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Younger Sister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7)
EP30 – 동생도 천재였다 (3)
사전 미팅의 결과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아직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있으니.
바로 주변 사람들 캐스팅이다.
본격적인 캐스팅이야 방송국에서 한다지만 나와 달라는 부탁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거기다 고요를 위해선 꼭 애들이 해 줘야 할 게 있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야기는 무조건 내가 해야 한다.
그러면 가장 먼저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느냐…….
“오빠가 주연인 예능 프로그램?”
“예능이긴 한데 버라이어티는 아니고. 당연히 리얼 버라이어티도 아니야.”
“그러면?”
“모큐멘터리라고, 상황극 같은 예능 있어.”
당연히 수연이지.
상황극 비유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
이어지는 내 설명에 수연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모든 설명이 끝나니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야, 완전 재밌겠잖아!”
“그래?”
“응, 응! 무슨 영화의 클라이맥스 같아! 완전 마음에 들어.”
“그러면 도와주는 거지?”
“당연하지! 아니, 오빠가 나오지 말래도 내가 부탁해서 나가고 싶어! 무조건 할래!”
좋아, 이걸로 일단 수연이는 섭외가 됐다.
“그러니까 나보고 연기를 하라고?”
수연이의 섭외가 끝나고 다음 섭외는 바로 고요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가 고요이기도 하고, 제일 중요한 것도 고요니까.
“연기라면 연기지. 근데 배우들처럼 완전 자연스럽게 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발연기가 더 재미있을걸.”
어차피 내가 촬영하는 건 모큐멘터리다.
그것도 영화나 TV에서 하는 그럴듯한 모큐멘터리가 아니라 대놓고 가짜라고 말하는 모큐멘터리 예능.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발연기를 하는 게 더 재밌을 수도 있다.
나의 말에 고요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이민을 가지 않을 수 있다면, 할게.”
“이걸 한다고 이민을 안 가게 되는 건 아니지. 이건 어디까지나 도움이야. 이민을 가지 않기 위해선 고소도 해야 하고 할 게 많지.”
“그러면 이걸 왜 하는데?”
“이걸 하면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거든. 네 엄마하고 확실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거지. 증인은 바로 대중이고.”
그래, 내가 이렇게 요란하게 고요의 사연을 알리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번만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고요의 엄마가 고요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그래서 최대한 요란하게 사연을 알리려는 거다.
“그런데 정말 그걸로 가능할까?”
고요가 불안하다는 듯이 조심스레 묻는다.
나를 못 믿어서 그런 것은 아닌 거 같고. 아무래도 엄마가 무서운 것 같다.
하긴, 어릴 시절부터 철저하게 무시를 당하고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어른이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트라우마가 되겠지.
“화제가 되면 법원도 빠르게 처리하려고 할 거야. 너희 엄마가 저지른 건 엄연히 아동 학대니까.”
“으응.”
고요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아주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믿을게.”
내게 그렇게 말했다.
* * *
고요와 수연의 섭외가 끝나고, 다른 애들도 섭외를 시작했다.
주로 출연하게 되는 친구들, 그러니까 태영이나 소향이의 섭외 자체는 굉장히 쉬웠다.
소향이야 아이돌이니까 예능 경험이 굉장히 많고, 태영이는 태생이 관종이니 이런 걸 굉장히 좋아한다.
실제로 둘 다 말만 꺼냈을 뿐인데, 자세히 듣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섭외가 끝났을 때쯤, 다시 김용장 PD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사전 미팅이 아니라 정식으로 출연 계약을 위한 미팅을 하자고 말이다.
-이번에도 혼자 오시면 안 됩니다.
장난스럽게 말하는 김용장 PD에게 알겠다고 말을 한 뒤에, 재호 형과 함께 방송국으로 향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재호 형의 모습에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네가 프로그램을 다 잡다니, 그것도 예능을. 신기해서 말이야.”
“저라고 TV 출연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것도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뭔가 억지로 나가는 표정을 지었잖아?”
“제가 그런 표정 지었어요? 설마, TV 앞에서도?”
“넌 네 프로그램 모니터링도 안 하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묻는 재호 형의 모습에 머쓱한 표정을 짓다가 뻔뻔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뭐 내가 좀 바빠서 모니터링 좀 못 할 수도 있지.
