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est friend is a Korean lady RAW novel - Chapter 65
64회
“괜찮으세요?”
준이 제 손을 뗀 후, 겸연쩍은 미소로 묻자 윤설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설렘을 느낀 두 사람이 드디어 무리의 끝을 따라잡았다.
연인이나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궁궐을 찾은 사람들은 낮과는 또 다른 궁궐의 야경에 완전히 매료된 모습이었다.
그들은 해설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사진을 찍거나 운치를 감상하기에 바빴다.
무리의 끝에 선 윤설과 준 역시 아름다운 모습들에 감탄을 이어가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소리 없이 미소 짓곤 했다.
‘윤설 씨….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하군요.’
그녀를 매일 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소원은 없었다.
하지만 준에겐 드라마 촬영 이후에도 미리 약속된 일정들이 많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윤설과의 데이트가 힘든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은 선물을 통해 제 마음을 표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오늘을 위해 궁궐의 야간 개장까지 예매하는 열정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좋았지만 실제로 와 보니 더할 나위 없었다.
야간이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웠고 무리의 끝에 속해 윤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풍경은 좋아하는 이와의 데이트를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오랜만의 만남이 지쳐있던 그에게 진정한 힐링이 된 셈이었다.
경회루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에서 감탄의 탄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기둥 사이사이로 은은히 밝혀진 조명들은 그저 위엄 있게만 보였던 건축물을 고아한 여인네처럼 만들어놓았다.
웅장하면서도 한결 운치가 더해진 모습이 그대로 연못 위에 새겨졌고 모두가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이에 질세라 윤 매니저와 해인이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싱긋 웃던 준이 곁에 선 윤설을 조심스레 응시했다.
촉촉해진 눈망울엔 경회루의 우아함이 그대로 새겨져있었다.
한껏 매료된 표정은 기쁜 듯도 했고 어쩐 일인지 슬픈 듯도 했다.
‘윤설 씨….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요……?’
준의 손이 조용히 움직이더니 윤설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혼자만의 상념에 잠겨 말이 없던 그녀가 흠칫 놀란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지금 그 마음…. 함께 나누고 싶어요. 기쁨이든…. 슬픔이든…. 상관없어요. 어쩐지 윤설 씨 얼굴이 슬퍼 보이는 것 같지만…… 애써 묻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당신의 그 마음과 함께 하고 싶은 것뿐이니까요.”
윤설의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사내의 손이 제 손을 잡은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대단한 사건이었다.
그와 혼인을 확정하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무슨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윤설은 제 마음을 감싸 안는 준의 한 마디를 놓칠 수 없었다.
그것은 꽤나 달콤하고 강렬해 쉽게 거부할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용기를 낸 남자와 그것을 떨림으로 받아들인 여자가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준은 꿈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어 윤설을 바라보며 웃기에 바빴고 윤설은 부끄러운 가운데에서 자신을 보듬는 그를 느끼고 있었다.
이상했다.
처음엔 너무나 떨려 어찌할 바를 몰라 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온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손을 떼어야 한다는 의식도 흐려져갔다.
‘…..김윤설, 대체 어찌 하려고 이러는 것이냐…..’
윤설은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그녀의 행동은 생각을 따라주지 않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자꾸만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는 건 이상했지만 실제였다.
준의 손을 잡고 걷는 동안 윤설은 더 이상 넘어지지 않았다.
멋진 야경들이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지만 보호받고 있다는 기분만은 참 좋았다.
수줍은 마음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준이 다정히 속삭였다.
“형이랑 해인 씨 좀 볼래요?”
두 사람보다 서너 걸음 앞에 있던 윤 매니저와 해인이 손을 잡은 채 걷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 이들이 싱긋 웃기 시작했다.
“누굴 좋아하게 되면 표현하고 싶은 게 당연한가 봅니다. 요즘 형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더군요. 일하는 틈틈이 해인 씨를 만나러 가는 모습을 보면 저도 웃게 돼요. 음…. 사실은 부럽기도 하고요. 저도 윤설 씨가 많이 보고 싶었거든요.”
“예에?”
흠칫 놀란 윤설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사내를 만나게 된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직선적인 표현도 처음이었다.
그녀의 시대엔 마음을 드러내기보단 은근히 내보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었다.
더군다나 그동안 줄곧 점잖은 모습을 보였던 준이었다.
사심을 가감 없이 드러낸 면은 새로웠고 사내다운 호방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껏 동그래진 두 눈을 향해 준이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음…. 거짓말 아닌데… 정말이에요. 윤설 씨는요? 제가 보고 싶으셨나요?”
“…그, 그게…. 그러니까…..”
