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자식 농사
“그게 왜 내 잘못인데? 어? 나는 집에 계속 있었다니까 그러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엔코에게 자신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자제시켜야겠다.
‘내 얼굴 가지고 네 성격 그대로 내보이지 말라고.’
한껏 눈을 부라리며 잔나비 특유의 지랄맞은 성격을 여지없이 뽐내는 엔코.
기자들도 많겠다.
아마 다음 특보로는 ‘인성 논란’이 뜨지 않을까 싶다.
뭐, 기자들이 한가득이니 그 정도는 각오하긴 했다만.
어찌 되었든 그러한 엔코의 앞에 있는 이는 진우도 나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쪽이 일본을 방문한 이후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소멸 사태의 원인으로 당신을 지목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일본인이면서도 유창한 한국어를 내뱉는 외교부.
아마 기억하기로 흑우 옥션을 개최했을 때 일본 총리의 곁을 거머리마냥 붙어 있던 사람 같은데.
“아, 글쎄. 내가 아니라니까! 나는 귀국하고 집에서 계속 농사짓고 있었다고!”
아무튼 저렇게 엔코처럼 무대뽀로 성질만 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다.
“시오. 엔코보고 잠깐 들어오라고 해 줘.”
부웅- 붕!(맡겨만 주세요.)
이럴 줄 알고 중간에 칼날엄니 숲에 방문하면서 데려온 시오.
자그마한 크기의 곤충이면서 신비의 나비지만 무려 전설 등급이다.
일반인들은 물론이요,
웬만큼 기척을 느낄 정도의 각성자가 아니고서는 발견하기도 힘든 날렵한 몸놀림.
눈 깜짝할 새에 엔코의 곁으로 다가간 시오는 진우의 내용을 곧장 엔코에게 전달한다.
“거, 나 속이 답답해서 물 한 잔만 마시고 올 테니까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도망치려는 겁니까?”
“아오 씨! 이걸 확 그냥! 금방 온다고!”
화룡점정으로 마지막까지 진우의 얼굴로 논란거리를 만들어 준 엔코는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기세등등하게 가슴을 쭉 펴 보인다.
“우끼끼. 어때 인간? 나의 이 현명한 대처가?”
“……그래. 현명. 잔나비 기준으로는 그게 현명한 거구나.”
기자들의 시점으로는 현명하겠지.
덕분에 기사로 올릴 만한 먹잇감을 잔뜩 구했으니 말이다.
“다음부터는. 아니, 일단 이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
결심했다.
다음부터 자신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있을 때는 가장 먼저 저 입부터 조용히 하라고 요구하기를.
그렇게 엔코에게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준 후 진우는 자연스럽게 바톤을 받아 든다.
“좋아요. 우리 솔직하게 나갑시다. 지금이라도 자수하시고 일본으로 귀화하신다면 모든 것을 무마해 드리도록 하죠.”
얼씨구?
돌아가자마자 되지도 않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 사항을 말하는 일본 외교부.
저기요, 아무렇게 내뱉는다고 다 말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게이트 소멸 사태의 범인은 본인이 맞긴 해도 저들에게는 심증만 있을 뿐.
지금이 마녀사냥이 가능한 중세 시대도, 공산당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몰아붙인다고 해서 그에 응해 줄 이유는 전혀 없다.
“이유를 모르겠네요.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건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쪽이 오신 이후에 일이 발생했…….”
“그건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이지 제가 그랬다는 증거라고 볼 수는 없죠.”
“……예?”
갑작스럽게 달라진 진우의 태도에 외교부 측이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엔코처럼 성질만 내면서 빡빡 우기면 차라리 쉽다.
괜히 기자들까지 동원해서 찾아왔을까?
외교부에서 활동하면서 사람 상대만 수없이 해 왔던 그다.
아직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
화만 내는 사람을 구워삶는 것쯤이야 일도 아닐 터.
하지만 진우가 나이는 어릴지언정 짐꾼 생활을 하며 사회의 밑 구석을 제대로 겪어 본 것은 예상치 못했을 거다.
