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배려를 짓밟으면 그땐 나도 깡패가 되는 거야!
“죄송하지만 입장에 대한 허가는 불허하겠습니다.”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희는 다 승낙을 받고 진행한 일이에요. 비켜 주시죠?”
“……카나에 님. 제아무리 일왕의 따님이신 당신이라 하셔도 이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유가 대체 뭐죠? 지금 이러한 행동은 앞으로의 일본과 진우 님과의 관계에 크나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모르시겠나요?”
“……후우.”
꼬치꼬치 캐묻는 카나에에게 짧게 한숨을 내뱉는 협회장.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그는 카나에가 아닌 진우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최근 들어 보니 한국에서 의문의 게이트 소멸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
순간 진우를 뜨끔하게 만드는 고다 소이치로의 발언.
실제로 소멸의 원인 제공자가 진우 본인이라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물론 진우외에는 대지모신이나 엔코, 그 밖의 칼날엄니 멧돼지들만 알고 있는 일.
아니나 다를까?
“그게 진우님과 무슨 상관인데요?”
“일단은 ‘한국’ 소속의 헌터니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않겠습니까?”
떠보기식의.
그저 핑곗거리로만 들먹이는 소멸 사례.
하긴, 드워프가 손수 제작해 준 전설 등급의 가면을 쓰고 저지른 것인데 그 누가 눈치챌 수 있겠는가?
진우가 저지른 완전 범죄.
따지고 보면 소멸도 아니다.
지구와의 연결점이 사라졌을 뿐.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자유를 얻고 차원이 각성되기까지 했으니 칼날엄니 숲의 식생, 그리고 멧돼지들과 진우의 입장만 놓고 보면 완전한 이득이다.
‘그건 그렇고…….’
그와 별개로 카나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헌터 협회장.
고다 소이치로는 요지부동이다.
“무엇보다도 괜히 이곳에 들어갔다가 저자가 죽기라도 했다가는 일본이 감당해야 할 피해도 적지 않습니다.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고작해야 E등급 헌터. 보통의 경우라면 A등급 게이트에는 짐꾼으로서도 발을 못 붙이는 게 정상입니다.”
“지금 굉장한 결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는 건가요?”
“아뇨, 저는 어디까지나 중요한 인재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일 뿐입니다.”
핑곗거리도 참 그럴듯하게 준비해 오기까지.
물론 3년 동안 짐꾼으로서 눈칫밥을 먹어 온 진우가 보기에 일본의 헌터 협회가 저렇게까지 제 입장만 막는 이유가 대강 예상된다.
모리 토시로.
아마도 총리의 만남 요청을 거절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
예상하건대 지금이라도 만남에 응한다면 꽉 막힌 협회장도 문을 열어 줄 가능성이 생길 터.
허나 이렇게까지 치사하게 나오는 쪽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정도로 진우는 녹록지 않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지, 진우 님. 하지만 이런 부당한 행위에 응하실 이유가 전혀 없으세요!”
“제 안전이 걱정 되서 그렇다는데 어쩔 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협회장님?”
“크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해는 개뿔.
누가 봐도 쪼잔하게 입구 막기 하고 있는 거구만.
개미 한 마리 접근하지도 못하게끔 틈새도 만들지 않고 틀어막고 있는 작태.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진우가 저것을 뚫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오의 투명 비늘 가루(희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흡입 및 노출될 시 잠시 동안 다른 생명체에게 인식되지 않습니다.
– 신비의 나비 시오의 날개에 쌓여 있던 비늘 가루입니다. 은신의 힘을 품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높은 능력치를 보유한 대상에게도 인지되지 않습니다. 단, 공격을 하거나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 들키게 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매번 신비의 나비인 시오에게서 획득할 수 있는 비늘 가루.
이런 곳에서 쓰는 것이 아깝긴 해도 어쨌든 시오가 있는 한 무한하게 얻을 수 있는 생산품이요, 사실상 놓고 보면 진우가 소모한 대가는 전혀 없는 100%의 마진율.
경매장에 판매하면 꽤나 쏠쏠한 가격에 팔려 나갈 물품이기에 사용하는 것이 뼈아플 수도 있겠지만, 아직 해당 물품은 핑크 옐로우 인시리움과 함께 일부러 경매장에 내놓지 않은 소모품 중의 하나다.
