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19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19화
6. 개전(3)
첫 전투는 적의 자폭 공격이 성공하지 못한 순간 우리의 승리로 끝난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아군 천공 요새가 큰 손상을 입었다고 해도, 적군의 소형 천공 요새에 당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크로이센 제국군은 큰 손해를 입은 채 후퇴했고, 우린 승리의 미주를 들이킬 수 있었다.
“하하, 로렌스 여단장 수고 많았네! 오늘 자네의 활약이 매우 컸어!”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만약 자네가 자폭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피해가 엄청났을 거야!”
‘자폭이 분명하니 피하라’라는 짧은 말 하나.
하지만 그 말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음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티스 백작은 연신 나를 치켜세우기 바빴고,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나는 뺨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같은 시각 다른 세 곳의 전장에서도 자폭 공격이 시도되었지만, 사전에 이상을 알아채고 요새를 지킨 곳은 우리 부대뿐이네.”
4번의 공격을 시도해서 3번을 성공했다는 뜻.
전체 전황으로 보면 왕국군이 대패했다고 볼 수 있음에도 사단장과 함께 와인잔을 부딪히는 귀족들의 얼굴엔 걱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배짱인지 모르겠다.
“오늘의 승리가 자네의 덕분이라고 지방군 사령관께 전달했으니, 제법 괜찮은 포상이 나올 거야.”
포상이라고 해봐야 당장 쥐어지는 것은 훈장 정도일 것이다.
아직 전쟁은 초반인지라, 제대로 된 상을 바라는 건 무리가 있다.
더구나 이 전쟁이 대대적인 패배로 마무리가 된다면 논공행상은 꿈도 못 꾸니, 당장 포상을 거론한다고 김칫국을 들이켤 필요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각하.”
“뭘, 부하가 공을 세우면 그에 합당한 상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상사의 도리지.”
어떤 이들은 부하의 공을 교묘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오티스 백작은 나태할지언정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참, 그러고 보니 자네에 대해 특이한 소문이 돌던데.”
“소문이요?”
내가 의아함을 표하자, 나와 같이 영지를 대표해 전쟁에 참여한 레스티 자작가의 영식이 타이밍 좋게 백작의 이야기를 받았다.
“저도 들었습니다. 로렌스 여단장께서 신비한 거대 독수리를 길들이셨다고요.”
“그래, 그래. 시커먼 독수리와 교감하던 모습이 참으로 신비로웠다더군.”
블랙이글의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살짝 얼굴이 붉어졌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둘러댔다.
“교감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귀를 알아듣는 것처럼 굉장히 똑똑하더군요. 저도 그게 신기해서 돌봐주고 있는 것뿐입니다.”
“에이, 그런 게 교감인 거지. 설마 동물이 정말 말귀를 알아듣겠나?”
오티스 백작은 뭐가 그리 웃긴지 껄껄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검은색 대형 독수리라면 아마 성지 에버힐의 알타이르라는 종일 겁니다. 날짐승이면서 선천적으로 순도 높은 마력을 품고 태어나는 희귀종으로 한 번에 만리(4천km)를 난다고 하죠.”
설명충의 기질이 있는 레스티 자작가의 영식을 보며 나는 몰랐던 사실이라며 신기함을 표했다.
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한 번 길들어지면 절대 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주인의 위기에 서슴없이 몸을 던진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블랙이글은 알타이르를 모티브로 한 게 분명하다.
루카스 대공이 괜히 겉멋에 잔뜩 든 화려한 서브 서포터를 주었다면 사람들이 그게 뭐냐며 귀찮게 했을 테니,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센스 있게 현실에 있는 종을 참고로 만들어서 다행이다.
“완전 개네? 도그수리.”
농담이라고 던진 건가?
나는 순간 미간을 좁혔지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오티스 백작의 아재 개그에 폭소를 터뜨렸다.
그중에서도 박수를 치며 눈물을 찔끔거리는 아덴 남작가 영식의 처세술이 단연 일품이었다.
역시 어딜 가나 상사의 비위를 맞춰주는 건 사회인의 필수 옵션인 것 같다.
“이런, 우리 로렌스 여단장은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했군.”
이해를 못한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거다.
하지만 나는 뒤늦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순간 센스가 대단하시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쪽은 조금 둔해서.”
“안 그래도 그렇게 보이네. 게임도 많이 하면서 의외로 대화를 나눠보면 딱딱하다니까?”
그 이후로도 오티스 백작은 분위기를 띄운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런데 아재개그가 좀처럼 끊이질 않자 주변 사람들도 점점 반응하는 게 힘들었는지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졌다.
“각하, 적이 물러갔으니, 개인 통신을 사용해도 될까요?”
내 물음에 백작은 턱을 짚으며 고민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리고 이내 인심 썼다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나름의 포상이라 여기게나.”
“감사합니다.”
