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39)
139 사고뭉치 갑옷기사단
왕의 아이야, 너는 기쁘지 아니한가.
어째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너를 해친 자들을 이 세상에서 없앴는데, 왜 화를 내고 있느냐.
우리는 너를 위해서, 오직 네가 기쁘기를 바라고 한 일인데, 어째서 화내느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소리치면 인간은 화가 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에 무지해, 처음 왕의 아이를 보살필 때는 수없이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오래 보다 보면 알게 된다.
인간은 화가 나면 얼굴이 일그러지고 거친 목소리가 나온다.
첫 번째 왕의 아이도, 두 번째도, 그 뒤의 아이도 그랬다.
인간의 피를 받아, 인간처럼 화낸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왕의 아이가 아끼거나 사랑하는 자를 다치게 했을 때나 생기는 일이다.
우리 왕의 아이를 위해 적을 베어냈을 때는 화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왕의 아이를 위해 수많은 적의 목을 베었을 때, 먼 옛날의 그 아이는 분명 기뻐했을 것이다.
큰 소리로 시체를 향해 웃고 있었다.
우리를 향해 웃어 주었다.
다른 아이도 비슷했다.
그러니 분명 이건 기쁜 일일 터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왕의 아이는 어째서 화내는가.
우리는 당황했다.
인간은 화가 나면 소리치는 게 아니었던가.
저것은 기쁠 때 내는 소리인가.
기쁠 때 웃는 것처럼, 지금의 큰 소리도 기쁠 때 내는 것이었나.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나.
왕의 아이야, 너는 지금 기쁜 것이냐.
우리는 너를 기쁘게 했는가.
그렇다면 우리도 기쁘다.
네가 웃으면, 비록 우리에게 입이 없고 소리가 없어도 웃게 된다.
[왕의 아이야… 웃어라…] [… 왕의 아이야….] [… 네가 웃으면 우리도 기쁘구나….] [… 우리 왕의 이이야, 계속 그렇게 웃고 있어라….]우리가 너를 위해 적을 베어오리니, 웃고 있어라, 우리 왕의 아이야.
*
캄캄한 밤, 달이 휘영청 밝게 떠 있다.
그 아래, 몸에서 둔한 빛을 발하는 거대한 갑옷기사가 창을 높이 든 채 말을 타고 서 있었다.
하나같이 긴 창에 인간의 머리를 꿰뚫고서.
베어낸 게 아니라 잡아 뜯었는지 목 아래 피부는 찢어지고 핏줄이 길게 늘어졌다.
그런 머리가 창 하나마다 사탕 꿰어 놓은 것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어떤 창에는 한둘이지만, 어떤 창에는 거의 열 개나 되는 머리가 꽂혀 있다.
어떻게 밀어 넣었는지 이상할 정도로 굵은 창에 가지런히 머리가 박혀 있었다.
개중에는 귀족으로 보이는 여성의 머리도 있었다.
귀걸이를 한 얼굴에, 알알이 보석 박힌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다.
퀭한 눈이 마치 망가진 인형 같다.
참혹한 모습에 저절로 시선이 비틀어졌다.
“무슨 일이에요?”
타티아나의 목소리가 방 입구 쪽에서 울렸다.
궁금해서 내 뒤를 따라온 모양이다.
무역도시에서 식인개미 굴을 발견했을 때 타티아나도 험한 모습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것과 이건 다르다.
그때는 마수와 전투 중이었지만 지금은… 하아… 타티아나는 아직 사회고 전투고 압도적으로 경험이 적으니 이런 걸 보면 분명 꿈에 나올 거다.
악몽이 된다.
“안 돼, 타티아나. 들어오지 마.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말이 끝나기 전에 할머니가 타티아나를 불렀다.
“라파 말대로겠구나. 아가, 너는 들어오지 않는 게 좋겠다.”
할머니가 타티아나보다 조금 빨리 온 모양이다.
바깥 상황을 한눈에 알아보고 곧바로 타티아나를 잡았다.
할머니는 마법사가 아니다.
직접 사람을 죽이거나 싸운 적은 없을 텐데 의외로 놀라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장면을 많이 보았던 걸까.
공작부인이라는 자리는 의외로 피에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어쩌지.
갑옷기사는 모두 스물여섯.
그들이 가진 창은 대나무에 철조각 붙인 것처럼 좁고 가느다란 게 아니다.
손아귀에 꽉 찰 정도로 굵은 손잡이에, 그보다 더 굵은 철봉이 갑옷기사의 키보다 훨씬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서로 창을 겨눈 채 말 타고 달려가는 시합 있잖아.
그런 데 나오는 창과 비슷하게 생겼다.
다른 게 있다면 갑옷기사가 가진 창은 철로 된 것이고 더 길다는 점 정도일까.
그런 굵은 창에 사람 머리가 구슬 꿴 것처럼 여러 개씩 꿰뚫려 있는 거다.
게다가 그 머리 중 상당수는 분명히 귀족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왕국의 수호자니 뭐니 해도 아무 귀족이나 잡아 죽이면 분명히 문제가 될 거다.