물론, 바쁘다는 건 핑계고 사실은 부끄러워서 못 보는 거지만.
“그것보다 제가 예능에 나간다니까 회사에선 아주 좋아 죽겠네요?”
“좋아, 죽지 그럼. 특히나 윤하준 홍보 부서에서는 이게 무슨 일이냐고 기도를 하고 있다더라.”
“윤하준 홍보 부서는 뭐예요?”
뭔가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이름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재호 형이 그것도 몰랐냐는 듯이 놀란 표정으로 답한다.
“우리 회사 공식 개꿀보직 부서를 모른단 말이야?”
“장난하지 말고요.”
“장난 아니라 진짜야. 원래는 하나의 홍보 부서만 있었고 따로 팀이 없었는데, 요즘 수연이랑 네가 너무 잘나가다 보니까 팀을 나눴어. 한고요 팀, 윤하준 팀, 윤수연 팀.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건 몰랐네요.”
“이상하다. 저번에 내가 말해 줬던 거 같은데.”
그러면 내가 까먹었겠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자.
아니, 잠깐만.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그렇게 따지면 고요 팀이 제일 개꿀 부서인 거 아니에요? 저는 그래도 꾸준하게 노래도 내고, 내기 때문이긴 하지만 화보도 찍었지만 고요는 그런 것도 없잖아요.”
“고요는 그래도 최소한의 활동은 하거든. 참고로 그 최소한의 활동이 너보다 배는 많아.”
“고요가 활동을 해요?”
“뭐, 간단한 인터뷰나 촬영 혹은 라디오만 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너보다 활동은 많아. 거기다가 이번에는 라디오 고정으로 들어가서 매주 기사 쓸 게 생겼고.”
“그건 몰랐네요.”
그냥 단순히 집안 문제 때문에 학교에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런 활동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하긴, 라디오면 고요랑 잘 어울리긴 한다.
고요 목소리 굉장히 좋은 편이기도 하고, 텐션 자체가 차분하니까. 밤 시간대에 딱 어울리는 목소리긴 하지.
“참고로 우리 회사에서 제일 바쁜 건 수연이 홍보팀이야. 어찌나 바쁜지 다들 야근은 기본이고 철야까지 한다더라?”
“저런, 직원분들한테 죄송해서라도 방송 출연은 최소한으로 해야겠네요.”
“대신, 수연이네 팀에 들어가면 돈은 많이 받는다더라.”
“돈보다 건강이 우선이죠.”
돈이 아무리 많아도 죽으면 무슨 소용이겠냐. 시니컬한 나의 말에 재호 형은 졌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주름이 늘어난 재호 형의 모습이 마음 아프긴 하지만 TV 출연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걸 어떡하겠어.
그때, 드디어 방송국에 도착했다.
재호 형과 함께 차에서 내린 뒤에 미팅을 하기로 한 회의실로 향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회의실로 들어가자 저번에 봤던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김용장 PD가 나를 반겨 주었다.
아니, 저 사람. 옷을 안 갈아입은 건가?
아니면 저 옷이 몇 벌씩이나 있는 걸까?
“안녕하세요. 윤하준의 매니저 정재호 실장입니다.”
“오, 정재호 실장님이군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김용장 PD라고 합니다.”
폼 나게 명함을 주고받는 둘을 바라본다.
프리랜서가 이게 안 좋네.
따로 명함을 만들지 않는 한, 명함이 없으니까 이럴 때 할 게 없다. 나도 명함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할까?
“하준 씨한테 이야기는 들으셨겠지만, 10화를 시즌 1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즌제로 하려는 건가요?”
“계획은 그렇습니다만. 아시겠지만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반응이 별로 없으면 시즌 1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도 그렇군요.”
“저 같은 경우는 반응이 좋아서 시즌제로 진행하고 싶긴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하면 재밌지 않겠습니까? 특히, 20살 되자마자 바로 촬영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미성년자가 성인이 되면서 하고 싶은 이것저것들을 전부 해 보는 거죠.”
“그거 좋은 기획이군요.”
김용장 PD가 말하는 비전에 재호 형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재호 형 입장에서 시즌 예능이 들어오면 좋은 일이겠지.
