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9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8화
“세 가지의 운동으로 경쟁하도록 하죠.”
내가 제안한 것은, 삼종 경기. 이른바 ‘크로스핏’이었다.
부족의 마을 입구에서 출발해서 채집 활동을 주로 하는 ‘하얀 숲’ 인근으로 이동한 뒤, 아지트와 검은 숲 인근이 있는 곳을 통과해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오는 대략 2km 정도의 거리.
그저 빠르게 달리면 만사일 수 있는, 달리기 경주일 수 있겠지만.
“달리는 길에는 긴 통나무를 놓아서 뛰어 넘어갈 수밖에 없는 장애물을 놓습니다.”
나는 여기에 일반적이지 않은, 장애물들을 더했다.
“하얀 숲 쪽에 모임 장소로 쓰이는, 두 개의 평평한 쌍둥이 바위가 있죠? 거기서 바로 이 동작을 20회 수행합니다.”
나는 그 돌 정도 되는 높이의 받침대 위에서 손을 대고 푸쉬 업을 해 보였다.
“그 다음 길에도 통나무로 장애물을 놓습니다. 그걸 모두 넘어가 하얀 숲 인근에 ‘벗겨진 나무’라고 하는 커다란 나무가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박살 낸 듯 껍질이 벗겨진 커다란 나무다.
그리고 정확히 키 150 남짓의 어린아이가 매달리기 좋은 수평으로 뻗은 나뭇가지가 양쪽에 하나씩 나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턱이 가지에 닿을 정도로 팔로 잡아당겨 끌어올리는 겁니다. 이걸 10회 합니다.”
“어어?”
그리고 마찬가지로 통나무 장애물이 놓은 길을 달린 뒤,
“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모두가 보는 가운데 이 동작을 15회 합니다.”
푸쉬 업을 한 후 점프하는, 토 나오게 만든다는 그 맨몸 운동 ‘버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을 중앙에 있는 제일 커다란 이 솥을 세게 치면!”
터엉!
나는 손으로 솥을 쳐서 소리를 내었다.
“바쿠라가 끝나고, 가장 먼저 솥을 쳐서 소리를 내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다들 내 말을 듣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오크생에서 듣도 보도 못한 것일 테니까.
하지만 이건 크로스핏, 그중에서도 ‘스파르탄 레이스’라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스파르탄 레이스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 수준이지만, 애초에 10살짜리가 할 레이스잖어!
“아니, 왜 그런 걸…….”
에이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당연하다. 처음 듣는 방식일 테니까.
생소한 것을 쉬이 받아들일 정도로 뇌가 말랑말한 녀석이라면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테고.
당연히 거부감이 먼저 들거다.
“그런 듣도 보도 못한 걸로 바쿠라를 치른 건 이전에 한 번도 없었던…….”
“그래서,”
하지만 나는 여기서 바로 급발진 시키며 절대 못 물러나게 할 마법의 단어를 하나 알고 있지.
“쫄?”
“뭐, 뭐? 그게 무슨 말…….”
“질까 봐 해보기도 전에 쫄리냐고! 이 근질 허접한 겁쟁아!”
“이 뼈다구 자식이!”
당연히 에이크는 펄펄 날뛰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중요한 말은 하지 않기에 나는 에이크를 노려보며 다시 똑똑히 말했다.
“그러니까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 그것부터 확실히 정해! 어서!”
“으, 으…….”
에이크는 마치 허락을 기다리는 듯 급히 고개를 돌려 체이카를 바라보았다.
“음…….”
하지만 체이카조차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로서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라 어떤지 바로 판단이 잘 서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해라.”
“혀, 형?”
당황한 체이카의 눈동자 속에 에이크의 단호한 표정이 어렸다.
“핏빛함성 부족의 전사는 아래의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 그것이 전사다! 예외는 없다. 해라.”
“으, 응…….”
‘흠, 판단을 형에게 일임한다라, 역시 나약한 동생이라니까.’
이미 정신머리에서부터 글러먹은 거다! 이 지방 함량 35% 이상인 고도 비만 녀석아!
“바쿠라는 내일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 마을의 입구에서 시작한다. 각 종목 단계마다 전사들이 서서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수를 세며 심판을 볼 것이다. 아울러-.”
체이카가가 나를 노려보며 이죽이듯 말했다.
