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31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30화
“로헨, 시끄러.”
“3대 측정하는 데 집중 안 되잖아.”
어느새 180에 가까운 키에 어느 헬스장을 가도 헬청년으로 인정받을 만큼 커진 카카와 우르가 투덜거렸다.
‘아니 이쉑끼들이 사람…… 아니, 오크 만들어 놨더니 건방지게!’
“흐읍”
3대 측정을 하던 우르가 220kg 스쿼트를 들어 올린다.
“오, 우르. 이제 너도 3대 500을 넘겼다!”
“크하아! 당연하지!”
우르는 기쁘다는 듯 소리치지만 난 한숨만 쉴 뿐이다.
“이제 3대 500을 못 치는 건 카카 너뿐이다!”
“난 유산소 능력 좋잖아! 내가 맘먹고 뛰면 못 따라오면서!”
계절이 몇 번 더 바뀌는 동안 오크 잼민이었던 사총사 모두 완연한 오크 청년이 되었다.
어벙하고 멍청하던 말도 빠릿빠릿, 머리도 잘 돌아가고, 나와 동급으로 운동에 미친, 헬창 그 자체가 되었다.
“그렇지, 시티드 로우 머신을 새로 개발해 봤어. 무게도 더 늘었는데 한번 해 볼래?”
그런가 하면 카카는 이제 그 손재주가 절정에 이르러, 내가 적당히 그리고 설명만 해 주면 산에서 나는 재료만으로 운동 기구를 척척 만들어낸다.
“보기엔 그럴싸하네. 그럼 어디.”
지금 내가 앉은 것도 재료만 나무와 돌, 약간의 쇠와 힘줄, 나무 섬유질일 뿐, 완벽하게 시티드 로우 머신이다.
“흐음!”
원판들에 더불어 추가로 다듬은 돌을 무게추로 사용했다. 꽤 묵직한 감각이 오지만-.
“어떠냐, 로헨?”
“괜찮긴 해. 근데…….”
“이것도 로헨이 만족스러운 무게는 못 내는구나.”
나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지금 미칠 것 같이 나가고 싶은 이유는.
“근 성장이 되질 않아!”
근육도, 나 자신에게도 정체기가 와 버렸기 때문이다.
*
“오, 로헨!”
“이거 봐라! 보리들, 엄청 빨리 자라고 있다!”
“조금만 더 익으면 수확해서 먹으면 될 것 같다!”
“그렇네.”
별 기대 안 하고 시작한 야생 보리를 이용한 농사는 뭐, 그냥 심어놔도 뭐든 미친 듯이 잘 자라고 있다.
보리뿐만 아니라 콩, 새로이 찾아낸 각종 견과류들, 심지어 버섯들까지. 심는 족족 겁나 잘 자란다.
‘그동안 농사를 안 지은 휴경지 오브 휴경지라서 그런가? 나중에 지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윤작이나 기초적인 비료 만들기 같은 것만 알려 주고 난 뒤 천재지변만 없으면 잘 되겠는데.’
솔직히 내가 굳이 뭐 더 할 것도 없어서 편해서 좋고 잘 돼서 좋긴 한데…….
‘좀…… 허무하다.’
“사냥감들은?”
“먹고 남은 고기로 만든 육포가 한가득이다. 그 정도 양이면 겨울을 두세 번은 나고도 남을 거야.”
나와 사총사가 이끄는 사냥꾼들이 워낙 사냥감을 잘 잡아대다 보니, 이젠 고기가 넘쳐나서 남는 걸 보존식으로 만들기 바쁘다.
너무 많이 잡아대다간 산의 짐승들이 씨가 마를지도 모르니, 오히려 사냥하는 숫자를 조정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다.”
컹! 커엉!
내 곁에 달려온 레타가 반갑게 짖었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녀석은 또다시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제는 제 어미인 하얀 갈기 이상의 크기다. 게다가,
하얀 갈기가 그랬듯. ‘산의 가호’라던가 하는 걸 가진 듯, 녀석은 붉은 숲과 검은 숲의 늑대들을 통솔하는 거대 무리의 리더가 되었다.
그런 거대한 늑대지만, 지금 내 앞엔 그저 꼬리를 흔들며 컹컹대는 강아지에 불과하다.
‘주둥이가 시뻘건 거 보니, 뭘 또 잡았군.’
“무슨 일이야?”
아우우우!
녀석이 하울링 하자, 표범인지 퓨마인지 모를 미묘하게 생긴 녀석이 피투성이가 된 채 늑대들에 끌려왔다.
“아, 저 녀석이 침입하려고 했나?”
레타가 통솔하는 붉은 숲과 검은 숲의 늑대들은 핏빛함성 부족의 마을 전체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마을을 노리는 그 어떤 짐승도 숲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잡혀서 놈들의 먹잇감이 되거나,
레타가 직접 내게 주는 선물이 되어버릴 뿐이다.
커엉!
“좋아, 잘했어.”
