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라타토스크의 식사 시간
세계수의 반지에 탑재되어 있는 ‘자라나라 나무나무’.
솔직한 말로 ‘신화’ 등급치고는 그 효과가 상당히 애매하다.
민첩과 마력을 대폭 상승시켜 주는 것 외에는 사실상 탑재된 옵션은 거의 없다시피 한 반지.
허나 모름지기 아이템이란 지니고 있는 효과보다도 그걸 사용하는 이와 얼마나 잘 맞느냐가 더욱 중요한 법이다.
사아아아-
왼손에 깃든 유물 속 녹음의 힘으로 한층 더 강화되어 거대하게 자라난 아름드리나무.
그곳에 적어 넣은 ‘라타콜’.
하지만 나무의 쓰임새는 콜택시를 부르는 용도로 끝나지 않았다.
“나무의 정령이여, 일어나라!”
특성, ‘숲의 주인’을 획득하던 당시 함께 획득했던 진우의 스킬.
※ 나무의 정령이여 : 나무에 깃든 정령을 일으킵니다. 오래되거나 영험한 나무일수록 더욱 강력한 개체가 눈을 뜹니다.
오래되거나 영험할수록 더욱 강한 나무 정령을 깨우는 효과.
신화 등급의 아이템 효과와 더불어 녹음의 힘으로 강화된 나무의 영험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사아아아-
거기에다가 여기에서도 녹음의 힘으로 한 번 더 강화되어 이중 강화된 나무 정령이 몸을 일으킨다.
– 주인이시여, 명령을.
영험한 신화 등급에서 뽑아낸 나무로 생성된 영향인지 기존의 명령만 듣던 나무 정령들과는 달리 제대로된 에고까지 깃든 존재로 거듭났다.
스스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소환수.
당연한 말이지만 일일이 하나하나 다 명령을 내려야 하는 타 나무 정령들과는 뿜어내는 힘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후우웅-!
퍼어억!
가드들을 가볍게 유린하던 습격자들을 단 일격에 쥐 죽은 듯이 만드는 파괴력.
그나저나,
“이것들 사람이 맞긴 한 건가?”
“키아악!”
습격해 올 때부터 왠지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쓰고 있던 복면이 벗겨지자 드러나는 괴물 같은 몰골.
이 정도면 차라리 고블린이나 트롤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저, 저게 다 뭐야!”
“꺄아아악!”
이거 제압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복면은 괜히 벗긴 걸까?
기겁을 하며 난리가 난 사람들.
그러나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진즉에 알고 있던 진우다.
괜히 값비싼 콜택시까지 불렀겠는가?
– 또 온다, 인간.
– 이번에는 더 강한 놈들이야!
4대 속성의 정령들로부터 실시간으로 전해져 오는 소식.
그와 동시에 습격자들도 빠르게 등장했다.
노골적으로 진우만을 노리는 행동.
그러한 상황을 사람들도 인지한 것일까?
“물러서세요! 위험합니다!”
“저 사람은 괜찮은 거려나 몰라?”
“가드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저러다 손님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 그건…….”
“에이, 지금 그게 중요해? 착한 척하지 말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격전을 보게 될 줄이야. 이거 횡재한 기분인데? 즐기기나 하자고.”
은근슬쩍 뒤로 물러서는 가드들과 때아닌 구경거리를 즐기기 시작하는 초청객들.
중국의 가드들이 본연의 임무에 임하지 않는 거야 그러려니 싶겠지만, 남 일이라고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관람하는 꼴이라니.
‘쯧.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각국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의 오너이거나 정치와 끈이 이어진 이들이다.
‘나만 아니면 돼’가 뿌리 깊게 박힌 입장.
물론 모든 사람이 진우를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진우 씨! 저도 도와 드릴게요!”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정수아.
하급 정령 운디네만 다루던 때에도 강남 게이트에서 상당한 힘을 보여 준 그녀다.
이제는 중급 정령인 운다이르를 다루게 됨으로써 기존보다 더욱 강해진 상황.