“게다가 게이트 소멸 사태는 저도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때 당시 한국에 귀국한 상태였습니다. 정 믿음이 안 가신다면 공항 쪽 CCTV를 확인해 보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상식적으로 한국에 있는 제가 어떻게 일본 게이트. 그것도 내부에 있는 핵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맞네, 맞어. 진우는 계속 집에 있었다니께.”
“정 의심되면 CCTV라도 확인해 보면 될 일 아니여?”
“…….”
법을 그렇게도 좋아한다면 법대로 하면 그만일 뿐.
이럴 때를 위해서 진우가 일부러 고생까지 해 가면서 알리바이를 확실하게 만들어 두지 않았던가?
정확히는 누구 누구들의 행동 탓에 정떨어져서 빠르게 귀국한 후 거사를 치른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오히려 일본 총리와 협회 측에서 그렇게 나온 덕분에 진우가 얻은 이득이 적지 않다.
본래대로라면 지그룸의 돌조각만 얻고 숲을 정복하고 능력치만 얻었을 일.
허나 이제는 핵을 섭취하고 농장 주변으로 옮기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다양한 더욱 다양해진 식생들을 맞춤식으로 재배할 수도 있게 되었다.
‘뭐, 장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다만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니 당분간 다른 나라의 게이트에 방문하는 것은 힘들어질 수도 있을 확률이 높다.
그건 조금 뼈 아프긴 해도 꼭 이쪽으로만 길이 있는 건 아니니 상관은 없을 터.
“그럼 볼일 끝나셨으면 이만 가시죠? 저는 농사일이 급해서 말이죠.”
“자, 잠시…….”
핵심을 제대로 찌르는 진우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는 외교부 측.
[일본의 심증뿐인 마녀사냥을 시원하게 받아친 농부 김진우.] [국민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핍박받을 때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본에서도 발생한 게이트 소멸. 아시아에 발생한 의문의 원인은 무엇일까?]활동력 빠르기로 소문난 기자들 덕분에 진우의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 * *
일본에서 달달하게 꿀을 빤 이후.
꾸왁! 꾸와아악!
삐삐! 삐삐삐삐!
꺄꺄!
집으로 돌아온 진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킹갓 오리님들께서 결실을 맺게 해 준 작물을 수확하는 일.
농부라면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겠으나 진우가 지어야 할 농사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킴찌누?”
“킴찌누가 아니라 김.진.우라고 해야지.”
“킴찌누!”
“……그래, 너 좋을 대로 하렴.”
“찌누!”
의도치 않았던 자식 농사.
오리와 약초에 이어서 이제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어 버렸다.
물론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탄생 설화를 지닌 김혁거세답게 유진의 성장 속도는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벌써부터 말도 배우고. 어쩌면 우리 유진이. 진짜 천재일지도?”
일주일 만에 걸음마를 떼는 것은 물론이요,
보름도 되지 않아서 한글을 마스터하신 유진 공주님.
자식 키우는 부모는.
특히 딸을 키우는 부모의 경우에는 자식을 다 천재라고 생각한다고들 하지만 유진은 진짜로 기네스북에 등재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천재가 맞긴 하다.
다만, 문제라면 그 천재의 기준이 너무 아득하게 뛰어넘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김유진(측정 불가)]* 레벨 : 5
* 힘 : 19 민첩 : 31 체력 : 41 마력 : 23
각종 영약 등을 섭취하고 히든 피스 등을 얻어 가면서 말도 안 되는 능력치를 보유한 진우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유진 공주님의 능력치.
아직 젖먹이인 아이의 레벨과 능력치 상태가 이 정도라고 한다면 과연 그 누가 믿겠는가?
거기에 덧붙여서,
[태초의 아이, 김유진이 새로운 스킬 ‘태초의 기적’을 획득합니다.]레벨이 오름에 따라서 스킬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 태초의 기적 : 손에 닿은 태초의 모든 것의 성장 속도를 증진시킵니다.
심지어 그 효과도 진우의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옵션이다.
“원래 얻는 효과인 건지. 아니면 나 때문인 건지 모르겠지만 뭐, 상관없으려나?”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농부인 진우에게 안성맞춤이라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더욱 질 좋은 작물과 약초를 재배할 수 있게된 진우.
