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4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3화
카카는 들고 온 ‘그것’을 내게 보였다.
“이렇게 만들면 되나?”
“좋아, 모양은 그럴싸하네.”
카카가 들고 온 것은 활이었다.
아지트에 있던 노끈과 튼튼한 나뭇가지를 이용해 어설프게라도 좋으니 활과 화살을 만들라고 시켰었다.
화살촉은 없이 사선으로 깎아 뾰족하게 만든 활이라 조잡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토끼 정도는 잡을 수 있겠지?
‘새삼 카카 녀석의 손재주가 정말 좋다는 걸 알게 되는군.’
“흐읍!”
활을 당겨보니 흉내만 낸 것 치곤 상당한 강궁이 되어 있었다.
‘으음! 당기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자극이 느껴져!’
활 시휘를 쭉 당겨 보자, 후면 삼각근과 삼두에 짜릿한 자극이 느껴지고 말았다.
이거 조금만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면, 케이블 류의 운동도 가능할 것 같은데?
“좋아, 아주 잘했어 카카!”
“헤헤, 난 그냥 사냥꾼 어른들 거 보고 기억나는 대로 했을 뿐이다!”
한창 아웃도어 라이프를 동경했을 때, 활을 배운 적이 있지.
자아, 눈앞의 토끼를 향해 활시위를 걸고-.
피융!
퍼억! 끼엑!
“야잇, 아무리 그래도 단번에 성공하면 너무 편의주의적 전개잖아!”
어렵지 않게 화살이 토끼를 관통해 명중했다. 오늘 먹을 양식도 무난히 구하겠군.
“두 마리만 더 잡고, 나머지는 뛰어서 맨손으로 잡아보자.”
“에, 어째서?”
“그래야 트레일 러닝 훈련이 될 거 아냐!”
쉽게만 가면 어디 무슨 재미냐. 좀 어렵게 가야지!
그래서 세 마리째 잡고 난 뒤엔 카카와 나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토끼를 맨손으로 사냥했다.
‘어우, 새삼 두 발로 뛰어다니며 사냥하자니 생각보다 더 빡세네?’
“응?”
끼에엑!
이 겁나 익숙한 비명 같은 소리는…….
불쑥!
역시나, 이빨이 삐죽 튀어나와 있는 네발짐승, 지긋지긋한 고라니다!
“고라니라니! 여기까지 와서도!”
고라니와 흡사하게 생긴 짐승이 풀숲에 튀어나왔다.
놈은 우리를 멍하니 보다 화들짝 놀라 도망갔다. 아직은 쫓아가기엔 너무 빠르다.
‘지금은 토끼 한 마리 잡는데 전력을 써야 하지만……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내 두 발과 두 손만으로 잡아 주마!’
그런 마음을 먹으며 사냥을 끝내고 아지트로 돌아왔다.
“오, 로헨. 오늘도 빠르다!”
푸크와 우르, 에이크는 내가 시킨 대로 덤불이나 잡초로 무성한 밭을 정리해가며 채집을 했다.
“음, 좋아. 앞으로 이 밭에 우리가 작물을 심어서 계속 생산해낼 거니까. 깔끔하게 정리해 두자.”
“어떻게 키우냐?”
“그냥 냅두면 크는 거 아니냐?”
이 녀석들에게 농사를 가르쳐 주는 것도 한세월이겠군. 솔직히 나도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응?”
그러다가 난 밭 한 귀퉁이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 이건?”
“저 넝쿨을 들추니까 있었다!”
“무거워서 옮기느라 힘들었다!”
‘허어, 여긴 대체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던 곳이지?’
제대로 된 탄력봉과 원판도 그렇고, 이런 것도 그렇고. 진짜로 헬창이 살던 곳이었나?
문제의 물건은, 여러 가지 크기의 귀퉁이가 난 사각형 돌덩이였다.
그 귀퉁이에는 나무 손잡이가 꽂혀있던 흔적이 있었다.
야외에 방치되어서 나무는 다 삭아 부서져 있었지만.