그리고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괴물 습격자들이 자신만 노리는 건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딜러가 있는데도 탱커를 노리다니. 몬스터보다도 지능이 딸리나 보구만.”
높은 체력 능력치를 갖춘 각성자답게 탱커로서의 위용을 뽐내는 진우.
그렇게 어그로를 끄는 동안 정수아의 지원도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촤하아악-!
물의 중급 정령인 운다이르가 주는 한층 더 강화된 버프는 훌륭하기 짝이 없었다.
허나 괴물의 외형을 한 생명체 중에서도 상관은 있는 법인 걸까?
“……곱게 잡히면 서로한테 좋을 텐데 말이지.”
“곤충 다리에 잡히는 취향은 아니라서.”
등 뒤에 돋아난 8개의 거미 다리를 뻗으며 압박해 오는 복면인.
지금까지 괴물 같은 소리만 내던 이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스피드와 힘 모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진짜 S등급 각성자 수준인데?’
진우도 직접 겨뤄 본 적은 없는 데다가 수호 길드의 진아영만 마주한 적이 고작이기에 어림짐작할 뿐이지만 능히 S등급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힘으로 압박하는 복면의 거미.
그래도 소위 ‘템빨’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라고.
각종 신화 등급으로 둘둘 만 덕분에 생각 외로 버틸 만하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 바람처럼 날렵하게!
“그거 하나 못 하는 거야? 한심하게?”
“쳇. 갑자기 저렇게 빨라질 줄 누가 알았냐고.”
괴물 습격자가 한둘이 아닌 것처럼 복면의 거미와 비슷한 실력을 지녔으리라 예상되는 이가 더 있다는 점이다.
박쥐 날개를 펼친, 기괴한 외형을 지닌 인물이 나타났다.
늘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었다곤 해도 S등급의 각성자가 하나도 아닌 여럿이 모여 다구리를 치는 상황.
하지만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진우는 절망은커녕 되려 미소를 머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괴, 괴물이다!”
“진짜 괴물이 나타났다!”
“근데…… 갑자기 나타난 걸 보니 소환수인 건가?”
“의외로 귀여울지도?”
킁- 킁킁-
“반가워 신참! 부르는 방법 잊지 않고 있었구나! 그나저나 뭐냐, 저 기괴한 인간들은? 비상식량?”
“네. 그래도 선배님이신데 그냥 부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오호라! 그럼 진짜 먹어도 된다 이거지?”
“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킁킁, 그렇다고 비용을 깎아 주진 않을 거야!”
“물론이지요.”
현재 진우가 지닌 목적은 결판을 내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시간을 끄는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라타토스크.
새삼스럽지만 다람쥐.
아니, 청설모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명색이 설치류에 속하는 종족인지라 무엇이든 잘 먹는 잡식성을 지녔다.
보통 다람쥐나 청설모 하면 도토리나 나무 열매를 먹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잡식성 동물이다.
초식이나 벌레를 먹기도 하지만 육식을 못 하지는 않는다는 뜻.
물론 그렇다고 모든 설치류가 육식을 즐긴다는 것은 아니겠으나 라타토스크.
그의 덩치를 봐라.
킁킁-
꼬르르륵-
사람을.
아니, 다람쥐를 겉으로 판단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지만 너끈하게 육식을 할 수 있어 보이는 덩치다.
“거미랑 박쥐 고기가 은근 별미인 건 또 어떻게 알고. 우리 신참. 의외로 센스쟁이라니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거대한 자이언트 다람쥐는 콜택시로서의 사명을 시작하기 전 비상식량의 섭취부터 시작했다.
* * *
연금 협회의 수장과 국가 주석을 포함.
중국에서도 얼굴을 아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자.
주로 ‘그분’으로 통하는 인물이자 혼자의 힘으로 중국 연금술의 역사를 몇 보는 진보시킨 중국의 영웅.
