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88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88화
61. 내 목표(4)
방안에 들어서니 아르시아가 산파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게 보였다.
나를 방에서 내쫓기까지 했던 패기 넘치는 산파의 정체는 로렌스 공국 세피아 교단 지부의 주교였고, 그녀의 치료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아르시아의 신체를 임신 전 최상의 상태로 되돌렸다.
마법의 세계 론델에서 산후조리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흠흠, 축하드립니다. 어여쁜 공주님이십니다.”
무안한지 헛기침을 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오는 산파.
그리고 나는 아이를 안고 있는 아르시아에게 다가갔다.
산파를 보조하던 신관과 시녀들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물러났다.
“고생했어.”
나는 아르시아의 손을 붙잡았다.
일반적인 산모들에 비하면 출산이 매우 빨랐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없는 건 아니다.
때문에 큰일을 치른 그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아이를 살폈다.
그런데 나는 말을 잃고 말았다.
“음, 이 아이 신생아 맞지?”
“하하, 페를린 주교도 당황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어떠한 이상이 있어서 머뭇거린 것이 아니다.
아이가 너무도 예뻤기 때문에 그러 했다.
딸은 나와 아르시아의 아이란 것을 증명하듯, 우리의 외형 특징을 따르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은발이었으며, 살짝살짝 비치는 눈동자는 사파이어의 색을 담고 있었다.
머리와 눈동자 색은 내게 물려받고, 그밖에 외형은 아르시아를 빼다 박았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이토록 상세히 아이의 생김새가 표현 가능하단 것이.
보통의 신생아는 빨갛고 쭈글쭈글한 것 아니었나?
‘신생아의 모습이 아닌데?’
그런데 내 딸내미는 피부도 매끈하고, 눈을 크게 뜨는 게 힘들어 보이긴 해도 종종 눈알을 굴려 주변을 관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아이가 참 예쁘긴 했으나, 일반인의 시선에선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품고 있는 기운도 장난이 아니야.”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갓 태어난 아이가 7서클급의 마력을 품고 있다는 거였다.
이유를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족의 아이라서 평범한 인간과 다르다는 거군.’
신족의 아이도 신족.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드래곤의 새끼가 그런 것처럼.
천족과 마족의 아이가 그런 것처럼.
결국엔 이 아이 역시 초월적 존재의 자식이란 것이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딸내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축복은 내렸습니까?”
내 물음에 산파이자 공국의 주교인 페를린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 아인 이미 신의 축복을 품고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아아….”
생각해보니, 아르시아가 지구의 창조주 케이어스의 권능을 흡수할 때 일부가 태아에게 흘러 들어갔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 그 기운이 갓난아기임에도 7서클급의 마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금수저 중에서도 최고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네.”
내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하자 아르시아가 실소를 흘렸다.
이 사랑스런 아이가 나와 아르시아의 사이에서 순조롭게 성장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맨바닥에서 시작했던 우리와 다르게 축복받은 환경이니만큼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육아에 최선을 다하겠어! 영재 교육이 뭔지 보여주지!”
“우리 힘내요!”
나와 아르시아는 파이팅을 하듯 서로의 손을 붙잡고 열의를 보였다.
“다 좋은데, 아이에게 너무 과한 교육을 강요하지는 마세요. 귀족이나 왕가들 보면 다들 아이를 너무 쪼는데 불쌍할 지경이라니까요.”
할머니뻘인 페를린 주교의 충고.
덕분에 열의 가득한 모습을 보이던 나와 아르시아는 뺨을 긁적였다.
“맞는 말이네요.”
어렵지 않게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교육열이라면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출신이었으니 말이다.
그에 나와 아르시아는 다시금 다짐했다.
“아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우리 힘내요!”
똑같은 포즈와 똑같은 아르시아의 대답.
하지만 목표는 조금 바뀌었다.
아이의 능력 향상보단 행복을 목표로.
‘다만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힘은 필요한 법이지.’
* * *
아메리카 대륙에서 잉카와 함께 대표 문명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마야와 아즈텍이다.
잉카는 페루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마야는 멕시코 남동부에서 과테말라, 온두라스까지 열대우림을 영역화하고 있었으며.
아즈텍은 멕시코 중서부 고원에 위치 해있었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문명은 마야이며, 잉카와 아즈텍은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제국이다.
아마 페루와 멕시코, 과테말라 등의 수도는 잘 몰라도 마야와 잉카, 아즈텍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그만큼 이 지역은 유럽 못지않게 탄탄한 신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세피아 여신의 조치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겼다!”
“멕시코 접수!”
마야 신화와 아즈텍 신화는 탄생 시대가 다르고 활동 지역이 겹쳐서인지 등장인물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존재가 뱀신이라 불리는 ‘케찰코아틀’.
하지만 마야 문명이 아즈텍보다 먼저 등장해서일까?
뱀신 ‘케찰코아틀’은 마야 문명의 신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아즈텍에선 위칠로포츠틀리란 이름도 어려운 태양신이 신화를 대표하는 존재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위칠로포츠틀리가 태양의 신이면서 아즈텍을 대표하던 문화, 인신공양의 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멕시코 중서부에선 인간들의 피가 끊이지 않고 흘렀다.
이를 자칭 정의의 사도이자 남미에서 수호신 취급을 받는 버그 일행이 모른척할 순 없는 노릇.
그리하여 버그와 마리냥, 미엘은 비라코차와 함께 멕시코 원정에 나섰고, 인신공양의 신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아드리안이 보았다면 무슨 짓이냐며 경악했을 사태.
그렇다.
버그 일행은 지구에 나타난 신화 속 신을 최초로 사냥해 낸 것이다.
그것도 다른 신을 이용해서 말이다.
“케찰아 정말 같이 갈 거야?”