한껏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진우에게 땀으로 목욕을 한 듯한 그룩이 수증기와 열기를 한껏 뿜어내며 다가온다.
“이봐 진우. 자네가 부탁했던 물건. 완성 다 됐어.”
호탕한 웃음을 흘리며 진우에게 완성된 물품을 건네주는 그룩.
당연한 말이겠으나 그룩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정도의 재료는 뻔할 뻔 자다.
“벌써 완성이 되셨다고요?”
“새로운 재료니까. 간만에 힘 좀 써봤지. 마음에는 들어?”
“그럼요. 충분합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룩님.”
“껄껄! 고생은 무슨. 나도 새로운 경험을 해 봤으니 상관없네.”
불보의 돌조각.
엄청난 단단함으로 인해서 웬만한 대장장이는 감히 손도 댈 수 없을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신화 등급의 재료.
그러나 그것도 드워프의 앞.
그것도 신재료를 보게 된 드워프에게는 결국 정복당할 수밖에 없다.
[불보의 돌 신발(신화)]* 사용 조건 : 체력 150 이상
* 체력+40, 마력+10
※ 불보의 버티기(액티브) : 5분 동안 체력이 2배가 됩니다. 또한 이 상태에서는 상당히 무거워집니다. (쿨타임 30분)
– 탐구욕이 발동한 드워프가 각종 연구 끝에 완성한 돌 신발입니다. 불보의 돌조각으로 만들어졌기에 굉장한 단단함을 자랑하며,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딱 진우에게 필요했던 무구 부위 중 하나였던 신발. 게다가 신화 등급의 무구.
자신이 재료를 공급해 줬다고는 해도 이 정도나 되는 물품을 받으려면 세상 그 누구에게 맡겨도 불가능할 거다.
오로지 드워프만이 가능한 일.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진우는 드워프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에 있어서 최고의 보상이 존재했으니,
“이거 요번에 새롭게 담근 건데. 한번 시음 부탁드리겠습니다.”
“커험험! 그럼! 시음 부분은 내 담당이지! 전문가인 이 그룩 토르산에게 맡기라고!”
맥주에 살고 맥주에 죽는 드워프.
최근에는 진우가 만든 과실주와 약초주에 푹 빠진 그룩이었다.
* * *
다양한 멧돼지들과 폭발 화염초, 호롱 잎사귀가 가득한 칼날엄니 숲.
또, 일본에서 정복한 지그룸을 포함한 3개의 던전.
환경을 다양하게 확보하게 된 만큼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약초의 종류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펠기르브의 공략집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재배 방식을 배울 수도 있다.
물론 진우를 보조하는 것은 이것들로 끝이 아니다.
촤르르르륵-!!!
지금의 진우를 있게 만들어 준.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기라 할 수 있을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
“신용도는 쓸 곳이 많으니까.”
그간 업적이나 레벨업으로 쌓인 신용도가 적은 편이 아니긴 해도, 신용도는 진우에게 있어서 이제는 꽤나 귀한 자원이 되어 버린 지 오래.
허나 예전에 돈 없고 빽 없던 시절과 달리 지금의 진우는 돈도 많고 전성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에 빽도 많아진 지 오래다.
전 세계적으로 열린 유통 경로를 통해서 이제 돈이라면 언제든지 벌어들일 수 있게 된 진우의 입장.
그렇다면 한정적으로만 얻을 수 있는 신용도보다는 최대한 원화 쪽으로 굴리는 편이 이제는 맞다.
“어디 보자. 쓸 만한 게 있으려나?”
신용 상점보다 뒤떨어진다 뿐이지.
지구상의 어떤 경매장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의 내용물들.
하지만 좋은 효과를 자랑하는 것들은 대부분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은 편에 속한다.
이제는 웬만한 거금을 보유하게 된 진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싼 것들도 상당수.
진우는 야생 속 상점에서 가성비도 챙기고, 앞으로의 농사에도 도움이 될만한 물품을 찾고자 공들여 하나둘 뒤적거렸고,
“오! 바로 이거야!”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물품.
진우는 가타부타 따질 것 없이 곧장 일시불로 시원하게 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