그 뒤로 김용장 PD와 재호 형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나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를 보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둘을 보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불안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촬영은 곧바로 들어가나요?”
“예. 물론, 그 전에 몇 번씩 미팅을 해야 하지만 그 미팅도 전부 촬영할 예정입니다. 미팅이 미팅이 아니라 사전 촬영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실 겁니다. 그때는 부캐가 아니라 본캐 프로듀서 윤하준으로서 촬영을 해 주시면 되고요.”
김용장 PD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로는 스케줄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뭐, 스케줄 조정이라고 해 봤자 방송국 스케줄에 내가 맞추는 거지만.
나한테 있는 스케줄이라곤 곡 작업밖에 없으니 말이다.
“작업하는 모습도 전부 촬영을 할 예정이니 편하게 작업하시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캐와 본캐를 나눈 거니까요.”
고개를 끄덕인다.
촬영이 빨라서 좋긴 하네.
‘아직 기획도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촬영에 들어가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팅 분량들만 사전에 촬영한다는 거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제작비 같은 경우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제법 될 것 같습니다. 물론, PPL도 제법 들어올 예정이고요.”
“PPL이요?”
“하준 씨한테 PPL을 주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
회사들의 취미가 돈 버리기였나?
대체 나한테 왜 PPL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돼서 눈을 깜빡인다.
그러자 재호 형이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속삭이듯이 내게 말했다.
“네가 깠던 광고 있잖아, 그 가전 회사.”
“아, 거기요?”
재호 형이 말하는 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 내가 왜 그곳 광고를 거절했느냐 하면, 조건이 생각보다 엄청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당시 내 인지도가 약한 탓인지 페이도 생각보다 저렴했고. 그런데 그곳에서 나를 그렇게 잡고 싶어 했을 줄이야.
그렇게 잡고 싶었으면 돈을 좀 많이 쓰지.
“모니터부터 스피커, 거기다가 핸드폰까지, 싹 PPL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물론, 물과 음료수도 들어올 예정이고요.”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보겠습니다.”
돈을 준다는데 최선을 다해야지. 나의 대답에 재호 형이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하준이가 언급을 많이 하지 않으면 제가 강제로 언급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감사하죠.”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뒤에, 미팅을 끝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차로 돌아가려다가 재호 형을 먼저 내보낸 뒤에, 작게 김용장 PD에게 말했다.
“그런데 예능에서 그런 연출이 괜찮을까요?”
“예능보다 모큐멘터리 성향이 강하니 괜찮을 겁니다.”
“그래도 너무 감동 코드가 강할 것 같아서 걱정인데.”
“갑작스러운 신파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런 연출을 중간중간 깔아 두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아동 학대는 절대 용서할 수 없거든요.”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인사를 끝내고 회의실에서 나왔다.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호 형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뭐 이상한 꿍꿍이 있는 거 아니지?”
“이상한 꿍꿍이요? 그게 뭐예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인다.
그러자 재호 형이 표정을 사정없이 구기며 말했다.
“넌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을 저지른단 말이지.”
“사고는 안 치잖아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뭐, 고요를 구하는 일이니까 재호 형 입장으로서도 좋은 일이겠지.
그렇게 어물쩍 이야기를 넘긴 뒤에 차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이, 난 건 아니구나. 마지막 준비를 위해서 반의 학생들을 전부 섭외해야 한다.
사전에 반장에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내가 애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반 애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기는 좀 그렇고 끝내주는 노래하고 촬영으로 어떻게 꼬실 수 있지 않으려나?
거기다가 어떤 곡을 만들어야 할지도 생각해 놔야 한다. 이런 떼창곡은 또 처음이라. 감이 잘 안 잡힌다. 뮤지컬 노래들을 좀 들어 볼까?
으음, 뮤지컬 스타일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다만, 너무 슬픈 노래를 만들면 안 된다. 이건 고요를 구하면서 동시에 학창 시절의 마지막 축제, 이벤트니까.
이왕이면 화려하게, 듣고 있으면 다들 기분이 좋아지도록. 그리고 동시에 누가 봐도 클라이맥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와중에도 고요의 사연을 알릴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했을 뿐인데 말도 안 되는 난이도에 벌써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