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92
92화 범죄자를 위한 농장은 없다
“헉! 헉! 허어억!”
네 번째 뱀인 독사 그라바크는 정말이지 열과 성의를 다해서 달아났다.
“미친 새끼. 거기서 그 괴물을 부를 줄 누가 알았냐고!”
거대한 나무 정령을 소환수로써 부릴 때에는 제법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미물인 인간.
전투 능력도 그렇고.
자신의 막내였던 스바프니르가 약했기에 멍청하게 당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려던 찰나였었다.
쿠우웅-!
적어도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킁- 킁킁-
특유의 콧소리를 내뱉는 짐승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세계수의 이동 수단으로도 취급받는 청설모, 라타토스크.
하지만 과거.
아주 먼 옛날을 살아 온 이들은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이명을 알고 있다.
뱀 사냥꾼 라타토스크.
흔히들 뱀의 천적을 떠올리면 몽구스를 생각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
지구라는 차원에서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다.
빠른 스피드와 그에 걸맞지 않은 거대한 덩치, 거기에다가 세계수의 사랑을 한껏 받은 탓인지 독에 대한 절대적인 면역성까지.
무엇보다도 가장 최악인 것은 잡식성인 주제에 식욕도 왕성하다는 점이다.
괜히 세계수의 이동 수단을 자처하면서 돈을 대량으로 받겠는가?
전부 다 그의 먹거리를 구매하는 것에 사용되는 비용 때문이다.
라타토스크뿐 아니라 그를 따르는 일족 역시 어마무시한 식욕을 가지고 있었다.
그라바크도 그렇지만 직접적인 전투 능력으로는 가장 강력한 그녀의 오빠들, 고인과 모인조차도 라타토스크의 날카로운 앞니와 말도 안 되는 속도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예컨대, 천적 중의 천적이라는 뜻.
“……무서운 인간 놈.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이려나. 그 인간 놈이 오래 살면 살아남을수록 이곳에 더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을 테니.”
늘 축축하고 어두침침한 분위기의 나스트론드에 비해서 밝고 많은 것을 연구할 수 있을 듯한 환경.
다른 형제 자매에게도 라타토스크를 소환수로 다루는 인간을 조심하라는 소식을 전하며 그라바크는 현 상황을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안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에 빠져들었다.
* * *
자연 생태계의 허리를 책임지는 청소부로도 불리는 설치류.
귀여운 외모에 홀라당 속아 넘어가면 곤란한 것이 다람쥐든, 청설모든 간에 엄연히 육식을 할 줄 안다.
당장에 지구에서도 자신을 잡아먹으려 드는 뱀을 되려 단백질거리로 삼아 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을 정도.
그러나,
와작- 와자작-
오독- 오도도독-
아무리 그래도 다람쥐의 식인은 인간으로서 보기 거북한 건 어쩔 수 없다.
처음 만날 당시 자칫 체르가 말실수라도 했었다가는 자신도 저렇게 될 수도 있었던 일.
뭐, 그렇다고 해서 지금 먹히고 있는 녀석이 불쌍하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참 지독한 놈이네.”
진우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
그래도 누가 연금 협회 소속 아니랄까 봐.
곳곳에 각종 희귀한 약초와 독초들이 널려 있다.
허나 가장 큰 문제는 그것보다도 다른 쪽에 있었으니,
쿵- 쿠웅-
크어어어어-!
아까 전 파티에서 진우를 습격했던 괴물들이 속박당한 채 울부짖고 있다.
“사, 살려 줘. 살고 싶어!”
“주, 죽여 줘!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아직 인간의 지능이 소실되지 않은 채 살려 달라는 말과 죽여 달라는 말을 번갈아 외치는 괴물들.
개중에는 한글로 소리치는 괴물도 있었으니 기분이 썩 좋을 턱이 있겠는가?
“후우…….”
인간의 체형을 한 괴물들의 정체가 무엇일지는 대충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저 어림짐작하던 때와 직접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심정은 다른 법이다.
“킁킁, 흑마법을 연구하는 놈들이 원래 다 그렇지. 니드호그도 그렇고 음침한 것이 딱 그 짝이라니까. 그래도 은근 톡 쏘는 맛이 나쁘진 않어.”
“……아, 네.”
할짝이와 쌍두마차급으로 맞먹는 괴식가가 존재할 줄이야.
“그나저나 이분들을 되돌릴 수는 없겠죠?”
“킁.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는 이 정도로 변질된 이들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데?”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괴물의 외형을 하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흑마법을 다루는 연금 협회에게 당한 피해자들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인간’의 모습은 거의 다 소실된 지 오래.
최소한 인간의 인격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해 주는 것이 마지막 배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기다리거라, 선지자여.]진우를 부르는 대지모신 님의 말씀.
언제나 진우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가 될 일은 전혀 없었던 대지모신의 존재.
아니나 다를까?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에 의해 힘들겠지만, 태초의 아이. 그 아이가 각성한 깨우침으로 저들을 드루이드로 각성시킨다면 조화롭지 않았던 기운도 안정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자연인 그 자체이자 조화의 상징이기도 한 드루이드.
* 태초의 깨우침 : 태초의 아이가 마나를 소모하여 깨우친 이치를 모든 생명체에게 전달함으로써 드루이드로 각성시킵니다. 이미 각성된 상태일 경우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개인마다 1회만 적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해당 직업으로 인위적으로 각성시키는 것이 가능한 우리의 유진 공주님.
다만 그 전에 이곳에 있는 실험체들을 모두 들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해결법은 간단하다.
