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74)
174. 내 조건은?
거대 비공정 선수 갑판으로 왔다.
‘언제 봐도 참 신기하단 말이야······!’
별다른 동력도 없이 이 거대한 비공정이 하늘에 떠 있다니.
비행석이 전생에 있었다면 에너지 산업에 혁명이 됐을 텐데 말이지.
잡생각을 떨쳐 버리고 생각에 잠겼다.
일부러 에테나에게 안드레아스를 천천히 선수로 데려오라고 했다.
‘안드레아스가 왜 온 거지?’
머릿속에 예상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항복?
고개를 흔들었다.
비공정을 많이 잃긴 했지만, 우리에게 대적할 수준은 된다. 마장기는 아직도 우리 기간트보다 더 많고.
그리고 아베르크 제국군이 이대로 전쟁을 끝내고 진군을 멈출 거로 생각진 않을 거다.
그러니 그는 가디언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싸울 사람이었다.
‘그럼 협상?’
문제는 그가 나와 거래할만한 것이 없다.
안드레아스의 책략 때문에 우리가 엘프 차원에서 몰살당할 뻔했다. 그때 전사한 기사들이 지금 내 마법인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치열한 전투였다.
그걸 보상받으려면 대체 얼마를 받아야 할까?
그리고 가디언 제국이 아베르크 제국을 침공해 또 얼마나 많은 기사와 병사가 죽었나······.
그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카드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았다.
마장기와 비공정을 내놓고, 가디언 제국의 영토를 순순히 줄 것 같지도 않고.
‘아니면 루이스가 시켜서 억지로 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음번 전투가 벌어지면 십중팔구는 자신들이 밀릴 테니, 가디언 제국의 백작인 나와의 인연을 말하며 인정에라도 호소할 생각일지도.
그 외에 몇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려봤지만, 딱히 지금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그때 에테나와 안드레아스의 모습이 보였다.
“타일러님, 모셔왔습니다.”
난 안드레아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대뜸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먼저 궁금한 점부터 물었다.
안드레아스는 천천히 다가와 말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구려. 반갑소. 타일러 후작.”
“왜 왔냐고 묻질 않소?”
안드레아스가 미소를 지었다.
“호기심이라고 할까? 나를 이렇게 궁지로 모는 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왔소.”
“호기심?”
의외의 대답이었다.
“괴수를 어떻게 길들인 거요? 그리고 그 불을 뿜는 무기는 대체 어디서 난 것이고? 또 오크를 어떻게 대했길래 타일러 후작을 왕처럼 따르는 거요? 난 타일러 후작에게 궁금한 점이 너무 많소.”
안드레아스는 주름진 얼굴로 아직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내가 내 비밀을 말해줄 것 같소?”
“어떻게 하나만 말해주면 안 되겠소?”
“여기까지 용기를 내 왔으니, 하나만 말해주겠소. 그 불을 뿜는 무기는 대포라고 하는 무기로 드워프들이 만든 것이오. 내가 드워프 차원으로 가서 직접 그들을 구하고 얻은 것들이지.”
“아! 역시 다른 차원의 무기였어.”
안드레아스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살짝 쳤다.
“오크도 그렇고, 드워프도 그렇고, 타일러 후작은 이계 난민들의 힘을 잘 이용하셨구려.”
안드레아스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온 진짜 이유가 뭐요?”
“타일러 후작과 협상을 하러 왔소.”
“나와 협상이 될 거로 생각하시오?”
“협상이 될지 안 될지는 일단 협상 조건을 들어봐야 아는 것이 아니겠소?”
안드레아스는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내게 어떤 제안을 해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좋소. 한번 들어나 봅시다.”
“항복하겠소.”
“뭐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방금 항복이라고 하셨소?”
“그렇소. 솔직히 더 싸워봤자,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전쟁이 아니오. 몇 년을 준비하고, 다른 세력을 설득하고, 비공정과 강습 마장기까지 최선을 다해 만들었소. 하지만 모두 허사였고, 겨우 전투 한 번에 내가 야심 차게 준비한 전력의 70%를 잃었소. 그러니 다음 전투는 해 보지 않아도 결과는 같겠지요. 그래서 항복을 택한 것이오. 그리고 기사들의 죽음을 더는 볼 수 없을 것 같소.”
