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77
77화 일본 게이트 정복
‘숲’을 환경으로 지닌 타국의 게이트들.
수많은 정상이 있는 곳에서 진우가 가장 먼저 선택한 곳은 일본이다.
뭐, 이유라고 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그저 가깝다는 것.
일본은 현재 입국이 아예 제한된 북한을 제외하면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였다.
아무래도 숲의 주인을 사용할 때 들어가는 마나의 비용 조건 중에는 거리도 포함되었으니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을 터.
물론 순전히 이러한 이유 외에도 하나가 더 있기야 했지만.
“가장 먼저 저희를 선택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도움 받은 게 있으니 이 정도 혜택은 드려야죠.”
“아뇨, 제가 받은 것과 비교하면 그 정도 도움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진우에게 나름 소소한 도움을 주었던 나가모리 카나에.
일왕의 딸에 대해서도 이 정도 혜택은 줘야 어느 정도 기를 펼 수 있을 거다.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듣자 하니 일왕에 대한 권한은 옛날에 비해서 많이 실추된 지 오래라고 했다.
표면상의 권력은 일본에서 제일 높다고 하지만 실상은 총리와 정치인들에 비해 턱없이 약하다는 것.
그렇기에 진우가 가장 먼저 선택해 준 지금, 꽤나 큰 지지력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어찌 되었든 현재 진우는 전세계에서 모르면 간첩으로 여겨질 정도로 초고열 감자가 되어 가고 있는 입장이었으니까.
다만, 큰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점.
거기에는 장점도 많이 있지만 당연하게도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나 일본의 경우에는 흔히 극우 세력으로 불리는 이들로 인해 한국에 대한 혐오가 뿌리 깊게 박혀 있기도 했다.
그러한 곳에 한국의 유명인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도착한 공항에서부터 마찰이 생겨났다.
“빠가야로!”
대뜸 들려오는 성난 욕설과 함께 뭐라고 적혀 있는지 모르는 일본어 표지판을 들고 있는 몇몇 사람들.
일본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진우라지만 듣기 거북한 느낌으로 보아하건대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닐 터.
아니나 다를까?
– 바보 녀석, 너희 나라로 꺼져 버려라는데?
– 그리고 독도는 지들 거라네?
– 뭐야. 노움 너희들 저 말 어떻게 알아듣는 거야?
– 엣헴. 신문물 애니를 접하다 보면 저런 일본어쯤은 간단하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
노움의 통역으로 알아듣게 된 일본어.
이런 부분은 나름 애니의 순기능이라고 봐야 할까?
– 그나저나 도착하자마자 이런 대접이라니. 인간. 어차피 시간도 별로 안 썼는데 그냥 집으로 가자.
– 그래, 이런 쓰레기 같은 곳에 있을 필요는 없지.
– 집이 좋아, 대지모신 님의 기운이 가득한 곳~
정령들의 의견에는 진우도 동감한다.
어차피 진우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나라는 많고 많은 상황.
아쉬운 것은 일본 측이지 진우가 아니다.
허나 진우가 목표로 삼은 게이트 중 하나가 현재 일본에 있다는 것과 자신이 이대로 그냥 돌아가 버리면 카나에의 입장이 난감해진다는 점.
그것 말고도 떠나가던 진우의 마음을 붙잡은 것에는 또 하나의 장치가 존재했다.
“환영해요, 한국!”
일본이라고 해서 극우 세력.
혐한만 하는 이들만 가득하지는 않다는 걸까?
“우리나라에 와서 고마워요!”
“최고의 K팝 노래!”
“한국은 가장 중요한 외교 동맹국!”
이제 막 한글을 배운 듯.
어색하기 그지없는 한글로 소리치는 이들.
그 덕분에 그냥 일본을 떠나려던 진우의 마음이 조금은 돌아섰다.
하긴, 어딜 가나 극단적으로 치우친 이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못 볼 꼴을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진우 님.”
“좋은 경험으로 삼죠, 뭘.”
“저런 못 배워 먹은 사람들은 무시하시고 이쪽으로 오세요. 차량이 대기 중입니다.”
“준비 감사해요.”
“진우 님께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 바로 처리해 드려야죠.”
이런 상황에 처할 줄은 예상 못 했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는 카나에.
