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
13. 대수림(2).
대수림에 짙은 여명이 내려앉았다.
파드득! 파드드드득!
‘와! 이게 하늘을 나는 기분이구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낙하산을 메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금 힘겹긴 하지만 난 지금 거신목 사이를 날고 있었다.
장벽 너머로 오기 전 사마귀 꼭두각시의 등에 숨겨진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운명의 실을 날개에 추가해 꾸준히 비행 훈련을 시켰다.
덕분에 꼭두각시 레벨도 많이 올랐고, 이렇게 영혼 이동(lv.2)을 통해 직접 공중 정찰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대 행동반경은 350m, 그나마 운명의 실타래(lv.2) 레벨이 올랐기에 조금 늘어난 것이었다.
‘연습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영혼 이동에 겨우 성공했지만, 사마귀(lv.7) 꼭두각시의 몸에 적응하는 데 30분이나 걸렸다.
그동안 운명의 실로 꾸준히 움직임을 제어하고, 지켜봤기에 몸에 적응하는 시간은 의외로 짧았다.
문제는 시각이었다.
사마귀 괴수의 시각은 인간과 완전히 달랐다.
인간처럼 눈으로 보고 바로 물체를 식별하는 것이 아니라, 큰 겹눈으로 주변 배경을 먼저 한쪽 눈에 담고, 고개를 돌려가며 3개의 홑눈으로 움직이는 물체나 크기 변화가 있는 물체를 확인해 입체적으로 사물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괴수답게 야간 시력이 월등했기에 칠흑 같은 어둠에서도 사물을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파다다닥! 탁!
거신목에 붙어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살폈다.
놈은 불침번이 가장 피곤한 새벽녘에 움직였기에 지금쯤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이제 표범 괴수가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부족했다.
수색이 가능한 시간은 30분.
‘이 근처에 있어야 할 텐데······.’
야영지는 넓었고, 이곳이 아니면 수색 위치를 바꿔야 했다.
몇 분 후 다른 거신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제법 큰 나뭇가지 위에 앉았다.
인간형과 달리 사마귀 꼭두각시는 영혼 이동 성공 확률도 낮아서 언제 다시 수색할 수 있을지 몰랐기에 더 꼼꼼히 살폈다.
다시 몇 분을 더 지켜봤지만, 꽝!
다른 거신목으로 이동하려 했을 때였다.
“그르르릉!”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천천히 고개를 몸 뒤로 돌렸다.
그러자 나뭇가지 사이에서 뭔가 커다란 실루엣이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점점 그 모양이 선명해진다.
‘허! 이 새끼 봐라!’
찾았다!
표범 괴수는 나뭇가지 사이에 엎드려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다.
이곳은 야영지와 겨우 1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아예 사냥터로 자리를 잡았네.
이 괴수는 이미 인간 사냥에 도가 텄다. 다시 출발해도 전진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행렬을 계속 쫓아올 것 같았다.
그러니 여기서 꼭 잡아야 했다.
숨어 있는 곳을 알았으니, 이제 놈을 유인할 차례.
천천히 다가간다.
부스럭!
이런! 다리가 여섯 개라 실수로 나뭇가지 끝에 살짝 걸렸다.
“크릉?”
표범 괴수가 슬그머니 한쪽 눈을 떴다.
난 그대로 얼음이 되어 움직임을 멈췄다.
난 나뭇가지다! 난 나뭇가지다!
들키지 않으려고 주문을 외웠다.
놈이 눈동자를 한번 굴리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사마귀 괴수의 장점은 은신.
몸길이가 10미터가 넘는 성체 사마귀 괴수도 거신목 사이에 가만히 숨으면 인간의 눈으론 찾기 힘들다고 했다.
다행히 눈앞에 표범 괴수도 사마귀 마법인형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다시 기척을 죽이고 아주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30cm의 크기라고 얕보지 마라, 그동안 갈고 닦은 날카로운 앞발이 있으니까.