안드레아스를 빤히 쳐다봤다.
날 기만하는 것은 아닌 거 같았다.
“루이스 황자도 허락했소?”
“루이스 황자 저하께는 곧 허락을 받을 참이오. 먼저 타일러 경이 항복을 받을 것인지, 알아보고 수도로 갈 생각이라······.”
“항복 조건은?”
“아로카 산맥과 델라스 강까지 가디언 제국의 서쪽 영토를 내놓겠소.”
“그건 나쁘진 않군.”
도시나 마을은 적지만 방대한 땅이었다.
가디언 제국의 1/10이나 되는 서부 지역을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론 어림도 없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병력이 아니겠소. 지금 가디언의 병력 규모는 강대하니, 언제든 아베르크 제국을 넘볼 수 있으니 쉽게 항복을 받아들일 수 없을 거요.”
안드레아스는 낮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우리 현 전력의 30%를 아무 조건도 없이 내놓겠소. 물론 비공정과 강습 마장기까지 포함해서 말이오.”
“정말이오?”
“다만 우리가 내놓은 병기들은 타일러 경께서 맡아 주시오.”
“그러니까 가디언 제국의 전력을 아베르크가 아니라 내게 맡긴단 말이오?”
“그렇소. 솔직히 난 아베르크 제국에 졌다곤 생각지 않소. 난 타일러 후작에게 진 것이오. 그러니 우리 전력을 맡기더라도 타일러 후작에게 맡기고 싶소.”
이게 무슨 소리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쥐새끼는 어디에나 있군.
“내가 제국에서 독립할 거라는 정보를 들었군.”
“그렇소. 아주 비싼 정보였소.”
며칠 전 지휘관들이 모인 공군 회의실에서 했던 말이 안드레아스까지 넘어간 것 같았다.
“아베르크에 비공정과 마장기가 넘어간다면, 그건 곧 개조되어 우리를 향해 다시 진군하겠지만, 타일러 경에게 간다면 당분간 아베르크가 가디언을 공격할 순 없을 것이고, 어느 정도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오. 뭐 영토를 꽤 잃긴 하겠지만······.”
“하지만 내가 가디언 제국의 병기를 챙기면, 아베르크 제국의 화살은 내게 향할 것이오.”
“어차피 제국에서 독립하면 그건 필연적이오. 황제가 입안에 생긴 가시를 그냥 놔두겠소? 그럴 사람이면 아리칸 공국을 진작 왕국으로 승격시켜줬겠지. 차라리 그럴 바에야 우리에게 가져간 병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제국을 견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리고 우리가 완전히 망하는 것보단 어느 정도 힘을 유지해야 타일러 후작에게도 좋을 것이고.”
안드레아스는 마치 내 생각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며칠 전 마르틴 국왕에게 내가 한 이야기를 안드레아스가 그대로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전후 복구 비용은?”
“우리도 군사력을 너무 빨리 증강해 재정이 어렵소. 그러니 단번에 줄 순 없고, 10년에 걸쳐서 아베르크에 지급하겠소.”
안드레아스가 협상이 될지 안 될지는 조건을 들어봐야 한다고 하더니, 정말 들어보니 그 조건에 수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고개를 흔들었다.
“조건은 나쁘지 않은데, 그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소.”
“이건 아베르크 제국과 타일러 후작에게 나쁠 게 없는 조건이오. 어차피 타일러 후작의 비공정이 없으면, 아베르크 제국은 우리 상대가 아니니, 타일러 후작의 말을 들을 것이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빠졌잖소.”
“······?”
“당신 말이오.”
안드레아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나이가 일흔이 훨씬 넘었소. 이 늙은이를 포로로 삼고 싶다는 거요?”
“물론이오. 당신이 무슨 짓을 할지 알고? 내 마지막 조건은 바로 당신이오.”
“하아! 다른 건 다 루이스 저하를 설득할 자신이 있는데, 과연 내가 가는 걸 허락하실진 모르겠소. 마지막 병력 하나까지 결사 항전을 하실지도 모르오.”
“그건 내 알 바는 아니고. 당신이 가져온 협상 조건에 내 조건은 그거 하나요.”
안드레아스의 한숨이 깊다.