“출발 시간에 늦는다면 즉시 패배로 간주할 것이다.”
도망치지 마라!
그 눈동자엔 그런 말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며 체이카는 에이크와 함께 떠나간다.
“야, 돼지!”
내 말에 흠칫 돌아보는 에이크.
나는 씩 웃어 보였다.
“너도 늦지 마라! 늦잠 자서 싸우지도 않고 이겼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으으으……!”
내 도발에 에이크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으르렁거렸다.
“따라와!”
하지만 체이카가 그를 채근해서 데려갔다.
그러면서 마치 나보고 들으라는 듯이 에이크를 다그친다.
“한 가지는 확실히 하겠다. 에이크.”
“어, 어? 형?”
“만약 저 로헨 따위에게 지면, 넌 내 동생이 아니다. 그런 각오로 해라.”
“혀, 형…….”
에이크는 그렇게 차갑게 내뱉고는 먼저 멀리 가버리는 체이카를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곤 이를 악물며 나를 다시 노려보며 소리쳤다.
“망할 놈의 뼉다구 로헨…… 박살 내버리겠어!”
*
“로헨.”
“아, 족장님.”
일이 조금 정리되고 나서야 버라던 영감님이 아지트로 돌아가는 찾아왔다.
“소동을 일으킨 모양이구나.”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 영감님은 맨날 은근슬쩍 나한테 찾아오곤 하는데 왜인 걸까?
‘분명 다른 아이들보다 나한테 관심이 더 기울이는 건 확실한데 대체 무슨 관계지?’
문득 그게 궁금한 나를 향해 버라던 영감님이 진중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바쿠라에 패배한 자의 운명은 가혹하다. 알고 있겠지?”
“각오한 바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음?”
결투는 패배한 자에게 늘 가혹하다. 하지만, 과거 스포츠맨이었던 내게.
패배를 누구보다 많이 맛본 내겐, 동의하기 힘든 것이다.
“패배를 맛보더라도, 그걸 통해 더 성장할 겁니다.”
“흠…….”
버라던 영감님은 잠시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다가, 이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쿡 웃었다.
“그걸 결정하는 건 승자뿐이다. 그건 알아 둬라.”
그럼요. 그러니 전, 승자가 될 겁니다.
“네 그 장난도 들키지만 않으면 뭐라 하진 않겠다.”
그 말에 내가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그럼 의미에서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부탁?”
내 말에 바라던 영감님의 미간에 굵은 계속이 파였다.
“진정한 승자의 명예를 위해서죠.”
“흠. 말해 보거라. 일단 들어는 볼 테니.”
그의 허락에 내가 생각한 바를 말했다.
“진정 그리 생각하느냐?”
내 생각을 전부 들은, 그는 더더욱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걸 이참에 확인해 보시죠. 아까 말하신 것처럼 뭐든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알겠다.”
바라던 영감님은 그러더니 그걸 끝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다시 혼자 남겨진 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이란 말이지.’
사실 내게 방해만 되지 않는 것만 해도 나한텐 무척 고마울 따름이지만.
“일단 대비는 했고. 자, 그럼 돌아가 볼까!”
아지트에 당도한 나는 기세 좋게 아지트의 문을 열었다.
“로헨!”
“로헨! 모두 들었다!”
역시 삼총사가 기쁘게 소리치며 당연하다는 듯 날 맞았다.
무섭다더니 이젠 나보다 더 아지트에 잘 있네.
“에이크와 바쿠라를 한다고 들었다!”
“괜찮은 거냐? 에이크, 쎄다!”
“아무리 로헨이 강해져도 지금 에이크한테, 괜찮겠나?”
“괜찮아, 이것들아.”
나는 셋에게 바쿠라의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어, 로헨 그거.”
“우리랑 늘 하던 운동 아니냐?”
“그래. 우리가 늘 하던 운동이지. 그리고 에이크는 전혀 모르는 운동이고.”
확실히 내가 지금 미친 기세로 근 성장과 육체 성장을 이루곤 있지만, 아직은 분명 에이크 쪽이 더 체격도 근육량도 크다.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또한 녀석은 지금 지방 함량 35%를 초과한, 이른바 건강한 돼지 상태다.
“우리가 하는 맨몸 운동은 몸이 가벼운 게 훨씬 유리해. 그러니 이 방식이면 내가 반드시 이길 거야.”
“오오오!”