아니, 된다.
분명히 돼.
“이놈들!”
저절로 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아니, 정말로 이 녀석들은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고 온 거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온다.
아, 정말 어쩌면 좋지.
내가 머리를 감싸 쥐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옆에 와서 섰다.
“저 여자는 에블린인 것 같군요.”
아버지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 있는 남자의 머리는 다뷔토 백작이구나.”
“… 저주를 걸었던 건 저들이었나 보네요.”
“저주 되돌리기라고 했었나.”
만찬 시간에 타티아나가 저주에 관해 설명해 준 걸 떠올린 모양이다.
할아버지가 중얼거리며 머리를 저었다.
“새벽이 되자마자 폐하를 만나 뵈어야겠다. 저 안에는 내가 아는 마도구사도 여러 명 있어. 한두 명이 아니다. 폐하 귀에 다른 말이 들어가기 전에 사정을 설명하는 편이 좋겠구나.”
설마 다 죽인 건 아니겠지.
저주 되돌리기는 시술자한테 저주가 돌아가는 것이다.
설마 가문 전체가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저주한 건 아닐 테니 죽은 이는 여기에 있는 사람뿐일 거다.
그래도 너무 많지만.
“….”
아니, 잠깐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저 창에 꿰뚫린 머리에 단순한 하인으로 보이는 자도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다뷔토 백작가가 마도구사 가문이라 해도 설마하니 단순한 하인이 마도구 개발에 참여하는 건 아닐 것이다.
설마.
“너희들… 네놈들… 설마 몽땅 다 죽이고 온 건 아니지… 그건 아니겠지….”
망연히 중얼거리는데, 뭘 어떻게 생각한 건지 갑옷기사들이 머리 주렁주렁 매달린 창을 내게 내밀었다.
그 모습이 마치 건배하자고 말하는 것 같다.
“이 멍청한 놈들아! 지금 그딴 분위기가 아니야!”
이놈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내 고함을 아이들이 즐거워 꺄꺄 소리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일이 생길 거다.
뭐든 초기에 버릇을 잘 들여야 하는 법이다.
나는 뚫린 벽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목표는 가장 앞에 있는 갑옷기사다.
그 녀석은 다른 놈들보다 훨씬 많은 머리를 창에 꿰뚫어 달고 있었다.
대장급이거나 가장 성격이 난폭한 놈일 거다.
뛰어내리면서 곧바로 주먹을 내지른다.
갑옷기사의 몸뚱이는 조금 휘청였을 뿐이지만, 투구는 크게 충격받으며 훌쩍 뒤로 날아갔다.
전설의 목 없는 듀라한 같다.
“이 웬수야! 사람은 장난감이 아니야. 한 번 죽으면 되살리지 못한다구.”
말을 해도 알아들을 것 같지 않지만 어쨌든 설교다.
주먹으로 설교해 주마.
나는 울분을 가득 담아 갑옷기사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투구와 갑옷의 팔이나 다리, 몸뚱이가 제각기 날아가 떨어졌다.
갑옷이라는 건 원래 몸통, 팔, 다리가 다 제각각인 걸 하나씩 조합해 착용하는 것인데, 이놈들은 묶는 그 단계가 없는 모양이다.
조임 없이 그냥 붙어 있는 듯, 내가 때릴 때마다 분해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내 행동에 놈들이 당황한 것 같다.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저희끼리 쳐다보며, 몇 놈은 우왕좌왕 나를 피해 구석으로 몰려갔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서로 대화하고 있는 걸 거다.
얘 미친 거 아니니, 뭐, 그런 식으로.
빌어먹을 놈들아, 미친 건 네놈들이다.
생각하니 또 화가 나네.
냅다 달려가 투구 뒤통수를 때리자, 갑옷기사가 말에서 굴러떨어진다.
갑옷기사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그리고 결국엔 어디론가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슬금슬금 내게서 거리를 띄우고 저택 반대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들이 어디론가 영영 가버린다면 좋지만,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 단순히 이 자리만 피하자는 듯하다.
‘안 돼, 그랬다가 또 다른 가문이 멸문당하면….’
나는 두들겨 패는 걸 그만두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나는 어쩌면 좋지.
어떻게 하면 이 말썽꾸러기들을 완전히 쫓아 보내거나 아니면 얌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한숨이 백 배 농축되어 입으로 흐른다.
뇌가 한숨이 되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죽은 사람들의 눈동자가 마치 나를 탓하는 것처럼 어두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 정말 이 웬수들을 어쩌나.
문득, 저택에서 몇 명이 나와 말 타고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뷔토 가문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러 가는 모양이다.
‘제발 멸문은 아니어야 할 텐데.’
이곳에 있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안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소원이라고 부른다.
몇 시간 뒤 다뷔토 백작가를 확인하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자, 나는 그들의 말을 듣기도 전에 어깨를 푹 떨어뜨렸다.