그 과정에서 실험 재료로써 희생당해 죽은 사람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으나 그러한 것을 일일이 따졌다면 연구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희생이 있기에 결과물이 있는 법이지.”
당연시되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중국의 공안들도 한 수 접어 주는 권력자인 그에게 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권력자들은 그를 우러러보며 찬양하기 바빴다.
어딜가나 하나씩은 존재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그의 업적을 칭송하며 나라의 발전을 고마워하는 이들.
물론 그 희생당하는 ‘소’가 자신이 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까지 생각해줄 그가 아니다.
“크후후, 이번 재료는 무척 기대되는구나.”
성황리에 개최한 글로벌 파티.
표면상의 내용은 그러했으나 실상은 오로지 김진우.
핑크 인시리움과 각종 작물 등을 키워 낸 신비한 농부를 산 채로 포획하는 일이 목적인 함정이다.
물론 걸리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온다 해도 납치하는 것이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씨익-
전투직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었음에도 수확물 이전에 보여 준 수많은 활약.
특히나 자신은 심어 두었던 흑마법을 통해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성벽을 펼치며 거인의 손으로 가뿐히 공격을 막아 내는 모습을.
그때는 쓸 만한 실험 재료 정도로 생각했었거늘 설마 하거니와 그때 그 녀석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핑크 인시리움의 생산자였다니.
“반드시 손에 넣으리라.”
어떻게든 신체를 확보만 한다면 그다음은 약물을 쓰든, 뇌를 만지든 자신만의 방법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까득- 까드드득-!
이럴 때를 위해서 준비해 온.
중국은 물론이요,
세계 각국에서 한가락 하는 S등급의 헌터들을 재료로 만든 인조인간과 호문쿨루스들.
들어간 재료의 값어치를 하듯 웬만한 각성자쯤은 가볍게 발라버릴 정도의 강자였으니, 제아무리 거인의 손을 펼치던 농부라 해도 제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터다.
허나,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그때 보았던 거대한 바위 거인의 손이 아니었다.
뿌득- 뿌드드득-!
“……나무?”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급성장한 한 그루의 나무.
공격용으로도, 수비용으로도 애매한 나무 한 그루였다.
최후의 발악인가 싶은 것도 잠시.
나무의 쓰임새가 어떤 것인진 굳이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
꾸득- 꾸드드드득-!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가 소환수로 변화하는 모습.
하긴, 아무런 의미 없이 저런 것을 소환했을 턱이 없지 않겠나?
“확실히 나쁘진 않군. 고유한 힘이든 아이템에 깃든 것이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차피 어떤 힘이든 간에 자신의 인조인간으로 개조되면 결국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때까지만 해도 나무 소환수 따위는 2명의 호문쿨루스 정도면 충분히 제압하고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 저건 무슨…….”
그의 흑마법으로 연결된 호문쿨루스의 시야로 거대한 자이언트 다람쥐를 보기 전까지는.
척 보기에도 굉장한 고위급의 소환수.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그는 호문쿨루스라도 즉각 회수하려던 찰나였다.
우적- 우적-
“크윽!”
끔찍한 소리와 함께 연결이 끊어졌다.
충격에 귓가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 그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반적인 키메라라면 모를까.
상당히 공들였던 호문쿨루스의 사망으로 연결이 끊어진 충격은 적지 않을 터.
허나 그의 충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킁- 킁킁-
분명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듯한 짐승의 콧소리.
“세계수가 아니라 정말 이런 곳으로 와도 괜찮은 거야?”
“네, 물론이죠. 저기 비상식량도 있네요.”
“오오! 비상식량을 아주 푸짐하게 비축하겠어!”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오로지 자신과 개조된 인조인간들만이 알고 있는 아지트.
그곳으로 눈 깜짝할 새에 거대 다람쥐와 김진우가 도착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아, 안 돼……!”
와아앙-!
족히 수 세기를 살아남은 중국의 전설은 초라한 유언을 남긴 채 라타토스크의 한 끼 식사 거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