“에이크, 우리보다 나이 많은 형들도 못 이겼다!”
“그런 에이크 이기면, 로헨 최고다!”
그래, 퀘스트 그대로 나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서열을 정리해 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언제나 적은 제4의 길로 오는 법이다.
당연히 예상치 못한 트러블이 이번 바쿠라에서 생길 거란 확신도 든다.
아무리 그래도 에이카가 체이카의 동생인 이상. 동생이 패배하게 내버려둘 성격은 아닌 것 같거든.
대충 어떤 식으로 개입할지도 예상은 가니까 말이야.
이런 시합에 부정이 끼어드는 건 현대에서도 꽤 많았거든.
현대 세계나 판타지 월드나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다니까 진짜.
아, 이렇게 예상하면 예상 못 한 트러블은 아닌가?
어쨌든 지금은 좀 더 확실히 이길 준비를 해야 한다.
*
아침이 밝았다.
나는 해가 뜨기도 전에 일찍 마을의 입구에 당도해 있었다.
웅성웅성!
“허어, 엄청 많네.”
거의 모든 부족민들이 온 듯 했다.
아주 주변이 오크들로 버글버글거린다. 하긴, 이번 일은 구경거리 하나 없는 무료한 이곳에서 좋은 볼거리 이벤트겠지.
그런 분위기에 삼총사도 흥분해 있었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로헨!”
“로헨, 여기서 에이크를 이기면 모두가 로헨을 다시 볼 거다!”
“알았으니까, 부탁한 대로 물이나 빨리 줘.”
먹을 건 아침에 일찍 먹고 왔다.
이젠 충분히 수분을 보충해 유산소 운동에 대비할 차례다.
‘솔직히 이렇게 유산소 운동을 진지하게 준비한 적은 처음이네.’
전생에서도 유산소 운동 선수들 근력운동을 봐주면서 정보를 얻었었다.
“쟤가 로헨이구나!”
“얼마 전만 해도 뼈만 남아 있던 녀석 아니었어?”
저마다 나를 가지고 뭐라 웅성거리지만 지금은 경기에 집중할 때다.
“훗! 훗!”
나는 가볍게 뛰면서 몸에 피를 돌게 한다. 마치 엔진을 예열하듯 워밍업(Warming Up)을 한다.
이렇게 해야 몸의 전력을 낼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거다. 괜히 일찍 온 게 아니지!
“저 아이가, 그 배신자의……?”
‘응?’
“쉿! 조용히! 그걸 말하면 안 돼!”
‘무슨 소리야? 배신자?’
뜬금없이 들려온 소리에 잠시 멈칫한 순간,
오오오!
그 순간 아이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에이크.”
기고만장한 근육 돼지 녀석, 에이크가 왔다.
“이야. 늦잠 안 잤네? 코 골며 자느라 안 올 줄 알았더니?”
“그 주둥아리를 다물게 해 주겠다, 로헨!”
에이크는 역시 으르렁거리며 적의를 불태우는 중이다. 저러다 급성 고혈압 걸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래, 그 초조함. 과도한 흥분은 자신의 실력을 깎아먹을 뿐이지.
잘한다! 더 해라!
체이카가 앞으로 나섰다.
“어제도 말했듯이 전사들이 달리는 길을 중간에 보면서 혹시나 부정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감시할 거다.”
‘흐음, 예상한 대로 체이카의 부하들이 심판인가.’
역시나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겠지. 뭐, 상관없다.
‘그런 상황에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으면 이번 승부의 의미가 없으니까!’
“자, 준비는 됐나?”
결국 에이크는 워밍업이니 그런 준비도 없이 나한테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마을 입구에 서라.”
나와 에이크는 나란히 마을 입구, 문이 여닫히면서 생긴 가로선에 섰다.
“죽인다, 죽여 버린다 로헨!”
‘그냥 레이스일 뿐인데 아주 그냥 살기가 넘치네.’
여기까진 내가 의도한 대로다.
“출발하라!”
터-엉!
체이카가 마을 가운데 걸린 커다란 솥을 내리치는 것으로 스타트 신호를 했다!
파밧!
나와 에이크가 거의 동시에 출발했다.
“가라, 로헨!”
“저 멧돼지를 이겨!”
“에이크, 잘해라!”
“뼉다구에게 본때를 보여 줘!”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응원을 뒤로한 채 에이크와 내가 금방 들판으로 달려 나왔다.
