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lter ego is becoming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80)
흑막 사냥 (1)
“야, 야! 한잔하고 다 털어버려!”
호프집 테이블 맞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술을 권했다.
오랫동안 질리도록 들어온 십년지기 죽마고우 강태산의 목소리였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네가 더 아까웠어. 그렇잖아! 천하의 한성현이 뭐가 아쉬워서 여자 하나한테 빌빌거리며 끌려다녀? 그동안 말은 안 했는데 내가 너 그러는 거 볼 때마다 얼마나 답답하던지···.”
아무 말 없이 친구 놈이 따라주는 술을 받은 나는 그것을 단번에 목구멍으로 털어 넘겼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위화감.
하지만 실연의 아픔을 알코올의 취기로 억누르던 나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얼마 전에 전 세계가 떠들썩해지는 뉴스가 하나 있었죠? 지구 전역에서 활동하는 범세계적 테러 집단의 수괴가 마침내 미국에서 체포되었다는 속보였는데요. 그 ‘■■■’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이 추가로 전해졌습니다. 이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내려진···.
나는 가게 한편에서 들려오는 뉴스 소식도 대충 한 귀로 흘려들으며 만취할 때까지 술을 퍼마셨다.
그러다 변기를 끌어안고 떠나간 인연을 부르짖으며 추태를 부리다가 연신 주위에 사죄하는 친구 놈에게 끌려 나와야 했지만···.
뭐,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지 않겠는가?
그 정도야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일 뿐이었다.
‘···잘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전화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번호를 지우지 않았던 게 천추의 한이었다.
기어코 차단당해 버린 지금에서야 아무래도 좋은 문제였지만 말이다.
‘걔 성격이면 옳다구나 하고 주변에 소문내겠지. 어쩌면 녹음까지 했을지도 몰라.’
내 직업은 프리랜서 영상 편집자였다.
처음엔 고등학생 때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내신이고 수능이고 다 포기하고 이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쪽 일에 적성이 있었는지 나름대로 인정을 받아, 남들 대학 다닐 때부터 쏠쏠한 수입을 올리게 되었으니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업무 관계로 만났다가 사귀게 된 여성 개인 방송인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다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기 전까진.
‘아아··· 살기 싫다. 그냥 콱 세상이 멸망해 버렸으면.’
집구석에 틀어박혀 슬라임처럼 늘어져 있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연히 그냥 으레 하는 투정일 뿐이었다.
이런 불평불만이 있을 때마다 세상이 망했다면 이미 지구는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을 테니.
[■■■■■—!]그런데.
진짜로 세상이 멸망해 버렸다.
“······.”
나는 눈을 뜨고 나서도 한참 동안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건 또 무슨 개꿈이야.”
그러다 나직이 읊조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서울 외곽에 자리한 주택의 침실.
나는 인상을 찌푸리곤 미간을 주물렀다.
“허 참. 이런 일이 다 있네.”
얼마 전에 꾸었던 것과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드는 꿈이었다.
알 수 없는 존재의 강림으로 세상이 멸망하는 걸로 끝나는 점도 그렇고.
하지만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의 상황은 분명 그때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영상 편집이라···. 그건 진짜 생각도 못해봤던 건데.’
전에 꾼 꿈에선 평범하게 대학에 입학해 캠퍼스 라이프를 만끽했거늘.
어차피 꿈인 만큼 큰 의미는 없겠지만 제법 흥미가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기다 여자에게 차이고 나서 보였던 그 추한 모습은···.
“크흠, 흠! 물론 정말 중요한 건 마지막 부분이겠지만 말이야.”
자신의 꿈속에 재차 등장한 정체불명의 신격.
이쯤 되면 확실했다.
아마 언제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놈과 엮이게 되리라.
“쯧, 번천회주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가볍게 혀를 찬 나는 모닝커피 한 잔을 들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저번에 이어서 재차 반복된 꿈이 어쩐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훈이 사바천에 머문 지도 제법 오래되었군.’
원래는 그렇게 오래 머물 예정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일단 라뮤를 각성시키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의도치 않게 그곳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예상 이상으로 오래 체류하게 되었는데···.
“뭐, 그렇다고 그게 썩 나쁜 건 아니었지.”
훈이 차크라라는 유용한 능력을 얻은 것도 그렇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획득한 것도 훌륭한 소득이었다.
어쨌든 모든 아바타들은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자산이지 않은가?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지금 그곳이 실시간으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그리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낌새를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큰 규모의 전쟁이 발발할 기세였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평화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윤가 또한 이리저리 휩쓸리다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고 말리라.
말이 균형이고 중립이지 따지고 보면 박쥐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동안 신세 진 것도 있는데 곤경에 처할 걸 뻔히 알면서 그냥 나 몰라라 떠나버릴 수도 없고.’
결국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 어쩔 수 없지. 결국 또 이렇게 되었군.”