난 그걸 보자 뭔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건 석쇄공이다.’
석쇄공이라 함은, 과거 중국의 무술인들이 수련을 할 때 쓴 중량 기구.
현대의 헬스러들은 그걸 ‘케틀벨’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다!
“흐흐흐흐…….”
“뭐, 뭐냐 로헨…….”
“왜 갑자기 그런 눈으로…….”
“로헨, 사냥하는 눈빛이다……!”
[퀘스트 획득] [퀘스트 목표 : 회원들에게 중량 트레이닝을 시켜주십시오!] [퀘스트 보상 : ‘초보 트레이너’ 칭호 획득. 카리스마 수치 증가.]“오늘, 너희들에게 중량의 기쁨을 맛보여 주지!”
나를 두렵게 바라보는 녀석들에게 선언했다.
*
식량을 비축하고, 성대한 저녁식사를 한 후,
“너희들, 오늘은 이걸 해 볼 거야.”
“어?”
쿵!
나는 넷의 앞에 찾아낸 석쇄공, 아니 석재 케틀 벨을 내려놓았다
총 네 개, 작은 것부터 4,6,8,10kg짜리다. 어떻게 이렇게 딱 규격이 맞냐?
어떻게 알았냐고? 나 정도 헬창이라면 들어봐도 무게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법이지!
“맨손으로 하는 운동은 질렸지? 이제 이거로 더 빡세게 운동을 시작해야지. 이건 케틀 벨이라 하는 거다!”
“캐툴벨……?”
“보여 주도록 하지!”
먼저 가장 무거운 12kg짜리를 들어보였다.
다음으로 두 발을 넓게 펼친 자세에서 무릎을 약간만 굽히고는, 다리 사이 빈 공간에 케틀 벨을 두어서.
“마지막으로 케틀벨을 이렇게, 휘두르는 거다! 흐읍!”
부웅!
둔근과 원심력을 응용한, 가장 기본적인 케틀 벨 운동인 ‘케틀 벨 스윙’이다.
데드 리프트처럼 전신 근육을 아주 효과적으로 조질 수 있는 좋은 운동이기도 했다.
“봤지? 이걸 10개, 1세트로 다섯 세트 하는 거야.”
“오오…….”
“뭔가 생각보다 쉬운 것 같다?”
“로헨이 하는 저 타력봉? 같은 거로 하는 것보다는 쉬운 것 같다!”
“그래, 쉬운 거 맞아. 지금 너희들에게 맞는 무게니까.”
가장 힘이 약한 카카에게 4kg, 푸크, 우르 순대로 더 무거운 걸 준다.
“가르쳐 준 대로 시작해. 에이크, 넌 이거.”
에이크에겐 내가 쓰던 12kg짜리 케틀벨을 건네주었다.
쿵!
에이크는 휘청거리며 케틀 벨을 땅에 떨어트릴 뻔했다.
“윽! 무거워…… 내가 왜 제일 무거운 거야?”
“지금 넷 중에서 네가 제일 힘이 세니까. 당연하지.”
“아…….”
그 말에 에이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솔직한 녀석.
“하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게을리 하면 순식간에 저 셋에게 뒤쳐질 거야. 봐.”
후욱! 후욱!
흐랏! 크악!
캬악! 구왁!
삼총사는 곧바로 의심 하나 없이 케틀벨 스윙을 돌입했다.
땀을 흘리며 숨을 토해내며 저마다 열심히 스윙 동작을 하는 걸 본 에이크는,
“나, 나는 로헨 너보다도 더 강해질 거다!”
“좋지! 자, 어서! 10회 시작!”
쿠와앗!
열심히 스윙을 시작하는 에이크를 보니 훗, 웃음이 절로 나왔다.
‘회원님, 살 빼고 싶으신 거잖아요!’
‘남자친구에게 최고의 몸매를 보여주고 싶으신 거죠?’
‘다음 체전에서 꼭 입상권에 들고 싶은 거잖아! 그럼 닥치고 덤벨 들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근육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보람.
