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75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75화
21. 성녀 경연(6)
마도세기 2019년 11월 25일, 창조주 세피아를 모시는 교단의 총본산 성지 에버힐에서 하나의 포고문이 전 세계로 전달되었다.
[성녀 후보 15인, 성자 후보 11인을 선정한 바 교단을 이끌 두 지도자를 선출하는 경연을 시작한다.] [경연은 약 한 달간 진행이 될 예정이며, 경연의 내용은 방송, 온라인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론델의 종교적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성녀와 성자를 선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브링엄 제국과 프리우스 공화국과의 전쟁 이상으로 큰 행사였다.
추후 성녀와 성자가 최종 선택되는 날에는 두 거대 국가의 전쟁이 멈춰야 할 정도로 말이다.
더불어 포고문과 함께 회사 면접으로 따지면 인턴 합격자라고 할 수 있는 후보자 명단이 공개되었다.
[성녀 후보 명단]-그레이스 하이엘븐 (210세 / 엘리시아 연합국)
-주디 에스더(19세 / 성지 에버힐)
-에블린 프란시스(21세 / 브링엄 제국)
-이브릴 바넷(15세 / 라인하츠 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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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커티스(18세 / 크로이센 제국)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결국 후보에 선정되지 않으면 말짱 꽝인데, 다행히 이브릴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그것도 쟁쟁한 15인의 성녀 후보들 사이에서 4번째로 말이다.
우선 주교급 이상의 고위 성직자의 추천을 받고, 그 추천자들을 자체적 마련된 평가표로 점수를 매겨 합격한 게 이 후보들이다.
후보는 점수가 높은 순으로 이름이 공개가 되기에 이브릴은 성녀 후보 중 4위로 뽑혔다는 말이 된다.
역시 그동안의 고생이 헛된 게 아니었다,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브릴을 끌고 출연한 방송만 일곱 개이며, 언론에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어 그녀를 계속 노출시켰다.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특별한 실적이 없음에도 대중의 관심이 높아서 차별 없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내 손으로 성녀 한번 만들어 보자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건데, 성녀를 백으로 두면 그만큼 좋은 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즉답할 수 있다.
명성도 명성이지만, 전 세계 단일 종교인 성녀의 후원자가 되는 거다.
사업적으로 정치적으로 큰 혜택을 누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성녀의 이름도 적당히 이용해야 손절 당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제,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잘할 수 있게끔 충분한 백업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경연에만 집중해 주세요.”
“으으, 알겠어요.”
성녀 경연은 후보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각 후보자를 지원하는 후원인들의 정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연히 그 과정에서 후원인의 힘이 약하다면 후보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신임 귀족인 내가 성녀의 후원인으로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후작이 낮은 지위는 아니지만, 제국의 공작가와 왕족들이 직접 후원하는 인물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높은 신분이라고만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후원인에게 접수를 매긴다면, 이브릴은 상위 3명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유는 발 넓은 대주교가 이브릴을 성녀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라인하츠 왕실에서도 이 일에 큰 관심을 보이며 국가적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입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도 슬슬 움직이도록 하죠.”
“네!”
현재 우린 성녀와 성자 후보, 각 후보를 지원하는 후원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념행사에 참여한 상태다.
역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단체답게 행사는 크고 웅장한 느낌이 들었으나, 종교행사답게 요란하진 않았다.
후보별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4명으로 한정되는데, 이브릴과 그녀의 수행원으로 이름을 올린 에릭 존스(정치 재능 소유자), 이브릴의 후원인인 나와 내 수행원으로 아르시아가 함께하고 있었다.
“아, 저자가 그?”
“자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너무 어린 거 아닌가요?”
“하지만 수완이 만만치 않아. 그는 어리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지.”
우리 일행이 행사장을 가로지르며 걸음을 옮기자,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웅성거림이 쏟아졌다.
우린 행사장 안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는데, 이유는 후보와 후원인, 수행원들이 모두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젊은이들뿐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멤버의 화려한 외모도 이목을 끄는 주요 요소였다.
