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7)
17. 납치.
끼이잉! 쿵! 쿵! 쿵!
[건물을 포위해라!]도끼를 든 폰급 기간트가 바로 건물 밑에 도착했다.
전투형으론 가장 작은 기체지만, 높이가 5미터에 마석 배터리 3개에서 나오는 출력은 소형 괴수의 힘을 압도한다.
하지만 지붕 위에 있는 날 어쩔 건데?
이건 대수림에서 표범 괴수가 우릴 골탕 먹였던 그 방법이었다.
창을 들었다면 닿았겠지만, 도끼라 거리가 짧다.
기간트가 도끼를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건물을 부술 생각인가?
다닥!
‘도약!’
팟!
뒷다리에 힘이 넘치고 몸이 가볍다!
단숨에 여기보다 높은 옆 건물 지붕으로 넘어갔다.
방금은 단순히 영혼 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표범 괴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 싱크로율이면 표범 괴수의 다른 스킬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깐, 사마귀 괴수의 능력도 스킬로 배울 수 있는 거 아냐?
그럼 스킬 이름이 당랑권인가?
잠시 두 개의 단도를 들고 어렸을 적에 봤던 무협지의 당랑권을 흉내 내는 나를 떠올렸다.
“저기다! 쏴라!”
피슉! 피슉!
팅! 팅!
궁수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어느새 폰급 기간트와 할버드병도 내가 있는 건물 주변을 포위했다.
시민들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날 두려운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가장 안전해야 할 전진 기지 주거지에 괴수가 출몰했으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이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괴수를 보여주고, 그들의 공포감과 불만이 극에 달해 전진 기지를 지키는 책임자들을 향해 폭발하길 바라는 의도였다.
‘이 정도 했으면 난리가 나겠지!’
이제 사라질 시간.
사람들 시선을 피하고자 다른 건물 지붕으로 연이어 이동했고, 마지막으로 인형의 집으로 사라졌다.
***
“커널 대령님, 총공격을 준비해 주십시오.”
“뭐? 지금 말인가?”
내 말을 들은 커널 대령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진 기다리라고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진 기지 내부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그리고 시민들과 용병, 영지 사냥팀, 교대할 병사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모여서 성문을 열라는 시위가 한창입니다. 이럴 때 우리가 기간트로 압박한다면, 스스로 문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커널 대령이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라그르 중령도 입을 열었다.
“제 기간트로 우측 뿌리를 타고 올라가 성벽을 공격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령관께서 성문을 두들긴다면 저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좋다!”
커널 대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라그르 중령! 지금 당장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게!”
“네! 사령관님.”
기이이잉! 쿵! 쿵! 쿵!
기간트와 병사들이 전진 기지 성문 앞에 섰다.
커널 대령의 룩급 기간트가 앞으로 나섰다.
[지금 당장 성문을 열지 않으면, 카야킨 전진 기지의 신임 사령관 권한으로 관련자들을 모두 체포하겠다!]하지만 내부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전군 앞으로!] [전군 앞으로!]쿵! 쿵! 쿵!
라그르 중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먼저 우측 뿌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4대의 기간트가 그 뒤를 따랐다.
[성문을 부숴라!] [성문을 공격해라!]커널 대령이 명령하자, 도끼를 든 기간트들이 성문 앞으로 이동했다.
쾅! 콰앙!
거대한 도끼가 성문에 내려칠 때마다 불꽃이 튀고,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렸다.
저렇게 해도 괴수를 막기 위한 성문이라 워낙 튼튼했기에 단시간에 부서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가 소란한 지금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다.
쿵! 쿵! 척!
라그르 중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뿌리 위에서 동쪽 성벽 위를 향해 창을 겨눴다.
[자! 누가 먼저 내 창을 받겠느냐?]성벽 위에 있던 기간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분명 누군가 다칠 것이고, 아무리 대수림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이 일에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했다.
[공격을 멈춰라! 문을 열겠다!]그때 성문 안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잉! 쿠웅!
문이 열리자, 커널 대령이 명령했다.
[모두 진입하고, 기간트의 무장을 해제하라! 반항하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네!]쿵! 쿠쿠쿵!
기간트들이 먼저 우르르 몰려 들어갔고, 병사들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성문이 열렸다는 것은 저들이 농성을 포기했다는 뜻이기에 큰 싸움은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안에서 라그르 중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밖으로 나왔다.
[커널 사령관님, 모두 제압했습니다.]상황이 종료됐다.