사마귀 앞발톱의 길이는 7cm, 인간이라면 모를까 3미터 크기의 괴수에게 치명상을 입힐 순 없었다.
하지만 몹시 아프겐 할 수 있지.
난 놈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열 좀 받을 거다!’
그리고 콧등을 사정없이 찔렀다.
파팟!
“크앙!”
놈이 깜짝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탁! 다다닥!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
표범 괴수가 고통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고, 발등으로 아픈 코를 연신 문질렀다.
놈은 눈을 번뜩이며 무슨 일인지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날 발견했다.
“크르르릉!”
벌게진 콧등과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놈은 털을 곤두세우고 날 죽일 듯이 노려보며 한 발짝씩 다가왔다.
난 앞발을 세우고 방어태세를 갖췄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놈이 몸을 날려 날 덮쳤다.
팟! 파드드득!
하지만 난 날 수 있지.
날개를 파닥거리며 땅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놈도 거신목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날 쫓아왔다.
겨우 30cm밖에 되지 않은 내게 당했으니, 얼마나 열이 받을까?
난 날개와 4개의 다리를 이용해 도망쳤다.
놈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날 바짝 추격했다.
그러다!
“크앙?”
푹! 쿠웅!
땅이 꺼지며 놈이 사라졌다.
‘걸렸구나!’
함정에 빠진 괴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암살자! 공격해!’
함정 주변에 숨어 있던 암살자 꼭두각시가 할버드를 들고 뛰어들었다.
부웅! 쩍!
쉐엑! 푹! 푹!
암살자가 도끼날로 사정없이 내려치고, 창끝으로 표범 괴수를 찔렀다.
난 함정 아래를 내려다봤다.
‘휴! 끝났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표범 괴수는 병사들이 함정 밑에 박아 놓은 뾰족한 나무 창에 목과 몸통이 네 군데나 뚫려 있었고, 내 암살자 꼭두각시의 도끼에 목이 반이나 잘렸다.
더는 살아날 기미는 없었기에 암살자(lv.6)를 위로 올렸다.
내 암살자 꼭두각시의 레벨은 아쉽게도 6에서 완전히 멈췄다.
꼭두각시는 생전 신체 능력을 넘어서지 못한다.
레벨이 더 안 오른다는 것은 이미 생전의 실력까지 올랐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서 자동인형으로 만들어야 했다.
표범 괴수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그 순간 아까 괴수의 콧등을 공격할 때 연결한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기사회생!’
스킬을 사용했다.
이건 인형술사의 조건반사.
인형술사는 마법인형이 많을수록 좋았기에 기회만 보이면 운명의 실을 연결했고, 검은 실만 보이면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곧 운명의 실이 끊어졌다.
아쉽게도 표범 괴수를 마법인형으로 만들려는 것은 실패.
역시 괴수는 인간과 형태가 달라서인지 기사회생 스킬 성공률도 현저히 낮았다.
사마귀 새끼 괴수도 십여 마리를 죽이고 겨우 하나 만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표범 괴수를 잡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크르르릉!”
“끼익?”
나도 모르게 사마귀 신음을 흘렸다.
함정 반대편에서 또 다른 표범 괴수가 이빨을 드러내며 우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한 쌍이었어?’
두 마리가 동시에 나타난 적이 없었기에 여태 한 놈인 줄 알았다.
게다가 체격도 비슷했고.
“끼릭!”
나도 모르게 사마귀 욕설이 튀어 나왔다.
역시 세상일은 쉽게 가는 법이 없다!
그때 갑자기 현기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졌다.
‘어?’
어느 순간 난 본체로 돌아왔다.
영혼 이동 시간이 다 된 것이다.
‘전투 모드! 피하면서 놈과 싸워!’
쾅!
난 꼭두각시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마차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마차 옆에 세워둔 할버드를 하나 들었다.
“중위님, 뭐 하시는 겁니까?”