새삼 전생의 보람이 다시 느껴져서 웃음이 터졌다.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 획득 : ‘초보 트레이너’ 칭호 획득]칭호라?
‘오호, 칭호라는 것을 획득하면 특전이 붙는군?’
10%라니, 그럼 10회 반복을 하면 11회 반복을 한 효과가 나온다는 건가? 쩔잖아!
“좋았어! 자, 다음 세트도 계속!”
이런 특전을 얻고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나도 곧바로 데드 리프트 시작이다!
‘카카에게 부탁해서 스쿼트랙을 간이로라도 만들게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원판을 단 탄력봉을 번쩍 들었다.
[근력이 증가하였습니다] [근지구력이 증가하였습니다.]“자, 마지막 세트!”
오직 중량과 자극을 위해서, 근육을 움직이는 뜨거운 소리만이 우리들의 아지트에 맴돌고 있었다.
당연지사, 입만 아프게 쓸데없는 대화는 필요 없다.
철과 땀 그리고 근육과 근육!
아아, 이 얼마나 득근득근한 밤인가!
*
“날이 더워졌군.”
이 세상도 사계절이 있는 모양인지 순식간에 태양이 이글거리고, 더워 죽는 계절이 됐다.
“후에에…… 더워어…….”
“물을 마셔도 마셔도 목말라!”
그동안 나와 삼총사는 빠르게 근 성장과 성장을 거듭해왔다.
[기본 정보]이름 : 로헨 코르막
종족 : 하프오크
체력 : 82/100
키 : 160cm
[근육 발달도]-골격근 : 28%(13%)
-체지방 : 7%(33%)
-목 : C(15%)
-가슴 : C+(6%)
-왼팔 : C+(8%)
-오른팔 : C+(7%)
-복부 : C(39%)
-왼다리 : C++(22%)
-오른다리 : C++(13%)
-엉덩이 : C+(20%)
[운동 능력]-최대 근력 : C-
-순발력 : C+
-지구력 : C+
[특수능력치]-카리스마 : E+(9%)
-매력 : E(13%)
[스킬]-근육 조작 : E+
처음엔 키가 140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키도 순식간에 크기 시작하더니, 오늘부로 160이다.
‘허허, 이게 10대 초반 언저리 나이 아이의 피지컬이라 이거지?’
벌써 생전 내 키인 165에 육박하고 있다.
이 성장세라면 진짜 몇 년 안에 키 2미터를 넘는 제이 커틀러 급 근육덩어리가 되는 것도 가능하겠는데?
하지만 사실 고민이 들긴 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폭발적인 성장세도 최근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 성장이 초기를 지나서 주춤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
그것도 고민스럽지만, 지금은 이 더위가 문제다.
“더워…….”
“숲으로 들어가면 그늘 때문에 좀 나아질 거야.”
나머지 넷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10대 초반이라 생각 못할 만큼 키가 크고 근육이 나오기 시작했다.
몸이 가벼운 카카의 경우 달리기에서 나보다 더 빠를 때도 있고, 푸크는 순수한 근력이, 우르는 균형 잡힌 몸에 순발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에이크는 역시나 나 다음으로 상당한 근매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젠 각자에게 맞는 트레이닝을 지도해 줘야겠군.’
하지만 우선은 일단 먹을 단백질 공급원, 즉 사냥이 우선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고라니를 잡는다!”
사실 내가 먼저 잡는데 성공했지만. 활의 힘을 좀 빌리긴 했지.
“오오…….”
“야야, 이거 반응이 왜 그래? 드디어 너희들이 기대하는 숲속 사냥인데.”
라고 하지만 더위에 지쳐있는 게 이해는 된다.
“좀만 힘내자. 이번에 내가 고라니를 잡는 요령을 보여줄 테니. 너희는 몰아가는 것만 도와줘.”
“으, 응!”
“맡겨라, 로헨!”
그나마 에이크와 우르는 의지가 강한 녀석이라 금방 내 말에 따라준다.
“자, 우선 저쪽, 커다란 나무 있지? 그쪽에서 반대편으로 소리를 지르며 열심히 뛰어와. 그러면 분명 숨어 있는 고라니가 뛰어올 거야.”
