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152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152화
37. 영웅서가(3)
-위이이이이이잉!
[본 요새가 피격당했습니다.] [상부와 하부장갑에 천공이 발생했으며, 하부 포스 포격기 1대가 파괴되었습니다.] [공격 대상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응 사격을 시작합니다.]사령부로 사용 중이던 천공요새에 반 박자 느린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천공요새의 공격이 시작되었지만…….
-쿵!
그랜드 마스터를 상대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오러블레이드를 머금은 어검이 천장 또는 바닥을 연이어 꿰뚫으며 나를 노렸다.
“총사령관 각하!”
“공작 전하!”
그에 테일러를 비롯한 총사령부의 인원들이 경악하며 눈을 질끈 감았으나.
나는 이런 단순한 공격에 당해줄 만큼 손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고개를 틀고, 상체를 살짝 젖히는 식으로 너무도 가볍게 공격을 피해냈다.
마법사인 테일러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놀란 모습을 보였으나, 지금은 한가하게 내 회피쇼를 감상할 시간이 아니었다.
“뱅가드 부대를 제외한 전 천공요새의 공간이동 방해진을 펼치고, 적에게 일제 공격을 퍼붓도록 하죠.”
“아, 알겠습니다.”
내 지시에 굳어있던 부하들이 그제야 움직였다.
호위 전력인 뱅가드 역시 늦게라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다가왔으나, 그들의 도움은 방해일 뿐이었다.
“아무도 접근하지 마세요.”
그리고 잊으면 안 된다.
눈 없는 어검에 목숨을 위협받는 것은 다른 승무원들도 같았다.
“미안합니다. 잠깐만요.”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열심히 통신 중이던 상황장교들을 에어붐을 이용해 사방으로 날려 버렸다.
느닷없는 내 공격에 바닥을 뒹굴게 된 사람들은 크게 당황했으나, 곧바로 어검이 그들이 서 있던 장소를 꿰뚫고 나타나자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기겁했다.
“귀찮네.”
어검을 이용한 기습공격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적과의 거리가 멀어서인지 정교하지 못하고 공격 경로도 직선적이었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7서클 마법사라면 진즉에 난도질을 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의 공격은 절대 내게 타격을 주지 못한다.
나는 크림슨 공작에게 귀찮은 짓을 말라는 것처럼.
-턱!
정면에서 날아든 어검을 피하지 않고, 맨손으로 잡아 멈춰 세웠다.
“어, 어검을 맨손으로?”
조금 더 강한 힘을 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싸웠다면, 검이 막히는 게 아니라 내 팔이 떨어져 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부하들은 상상치도 못한 기행에 입을 쩍 벌렸지만, 나는 주인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오러블레이드가 사라진 그 검을 아공간에 수납했다.
그랜드 마스터가 쓰는 무기인 만큼 조금 더 특별하겠지 싶어서.
졸지에 무기를 강탈당해서 화가 났을까? 어검의 공격이 점점 거세졌지만…….
“이거 뭐 칼자루 낚시하는 느낌이네.”
추가로 두 개의 검을 아공간에 수납하게 되자, 더 이상 검이 내게 날아들지 않았다.
-콰아아앙! 콰아앙!
[자세제어 컨트롤러 파괴.] [요새가 균형을 잃습니다.] [메인 엔진 파괴.] [요새가 추락합니다. 승무원들은 충격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대신 어검은 나를 노리는 게 아니라, 천공요새 추락을 목적으로 움직임이 바뀌었다.
‘참 재밌는 세상이야. 기술이 발전하여 거대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며 폭격을 쏟아붓는 세상인데, 칼자루에 수십만 톤의 거체가 침몰하다니.’
새삼 물리력 위에 이능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천공요새엔 충격방지, 추락대비 기능이 탑재돼 있으니 내부의 사람들이 크게 다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균형을 잡기 힘든 난리통에 어검이 계속 날아든다면 엉뚱한 사람들만 죽어날 터.
나는 부사령관인 테일러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부사령관이 전군을 지휘토록 하세요. 난 나가서 따로 대응하겠습니다.”
“네!? 너무 위험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생각 없이 적의 기습 병력에게 얼굴을 내비치는 게 아니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런 선택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 * *
-콰콰콰콰쾅!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폭발음과 진동.
한 발 한 발의 공격이 6서클 수준인 수천 발의 포격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6서클의 폭발마법이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을 뽑아낼 수 있으니, 초당 수천 발의 미사일 비가 쏟아지는 셈이다.