이미 한 번 탑승해 본 전적이 있는 라타토스크의 등에 붙어 있는 라타콜 호텔.
그곳으로 밀어 넣으면 아무리 많은 짐이라고 해도 옮기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은 일.
“잠시 저희 집에 들릴 수 있을까요? 여기에 있는 모든 건 라타콜 호텔에 적재하고요.”
“킁, 그럼 추가금이 붙을…….”
“대신에 맛난 요리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어떻습니까?”
“머, 먹을 거라고? 흐음, 좋아!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이제 겨우 두 번의 만남이지만 척하면 척이라고.
왕성한 식욕과 먹방을 통해 라타토스크의 특징에 대해서 눈치껏 파악해 낸 진우는 최고로 빠른 이동 수단을 통해 거의 순간이동을 하듯 집에 도착했다.
* *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지모신의 조언.
유진 공주님의 힘을 활용하라는 방법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크으으…….”
“여, 여긴 대체?”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외형을 하고 있었던 괴물들의 껍데기나 비늘이 뚝뚝 떨어지며 다시금 본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실로 아름다운 과정.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라면 아빠 된 입장으로써 딸내미가 괴물을 보고 마음에 충격을 받을까 싶은 점이었는데, 그러한 생각은 쓸데없는 것이었을까?
“아픈 거 나아라, 나아라!”
평범한 아이가 아닌 태초의 알에서 태어난 아이.
막대한 능력치뿐 아니라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성장한 모습은 평범한 인간의 성장 속도를 이미 벗어난 지 오래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상식 자체가 통하지 않는 강탈의 공주님께서는 겁먹기는커녕 ‘태초의 깨우침’을 사용하며 사람들을 원상태로 빠르게 회복시키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인신매매를 당해 실험 재료로 착취당한 피해자들에게 소소한 보상이 될지는 몰라도 ‘드루이드’로 각성되는 것은 꽤나 나쁘지 않을 터.
한 가지 문제라면 언제든 각성시킨 것을 취소시킬 수 있는 진우의 특성과는 달리 유진이의 것은 그러한 장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검은 머리의 짐승인 인간일지라도 ‘드루이드’는 뭔가 다르다는 점.
게다가 농사에 관련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거상인 체르라던가 조류 전문가 브락시온의 경우처럼 드루이드라고 해서 모두가 농부인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현재 진우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농작물들에 대한 독점권을 빼앗길 걱정은 없다는 뜻.
또 반대로 말해서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소리인즉슨 잘만 하면 이 모든 이들이 나중에 가서는 진우를 위한 전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각성자이기도 하니까.’
가뜩이나 전 세계는 물론이요,
연금 협회에서 마주한 그라바크라는 뱀을 비롯하여 총 여섯 마리의 뱀과 드래곤인 니드호그에게 견제를 받고 있는 입장이다.
힘이 많다고 해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는 뜻.
“어라?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허나 많은 이들이 치료 받고 있는 상황 속.
뜻밖에도 괴물의 외형이 벗겨지고 드러난 얼굴 중 진우도 알고 있는 얼굴도 하나 있었다.
일반적인 괴물들이 들어 있던 공간과는 달리 꽤나 고급진 곳에 있어서 평범한 인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 자일 줄이야?
“크흐읍! 빌어먹을 한수경! 너희들의 장난감이 될 것 같으…… 어? 누, 누구?”
“뭐야. 어디 갔나 했었는데. 그쪽도 잡혀갔었던 거야?”
“건방진!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소리를!”
“허 참. 다시 괴물로 돌려보내 줄까요?”
“……제, 제발 그, 그것만은! 무엇이든 할게! 아니지, 하겠습니다!”
아니, 툭 까놓고 말해서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그 말 잊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괴물로 돌아가서 죽임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꿀꺽-
과거 한국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S등급의 헌터이자 전 질풍 길드장이었던 김장혁.
더 나아가서는 정수아와 유리 자이스의 암살을 통해서 진우를 죽일 뻔했던 인물.
“어쨌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혹시라도 도망칠 생각은 안 하시는게 좋을 거예요. 보다시피…….”
“으, 으아아, 멈춰! 알았으니까 멈춰 줘. 제발!”
생각했던 것보다 쓸만한 인재-노예-를 확보해 내는 것에 성공한 듯싶다.
* * *
“일단 회복되는 대로 집으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 이곳에 그냥 계셔도 괜찮고요.”
괴물의 형태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회복된 수많은 사람.
진우는 그들을 속박하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중국은 물론이요, 중동이나 아프리카.
머나먼 유럽 등.
수많은 나라를 고향으로 두고 있는.
참 다양한 나라에서도 인신매매를 진행해 온 연금 협회의 행동에 혀를 내두르는 진우.
그들을 각자의 고향으로 데려다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현재 진우의 곁에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다람쥐인 라타토스크가 있었다.
“이거 맛이 좋구나!”
“원하시면 얼마든지 더해 드릴게요.”
“그럼 부탁하마, 신참!”
먹거리를 제공해 줌으로서 간단한 부탁 정도는 청할 수 있게 된 라타토스크.
물론 그 말에 반응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럼 나도…….”
“당신은 여기 무조건 있어야 되고요. 아니면 협회 측에 연락 넣어 드려요? 아, 물론 괴물로 다시 바꾼 상태로 말이죠.”
“…….”
어림도 없는 소리.
협회 앞에 몬스터의 모습으로 등장하면 남은 결과는 죽음뿐.
애초에 몬스터가 현대 사회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정도로 생각 없는 나라는 없으니까.
인권이나 자유 나름이지.
범죄자를 위한 생각은 적어도 현재 진우에게는 없다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