위칠로포츠틀리를 쓰러뜨린 세 사람은 이어서 멕시코의 피라미드라 할 수 있는 치첸이트사 유적에 방문했다.
치첸이트사에 자리 잡은 마야의 뱀신 케찰코아틀은 아즈텍의 신과 달리 인간에 우호적이었기에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인사차 방문을 한 것이었다.
그러자 버그 일행에게 흥미를 느낀 케찰코아틀이 동행을 선언했다.
“비라코차랑 케찰코아틀이 함께라면 천하무적이지.”
“지금의 우리라면 숙적 아드리안도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오? 한번 시도해 봐?”
“아드리안 곁에 아르시아도 있다는 거 있지 말자고.”
“아, 맞네.”
“그리고 사천왕과 드래곤도 있지.”
“평화가 좋은 거야, 이대로 살자.”
그렇게 세 여성은 멕시코를 모험했다.
그곳에서 숨겨진 유적도 발견하고 보물도 발견하며 지구사에 충격을 줄 일을 아무렇지 않게 벌였다.
그러던 차에 셋은 아르시아의 출산 소식을 현지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아르시아가 애 낳았다는데 가봐야 하지 않아?”
“으음, 가면 다시 모험하기 힘들 것 같은데. 분명 아드리안에게 혼날 거야.”
“안 돼요! 전 천족이라 붙잡힐 거라고요!”
버그 일행은 고민을 해야 했다.
미엘은 거의 남남이라지만, 버그와 마리냥은 아르시아와 나름 친하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편지 써서 선물만 보내자. 아르헨티나가 론델의 거점 중립지로 선정되었다니까. 거길 통하면 보낼 수 있을 거야.”
“그게 낫겠네. 이왕이면 아르시아가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선물로 보내자고.”
버그와 마리냥은 정성스레 편지를 썼다.
하지만 선물로 무엇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아드리안과 아르시아는 웬만해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창 고민을 하던 그녀들은…….
“위칠로포츠틀리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
“하긴, 지구에선 가공할 방법도 없으니까.”
그리하여 신화속 존재를 사냥했다는 만행을 알리는 물건을 당당히 선물로 보내게 되었다.
“좋아, 포장 예쁘게 됐네.”
더구나 다른 문제가 또 있었으니.
바로 위칠로포츠틀리를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이 보는 사람에 따라 오해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란 점이었다.
* * *
“이게 뭐야?”
나는 하트 가득한 박스에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그에 그레고리가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말했다.
“중립지역인 아르헨티나를 경유하여 도착한 물건입니다. 발신인이 버그 님과 마리냥 님인 것 같더군요.”
“아, 그 가출 소녀들.”
마음만 먹으면 버그와 마리냥을 잡아 올 수 있다.
녀석들이 남미에서 인디A나 존스를 흉내 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꼬신 건지 신화 속 존재를 마스코트마냥 끌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한 상태.
딱히 당장 버그와 마리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미에서의 행동이 흥미로워서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문구가 적힌 선물을 보내오니 기특했다.
“내용물 확인이 불가능하더군요. 아무나 개봉할 수 없게 조치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비라코차가 아무나 선물을 개봉하지 못하게 수를 써둔 듯했다.
하지만 내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내용물을 확인 못 해서인지, 그레고리가 걱정을 표해 왔다.
지난번 테러 사건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리 대비만 하면 어떠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수습할 수 있으니까.
나는 아무도 개봉하지 못한 그 선물의 포장을 테이프 떼듯 가볍게 제거했고, 이내 내용물을 확인했다.
“…….”
“…….”
상자 안에 정성스레 쓰인 편지 두 장과 함께.
‘두개골’이 들어 있었다.
눈구멍에 붉은 보석이 두 개가 떡하니 붙어 있는 두개골이.
태양 빛을 받아 안구가 붉게 반짝이는 두개골의 자태는 마치 해골이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덕분에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선전포고?”
나를 향한 도전으로 말이다.
“출산선물로 두개골을 보내오다니,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내 물음에 그레고리는 답이 없었다.
누가 봐도 오해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더구나…….
“허, 이거 이제 보니 신화 속 인물의 두개골인 모양이네? 안구의 보석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드래곤하트 이상이잖아?”
“헙!”
그 말은 즉, 녀석들이 여신 세피아가 두 세계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배치한 신화 속 존재를 죽이고 전리품으로 만들어 내게 보냈다는 뜻이다.
“이 미친 것들이.”
당연히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나로선 이 모든 상황이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후우.”
일단 심호흡과 함께 진정하기로 했다.
녀석들이 가끔 악의 없이 골빈 행동을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그래서 인내심을 발휘한 나는 동봉된 편지를 뜯어 내용을 읽었다.
[싸가지가 드디어 아빠가 됐구나, 이제 철 좀 들려나?] [딸은 부디 아빠 성격 닮지 않고 엄마 성격 닮기를!] [네 성격 닮으면 나중에 딸한테 ‘엄마! 아빠 속옷이랑 내 옷 같이 빨지 말랬지!?’ 같은 소리 들을 거 아냐! ㅋㅋ] [축하 선물로 어제 사냥한 위칠로포츠틀리의 부산물 보내! 우리 보물이야!]악의는 없다는 게 느껴진다.
물론, 나를 향한 놀림은 별개로.
하지만 이게 더 문제다.
버그와 마리냥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잡아 와.”
지금까지 하는 짓이 귀여워서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교육이 필요해 보였다.
나는 아크 스칼렛과 다크 스퀘어에게 명령했다.
“어서 이것들 잡아 와.”
“그, 그래 알았어.”
내 지시에 두 마왕은 황급하게 지구로 날아갔다.
나는 결코 마리냥과 버그 놀림에 화가 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