드디어 크로니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고, 주변 귀족들은 백작의 헛소리가 멈춰서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 * *
개전 2주차.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천공 요새와 뱅가드의 이탈률이 높아서 새 부대, 새 장비가 들어오는 일이 부지기수였으며, 눈먼 공격에 사망하는 병사들의 수도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아드리안의 부대는 꾸준한 이득을 취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부단장님, 여단장님의 출동 요청입니다. 크로이센 제국의 뱅가드 다섯이 3시 방향에서 산맥을 타고 접근하고 있으니 대응해달랍니다.”
뱅가드 전용 대기실에서 출동 대기 중이던, 부기사단장 빌리엄은 부하의 보고에 작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뒤를 로렌스 자작령 소속 뱅가드 넷이 따랐다.
-삐익! 삐익!
잠시 후, 이들이 위치한 대기실의 한쪽 벽면이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열리고, 뱅가드들은 입구 바닥에 고정되어있는 호버보드에 발을 걸쳤다.
호버보드는 스키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절반으로 줄여 놓은 것처럼 생겼다.
이들은 그대로 미끄러지듯 부상 열차를 벗어났고, 곧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완전 무장.] [네!]그리고 빌리엄의 지시와 함께 가슴만 가린 브레스트 아머 형태의 빈약한 장비가 전신을 빈틈없이 뒤덮는 슈트가 되었다.
아드리안이 지구에서 즐겨보던 히어로 영화 속 기계슈트와 비슷한 모습.
심지어 가슴부위에는 푸른빛을 내뿜는 포스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오마주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포스아머의 개발자 루카스 대공은 지구 출신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덕분에 뱅가드의 무장을 볼 때면 아드리안은 언제나 향수에 젖은 듯한 표정으로 멋지다는 말을 연발하곤 했다.
[빌리엄 경.] [네, 말씀하십시오.]호버보드를 통해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내달리던 빌리엄은 통신 신호와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아드리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아드리안은 추측일 뿐이니 참고만 하라는 식으로 말을 이었다.
[저들이 엄폐물이 많은 산맥을 타고 내려오면서 굳이 모습을 드러낸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 함정일 수도 있으니, 너무 붙지 말고 견제 가능한 거리에서 전투를 개시하기 바랍니다.]확실히 눈앞의 지형은 함정을 치기 딱 좋았다.
비록 탐색 장비에 찍히는 적의 숫자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였으나, 개전 후 2주 동안 지켜본 아드리안은 항상 사리에 맞는 적합한 판단과 대응으로 아군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아왔다.
때문에 빌리엄 부단장은 탐색 장비의 눈에 보이는 신호만 믿기보단, 아드리안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수고하세요.]빌리엄은 아드리안의 지시를 부하들에게 전달했다.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알겠습니다.]예전이라면 누구도 아드리안의 지시 따윈 듣지 않았겠지만, 단 2주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구도 아드리안을 무시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그동안 쌓인 나쁜 이미지 때문에 ‘아직 모른다’라는 의심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지만, 아드리안이 지금처럼 활약을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이마저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땅속이다!]아드리안에 대한 신뢰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사태가 바로 일어났다.
마치 앞선 경고가 예언이라도 되는 듯, 탐색기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땅속을 뚫고 뱅가드 다섯이 추가로 등장한 것이다.
5:5의 전투가 순식간에 10:5가 되었다.
[물러나! 견제하면서 물러나!]푸른빛이 깃든 포스 소드가 양측에서 동시에 휘둘러지고, 5줄기와 10줄기의 빛이 엇갈리며 적을 위협했다.
[헙!]다행히 첫 공격은 양측 모두에게 유효타가 없었다.
이는 충분히 적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드리안의 경고를 받아들여 철저히 주변을 경계했기에 망정이지, 빌리엄과 그의 부하들이 대책 없이 접근했다면 순식간에 전멸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아직 위기인 건 마찬가지.’
빌리엄은 이제부터 두 배 많은 뱅가드의 공격을 막으며 지원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지원군이 도착하려면 적어도 5분은 기다려야 할 텐데, 아무런 피해 없이 버티기는 불가능했다.
-콰콰콰콰!
그런데 그때.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
적을 조우하고 겨우 1분이나 흘렀을까?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곡예하듯 버티고 있던 빌리엄의 통신에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빌리엄 경, 전진하세요.]동시에 이들을 지원하듯 후방에서 날아든 10개의 푸른빛이 적에게 쇄도했다.
바로 사단장 직속인 오티스 백작가의 지원군이었다.
아군의 지원은 뱅가드 10기.
순식간에 대치 숫자가 10:15로 뒤집히면서 목숨의 위기를 넘기게 되었지만, 이 빠른 지원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이는 사전에 지원 요청을 했다는 뜻이 아닌가.
[빌리엄 경, 산책 나왔어요? 공격 안 하고 뭐 하세요?]빌리엄의 잡념을 깬 것은 아드리안의 느긋한 목소리였다.
이래선 누가 산책을 나왔다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아도, 지금은 전쟁 중인 만큼 이득을 취할 수 있을 때 무조건 취해야 했다.
[적은 산맥을 등지고 있습니다. 지원이 쉽지 않은 건 이제 저쪽이 되었으니, 못해도 다섯 기 이상은 잡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