나는 주머니에서 페미컨을 간식 삼아 꺼내 주었고 레타는 신나게 먹는다.
늑대 주제에 강아지라니까 아주.
‘뭐 그런 고로…….’
식량 생산도, 부족의 수호도, 뭣도 이제 딱히 내가 직접 나설 일이 없다.
결론, 이젠 정말 내 손을 직접 대야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정말 미치도록 지루하다.
쇠질에 더 힘을 쏟았지만, 성취감이 없으니 호르몬 부스트도 나오질 않고,
이미 자랄 대로 자란 근육은 이미 프라이빗 짐의 덤벨, 케틀벨, 탄력봉과 원판의 무게로는 성장을 위한 자극이 오지 않는다.
그나마 근손실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게 위안이지. 위대해라 오크의 근육이여.
“로헨, 엄청 지루해 보인다.”
“그래, 지루하다.”
이대로 성장을 멈추게 되는 건가.
이대로 슬란 산맥의 영주 따위가 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건가?
“……야 너희들.”
나는 날 따라다니던 사총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잠깐 사냥이라도 갈까? 우리끼리?”
내 말에 사총사는 다들 반색하고 씩 웃었다.
*
뭔가 풀리지 않고 복잡할 땐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다.
쇠질도 그럴 땐 잠시 멈추고, 지금은 그저 이 대자연 속을 뛰어다니며 사냥에 몰두하는 게 좋았다.
빠악!
꾸에엑!
볼트 호그 만큼이나 거대한 워트 호그가 내 주먹 한 방에 머리가 깨져 드러눕는다.
쇠질 같은 것보다야 훨씬 기분 전환에 도움은 되지만.
‘이젠 이 녀석들조차 내 주먹 한 방인가.’
언젠가 주먹질 한방에 모든 적을 이기는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를 봤었지. 이제 그 심정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이젠 사냥으로도 과거 하얀 갈기나, 핏빛털과 상대하던 때의 그 희열을, 그 스릴을 느낄 수 없었다.
“로헨…….”
“오랜만에 이 녀석은 통으로 구워 먹자. 자, 그럼.”
푸스스슥!
“응?”
숲이 흔들렸다.
뭔가 이상하다, 이런 식으로 숲이 무언가에 의해 흔들리는 건 처음 본다.
“뭐야?”
“호그들의 대장도 아니고, 뭐지?”
뭔가 알 수 없는 것의 등장에, 나는 경계보다는 다시 떠오르는 스릴에 전율을 느꼈다.
그 순간,
“으, 으아아 사람살려어!”
“……어?”
흔들리는 숲의 방향, 나무들 사이에서 뛰쳐나온 건.
“인간?”
눈앞에서 뛰쳐나온 것은 분명히 인간이었다.
녹색인 오크의 피부와 다른 하얀 피부, 유약해 보이는 어린 인상, 그리고 몸을 감싸는 수도사 분위기의 옷.
이 세상으로 전생한 지 처음 보는 인간이었다.
‘수도사? 사제?’
“으-.”
그리고 당연히,
“으, 으아아악! 오크다-!”
“으아악 인간이다아아-!”
‘아니 푸크, 네가 왜 놀라냐! 깜짝아!’
그 수도사는 경악하며 멈춰 섰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어떻게 뭐라 말을 해야 하나?’
근데 오크의 언어가 녀석들에게 통하나?
“@#$%^-!”
‘아 역시, 인간의 말은 제대로 뭔지 알아들을 수가 없구나.’
일단 겁먹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표정으로, 몸짓으로.
‘어쩔까? 일단 진정시켜야 하나?’
내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 있던 찰나,
“우오오오!”
“엥?”
“히익!”
수도사(가칭)의 뒤쪽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네발 달린 짐승의 실루엣은 아니라 두 발로 일어선 실루엣이다.
‘곰인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 형체에 털이 부족함을 알았다.
“에엥?”
심지어, 긴 검까지 들고 있다.
‘딱 봐도-.’
큰 칼에 덥수룩한 수염, 후줄근한 옷차림, 흉터 난 험상궂은 표정의 오크보다 못생긴 얼굴.
아, 이거 그거네. 산적.
“뭐야 이거, 웬 시퍼런 녀석이 있어?”
‘어, 들린다.’
산적이 하는 말이 똑똑히 들리기 시작했다. 왜?
모습은 큰 차이 없지만, 녀석들이 오크어를 할 리도 없고,
‘뭐지? 자동 번역인가? 편리하네.’
“뭐야, 마르두크 교단의 사제란 녀석이 오크 따위에게 빌붙은 거야?”
“히이……! 제,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마르두크 교단의 사제를 건드리시면-.”
‘아, 역시 저 사람 사제 맞네.’
“아 거 신이 저주라도 내리신대? 그럼 난 이미 앳저녁에 뒤졌어야지! 야, 시퍼런 오크! 넌 꺼져!”
‘허, 이건 좀 신선한 경험이네.’
