 신용도.
68에 달하는 수치면 전설 등급을 넘어서서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넘볼 수도 있는 수치다.
불과 몇 시간 전.
니드호그의 저주나 드워프만 아니었더라도 시오나 뮤린과 같은 가축이나 능력치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소모성 영약, 혹은 농사에 쓸 만한 작물 씨앗 쪽으로 눈을 돌렸을 일.
그러나 지금 진우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휘황찬란한 무구들이 장식되어 있는 곳이다.
각종 무기와 방어구, 장신구들이 즐비한 공간.
무기는 이미 그룩이 제작을 맡아 주었기에 진우는 과감하게 구경을 생략했다.
“끌리긴 하지만 드워프의 것도 그에 못지않게 좋을 테니까.”
무기도 여러 종류가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효율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방어구나 장신구 쪽에 투자하는 것이 옳을 터.
확실히 무기 말고도 신화 등급의 방어구와 장신구들도 상당한 옵션을 자랑하긴 했다.
[여우 일족. 그중에서도 팔미인 라리에게서 힘겹게 얻은 여우 구슬로 꿰어 낸 귀걸이지. 품고 있는 영혼의 힘이 장난이 아니여, 상시 적용 가능한 여우불부터 엄청난 마력의 상승까지. 마력을 주로 다룬다면 필수로 챙겨 가야지! 아, 근데 수컷이라면 양기가, 암컷이라면 음기가 좀 많이 필요할 거야. 기를 좀 많이 빨아먹거든 이게.]※ 상품명 : 팔미호의 여우구슬 귀걸이(신화) – 구매 비용 60신용도
* 사용 조건 : 마력 100 이상
* 마력+30
※ 여우불(ON/OFF) : 매 공격 시 여우불이 같이 공격하며 적의 영혼을 불사릅니다. 단, 그때마다 마나와 더불어 영력이 소비됩니다.
※ 매혹 : 지정한 대상을 홀립니다. 매력이 높을수록 성공 확률이 상승합니다.
[키와 성별, 심지어 종족까지. 한 번이라도 접촉해 본 이의 모습으로! 이거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변신할 수 있다고! 너구리 일족의 보물이야, 보물! 그리고…… 이건 너만 알고 있어. 잘만하면 둔갑한 개체의 힘 일부를 직접 쓸 수도 있다니깐?]※ 상품명 : 너구리의 잎사귀 가면(신화) – 구매 비용 45신용도
* 사용 조건 : 마력 65 이상
* 민첩+10, 마력+15
※ 둔갑술 : 접촉해 본 경험이 있는 대상의 모습으로 둔갑합니다. 격이 높은 개체일수록 마나의 소모량이 대폭 상승합니다.
※ 둔갑의 비기 : 둔갑한 개체의 힘 일부를 물려받습니다. 단, 최대 2개의 표본까지만 보관이 가능합니다. (0 / 2)
“이거 실화냐?”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어질어질해질 정도. 믿어지지 않는 옵션들이다.
하나같이 전부 다 가지고 싶을 정도로 욕심을 들끓게 했지만, 사용 가능한 신용도는 한정적인 상황이다.
“후우…….”
무려 신화 등급.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하는 입장.
과유불급.
때마침 욕심을 딱 제어하기 좋은 어시스트가 때마침 진우에게 도착했으니,
[대지모신께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실한 선지자에게 힌트를 가르쳐 줍니다.]늘 그러하듯.
신용도 상점의 한 켠에서 반짝이는 하나의 빛.
그 내용물을 확인한 진우는 대지모신의 힌트 이전에 꽤나 반가운 얼굴을 보고 미소부터 지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험험, 이게 어떤 것이냐 하면은! 자상하신 대지모신의 사제인 나의 고결한 깃털과 마나님에게서 얻은 귀중한 가죽으로 만든 옷일세. 말도 안 되게 가벼운데다가 달빛을 머금은 흑표범인 마나님표 가죽답게 튼튼하기까지 하지! 흔히 나오는 매물이 아니니까 서둘러서 가져가라고!]※ 상품명 : 달빛을 머금은 흑표범의 가죽 갑옷 – 호루스의 깃털 탑재(신화) – 구매 비용 80신용도
* 사용 조건 : 민첩 혹은 체력 120 이상
* 민첩+20, 체력+20
* 달빛을 받을 때 마나의 회복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달빛 흑표범의 발걸음(패시브) : 이동속도가 50% 상승합니다. 해당 효과는 마나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 호루스의 치유 :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호루스의 깃털이 신화 급 이하의 독을 즉시 해독합니다. 10분 동안 면역성을 부여하며, 깃털의 색을 잃게 하는 것으로 모든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보유한 깃털 (3 / 3)
※ 호루스의 깃털이 색을 잃을 경우 회복까지 15일의 시간이 걸립니다.
대지모신의 힌트로 선택된 방어구답게 출중한 옵션을 지닌 무구.
그러나 그것보다도 진우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가죽 갑옷에 자연스럽게 장식된 형형색색의 깃털들이다.
진우에게는 꽤나 익숙한 깃털들이기도 했다.
“참 오랜만에 뵙네.”
이것을 출품한 인물.
그것은 다름 아닌 브락시온의 것이라는 점.
허나 바로 구매하려던 마음과 달리 문제가 존재했으니,
“……8, 80신용도?”
진우가 보유한 현재 신용도의 총량보다 훨씬 웃도는 값을 자랑하는 비싼 방어구.
확실히 대지모신이 힌트로 소개할 정도로 값어치는 충분했지만, 지금 당장 구매하지 못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허나,
[대지모신께서 자신에게 맡겨 달라며 기다리라고 말합니다.]속삭임과 함께 잠깐 자리를 비운 대지모신.
※ 상품명 : 달빛을 머금은 흑표범의 가죽 갑옷 – 호루스의 깃털 탑재(신화) – 구매 비용 68신용도
“……헐?”
[대지모신께서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합니다.]지덕체를 전부 다 갖춘 대지모신.
그녀는 흥정의 여신이었다.
* * *
폭포가 흐르는 공간의 안쪽에 위치한 풀과 고기 냄새가 가득한 자연의 분위기를 품고 있는 집 안.
그곳에서 엘프 특유의 가느다란 미성의 노래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던 티리에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달빛을 머금은 흑표범의 가죽 갑옷 – 호루스의 깃털 탑재(신화)의 구매 비용이 68신용도로 조정되었습니다.]“……어?”
상점에 등록한 아이템의 갑작스러운 가격 수정과 더불어서,
[달빛을 머금은 흑표범의 가죽 갑옷 – 호루스의 깃털 탑재(신화)이 판매되었습니다. 구매자 : 김진우(인간)]수정과 동시에 뭐 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팔려 나간 아이템과 뭔가 익숙한 이름의 구매자.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으니 소거법으로 말하건대 범인은 부부 명의로서 함께 이용하는 1명으로 추려질 수밖에 없었으니,
“브.락.시.온!!!”
“아이고, 좀 봐줘! 대지모신께서 기도를 들어주시면서 부탁했단 말이야!”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핑계를 댈 거면 그럴듯하게 대시던가! 감히 대지모신 님의 이름을 팔아요?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그 인간이 마음에 들어서 싸게 주고 싶었다고!”
“아니야 진짜라니까! 물론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상인이라고! 대지모신 님께 물어보면 되잖아!”
“하! 이이가 끝까지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아아! 대지모신이시여! 여기 불쌍한 어린 새를 부디 굽어살펴 봐주소서!”
촤학- 촤하아아악-!
물결과 함께 시원하게 내려치는 폭포수 소리에 브락시온의 비명은 자비 없이 묻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