당연히 지면은 초토화되고 어둑어둑한 초저녁의 풍경은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장관이군.”
흑발 적안의 크림슨 공작은 덩치가 크고 수염 또한 야성적으로 기르고 있어서 매우 거칠어 보였다.
하지만 진중한 표정과 담담한 말투는 외형이 성격을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는 하나하나가 작은 섬이나 다름없는 천공요새가 100기나 길게 늘어서 포격을 가해오는 모습을 보며 연실 감탄했다.
그 포격의 대상이 바로 자신이었음에도 말이다.
“막고 있는 저는 죽을 맛입니다만?”
하지만 그가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정면에서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한 인물 덕이었다.
여우 귀에 풍성한 털을 가진 꼬리를 가진 소녀.
마치 코스프레를 한 듯한 화려한 용모를 가진 수인이었다.
그녀는 로베르토 왕국 느낌을 물씬 풍기는 동양적인 의상을 걸치고 있었는데, 공간이 물결치는 듯한 장막을 펼쳐 모든 공격을 튕겨내고 있었다.
아니, 튕겨낸다기보다 흘리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들을 감싼 공간을 중심으로 모든 포격이 미끄러지듯 빗나갔으니 말이다.
“미안합니다, 아이리스 공. 이 정도의 포격은 그랜드마스터가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브링엄 제국은 그랜드 마스터 2명과 8서클의 대마법사 1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랜드마스터급 전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바로 엘리시아 연합국이다.
크림슨 공작이 ‘공’이라 칭하며 높여 부른 여우계열 수인 소녀는 엘리시아 연합국 소속 수인국의 최고 장로였으며, 준정령왕급으로 분류되는 공간의 정령을 다루는 인물이었다.
생긴 것은 영락없는 소녀였지만, 그 나이는 크림슨 공작보다 족히 2배는 많았다.
100대의 천공요새가 쏟아내는 포격은 8서클의 대마법사라 해도 쉬이 막아낼 수 없지만, 그녀는 공간을 비트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이런 방어가 가능했다.
8서클 대마법사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상성 상 이런 공격에 높은 효율을 보였다.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 5분이 한계입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겠습니다.”
까칠한 아이리스의 반응에 크림슨 공작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한 천공요새를 눈에 남았다.
그가 날린 어검에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 천공요새였다.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군.’
그의 눈은 정확하게 천공요새의 장갑을 뚫고 들어가 상황실에서 춤을 추듯 어검을 피해내고 있는 아드리안의 모습을 포착해 냈다.
타겟 추적 기능에 투시가 더해져 1km 내 사정거리 안에서는 목표를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의 효과였다.
하지만 크림슨 공작의 평온한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는데, 아드리안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턱.
그리고 그때.
이전까지 자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아드리안이 마법사 주제에 겁도 없이 어검을 맨손으로 잡아냈다.
동시에 해당 검과의 연결이 끊기더니, 아드리안의 시선이 정확하게 자신에게 날아와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뿐이라면 이리 신경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 아드리안의 얼굴에 스며든 표정이 조소였다는 게 그의 신경을 긁었다.
“흡!”
크림슨 공작의 공격은 더욱 거칠어졌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은밀함을 위해 일부러 먼 거리에서 어검을 날렸으나, 본디 어검은 투사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정교함과 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덕분에 너무도 안일한 기습이 되고 말았다.
‘상대는 평범한 대마법사가 아니다.’
크림슨 공작은 아드리안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전력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공격 대상을 아드리안이 아닌, 그가 탑승한 천공요새로 잡았다.
아드리안을 끌어내리기 위해.
-콰아아아앙! 콰아앙!
잠시 후, 주요기관을 피격당한 천공요새의 자세가 기울어지더니, 이내 추락하기 시작했다.
“접근합니다.”
“미쳤어요?”
“이미, 기습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젠 정면 돌파를 시도해야 할 때입니다.”
사실,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한 순간 기습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약속대로 전투 보조만 합니다. 직접 저들과 투덕댈 생각은 없으니, 알아서 싸우세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추락하기 시작한 천공요새를 향해 접근했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자신들이 접근하기 전에 상대가 먼저 다가온 것이다.
“오만하군.”
크림슨 공작은 물론, 아이리스 역시 황당함을 표해야 했다.
마법사가 겁도 없이 그랜드마스터에게 접근하다니.