“다른 건 몰라도 외형들은 화려하군.”
“어리고 아름다운 사람들로 구성한 건가? 머리를 잘 굴렀군. 확실히 눈에 띄어.”
이브릴도 이브릴이지만, 파티 드레스를 제대로 갖춰 입은 아르시아의 아름다움은 단연 압권이었다.
나도 외모로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르시아를 볼 때면 주책맞게 설렘을 느꼈다.
매일 붙어 있는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아르시아를 따라 움직이는 남성의 시선이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성자 후보까지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성녀, 성자, 성왕 예하를 뵙습니다.”
성지 에버힐의 지도자이자, 전 세계 종교인의 정점인 세 사람이 앉아 있는 곳이었다.
성지 에버힐도 일단 나라긴 하고,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브링엄 제국보다 크면 크지 결코 작지 않다.
그런 세력을 세 사람이 함께 다스리면 제대로 굴러갈까 의문이 들지만, 의외로 세 사람 사이에는 알력 다툼도 없고, 오순도순 친구처럼 지내며 각자 주어진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체제가 가능한 이유는 신이란 존재가 직접 종교에 관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봉건제의 종교 하면 비뚤어진 신념을 강요하거나 부패한 단체가 떠올려지지만, 이 세상의 종교계에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잘못을 저지르는 신관은 서서히 신성력을 잃게 되고, 심판관이란 직위의 성직자들에 의해 체포가 되어 죗값을 치르게 된다.
때문에 론델의 종교는 세계 유일의 종교이면서도 청렴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
‘세 명의 지도자 중에서도 이브릴이 관심받아야 할 인물은 당연히 현 성녀인 샤론 실베스터다.’
[샤론 실베스터 / 성녀]종족: 인간
나이: 67세
소속: 성지 에버힐 소피아 교단 성녀
재능: 신성력(최상), 지적능력(상), 지휘력(상), 행정력(중), 지휘력(중), 교감능력(중)
특성: 청렴한 지도자 / 여신의 축복 / 악마 멸살자
관계: 관심 / 중립
상태: 관찰 / 흥미
바로 이브릴의 전임자가 될 인물이다.
현 성녀의 나이는 67세지만, 여신의 축복으로 인해 전성기 때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외모는 내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래 보여도 40여 년 전에 결혼해 얼마 전 증손자까지 본 진짜 할머니다.
“반가워요. 로렌스 후작이라 했던가요?”
“네, 그렇습니다. 실베스터 예하.”
“굉장히 젊은 분이네요.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작업 들어가는 건데.”
소피아 교단의 좋은 점은 딱히 신자와 성직자들에게 지나친 금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성녀, 성자와 연인 관계로 엮인 유명인이 적지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논쟁이 일어나곤 한다.
[내용물은 할아버지, 할머니지만 외모는 아름다운 20대! 가능? 불가능?]ㄴ쌉가능!
ㄴ그래도 이건 아니지!
ㄴ이것들이 감히 예하께…….
그만큼 교단이라고 해서 마냥 딱딱하고 신비로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약혼녀가 곁에 있어서 뭐라 답을 하기가 힘드네요.”
“이런, 내가 주책맞게. 하하하.”
역시 지구에서나 이곳에서나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외모는 무기가 된다.
처음 만났는데도 이렇게 호의적인 시선을 받지 않는가.
하지만 성녀를 꼬시려고 접근한 게 아니니, 나는 그들에게 이브릴을 소개했다.
“이번에 제가 후원하고 있는 이브릴 양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눈앞에 있는 성녀에게 잘 보이면 경연에서 여러모로 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크게 작업을 걸 필요가 없었는데…….
“이것 참…….”
대주교조차 알아본 이브릴의 가치를 이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브릴을 보여주기만 하면, 호의적인 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터.
그리고 이런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다.
“놀랍네요.”
“로렌스 후작께서 제대로 된 인물을 선별하셨군요.”
대주교 윗줄의 성직자인 성녀, 성자는 단번에 이브릴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두 사람의 반응에 곁눈질로 우릴 살피던 참가자들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깃들었다.