그 이유? 간단하다.
‘아직 알려지기엔 효과가 너무 사기적이야.’
비늘 가루의 효과도, 핑크 옐로우 인시리움의 효과도.
하나같이 사기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효능을 자랑한다.
하위 호환격인 핑크 인시리움만으로도 시장이 그토록 요동쳤는데 핑크 옐로우 인시리움까지 퍼지고, 심지어 천년 묵은 천묵이와 천노묵이까지 알려진다면?
말 그대로 세계가 뒤집어질 거다.
그 때가 되면 러브콜 수준이 아니라 진우를 납치하려는 이들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터.
‘생산량도 적으니까.’
본래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인내의 숲속.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를 적용했음에도 상당히 느린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핑크 옐로우 인시리움.
반면 시오의 인분의 경우 물량 확보가 안정적이긴 해도 쉽사리 풀기엔 애매한 물품이다.
‘이런 건 혼자 써먹어야 제맛이지.’
수면과 독 가루라면 모를까.
투명 가루 같은 경우는 존재가 알려지면 그에 따른 대비책도 생기기 마련인 법.
반대로 말해서 지구에 존재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시오의 투명 가루는 사실상 잠입 부분에 있어서 무적이나 다름없다.
공격이나 큰 소움을 발생시키지만 않으면 자신보다 강한 대상에게도 기척을 숨길 수 있는, ‘희귀’ 등급치고는 상당히 막강한 효과.
다만 그 전에 카나에는 뗴어 놓는 편이 좋겠지.
“카나에 님. 오늘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한국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나오면 저로서도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협회장이 직접 나선 거니까요.”
“후우, 정말 면목이 없는걸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관광이라도 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가이드라도 붙여 드릴까요?”
“아뇨, 그냥 지금 바로 귀국하고 싶습니다.”
“……그런가요.”
“정말 괜찮으니 마음만 받도록 할게요. 카나에 님께서 노력하신 부분은 잊지 않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진우 님께서 각성시켜 주신 이 힘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져 놓도록 할게요.”
“하하, 기대하고 있을게요.”
달의 아이로서 각성한 이후 진우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오는 카나에.
그런 그녀를 생각해서 일본의 게이트는 정복만 해 둘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이렇게 나오면 진우로서도 어쩔 수 없다.
“……이걸로 준비는 끝났군.”
직접 공항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한국의 공항까지 도착한 진우에 대한 소식을 퍼트리는 기자들.
이때만큼은 진우에게 있어서 기레기가 아닌 갓레기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긴급 단독보도! 농부 김진우의 한국 귀환.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돌아오다!] [애국 청년. 한국이 나서서 지키자!]각각의 언론사마다 대서특필하며 진우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박아 넣는 상황.
이것만으로 알리바이는 차고 넘칠 정도로 확보될 터.
그렇다면 진우가 이후에 할 일은 정해져 있지 않겠는가?
“숲의 주인, 뿔토끼의 쉼터로.”
스스- 스스스-
한국에서 일본에 위치한 게이트인 뿔토끼의 쉼터로 다시 순식간에 이동한 진우.
그때부터 진우의 작전은 시작되었으니,
“날 먼저 건드린 건 그쪽이라고.”
카나에의 도움을 생각해서 많이 배려해 주었던 진우.
그런 배려심을 일본의 정부와 협회가 짓밟았으니 어쩌겠는가? 깡패가 되는 수밖에.
“한바탕 놀아 볼까?”
갈아엎기라면 농부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 바로 진우다.
드워프의 가면을 뒤집어쓴 채 곧장 게이트 내부에 위치한 핵을 향해 발을 박차며 뛰어가는 행보.
“어, 어어어?”
“저, 저게 뭐야?”
“막아! 막으라고!”
그러한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여실히 느껴지는 일본인들의 반응.
그러나 수호 길드의 방어도 뚫고 핵을 파괴했던 진우다.
S등급의 헌터는커녕 끽해 봐야 C등급 헌터가 지키고 있는 것을 부수는 것쯤이야.