커널 사령관의 기간트가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타일러 중위, 함께 들어가지.]커널 대령이 날 찾았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내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전진 기지로 입성했으니 당연한 거다.
난 커널 대령의 기간트를 따라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성벽 한쪽엔 농성에 참여했던 기간트들이 세워져 있었고, 기사들은 모두 제압된 상태였다.
그리고 기지 입구 쪽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분위기가 꽤 흉흉했다.
그들은 전진 기지의 시민들과 병사, 용병들이었다.
그때 눈에 익은 붉은 머릿결의 용병이 보였다.
‘응? 용병이 기간트도 있어?’
그녀는 타냐 블랙이었고, 그녀의 뒤에는 특이하게 생긴 나이트급 기간트가 서 있었다.
쿵! 철컥! 치이이익!
커널 대령이 기간트에서 내렸다.
난 커널 대령 바로 뒤에 섰다.
그러자 제복을 입은 한 사내가 다가왔다.
어깨에 3개의 금색 줄.
전임 사령관인 프랭크 대령이었다.
“커널 대령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군. 프랭크.”
뭐야? 둘이 아는 사이였어?
“선배님은 생도 시절에도 절 그렇게 괴롭히시더니, 이젠 대수림까지 쫓아오셨군요.”
“뭔가 기억의 오류가 있군. 난 선도부로 말 안 듣는 후배를 교육한 것뿐이지, 괴롭힌 적은 없네.”
“그야 당하는 사람과 괴롭히는 사람의 기억이 달라서겠죠.”
갑자기 커널 대령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당해? 자네에게 괴롭힘을 받았다는 동기생과 후배가 수십 명이야! 그리고 레인만 가문의 삼남을 괴롭힐만한 간 큰 생도가 어디 있겠나?”
“아니, 지금도 보십시오. 선배가 절 기지에서 내쫓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내쫓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인사이동이네.”
커널 대령은 품에서 윌리엄 사령관의 명령서와 임명장을 꺼냈다.
프랭크 대령은 대충 훑어보더니 말했다.
“아! 장벽 사령관님께서 바뀌셨군요. 전 모르고 있었습니다.”
뻔뻔한 상판대기를 보고 있으니, 짜증이 치밀었다.
이미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이나 전진 기지로 향하는 영지 사냥팀을 통해 통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프랭크는 전혀 모르는 척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건가?”
“후후! 그래도 무력 충돌은 피하지 않았습니까. 선배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대수림입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죠. 특히 아리칸 공국의 전진 기지가 여기서 겨우 두 달 반 거리에 있습니다. 그놈들은 우리와 같은 기간트를 쓰고 있고, 우리 제국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교대하는 제국군으로 위장해 카야킨 전진 기지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선배도 그자들을 조심하십시오.”
“조언 고맙군.”
“하하! 뭘요. 우리 사이에 이런 정보는 알려드려야죠.”
프랭크 대령은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자넨 말이야 생도 시절부터 옹졸하고 추잡한 짓만 하더니,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하군.”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커널 대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 때문에 기지에서 빨리 치료받았으면 살 수 있는 병사가 다섯이나 죽었어. 그건 어떻게 책임질 건가?”
“책임이요? 제가요? 그들이 제 병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막말로 그깟 병사 몇 명 죽었다고 제국의 대령이 처벌받겠습니까?”
순간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인간에게 살의를 느꼈다.
이번에 죽은 병사 중에는 나와 함정을 만들고 표범 괴수를 잡다가 크게 다친 할버드병도 있었다.
그는 나와 함께 큰 공을 세웠으니, 제대로 된 치료와 포상을 받아야 마땅했다.
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너무 짜증 나고 괘씸하지만, 그는 이젠 장벽으로 돌아갈 테니 앞으로 마주칠 일도 없었고, 이대로 상황은 마무리될 것 같았다.
“그런데 뒤에 있는 정보국 장교는 뭡니까? 상급자에게 경례도 하지 않다니요.”
프랭크 대령이 내 앞에 섰다.
짜악!
“헛!”
순간 별이 보이고,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마나를 품은 기사의 손은 정말 매웠다.
“건방진 새끼! 어디서 눈을 부라려? 너도 내가 만만해 보여? 너 같은 중위 새끼 하나 끝장내는 건 일도 아니야. 어쭈! 그래도 경례를 안 해?”
프랭크 대령이 다시 나를 향해 손을 들었다.
턱!
커널 대령이 프랭크 대령의 손목을 잡았다.