어린 시절엔 온갖 시비를 다 당해본 나지만 몸을 만들고 나선 나에게 감히 먼저 시비를 거는 녀석은 없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몸이 크고, 심지어 엄니가 나 있는 험상궂게 생긴 오크인데.
‘저 산적 놈은 뭘 믿고 날 무시하는 거람?’
빡치기 이전에, 신기했다. 그렇다고 나보다 더 몸이 큰 것도 아니고, 돼지 새낀데?
“제, 제발 자비를!”
“자비는 너희 신께 빌라고!”
“…….”
“……어.”
나는 슬렁슬렁, 산적과 사제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칼 맞아 죽는 걸 보는 건 기분 더러워.’
“이건 또 뭐야!”
“오, 오크가……?”
“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쯤하고 가시지. 괜히 피 튀기지 말고.”
카아히! 쿠, 르크하 무르크 차-!
로헨의 말은 사제와 산적의 귀에는 오크의 언어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뻐드렁니 새끼가 뭘 끼어들고 지랄이야! 얌전히 숲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아아, 그런 거였군.’
이 세계에선 오크가 인간을 피해 틀어박혀 숨어 살다 보니 오크가 얕보이고 있구나.
‘좋아, 슬슬 빡친다.’
“이 오크 새끼가 꼴아보면 어쩔 건데!”
부웅!
놈이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제대로 된 검을 보는 건 처음이지만,
터억!
“……어?”
‘그래봐야 핏빛털의 앞발 휘두르기에 비하면 하품 나오네.’
놈이 휘두른 검은 내 손에 허무하게 턱 하고 막혔다.
휘두른 힘도 약한데다, 나의 갑각 가죽이나 다름없는 손의 피부조차 날이 베지 못한다.
“어, 어?”
“거, 사람이면 말로 좀 하시지.”
휘익!
“어억?!”
날을 잡고 슥 당기니 쑥 하고 산적의 손에서 검이 빠져나갔다.
“오, 로헨. 그거 뭐야? 칼이야?”
“그래. 이렇게 큰 건 처음 보지?”
카카가 불쑥 나와서 그것에 신기해하며 눈을 반짝였다.
‘영 조잡해 보이는데, 어디.’
빠캉!
살짝 날을 잡고 힘을 줬더니, 힘없이 부러져 버렸다.
“아, 부러졌다. 뭐야. 되게 약하네.”
아무리 그래도 칼이 이렇게 쉽게 부러져서 쓰나.
“히익!”
산적은 그걸 본 순간 뭔가 잘못된 것을 직감하고, 겁에 질려 온 방향의 반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부웅- 빠악!
“케엑!”
그 녀석의 뒤통수에 카카의 돌팔매질이 날아들었다. 결과는 뭐, 수박이 깨진 모습이 되었달까.
“잘했어 카카.”
“방금 그거 인간이었냐?”
“응. 그런데…….”
나는 카카에게 부러진 칼을 건네주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기묘한 앙크 십자가를 쥐고 중얼대고 있는 인간 사제에게 다가갔다.
“빛의창조주마르두크시여그대의영광으로이피조물에게시련을이길힘을주시옵고신께서명하신길을나아갈용기를…….”
“저기.”
“으히익!”
그냥 말만 걸었을 뿐인데 사제는 세상이 멸망한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곤란하군, 나는 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할 순 없으니, 어떻게 의사소통을 한담?’
아니, 애초에 내가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거지?
[스킬 해금 : ‘근육 분석술’]“엥?”
[스킬 ‘근육 분석술’의 사용으로 상대의 음성 신호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근육 만능이잖아!’
속으로 딴죽을 걸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성대를 움직이는 것은 근육이다. 이론상으론 문제가 없다.
‘그럼, 어디-.’
[스킬 : 근육 분석술]이 스킬로 우선 저 인간의 목과 입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분석한 뒤,
[스킬 : 카피]이것으로 그 움직임을 따라 한다.
“……어, 나.”
“헉?”
사제는 내가 어눌하게나마 인간의 말을 하자 기도하는 것도 잊고 헉 하고 숨을 삼켰다.
“나, 이름, 로헨.”
“오, 오크가…… 오크가 인간의 말을?!”
“나, 우리, 너, 해치지, 않다.”
‘제대로 말을 하긴 한 건가?’
라고 생각했더니, 사제의 얼굴이 순간 오묘하게 바뀐다.
마치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듯이.
‘그러고 보니, 사제 혼자 왔나?’
사제가 홀로 이 깊은 산에 들어왔어? 왜?
“으, 으…….”
하지만 역시 두려움이 아직 더 큰 것 같다.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얼어붙어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펄럭!
나는 핏빛털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벗어 던지고, 나의 깎은 듯한 데피니션의 근육을 선보였다.
“오랜만이다!”
“로헨의 포징!”
[스킬 : 포징]“자! 인간! 보라!”
“어…….”
“나의, 이, 근육, 한 점, 거짓, 없다!”
과연 나의 포징이 인간에게 먹힐지 보자고.
“…….”
아, 뻘쭘하잖아.
무리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