– 바람처럼 날렵하게!
– 바위처럼 단단하게!
불과 물의 정령이 힘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속도를 올려 주는 바람과 맷집을 강화해 주는 땅.
이 순간 진우는 하나의 거대한 파괴 전차나 마찬가지였으니,
콰아앙-!
와장창!
나름 잘 갖춰진 아지트 구조물을 가볍게 박살 내며 가볍게 확보한 핵.
자국에서도 했었던 일을 타국.
그것도 시답지도 않은 이유로 방해를 넣었던 일본에게 안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 태초의 힘이 반응한 것을 가까이 접촉시키세요. 빠른 속도로 흡수할 것입니다.
※ 성공 시 : 태초의 아이, 김유진의 성장
※ 실패 시 : 랜덤한 능력치 2 하락 (남은 시간 1일)
심지어 이제는 할짝이를 대신하는, NEW 태초의 아이 김유진에게 크나큰 영양분이 되어 줄 수 있는 내부의 핵.
꼬마 숙녀를 위해서, 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진우에게는 망설임 따위는 사치에 불과했다.
우웅- 우웅-
츠츠츠츠츠-!!!
태초의 문신이 새겨졌던 곳에 가져다 대자 얼음이 녹아내리듯.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르르 사라지기 시작한 내부의 핵과,
[퀘스트 달성으로 김유진이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우리 김혁거세 양의 부스터를 단 듯한 빠른 성장.
어디 이것뿐일까?
“끼우! 끼우우우!”
칼날엄니 숲에서도 발생했었던 파괴가 아닌 섭취로 인한 변화.
그것은 뿔토끼의 쉼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구속에서 자유가 됨에 따라 뿔토끼의 쉼터 수호신 렘지가 깨어납니다. 뿔토끼의 쉼터에 속한 힘이 강화됩니다.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식생의 힘이 강화됩니다.] [렘지의 인정에 따라 뿔토끼의 쉼터가 당신을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숲의 주인
└ 뿔토끼의 쉼터 (마력+3)
마찬가지로 진행된 강화.
태생이 E등급인 탓인지 상승 폭은 칼날엄니 숲에 비해 적었으나 마력이 3이나 증가한다는 건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사아아아-
그와 함께 녹색의 무지개가 군락지의 위치를 가르쳐 주듯이 한쪽으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평상시의 진우였더라면 거르지 않고 챙길 군락지겠으나 녹음의 힘을 뽐내는 문신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그럼 마저 털어 보실까.”
아직 일본에 남아 있는 많고 많은 게이트.
진우의 시선에는 하나같이 금광처럼 눈을 홀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털 수 있는 것들.
쌍두 늑대 굴도 그렇지만 굳이 숲의 주인이 적용되지 않는 숲이 아니더라도 일단 핵을 먹이면 유진이의 성장이 촉진되니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딱, 기다려. 마지막은 너니까.”
사람마다 취향껏 다르겠지만 진우는 맛있는 것을 가장 마지막으로 먹는 것을 선호하는 입장.
협회장이 굳세게 지키고 있을 거대 숲 지그룸을 마지막 목적지로 삼은 채 진우는 수많은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오늘 아주 고생이 많았네.
“약속. 잊지 않으셨겠죠?”
– 허허허!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이제부터 도쿄에 있는 B등급 게이트 나가의 동굴은 자네 협회들의 것일세.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이 정치인이라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 하는 법.
제아무리 총리.
일본의 실세 중의 실세라지만 헌터 협회의 장에게 한 입으로 두말할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다.
일반인들에 비해 숫자는 적을지언정 헌터가 지니고 있는 지지율과 힘은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종류의 것.
모리 토시로로서는 자신을 무시한 같잖은 한국인에게 본때를 보여 주고, 협회 측은 게이트를 얻는.
상부상조의 비즈니스였다.
그렇게 양쪽 모두 기쁨에 젖어 있었으나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 초, 총리님! 큰일 났습니다!
“혀, 협회장님! 나, 난리 났습니다!”
협회장의 스마트폰을 통해 양쪽에서 전해진 소식.
“이, 일본의 게이트가 하나하나 소멸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에게 가히 천재지변의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