“시간이 없소. 최소 보름 안에 답을 주시오. 그 기간이 지나면 나도 진군을 막을 순 없소.”
“휴우! 알겠소.”
안드레아스가 몸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자, 좀 쓸쓸해 보였다.
안드레아스의 조건은 내게 나쁠 게 없다.
아니 이보다 좋은 조건은 있을 수 없었다.
계속 전쟁을 한다고 해서 내가 가디언 제국의 땅을 넘겨받을 것도 아니고.
이번에 공왕에 자리에 앉게 되면, 차분히 독립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가디언 제국의 마장기와 비공정은 모두 내 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드레아스가 가디언 제국에 남아 있다면, 그는 분명 내게 대항할 무기부터 만들고, 다시 세력을 규합해 아베르크와 나를 위협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반드시 포로로 삼아야 했다.
그리고 포로가 된 그를 윌리엄 총사령관이 살려둘 리가 없었다.
결국, 내가 말한 협상 조건은 그의 죽음이었다.
‘운이 없군.’
멀어지는 안드레아스 원수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도 내가 없었다면, 어쩌면 그는 아베르크 제국을 점령하고, 대륙을 통일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운이 좋아 이겼을 수도 있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밤늦게까지 프로펠러를 수리하는 드워프들이 보였다.
그리고 당직을 서는 엘프와 보초를 서는 오크도 보였다.
과거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았지만, 이젠 다른 세상에서 힘을 합쳐 살아간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종족이 힘을 합치니, 그 힘은 배가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계 난민들을 구하고 힘을 합하고자 한 내 선택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젠 수인족을 구할 차례였다.
‘암 드로운과 기사들은 잘하고 있을까?’
수인족 차원에 있는 기사들이 걱정됐다.
그리고 수인족 대수림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복제인형인 여왕개미도 걱정이 됐고.
하루빨리 이곳 전쟁을 마무리 짓고, 수인족 차원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런 의미로 오늘 안드레아스가 찾아온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다만 루이스가 안드레아스를 포기할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휘이이잉!
안드레아스가 타고 온 비공정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잘 되겠지?’
그는 자신의 생명까지 걸고, 루이스 황자를 설득하러 간다.
물론 나도 윌리엄 총사령관과 시안 황자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그들이 과연 순순히 가디언 제국의 30%나 되는 전력을 내게 넘겨줄지가 문제였다.
절대 안 주려고 할 텐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
거대 비공정의 수리를 마쳤다.
하지만 아직 윌리엄과 시안 황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살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앨리슨은 어디 있지? 또 드워프 공방에 있나?’
거대 비공정 안에 새로 만든 드워프 공방.
이곳에선 기간트와 대포, 여러 장비를 수리할 수 있었다.
앨리슨은 요즘 이곳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있고 싶다며 전장까지 따라와선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다니.
공방으로 다가가자, 에테나와 앨리슨, 드워프들이 모여서 대화는 모습이 보였다.
‘에테나까지? 다들 작당해서 뭘 만드는 것 같은데······.’
몸을 돌렸다.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앨리슨은 제국 남부에서 삼황자와 연합군들을 제압할 때, 드워프 대포에 무슨 영감을 받은 것 같았다.
그때부터 저렇게 뭔가에 열중하고 있으니까.
선미 갑판으로 다시 올라와 인형의 집을 열었다.
‘짹, 잘 돼가고 있어?’
‘네. 잘 진행 중입니다.’
내 분신인형인 짹은 지금 인형의 집에서 20명의 다크 엘프 꼭두각시들을 훈련하고 있었다.
주로 침입과 은신, 그리고 암살까지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병과가 다양한 것은 좋은 것이다.
암살단이 병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야 꼭두각시라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에서밖에 쓰지 못하지만, 다크 엘프 꼭두각시들이 자동인형이 된다면, 그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암살단의 이름은 짹과 그림자.
에테나는 이름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정작 짹은 상관없다고 해서 그대로 부르고 있었다.
“영주님, 비공정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
고개를 돌리니 서쪽에서 지휘 비공정 한 척이 공군 본부가 아니라 내가 있는 기함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왔구나!’
윌리엄 총사령관과 시안 황자가 수도에서 돌아온 것이다.
일단 뭐라고 하는지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