“헉! 헉! 헉! 헉!”
에이크는 역시나 예상대로 시작부터 나에게 뒤쳐져 있었다.
벌써 숨을 헐떡이며 내 뒤에서 따라온다.
호흡도 조절 안 하고 무작정 전력으로 달려 나갔으니 당연히 저렇게 되는 거다.
난 달리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너무 거리가 벌어지지 않게 했다.
솔직히 이대로 한 방에 거리를 벌릴 수도 있지만, 그래선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따라오라는 듯 에이크의 앞을 알짱대는 것이다.
“어휴! 돼지 에이크 벌써 끝이냐?”
“로오헤에엔! 이 뼈다구가아아! 허억헉!”
고함치느라 숨이 벅차 하면서도 다시 페이스가 빨라진다.
그렇게 계속 나는 에이크를 이끌며 달려 나간다.
일종의 페이스메이커인 셈인데 당연히 안 좋은 쪽으로의 페이스 조절이다.
저렇게 체력을 낭비하게 만들면 뒤로 갈수록 페이스가 흐트러지게 되니까 말이다.
벌써 첫 번째 장애물이 다가왔다.
나와 에이크의 앞에 커다란 통나무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그 옆에는 통나무를 가져다 놓고, 심판도 겸한 체이카의 동료 오크가 서 있다.
“하앗!”
나는 먼저 통나무로 뛰어갔다. 아주 큰 통나무는 아니지만 열 살 몸에는 나름 큰 장애물이다.
그런데-.
“캬하핫!”
“이 녀석이……!”
정직하게 장애물을 뛰어 넘어가는 나와 달리, 에이크는 대놓고 장애물을 피해 달렸다.
“너 이 자식, 제대로 안 해!”
“뼉다구 말 따윈 안 듣는다! 헉헉!”
나는 심판 역을 한 성인 오크를 돌아보았지만, 놈은 내 시선에 그저 비열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역시! 딱 예상대로군!’
하지만 그렇기에, 내 심장은 더욱 격렬히 박동 친다.
상대가 이런 치졸한 짓을 할 때, 박살 내 줘야지 압도적인 승리라 할 수 있지!
“으라앗!”
나는 정직하게 장애물을 넘어서 갔기에 오히려 에이크에 뒤쳐졌다.
좋아, 이제 진지하게 달려 보자!
콰아!
“윽?!”
내가 벌어졌던 거리를 순식간에 다시 좁혀오자 에이크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하앗!”
나와 에이크는 동시에 딱 푸쉬 업에 적당한 높이의 석재에 도착했다.
턱!
“하앗!”
나는 먼저 푸쉬 업을 시작했다.
“으, 으?”
여기서도 심판으로 있는 건 체이카의 부하. 아마 에이크도 푸쉬 업 따위 하지도 않고 그냥 갈 생각이었을 터.
하지만-.
“핫! 하앗! 하앗! 핫”
나는 일부러 보란 듯 기합을 내지르며 열심히 푸쉬 업을 했다.
그 기세에 에이크도 순간 눈길을 사로잡혀 발이 멈췄다.
“뭐 하냐? 에이크 안 하고!”
“어?”
나는 대놓고 에이크를 돌아보며 씩 비웃어줬다.
“설마 이 뼉다구 로헨도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건가?”
“윽!”
에이크를 움직이는 건 오직 기존 오크 소년 무리의 ‘일진’이라는 헛된 자부심뿐이다. 실질적으로 그런 걸 자부심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웃기는 소리지만.
하지만 그 하나 남은 그걸 살살 건드려 주면,
“건방진 로헨이! 누가 못 한대!”
이렇게 조종당하는 거지. 정말 단순하다니까.
“후욱! 후욱!”
에이크도 뒤늦게 날 따라 하지만, 역시나 자신의 무게 때문에 속도가 밀린다. 동작도 낯서니만큼 더더욱 느릴 수밖에 없고.
“훅, 후욱! 훅!”
그 와중에, 나는 벌써 푸쉬 업 20회를 전부 끝냈다. 놈은 아직 10회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먼저 간다 돼지야!”
“크아아! 로헨!”
“에이크, 됐다! 그만 해!”
보다 못한 심판이 노골적인 편들기에 나선다.에이크는 그 말에 일어나더니 찡그린 얼굴로 으르렁대며 내 뒤를 따라온다.