고라니보단 사슴이면 좋겠지만, 사슴보다 멍청하니 잡기 편하지.
“그럼 미리 숨어 있던 내가 반드시 뛰어서 놈을 잡을 테니까. 알았지? 그럼 시작한다!”
힘들어도 내 말에 열심히 따라주는 녀석들을 속으로 격려하며 난 검은 숲의 경계선 인근 덤불에 몸을 숨겼다.
“후우, 덥긴 덥구나……. 대구 경북 분지 정도쯤 되는 더위는 되겠어.”
그러고 보니 아직 이 검은 숲도 경계면 조금 안쪽 정도밖에 들어가 보지 않았다.
‘이 세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둘 필요가 있어. 더 멀리 나아가 봐야겠는데.’
[상태 이상 : 무기염류 부족] [상태 이상 : 운동 효율이 15%감소합니다]‘무기염류 부족, 즉 염분 부족이라 이거군.’
얼마 전까진 스튜나 고기가 싱거운 것 말곤 아쉬울 게 없는 소금 부족이 새삼 문제가 되었다.
‘이런 산속에서 소금을 어떻게 찾는다? 짐승들처럼 흙이라도 파먹어야 하나?’
고민하며 위를 보며 한숨을 쉬던 찰나,
뚝!
“억! 뭐, 뭐야-어?”
뭔가 입에 뚝 떨어져서 새똥인가 했는데, 갑자기 강렬한 짠맛이 느껴졌다.
[상태 이상 : 무기염류 부족 해소] [상태 이상 상태에서 회복됩니다]“소금이었나? 하지만 난데없이 소금이 왜? 아-.”
위를 올려다보니, 하얀 결정이 엉겨 붙은 붉은 열매가 보였다.
“붉나무 같은 건가?”
완전히 같진 않지만 비슷하다. 시골인 본가 근처 산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산에서 트레일 러닝을 했다가, 염분 부족이 생겨서 급하게 붉나무 열매를 먹어 해소한 적이 있었지.
와아아아!
우워어어!
잠깐 추억에 잠겨있던 찰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두두두두!
직후 고라니가 달려가는 발소리도 들린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기다려-.’
까우우!
“지금!”
투확!
나는 곧장 수풀에서 뛰쳐나왔다. 눈앞에, 이빨이 긴 고라니 한 마리!
“잡았다! 우오오오!”
내 오른손엔 4kg짜리 케틀벨이 들려있다.
이거로 놈의 머리를, 한 방에!
뻐어억!
키에엑!
‘젠장, 실수했다! 녀석의 머리가 아니라 어깨에 맞았어!’
녀석이 크게 타격을 입고 휘청이지만 그래도 아직 여력이 남은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놓칠 것 같냐-!”
즉시 쫓아간다. 트레일 러닝으로 단련된 내게서 도망칠 순 없을 거다!
“우오오오!”
얼마 전까진 따라갈 수도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따라잡을 수 있다!
게다가 한 방 맞아 타격을 입은 녀석이라면 더더욱 간단히!
“잡았다!”
끼에에엑!
콰악!
쿠당탕!
몸을 날려 고라니의 목을 잡고 테이크 다운!
“가만히 있어 이 자식!”
끼에엑! 키엑!
특유의 비명을 지르며 고라니는 발버둥 치지만, 단련된 내 목 조르기에서 벗어날 순 없을걸!
“미안하지만, 얌전히 우리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달라고! 크으으으!”
뿌득!
단련된 육체는 조르고 당기는 힘만으로 고라니의 목을 부러뜨렸다.
“후우!”
“로헨!”
“잡았나?”
뒤늦게 달려오는 카카와 우르에게 난 잡은 고라니를 들어 씩 웃었다.
“그, 그런데 큰일 났다!”
“어?”
“푸크랑 에이크가 달리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아, 이런. 좀 더 신경 쓸 걸 그랬나. 뭐가 문제인지는 대충 짐작 간다.
마침 해결책도 있어서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