“대답을 강요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아, 아닙니다. 저도 사실은….. 님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준이 걸음을 멈추더니 곧 윤설을 응시했다.
함박웃음을 짓는 그는 그녀의 손을 여전히 놓지 않은 채였다.
“정말이죠? 윤설 씨가 제 생각을 많이 하셨다니….너무 기쁜데요? 아니, 기쁜 정도가 아니라…. 가슴이 막 뜁니다.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 것도 사실은 꿈만 같아서……벌써부터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윤설의 시선에 환하게 웃고 있는 준이 담겼다.
비록 그의 얼굴 절반이 가려진 상태여서 세밀한 표정을 살필 순 없었지만 그녀는 동그래진 그의 두 눈에서 한껏 기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제 마음을 각인시키려는 듯 준이 윤설의 손을 꼬옥 쥐었다.
궁궐의 야경에 매료된 사람들의 뒤로 막 시작한 연인들이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웃고 있었다.
“어? 태주 씨, 일찍 오셨군요?”
현장을 지휘하고 있던 양 DP가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약속 시간까지 1시간의 여유가 남은 현장엔 촬영을 준비하는 손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배우들이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기에 일찍 도착한 태주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태주의 낯빛이 마치 오늘만을 기다렸다는 듯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힘찬 음성에 양 PD가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번에 캐스팅 성사 안 될까 봐 얼마나 마음 졸였나 모릅니다. 태주 씨가 제 은인이시라니까요? 하하….”
“별말씀을요. 싱글 연예인들이 앞 다투어 출연하길 바라는 프로그램인데 너무 엄살이 심하신 건 아닙니까? 어쩌면 감독님이 제 은인이 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에?”
태주의 말을 너스레로 여긴 감독이 한참을 웃더니 출입문 쪽을 바라보았다.
“저의 또 다른 은인이 도착하셨군요. 아, 다들 이렇게 열심히 응해주시다니…….어쩐지 예감이 좋습니다. 잘 되면 크게 한 턱 쏘겠습니다.”
“약속하셨습니다. 감독님.”
양 PD와 함께 웃던 태주가 조금 전 눈길 두었던 곳을 다시 바라보았다.
심이지, 더없이 화사하게 차려입은 그녀가 무심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촬영은 미리 섭외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통유리 너머로는 잔잔한 들꽃들이 만발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실내 인테리어 역시 아기자기한 멋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러모로 첫 만남의 설렘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분위기였다.
에선 기본적인 콘티는 주어졌지만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은 오로지 출연자들에게 일임하는 패턴이었다.
간혹 출연자들이 애드리브에 실패해 뚝뚝 끊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오늘만은 그런 염려가 필요 없을지 몰랐다.
최근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남녀 배우들이었고 드라마의 시청률로도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케미와 비주얼….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기에 양 감독의 자신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하이, 큐!”
근사한 슈트 차림의 태주가 통유리 너머를 응시했다.
촉촉해진 두 눈은 곧 만나게 될 이를 떠올리는 듯했고 살짝 상기된 얼굴에선 설렘이 피어나고 있었다.
-또각 또각 또각-
먼 곳을 바라보았던 시선이 하이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였다.
태주는 상대를 발견하자마자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한껏 놀란 그의 얼굴 위로 함박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상대를 알게 된 심이지가 수줍게 웃기 시작했다.
놀란 얼굴에선 전혀 몰랐다는 느낌이 생생했다.
멈칫했던 그녀가 제 손에 들어온 꽃다발을 받더니 다시금 밝게 웃었다.
태주가 의자를 빼내어주자 이지가 고마움을 표하며 자리에 앉았다.
서로를 마주보게 된 두 사람이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그들은 드라마 이후의 안부를 묻더니 또다시 웃었다.
첫 만남….. 조금은 어색하지만 설렘이 묻어나는 장면들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캬, 역시 두 분의 꿀 케미가 빛을 발하는군요. 늘 그랬지만 이번엔 더욱 예감이 좋습니다. 카페에서 간식을 준비했으니 드시고 잠시 쉬었다가 장소를 바꾸겠습니다.”
감독의 칭찬에 태주는 밝게 웃었고 이지는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곧 커피와 파이가 놓였다.
카페 직원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막 사인을 받아간 후였다.
이지가 제 잔을 들고 일어서려고 하자 태주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같이 먹자.”
“생각 없어.”
짤막한 대답은 야속하기까지 했지만 태주는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방송을 볼 텐데…. 환상을 깨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
“뭐? 무슨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연기일 뿐이야. 내가 태주 씨에게 사적인 감정이 있으리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줬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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