귀신처럼 하얗게 된 그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다뷔토 백작가의 건물은 총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당주가 사는 본택과 연구동 세 개, 그리고 각종 실험을 하는 건물입니다만, 저희가 갔을 때는 어떤 건물도 제대로 서 있지 않았습니다. 백작가 부지 안의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마도구사 상당수가 정체불명의 기사단에 의해 죽었다고 합니다.”
“….”
“….”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사람이 죽은 거야 그렇다 쳐도 건물까지 모조리 무너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건 전해 들은 이야기냐, 아니면 실제로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것이냐.”
할아버지가 묻자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사람이 대답했다.
“제가 직접 목격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믿기지 않아, 제가 직접 부지 안을 모두 돌아다니며 확인했는데, 모든 건물이 거의 뿌리만 남아있었습니다.”
“그걸 누가 그랬다고…?”
할아버지가 다시 묻자, 남자는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
“여러 사람의 말을 들었습니다만 모두 동일합니다. 거대한 갑옷을 입은 기사단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건물에 다가가 창을 휘두르거나 몸으로 부딪치니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자기 말이 믿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자는 마지막 말을 하기 전에 조금 주춤했다.
아, 정말 이 웬수들을.
내가 어깨를 떨어뜨리는데 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제가 조사한 바에서도 적을 괴멸했다는 이야기는 여러 건 있었지만, 이번은 확실히 과하군요. 저주에 자기들 일부가 쓰였다는 점에 분노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버지 말대로일까.
어쨌든 그 녀석들이 말썽꾸러기라는 점은 변함없다.
앞날이 구만리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거다.
아, 정말로 앞날이 구십만리다.
내가 어깨를 떨어뜨리자, 할아버지가 힘내라는 듯 툭툭 쳤다.
“죽은 사람의 숫자는 대략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느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마 다뷔토 백작가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적어도 그곳에 있던 마도구사의 2/3는 확실하게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은 사용인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다뷔토 가문은 마도구사 중에서 우리 가문과 비슷한 위치인데…. 그토록 많이 죽다니, 이건 나라 전체의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군. 한동안은 마도구사가 상당히 귀하겠어.”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말하자, 할아버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다.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괜찮다. 당분간은 혼란스럽겠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아직 하늘이 캄캄한데 어느새 사무관들이 출근한 모양이다.
일부는 왕도에 따로 집을 갖고 있지만, 공작가 안에는 그들을 위한 숙소가 있다고 들었다.
아마 거기에서 자던 이들이 모두 뛰쳐나온 걸 거다.
그럼에도 사무관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그중 한 명에게 손짓하자 가까이 다가왔다.
사무관의 손에는 언제 잡았는지 종이와 목탄 연필이 들려 있었다.
“우리와 계약하고 있는 마도구사 가문에 연락을 보내게. 지금의 상황을 전하고 당분간 마도구 개발에 시중 물건을 포함하라고 해. 공작가와 친분이 있거나 양호한 관계를 입은 가문에서 요청이 오면 협력해달라고 하고….”
할아버지의 지시가 이어진다.
어머니 때문에 다뷔토 백작가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공작가는 다른 마도구사 가문 여러 곳과 계약해 각종 마도구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이 시대는 대부분이 혈연 지연 학연 등 연줄로 이뤄진다.
연줄이 없으면 단순한 장작 패기 일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걸 메꿔주는 것이 길드지만, 마도구사처럼 연구와 개발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아무래도 길드의 소개만으로는 어렵다.
거기에 주목한 할아버지는 각 지역에서 싹수가 보인다 싶은 마도구사를 발굴해 계약한 가문에 맡겨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그렇게 발굴한 자들은 대부분 어린 마도구사 새싹으로, 이제 나이가 제법 들어 정말 마도구다운 마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 다뷔토 가문의 빈자리를 모두 메우지는 못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게다가 다뷔토 본가에만 마도구사가 있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다뷔토 가문의 가장 뛰어난 자들은 모두 왕도 본가에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어느새 사람들을 모아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다뷔토 가문의 생존자를 구하러 갈 거라고 한다.
타티아나와 공작가의 의사도 함께 가는 모양이다.
할아버지가 말에 탄 아버지를 올려다보였다.
“얘야, 나는 아무래도 지금 왕궁에 가봐야겠다. 이곳의 지휘는 너에게 맡기마. 왕궁으로 계속 소식을 보내다오.”
아버지가 고풍스러운 태도로 가슴에 손을 대며 몸을 조금 숙였다.
부자의 대화가 아니라 당주와 후계자 간의 공식적인 말로 받은 모양이다.
아버지가 말머리를 돌리며 나를 보았다.
“라파, 너는 할아버지와 함께 가거라. 갑옷기사는 아마 네 뒤를 따라갈 거다. 왕이 직접 그들을 눈으로 보는 편이 이해가 빠르겠지. 할아버지 말에 반론하지 못할 거야.”
아버지는 그 말만을 남기고 어머니와 함께 저택을 떠났다.
분명 우리 중 가장 약한 사람인데, 왠지 그 등이 누구보다 강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