이건 죽여달란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들에겐 그랜드마스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좀비가 솟아나듯 땅속을 뚫고 나타난 제국의 특무부대 소속 오러마스터 10명의 전력도 그랜드마스터급이라 칭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아드리안은 그랜드 마스터 두 명이 진을 짜고 있는 곳에 접근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 *
나는 기습부대의 쟁쟁한 면면을 살피며 감탄했다.
그랜드마스터 하나에 그 유명한 제국의 특무부대, 더불어 8서클 급이라 표현할 수 있는 엘리시아 연합국의 정령술사까지.
나 하나를 죽이자고, 거창하게도 몰려왔다.
“아이리스 최고장로님, 엘리시아 연합국은 크로이센 제국을 지원하는 겁니까?”
나는 손가락을 튕겨 검둥이를 불렀다.
그러자 하늘에서 나타난 검둥이와 그의 분신 2기까지 총 3마리의 검은 독수리가 내 등 뒤를 받쳐 주었다.
내 물음에 지구의 오덕들이 보면 환장할 것 같은 여우귀에 꼬리를 달고 있는 깜찍한 소녀가 머뭇거렸다.
“아닙니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당신들을 공격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단지 크림슨 공작과 그의 부대를 보호해달란 요청에 따를 뿐이니까요.”
발뺌하는 게 귀엽다.
굳이 공격을 해오지 않더라도 이미 전투에 깊게 개입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하지만 굳이 머뭇거리는 인물을 완전히 적으로 돌아서게 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아쉬운 척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한 번쯤은 꼭 뵙고 싶던 분이 아이리스 최고장로님인데, 적대 진영에서 보게 되다니 아쉽군요.”
나는 만경을 통해 그녀의 정보를 보고 이름을 부른 것이지만, 상대입장에선 내가 이미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아이리스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떻게 엮이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도 지금의 상황이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끙…….”
아이리스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 연신 미안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만경으로 정확하게 표기되었다.
[관계: 관심 / 적대세력] [상태: 호감 / 미안함]역시 이 외모는 이성을 상대하기 좋다.
오크처럼 생긴 인물이 이런 소리를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지만, 잘생긴 미청년이 아쉬운 말을 하니 저리 반응해 주지 않는가.
외모지상주의는 지구에서나 이곳에서나 똑같이 통용된다.
‘이 정도면 필요 이상으로 방해하진 않겠지.’
나는 아공간에서 매직스태프를 꺼내 들며 무표정한 크림슨 공작과 특무부대원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째서 그리 여유로울까?”
그런 내 모습에 크림슨 공작은 꺼림칙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했다.
아무리 내가 특수하다고 해도 대외적으로 알려진 경지는 7서클의 대마법사다.
먼 거리에서 날아든 어검 몇 번 막았다고 이죽거리기엔 7서클과 그랜드마스터의 간극은 너무도 컸다.
더불어 지원도 상대가 더욱 든든하니, 내가 여유를 부려봤자 그에겐 오기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기다렸으니까요.”
“기다렸다?”
“황제의 생각 따윈 훤히 보인다는 거죠. 상황은 반전시키기 위해 우리 군의 지휘체계를 무너뜨리려 할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크림슨 공작을 움직이게 할 게 뻔하니까요.”
이미 기습 따윈 예측하고 있었단 뜻.
자연히 크림슨 공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즉, 아무 이유 없이 얼굴을 들이민 게 아니란 의미였으니 말이다.
넓게 포진한 천공요새의 포격이 멈추고, 조명이 쏟아졌다.
덕분에 어둑어둑해진 주변이 대낮처럼 밝아졌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게 보였다.
그 사람들 속에는 1군과 2군을 지휘하고 있어야 할 제임스 공작과 아르시아뿐만 아니라, 그레고리와 에이커스 백작, 한때 2왕자파에 속해 있다가 몰락해 죗값을 치르는 중인 빈센트 전 후작과 이그니스 전 변경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야 좀 전력이 맞는 것 같네요.”
내가 낮은 웃음을 흘리자, 한껏 굳은 표정의 크림슨 공작이 몸을 날려왔다.
“공격!”
다급함이 느껴지는 크림슨 공작의 외침. 아군이 합류하기 전에 나를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뭐, 소용없는 짓이지만…….’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평범한 7서클의 대마법사가 아니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유쾌하게 미소 지은 나는 매직스태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그의 접근을 반겼다.
쉬운 전쟁을 위해 그는 이곳에서 죽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