모닥불 앞에서 벌레를 쫓던 글래디스와 큰 소리에 잠이 깬 병사들이 날 쳐다봤다.
“젠장! 한 놈이 더 있었어!”
“네?”
“병사들을 이끌고 따라와!”
난 함정이 있는 곳으로 먼저 달렸고, 글래디스와 같이 함정을 준비했던 할버드병들이 뒤를 따라왔다.
‘젠장! 벌써 팔 하나를 잃었어.’
팔이 잘린 것이 아니라 왼쪽 팔에 큰 충격을 받으며 운명의 실이 끊어진 것이다.
이대로 놈이 도망치면 같은 함정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다시 잡기는 더욱 요원해진다.
‘조금만 더 버텨라!’
그래도 사마귀가 공중에서 놈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었기에 암살자가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숲으로 조금 달리자, 표범 괴수와 내 꼭두각시들이 보였다.
“정지!”
한 손을 높이 들고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글래디스가 신호를 확인하곤, 병사들과 멈춰 섰다.
“헉! 그 표범 괴수가 아닙니까!”
글래디스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했다.
“한 놈은 함정에 빠져 죽었어. 그런데 한 놈이 더 있었다. 이번에 저놈을 놓치면 다시 잡기 힘들어져.”
“그런데 저기 싸우고 있는 사람은 누굽니까?”
“내 정보원.”
“네? 정보원도 대수림에 데리고 오신 겁니까?”
다행히 주변이 어둡고, 사마귀 괴수는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병사들과 앞뒤로 포위해서 놈을 공격해.”
“네! 맡겨 주십시오.”
글래디스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녀는 병사들과 표범 괴수를 향해 달려갔다.
“공격해라!”
“잡아라!”
“와아아아!”
글래디스와 십여 명의 병사들이 할버드를 들고 괴수에게 달려들었다.
폰급 기간트라도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처리하겠지만, 그럼 놈은 바로 도망칠 가능성이 컸기에 함정 근처엔 두지 않았다.
그러니 이 병사들로 어떻게든 잡아야 했다.
“크아아앙!”
괴수가 앞발을 마구 휘두르며 병사들의 접근을 막았다.
3미터의 괴수라고 해도 두 그룹의 병사들이 앞뒤로 뭉쳐서 창을 찌르고 휘두르자,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게다가 공중에선 사마귀 괴수가 앵앵거리며 빈틈을 노리고 날아다녔다.
“내가 놈의 시선을 끌겠다! 뒤에서 다리를 공격해!”
숨 막히는 대치 상황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글래디스였다.
“으아아!”
그녀는 기합과 함께 키 185에 근육질 몸으로 할버드를 찌르며 접근했다.
표범 괴수는 조금씩 뒤로 밀리는듯하다가 갑자기 몸을 튕기며 앞발로 창을 후려쳤다.
“크아앙!”
콰직!
할버드 창 머리가 부러지며 땅에 떨어졌다.
그녀는 놀라 뒤로 물러섰다.
‘뭐야? 몸이 굳었어!’
방금 글래디스가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뒤에서 창을 겨누는 병사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괴수를 보면 몸이 굳는 것이 일반적이다.
병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기 병사들 대부분이 전진 기지로 교대하러 가는 신병들이었기에 괴수와 전투 경험도 전무했다.
그리고 내 암살자 꼭두각시는 병사들이 괴수와 뒤섞여 있었기에 조금 전부터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이런 복잡한 협공 상황은 아직 훈련이 더 필요했다.
젠장!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섰다.
그나마 전투 경험이 많은 것이 나니까.
“글래디스! 한 번 더 주의를 끌어!”
“네!”
시간이 지나면 소란한 소리를 듣고, 기간트나 병사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럼 괴수는 도망치고, 또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기 힘들었다.
글래디스가 부러진 창을 버리고 허리춤에서 장검을 꺼냈다.