그에 경거망동하지 않고 예의를 갖춘 나는 진지하게 답했다.
“그녀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번 경연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단순하게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만 참가한 게 아니거든요.”
정치적 이득을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정치적 선택에 의해 올려진 대부분의 후보들과 달리 이브릴은 그 자체만으로 최고의 패였다.
때문에 굳이 다른 이들처럼 아부를 떨어대지 않고 진지하게 성녀가 될 만한 인물을 내세우는 내 모습은 진정성이 느껴질 만했다.
[관계: 관심 / 중립].
.
[관계: 호의 / 중립]그리고 이는 성녀의 긍정적인 반응을 만들어냈다.
관계가 ‘관심’에서 ‘호의’로 바뀐 것을 확인한 나는 성녀, 성자, 성왕과 짧은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정중하게 예를 올리며 이야기를 끝마쳤다.
“이런, 벌써 가시게요?”
“다른 이들에게도 자릴 내줘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똑똑한 사람이군요.”
이유는 성녀의 상태가 ‘흥미’에서 ‘약간 흥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깔끔하게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아무리 관계가 호의적으로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첫 대면에서 많은 시간을 빼앗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눈치껏 적당히 치고 빠지니, 그녀의 상태가 다시 ‘약간 흥미’에서 ‘흥미’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소정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동맹을 맺은 올리비아 리버데일 공작을 찾아 주변을 살피는데, 예상 밖의 인물을 발견하곤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게 누구십니까?”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나는 건장한 체구의 중년인에게 다가가며 아는 척을 했다.
“음? 너는?”
“반갑습니다. 프란시스 공작님. 라인하츠 왕국의 아드리안 로렌스 후작입니다.”
그는 바로 이브릴을 죽이고자 암살자를 보내왔던 브링엄 제국의 프란시스 공작이었다.
* * *
‘그레고리! 그게 무슨 말이냐!’
‘더는 공작 전하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감히 누구 마음대로!’
‘그간 감사했습니다.’
라인하츠 왕국의 로렌스 후작과 그가 후원한다는 성녀 후보 이브릴이 눈에 거슬려서 자신의 그림자 부대를 지휘하는 그레고리와 오귀스트에게 암살을 지시했다.
그 둘이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틀림없이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프란시스 공작이 평소 두 사람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당연히 그 신뢰의 밑바탕이 되는 것은 두 사람의 실력이었다.
암살형 오러마스터와 최상급 정신계 정령술사의 조합은 그랜드마스터인 자신이라도 손쉽게 이길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둘이 임무에 실패를 했다고 한다.
아니, 임무 실패만 해도 놀라운데, 두 사람은 무엇에 겁을 먹은 건지 뜬금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우스워 보이나 보지? 들어 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가는 것은 내 허락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강압적으로 힘을 이용해 두 사람을 막아 세웠는데.
그랜드마스터인 프란시스 공작과 우수한 부하들이 달려들었음에도 두 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뱅가드 71명이 죽고, 천공요새 1대가 추락했습니다.’
‘…….’
‘천공요새는 피해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조금만 수리를 하면 재가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공요새가 떨어진 장소가 하필 공업지구라 재산 손실이…….’
그것도 엄청난 피해를 입은 채 놓쳤다.
새삼 두 사람의 엄청난 전투력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프란시스 공작은 재산 피해보다 그레고리가 영지를 떠나기 전에 내뱉은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간의 정을 생각해 한 가지 충고해 드리겠습니다. 절대 로렌스 후작과 적이 되지 마십시오. 그는 괴물입니다.’
그로 인해 그레고리와 오귀스트 두 사람이 영지를 떠난 이유가 로렌스 후작 때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레고리의 충고가 이어지는 동안 광기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오귀스트가 몸을 떨던 장면은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그 둘을?’
프란시스 공작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이게 누구십니까?”
그 혼란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프란시스 공작의 앞에 등장했다.
“반갑습니다. 프란시스 공작님. 라인하츠 왕국의 아드리안 로렌스 후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