어찌 보면 라뮤를 따라 사바천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예정된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전 차원적인 프로 분탕러··· 아니, 세계 구원자인 자신이 이런 사악한 음모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지 않나!
‘그래, 신속하게 조지고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자. 마침 이번에 훈이 얻은 정보도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다행히 지금까지 그의 행동을 제약하던 문제도 전부 해결된 참이었다.
훈이 사바천에 방문하게 된 이유이자 그곳에 발이 묶이게 된 원흉.
그간 긴 잠에 빠져있던 라뮤가 마침내 깨어났다.
***
안톤과의 전투로 엉망이 된 기존 방에서 옮긴 숙소.
“다른 차원으로 이동이 안 돼요.”
“······.”
훈은 자신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는 라뮤의 얼굴을 보며 마안의 부작용으로 충혈된 눈을 깜박였다.
“그, 뭔가 잠금이 걸린 것 같아요. 영원히 안 되는 건 아니고, 어떻게 해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조금 애매하네요.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요.”
눈을 뜬 라뮤와 서로 정보를 교환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당분간은 좀 더 이곳 사바천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뜻.
물론 완전히 정신을 잃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걸로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납치를 당한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걱정은 덜었으니까.
‘어차피 여기서 금방 발을 뺄 생각은 없었고 말이야.’
원래 라뮤가 정신을 차리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안톤과의 싸움에서 맹약의 연결고리를 자극한 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예상보다 훨씬 일찍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훈의 차크라가 상층에 도달하게 된 건 덤이었다.
‘애초에 정말 어려운 조건은 이미 다 충족되어 있었으니 이런 성장도 이상한 건 아니지.’
차크라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요소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구현할 정신력 두 가지.
그건 그가 이미 충분할 정도로 갖추고 있는 것들이었다.
훈에게 부족했던 것은 차크라라는 신비에 대한 최소한의 숙련도뿐.
그리고 온갖 성장 보정이 더해진 채로 겪은 강적과의 연이은 실전은 그의 부족한 숙련도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심층은 그 이상의 특별한 깨달음이 있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당장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하층이었을 때도 심층의 강자를 아무렇지 않게 쓰러뜨린 훈이었다.
그런 그가 이젠 상층에 도달해 줄곧 발목을 잡았던 차크라의 출력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뭔가 분위기가 많이 바뀌셨네요. 저 정말 오래 잠들어 있었던 거 아니죠?”
훈에게서 은연중에 풍겨 나오는 기세를 느꼈는지 라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이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는 재차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해주신 말을 들어보니 앞으로 여기도 많이 위험해질 것 같은데.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건 걱정하지 마. 따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니까.”
어깨를 으쓱인 훈이 창가로 시선을 돌려 한창 뒷정리에 매진하는 성천 윤가 식솔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습격이 이어진 시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동안 그들이 입은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듣기로는 본가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던 이들도 동시에 습격당했다고 하니, 아마 당분간 대외 활동은커녕 정문을 걸어 잠그고 내부 정리에만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거기다 아직 모든 첩자를 색출한 것도 아니지. 결계에 구멍을 뚫은 실행범들은 어떻게든 가려내고 있는 것 같은데, 고위층에 있을 배신자를 특정하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사바천이라는 세상에서 하나의 큰 축을 담당하던 성천 윤가가 삐걱거리며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 공백이야말로 이번 일을 꾸민 흉수가 가장 바라는 것이었을 터.
아직 그 계획을 모두 파악한 건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부터 알아보러 가면 되니까.’
뻐근한 눈을 질끈 감아 꾹꾹 누른 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방문을 나서려다 멈칫했다.
“아참, 중요한 거 묻는 걸 깜박했다.”
“···네?”
그리곤 멍하니 창밖을 구경하는 라뮤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각성하자마자 정신을 잃는 바람에 묻지 못했던 고유스킬에 대해서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은 일시적인 제한이 걸렸는지 몰라도 시스템이 부여한 고유스킬은 사용할 수 있을 터.
이곳에 있는 동안은 그것만이 라뮤의 자기방어 수단인 만큼, 어떤 이능인지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아, 그거요?”
라뮤도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곤 선선히 답했다.
그녀도 다른 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보호자인 훈에게까지 숨길 생각은 없었다.
“「시공제어」. 뭔가 원래 있던 능력이랑 비슷해 보이긴 한데··· 자세한 건 직접 써봐야 알 것 같아요.”
***
“아! 나오셨네요?”
방을 나서 숙소의 로비로 나온 훈을 미얀마 출신 지구인 미야트가 반겨주었다.
사람 없는 로비에 홀로 앉은 그녀는 조용히 연초를 태우며 바깥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리고 있던 아이가 깨어났단 소리는 들었어요. 그보다 훈 씨는 괜찮으신가요? 모리스 씨는 아직도 침상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던데.”