“이 새끼! 덤벼라!”
그녀는 손에 익은 무기를 휘두르며 다시 접근했다.
괴수는 앞발을 휘두르며 그녀의 접근을 막았다.
빈틈을 포착!
놈의 뒷다리를 향해 할버드를 힘껏 찔렀다.
다닥! 푹!
“크앙!”
‘성공이다!’
그 순간 뭔가 시커먼 것이 날아왔다.
창을 들어 막았······!
쾅! 콰직!
괴수의 앞발에 창대가 부러지며 몸이 뒤쪽으로 붕 떠올랐다.
순간 숨이 턱 막히며, 하늘이 노래졌다.
쿠웅!
“커헉!”
막혔던 숨이 터졌다.
고개를 숙이자, 가슴팍에 옷이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옷 사이로 조끼가 보였다.
괴수의 발톱에 닿은 것이다.
하지만 난 거의 다치지 않았다.
조끼를 믿고 용기를 내 덤빈 거지만 정말 효과가 이 정도로 뛰어날지는 몰랐다.
수만 골드의 값어치라고 하더니 그 값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이제야 전생에 왜 괴수를 마법인형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알았다.
괴수는 가까이 접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해 운명의 실을 연결하기가 힘들었다.
놈들은 무조건 그냥 죽여야 하는 존재.
그리고 나는 인형술사.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보단 마법인형을 조종하며 싸운다.
그게 안전하고, 또 효율적이었다.
“중위님, 괜찮으십니까?”
글래디스가 소리쳐 물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저놈을 잡아!”
“네!”
뒷다리를 다쳤기에 놈도 이제 도망치지 못한다.
“창을 찔러라!”
“하아!”
내가 소리치자 병사들이 창을 찌르며 사방에서 압박했다.
‘지금이다! 사마귀, 눈을 노려!’
패앵! 푹!
“쿠아아아!”
창을 피하다 기습적으로 왼쪽 눈을 찔린 표범 괴수가 괴성을 질렀다.
놈이 뒤늦게 앞발을 휘둘러 보지만 사마귀는 이미 날아가 나무 위에 붙었다.
내 사마귀 꼭두각시는 치고 빠지는 것이 특기.
“으아아아!”
푹!
글래디스가 한쪽 시야를 잃은 표범 괴수의 왼쪽 옆구리를 검으로 찔렀다.
“크아아앙!”
고통에 찬 괴성!
뒤늦게 표범 괴수가 몸을 틀면서 앞발로 공격했지만, 글래디스는 이미 뒤로 몸을 피한 상태였다.
다다닥! 푹!
“크아앙!”
이번엔 내 암살자 꼭두각시가 반대쪽 옆구리를 할버드로 찔렀다. 하지만 한쪽 팔로 찔렀기에 깊이 박히진 않았다.
“지금이다! 모두 달려들어라!”
내 명령에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이런 개새끼!”
“죽어!”
부웅! 쩍! 쩌쩍!
병사들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할버드 도끼날을 마구 내려쳤다.
한 병사가 괴수가 휘둘린 앞발에 맞고 뒤로 쓰러졌지만, 병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그동안 잡아먹힌 동료 병사들의 복수를 하고, 정신을 옥죄어 오던 공포심을 날려버리려 하는 것 같았다.
“멈추지 말고 계속 공격해!”
난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
괴수라 생명력도 질기네!
조금 전에 내가 창으로 괴수의 뒷발을 찔렀을 때, 습관적으로 운명의 실을 연결했다.
그런데 아직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물들지 않았다는 것은 놈이 살아 있다는 증거!
그러니 계속해서 공격해야 했다.
그 순간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됐다! 모두 뒤로 물러서라!”
놈은 죽었고, 전투는 끝이었다.
기사회생(lv.2) 스킬을 사용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았······.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어? 됐어? 됐네!
생각지도 못한 3미터 크기의 표범 괴수 마법인형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