여하튼 공항에서 겪게 된 짧은 해프닝 이후 진우는 곧장 준비된 차량을 통해 이동부터 시작했다.
정수아도 그렇고, 카나에도 그렇고.
역시 이런 쪽에서의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다.
“저어, 모리 토시로 측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게 답변을 드리면 될까요?”
“그게 누구죠?”
“일본 총리예요. 진우 님도 보셨을 거예요.”
“아, 그 사람이군요.”
경매장에서 테일 로렌트 곁에 딱 붙은 채 보좌관마냥 자리 잡고 있던 얍삽한 인상의 사내.
일본 총리면 한국으로 치면 나름 대통령에 준하는 위치다.
평범한 범인은 물론이요,
S등급의 헌터도 쉽게 만남 요청을 거부하기에는 힘든 거물.
그러나 진우가 누구던가?
직접 각성자를 양성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헌터.
현시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데다가 각국의 러브콜도 받고 있는 입장이기에 S등급 헌터 이상의 입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하게도,
“거절하겠다고 전해 주세요. 지금은 게이트가 우선이니 말이죠.”
“알겠습니다.”
예로부터 시간은 금이라고 했다.
애시당초 진우가 굳이 일본까지 발걸음 한 목적은 단 하나, 숲과 관련된 게이트를 정복하는 것.
그렇기에 일본의 정치인과의 만남으로 금을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던 진우였다.
* * *
“이건 기회야.”
모리 토시로.
계속해서 일본의 총리의 자리를 연임해 오던 스가 신조를 제치고 총리로서 자리매김한 그는 타고난 기회주의자다.
미국의 또라이인 테일 로렌트에게 아첨하는 솜씨로 미국에게 수많은 지원을 받아 내기까지 하여 국민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던 상태.
그런 상황 속에서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각성자, 김진우가 가장 먼저 선택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니?
잘만하면 미국과의 외교에 있어서도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일왕의 딸. 고년이 이런 쪽으로 쓸모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제 아비랑은 다르게 워낙 위선을 떨어 대니 원.”
남모르게 비리를 저지르는 것에 있어서는 죽이 잘 맞았던 현 일왕과는 달리 늘 반대 노선으로 방해만 넣던 나가모리 카나에가 일으킨 기적.
“자리부터 마련해야 매너겠지. 가장 맛좋은 음식점으로 예약 잡고 얼굴 좀 반반한 미녀들도 준비해 둬. 한참 젊고 기운이 가득 찰 때의 청년이니까.”
김칫국을 한 사발로 들이켜는 걸 넘어서서 이미 진우가 일본으로 귀화를 했다고 생각하는 모리 토시로.
그런 그가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진우가 가장 먼저 일본의 방문을 한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그저 ‘가깝다’라는 이유 딱 하나라는 것을.
그리고 추가로 덧붙여서,
“……뭐? 거절했다고? 이 나의 요청을?”
“그, 그렇습니다.”
한국이 되었든 일본이 되었든.
대통령과 총리.
그 밖의 정치인들과는 조금의 접점도 만들고 싶지 않은 진우의 거절 소식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까짓 게 감히…….”
각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야 워낙 쟁쟁한 이들이 가득 존재했기에 조용히 쭈구리로 있었으나 이곳은 일본.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모르는 법이라고 했던가?
제 나라로 돌아온 모리 토시로.
“헌터 협회 측에 연결해 주게.”
총리로서 실질적으로 일본 제일가는 권력을 지닌 그는 이를 갈아붙이며 형 동생 하며 지내는 협회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 * *
다양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게이트.
허나 그렇게 많은 종류의 환경이 존재한다지만 생각 외로 ‘숲’으로 구성된 던전은 그리 많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
당장에 한국만 하더라도 진우가 정복한 고블린 부락과 칼날엄니 숲을 제외하면 끽해 봐야 2개 정도 더 있는 수준.
그리고 일본에도 한국과 비슷하게 총 3개, 숲의 환경을 지닌 게이트가 존재한다.
각각 E등급과 D등급. 그리고 마지막으로 A등급으로 구분된 게이트였다.
“……벌써 볼일을 다 보신 건가요?”
“네. 그럼 다음 목적지로 가죠.”