마침 야간 훈련을 위해 수련장에 가 있었던 그녀는 숙소에서 있었던 소동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수련장 쪽에서도 적들이 들이닥친 건 마찬가지였으나, 그쪽으로 온 이들은 상층의 수행자인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기엔 한참 부족했다.
“전 괜찮습니다. 맥 모리스 씨 상태는 많이 심각한가요?”
“뭐, 사실 그리 심하지는 않아요. 워낙 튼튼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냥 약간의 PTSD 때문에 그런 거니까 며칠 쉬고 나면 털고 일어나겠죠.”
사실 원래라면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심층에 달하는 공포의 차크라는 그저 접하는 것만으로도 격하의 수행자에게 심대한 정신적 타격을 입히니까.
이것도 다 현장에 있던 훈이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이었다.
“후우—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시네요. 성장이 빠르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연기를 내뱉은 미야트가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훈을 바라보았다.
차크라에 입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상층에 오르다니.
이건 단순히 성장이 빠른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괴물이네. 아니, 미친놈인가? 대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으면···.’
아무리 차크라가 조건만 갖추면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신비라고 한들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입문부터 상층에 이르기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어줄 사람이 있기나 할까?
괜히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핫! 칭찬 감사합니다. 그보다 미야트 씨, 안톤에 대한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자신의 빠른 성장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이 없는 훈이 화제를 돌렸다.
이미 다른 분야들에서 정점을 찍고 나서 새로 키우는 부캐라고 설명하기도 뭣했으니.
“후— 뭐, 그렇죠. 설마 그 사람이 그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조금 음침하고 뒤틀려 있다는 인상은 있었지만···.”
그녀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연초의 재를 툭툭 털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훈과는 달리 그녀는 안톤과도 몇 년 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
그런 이가 이번에 사로잡은 습격자들과 함께 감옥에 갇혀있었으니 착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걱정되시나 보군요.”
“그렇죠.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러셨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
다시 연초를 입에 물려다 멈칫한 미야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피가 흘러내릴 듯 새빨갛게 충혈된 한 쌍의 눈을 빛내며.
“네? 제가 뭘 했다는 거죠?”
“흐음, 발뺌하시는 건가요?”
“아니, 전 훈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그 마음 이해합니다. 안톤 본인조차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는데 남이 파헤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미야트가 조용히 훈의 눈을 응시했다.
그는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유쾌한 기분을 담아 말을 이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더군요.”
확신이 담긴 선언.
“······.”
화아악—
그 말이 끝난 즉시, 연초 끝의 작은 불빛을 집어삼킨 어둠이 로비 전체를 휘감았다.
단 한 점의 빛도 존재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이게 어둠의 차크라인가?’
훈이 흥미롭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단순히 빛만 차단된 게 아니었다.
이 정도 규모의 결계를 기척도 없이 순식간에 전개하다니.
그가 말을 꺼낸 순간부터 낌새를 느끼고 은밀히 준비한 게 틀림없었다.
그때, 공간 전체를 진동시키는 미야트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오만하군요. 그걸 알면서도 혼자 절 만나러 오다니.]“아하하— 뭐, 실력이 있으면 오만이 아니라 자신감 아니겠습니까?”
훈이 싱긋 미소 지었다.
이미 심층의 수행자를 둘이나 사냥한 그였다.
하물며 사념폭주 없이 상층 수행자까지 잡았는데, 이제 와서 쓸데없이 긴장할 리가 없었다.
물론 상대가 어떤 고유스킬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겠지만.
[후후후, 그건 그렇죠. 거기다 싸움이 길어져서 사람들이 오기라도 하면 저만 손해일 테고.]“그렇죠? 그러니 순순히···.”
[그럼 어쩔 수 없죠. 아쉽지만 이만 여기서 물러나도록 할까요.]전투를 준비하던 훈이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은 윤가의 영역 내부.
심지어 결계 교란을 모두 수복하고 추가로 경계를 강화된 상황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용담호혈을 미야트의 실력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리가···.
[아까 훈 씨가 말했었죠? 저한테도 마찬가지랍니다.]한껏 차크라를 끌어올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훈의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는 법이죠.]“잠깐···!”
[그럼 안녕히.]후우우웅—
어둠 속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바깥쪽에서 중심부로 빨아들이는 회오리바람.
이를 악문 그가 재빨리 차크라를 끌어올리며 어둠을 꿰뚫었으나, 그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였다.
“······.”
언제 어둠에 휩싸였냐는 듯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숙소 로비.
그 한가운데에 홀로 선 훈이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미야트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갔나?”
이곳에 남은 것은 오로지 그 혼자뿐.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그의 입꼬리가 살짝 꿈틀거렸다.
“좋아, 그럼···.”
가볍게 손뼉을 친 훈이 슥슥 손바닥을 비비며 음흉한 웃음을 머금었다.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해 볼까?”
부디 안내자가 최대한 위로 올라가 주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