“황제 폐하께서 임명한 장벽 사령관의 권한으로 전진 기지에 부임한 나를 막아선 범죄자에게 경례라니, 아직도 자네 죄를 모르겠나?”
“범죄자라니? 계속 선배 대접을 해줬더니 말이 지나치군! 난 군인이지만 또한, 제국의 귀족이다. 정당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지. 내가 장벽으로 돌아가거든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하게.”
프랭크 대령은 고개를 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커널 대령은 프랭크의 손목을 놓았다.
“자네 말이 맞아. 제국의 귀족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지. 그리고 비싸고 실력 좋은 변호사를 쓰면 바로 풀려날 테고.”
“잘 아는군.”
“그럼 그 전에 내가 조사를 좀 해야겠어.”
“조사라니?”
“나와 제국의 기간트를 막은 것을 보면, 자네가 아리칸 공국과 내통했을 수도 있고. 또 불법으로 마석과 부산물을 빼돌린 것이 들통날까 봐 우리를 다시 장벽으로 보내려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자네와 부하들은 조사가 다 끝날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 할 거야.”
“뭐라? 그럴 순 없다. 재판을 받기 전까진 난 자유의 몸이다.”
“그럴 순 없긴? 여긴, 자네도 알다시피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대수림이 아닌가.”
“그, 그건.”
프랭크 대령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우리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도록 하지.”
커널 대령이 손짓하자, 호프만 대위와 병사들이 다가왔다.
“프랭크 대령과 장교들이 아리칸 공국과 내통했는지 조사해야겠다. 모두 감옥에 가둬라!”
“네!”
병사들이 프랭크 대령과 기사들을 끌고 갔다.
그 상관에 그 부하인가?
어째 커널 대령의 일 처리 방식이 윌리엄 사령관을 많이 닮았다.
“자네 괜찮나?”
“네?”
“얼굴 말이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보다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커널 대령은 끌려가는 프랭크 대령을 쳐다봤다.
“물론 문제가 되겠지. 하지만 여기서 장벽까지 빨라도 한 달 반이야. 저놈 가문이나 수도에 연락이 닿으려면 한두 달은 더 걸릴 거고. 그리고 누군가 명령을 받고 대수림을 통과해 전진 기지에 다시 오는데, 또 몇 달은 걸리겠지. 그리고 윌리엄 사령관께 이번 일을 상세히 보고할 생각이네. 그럼 사령관께서 과연 그 누군가를 쉽게 통과시키실까?”
“아무리 짧아도 1년은 꼼짝할 수 없겠군요.”
“또 모르지, 그 누군가가 이곳으로 오다가 사고로 죽는다면, 다음 전진 기지 사령관이 부임할 때까지 여기 있다가 나와 함께 돌아갈 수도 있고.”
“하긴, 이곳은 대수림이니까요.”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대수림에선 힘이 곧 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도 이런 일 처리 방식은 배워야 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마법인형을 만드는데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전생엔 정말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법인형을 만들었는데…
그때 끌려가는 프랭크 대령의 뒷모습이 보였다.
‘짹, 보고 있지?’
[네, 마스터. 죽일까요?]‘뭐?’
[조금 전에 저자를 향한 마스터의 살기가 느껴졌습니다.]살기를 느껴? 암살자의 스킬 같은 건가?
‘아니야. 그냥 어디에 갇히는지 장소만 알아내.’
[네, 마스터.]***
쾅! 콰앙!
휘둘린 커다란 앞발에 쇠창살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으악! 괴수다!”
“기간트를 불러라!”
병사들과 간수들이 기겁하며 도망쳤다.
난 순식간에 3개의 쇠창살을 부수고 프랭크 대령이 갇혀 있는 감옥 문을 부쉈다.
콰앙!
“뭐, 뭐냐?”
프랭크 대령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크앙!”
퍼억!
“으헉!”
쿠웅!
앞발 후려치기 한방에 프랭크 대령이 날아가 쓰러졌다.
프랭크는 마나를 다루는 기사였지만, 좁은 감옥에 무기도 없이 괴수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난 기절한 놈의 몸통을 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프랭크 대령님!”
“괴수가 대령님을 잡아먹는다! 어서 구해라!”
다른 감옥에 갇혀 있는 부하 장교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어느 누가 나서겠는가.
난 순식간에 감옥을 빠져나왔다.
‘짹! 놈을 옮겨.’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짹에게 프랭크 대령을 넘겼다.
그리고 표범 꼭두각시를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렇게 프랭크 대령 납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