가장 낮은 등급부터 시작한 탓에 그중 2개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고 정복하는 것에 성공했다.
‘바로 이 맛이지.’
* 숲의 주인
└ 뿔토끼의 쉼터 (마력+1)
└ 쌍두 늑대 굴 (민첩+1)
E등급과 D등급. 그리 높지 않은 등급으로 인한 탓인지 올라가는 능력치는 터무니없이 낮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는 달리 남들은 얻을 수 없는 방법의 능력치.
오르면 오를수록 올리기 힘든 것이 레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각성자.
그중에서도 한가락 하는 이들 중에서도 실력을 판가름하는 것에는 1, 2의 능력치 차이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우에게 있어서 숲의 환경을 지닌 던전에서 얻는 것은 단순히 능력치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던전에서 자생하고 있는 식생 군락지.
작물이자 약초를 재배하는 농부로서 다룰 수 있는 품종이 다양해지는 것은 상당히 좋은 소식이다.
업적부터가 그렇지만 핑크 인시리움을 비롯한 만드라고라의 정기는 세계수의 숲에 있는 드루이드 외에는 경쟁자도 없는 독점.
그런 상황 속에서 물품들이 계속해서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꾸준히 찾을 수밖에 없다.
뭐, 개중에서도 이미 정복한 앞의 2개보다도 진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일본의 A등급 게이트 쪽이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앞의 두 곳과 달리 지그룸은 협회 측의 랭커들도 힘들어하는 곳이거든요.”
“문제없습니다. 혹시 들어갈 수는 있겠죠?”
“입장 부분이야 진우 님이 워낙 유명하니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그곳에서 생환은 힘드실 텐데. 원하시면 저희 쪽에서 용병을 구해 드릴까요?”
“아뇨, 그건 모든 각성자가 감당해야 할 문제니까 괜찮습니다.”
‘거대 숲 지그룸’.
각종 짐승형 몬스터가 등장하는 숲이며 동시에 ‘거대 숲’이라는 이름답게 등장하는 개체들은 하나같이 일반적인 크기를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다만 그러한 특성 탓에 각성자들에게는 인기가 적은 편에 속한다.
거대한 크기는 달리 말하면 상당한 맷집을 자랑한다는 뜻.
하나같이 사냥하는 것에 적지 않은 힘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난이도가 상당한 편에 속했고, 그런 반면에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은 끽해 봐야 많은 양의 고기와 뼈뿐이다.
물론 몬스터의 부산물이 많다는 것은 좋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고기나 뼈는 부가적인 것일 뿐.
대부분의 헌터들이 주 수익으로 삼는 것은 마정석이다.
또한 부가적으로 얻는 고기와 뼈가 아무리 좋다 한들 그 물량이 상당한 양을 자랑하게 되면 얘기가 다르다.
짐꾼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F등급 게이트라면 모를까.
A등급 게이트에 참여할 정도로 간 큰 짐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한 탓에 지그룸은 일본의 게이트 중에서도 꽤나 문제의 논쟁 거리로 꼽히고는 한다.
그냥 핵을 부숴서 소멸시켜 버리자는 측과 추후 식량 부분에 중요한 터전이 될 수 있으니 남기자는 측으로 다양하게 싸우고 있다나?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 진우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지그룸을 정복하면서 얻게 될 막대한 수치의 능력치와 함께 얻을 수 있을 각종 식생.
그것 말고도 한 가지 더. 요정 찻집을 통해서 알게 된 정보로 인한 이점도 있긴 했으나 진우의 기대감은 도착과 함께 깨질 수밖에 없었다.
“어? 저 사람이 왜 저기에 있는 거지?”
“아시는 분입니까?”
“고다 소이치로라고 헌터 협회장이에요. 보통은 협회 건물 내에서 잘 나서지 않을 텐데…….”
한국도 그렇지만 각 나라에 있는 헌터 협회의 장들.
대부분 S등급 헌터지만 게이트 공략에 있어서는 은퇴한 이들이기에 엉덩이 무겁기로는 정치인과 맞먹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이가 대놓고 게이트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것.
그것도 진우가 목표로 한 지그룸을 막고 있는 부분에서 드는 불길한 예감은 예상대로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