“로헨-!”
하지만 이미 녀석의 체력은 벌써 떨어져 있는 상태. 하지만 난 아니지!
“으라앗!”
팍! 파팟 팟!
이 정도 장애물 따위 날아가듯 넘어갈 정도로 쌩쌩하다!
“흐아아……!”
이번에도 장애물을 넘지 않는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에이크와 내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에이크가 숨을 헐떡이며 뒤쳐질 때, 나는 벌써 ‘벗겨진 나무’에 도착했다.
“하압!”
벗겨진 나무에 도착하자마자 점프! 그대로 나무의 수평 가지에 매달렸다.
“턱걸이, 10개! 하앗!”
에이크가 채 도착하기도 전에 나는 턱걸이를 시작했다.
“에이크! 그냥 지나가! 빨리!”
“시끄러! 로헨이 하면, 나도 할 수 있어!”
“에, 에이크!”
편들어줄 심판의 만류에도 녀석은 바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를 따라 턱걸이를 시작했다.
“크악! 크아! 하앗!”
처음 세 개 가지는 제대로 하는 것 같았지만-.
“크, 으으으…….”
역시 세 개부터 제대로 몸을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다.
“훗! 후웃! 훗!”
반면 나는 가볍게 턱걸이를 계속한다. 여섯, 일곱, 여덟!
“크으으으!”
“그만 됐다! 에이크, 그만 하고 어서 출발하라니까!”
“로헨이 하는걸! 내가! 못……할리가!”
아홉, 열!
“후아!”
나는 순식간에 턱걸이 10회를 끝내고 땅에 내려왔다.
“이번에도 먼저 간다!”
“크으으?”
“왜? 거기서 그만두려고?”
“…….”
“뭐 못해도 괜찮아. 사실 못 할 수도 있지. 이해할게. 오크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럼 난 먼저 간다!”
마지막 도발을 남겨두고, 나는 먼저 출발했다.
이거로 녀석과의 거리는 압도적으로 벌어질 터!
“로헨 주제에…… 로헨 주제에에!”
“됐다! 에이크, 그만 하라니까!”
“크아아아!”
남겨진 에이크는 오기에 차 계속 턱걸이를 하려고 하지만, 이미 지친 팔은 몸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에 심판이 강제로 에이크를 가지에서 끄집어 내렸다.
“체이카 말 못 들었어? 넌 로헨에게 이겨야 한다니까!”
“으……!”
“빨리 뛰어가! 안 그러면 진다! 어서!”
“제, 젠자앙-!”
에이크는 분한 듯 내 뒤를 쫓아온다.
‘너무 예상대로만 진행되니까 이거 너무 재미가 없는데?’
그 말이 씨가 된 걸까?
사건은 바로 이 다음에 일어났다.
이건 나도 미처 예상 못 한 사건이었다.
*
“흐음?”
한창 뛰어가 검은 숲 인근쪽, 우리 아지트도 얼핏 보일 정도 즈음에 도달했다.
대충 코스의 2/3 정도 되는 거리.
역시 검은 숲 인근이라 부족민에게 꺼려지는 곳이라 심판(체이카의 부하)들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는데?’
마지막까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서 힘의 우위를 보여줘야, 녀석의 콧대를 확실히 꺾어줄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일부러 녀석이 따라올 만큼만 뛰어서 거리를 조정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에이크가 따라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포기했나? 아니야, 그 녀석이 재수 없는 녀석이긴 해도 자존심이 걸린 일을 쉽게 포기할 녀석이 아닌데?’
솔직히 안 될 걸 알면서도 내 모습이 안 보이기 전까지 턱걸이를 시도하는 모습은 꽤 보기 좋아보였다.
나름 근성은 있어 보였으니까. 쓰레기 속에서 의외로 쓸 만한 물건을 본 느낌이었달까?
‘그러니 절대 포기할 녀석은 아닌데, 무슨 일이 있나?’
그런 생각에 거의 뜀을 멈추기 직전이었다.
“으, 으아아악!”
“……!”
저 뒤에서 에이크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젠장, 진짜로 무슨 일이 있는 거잖아’
뒤에서 불어온 바람을 타고 내 코끝에 어떤 냄새가 어른거렸다.
짐승 특유의 누린내, 그리고 피 냄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