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40)
40. 협상(2).
커널 대령은 깊은 한숨을 쉬곤 내게 되물었다.
“전진 기지를 달라? 자넨 그게 달라고 해서 줄 수 있는 물건인 줄 아는가?”
“가능합니다.”
“뭐? 가능하다고?”
“지금 살루스 기지는 텅 비어 있습니다. 전 그곳을 이계 난민들의 기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난민들의 기지? 갈수록 가관이군.”
커널 대령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자네가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더 들어보지. 대체 난민 기지를 만들겠다는 이유는 뭔가?”
“이번에 드워프들을 구하면서 봤습니다. 그들은 지하 갱도에서 노예처럼 혹사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크들 역시 인간들을 도와 대수림에서 지난 10여 년간 용병으로 길잡이와 짐꾼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도 없는 떠돌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그냥 단순히 동정심인가?”
“동정심도 있지만, 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제국의 미래? 허!”
커널 대령이 짧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살루스 기지처럼 이계 난민들을 착취하는 전진 기지가 많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야 이계 난민들이 소수지만,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나중에 숫자가 늘어나고 그들의 불만이 쌓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뭐, 반란이라도 일으킬 거란 말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무시무시한 기간트가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대우가 좋은 다른 왕국이나 가디언 제국의 전진 기지로 난민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탈이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커널 대령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계 난민들의 능력이 지금은 우습게 보이지만 그 숫자가 지금의 몇 배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드워프는 뛰어난 광부기도 하고, 건설에도 재능이 있습니다. 오크는 혼자서 인간 4배의 짐을 들 수 있고, 괴수와 전투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능력쯤은 나도 알고 있네.”
커널 대령은 겨드랑이에 팔짱까지 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대수림의 인적 자원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지난 10년간 늘어나지 않고,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장벽 너머에서 가지고 온다고 하지만, 이곳의 물가는 거의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앞으로도 인간이 대수림에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이계 난민들은 인간을 대체할 유일한 자원입니다.”
“그건 맞는 말이네. 그러니 황제 폐하께서도 그들을 괴수로부터 보호하라고 하신 것이겠지.”
커널 대령이 처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난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여기저기 전진 기지에 흩어져 있다면, 누가 제대로 관리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전 살루스 전진 기지에 이계 난민들을 모아서 그들이 자립하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자립을 돕는다······?”
“그리고 그들이 직접 금화를 받고 각 전진 기지에 난민을 파견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겁니다.”
커널 대령이 손을 들고 내 말을 끊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하나의 큰 세력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럼, 더 관리하기 힘들어질 텐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대수림의 땅은 너무 단단해 인간이나 가축, 이계인들이 먹을만한 작물은 자라지 않습니다. 그럼 식량은 어디서 구하고, 또 장비나 물자는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결국, 일해서 금화를 벌어야 하고, 그 금화로 우리 카야킨 전진 기지에서 식량과 물자를 사게 될 겁니다.”
“듣고 보니, 그건 맞는 말이군. 식량 수급이 전진 기지의 최대 문제니, 결국 우리를 통해 살 수밖에 없겠군.”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통제권은 우리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금화 이야기가 나오자, 관심이 생겼는지 커널 대령의 상체가 앞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이참에 다른 왕국의 전진 기지와 제국이 관리하는 전진 기지를 전수조사해서 이계 난민들을 찾아 모두 살루스 기지로 보내는 겁니다.”
“이계 난민을 전부?”
“네, 언제까지 이계 난민들 관리를 전진 기지에만 맡기실 겁니까? 그러니까 살루스 기지 같은 곳이 나오는 겁니다. 제가 알아보니 살루스 전진 기지에서 죽은 드워프가 수십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음. 수십 명이라······, 그건 좀 심하군.”
“이번에 커널 대령님께서 카야킨 사령관으로 부임하셨으니, 새로운 질서를 만드시는 겁니다. 앞으로 이계 난민이 필요한 기지는 금화를 주고 그들을 고용하고, 그들은 우리 전진 기지에서 식량과 물자를 살 테니, 결국, 금화는 이곳에 쌓이게 될 겁니다.”
“그건 꽤 마음에 드는군.”
커널 대령이 살짝 입맛을 다셨다.
“그동안은 각 전진 기지가 알아서 난민들을 보호하고 알아서 부려먹었지만, 이젠 관리 측면에서도 그렇고 미래를 봐서도 변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리고 살루스 기지의 이계 난민과 소통은 전적으로 제가 맡고 싶습니다.”
“자네가?”
“이미 아시겠지만, 드워프어와 오크어, 엘프어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긴, 자네가 적임자이긴 하지. 하지만 사령관님께서 자넬 이곳으로 보내주겠나?”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좀 힘들겠지만, 수시로 대수림을 오가며 잘 관리해 보겠습니다.”
“그래?”
커널 대령이 처음과 달리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소통과 관리도 내가 해준다고 했고, 식량 보급만 잘 받아 놓으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금화가 전진 기지에 추가로 쌓이는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상부에 금화를 많이 바치면 모두 그의 공이 될 것이고, 프랭크 대령처럼 딴 주머니를 찰 수도 있다.
물론 각 왕국 전진 기지와 영지들의 반발이 문제긴 하지만, 대수림에선 힘이 법이고, 카야킨 전진 기지의 힘이 제일 강했다.
그리고 카야킨 기지 뒤엔 헬다임 장벽 사령부가 있다.
“한 가지 간과한 게 있군. 전진 기지의 사용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네. 윌리엄 사령관께서 전권을 가지고 있어.”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윌리엄 사령관님 측근 중에서 대수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굽니까? 그건 바로 커널 대령님이십니다. 그러니 대령님께서 방금 제가 설명한 내용으로 이계 난민들의 전진 기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보고서를 작성해 주십시오. 그럼, 제가 사령관님의 허락을 받아 오겠습니다.”
커널 대령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서 몇 장 써주고 금화를 벌 수 있는 거야!
난 그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니까 좀 도와달라고.
어차피 나도 식량과 물자를 구해야 하니, 카야킨 전진 기지를 이용해야 했다.
“한가지 문제가 더 있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 그곳을 누가 지킬 건가? 전진 기지를 지키기 위해선 기간트가 필요하네. 그리고 기간트를 운용하기 위해선 큰돈이 필요하고. 단지 이계 난민을 보낸다고 전진 기지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점에 대해서도 이미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우선은 이번에 이계 난민들을 살루스 기지로 보내면서 기간트를 가진 용병대를 호위로 보냈습니다. 당분간 그들이 기지에 머물며 기지를 보호할 겁니다.”
“용병대의 기간트라······.”
갑자기 커널 대령의 눈이 똥그래졌다.
“방금 무슨 말인가? 이계 난민을 살루스 기지로 보냈다고?”
“제가 구한 드워프들과 오크들을 어제 살루스 전진 기지로 보냈습니다.”
“뭐라? 내 허락도 없이?”
“누가 그런 말을 했다지요. 허락을 구하기보단 용서를 구하는 것이 낫다. 죄송합니다.”
“뭐?”
커널 대령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살루스 기지에 마석 광산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마석?”
커널 대령이 슬며시 눈을 떴다.
“그래 나도 들은 거 같군.”
“드워프들의 리더인 라스칼과 마석을 계속 캐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 캐낸 마석을 우리 카야킨에 팔 겁니다. 그럼 금화를 벌게 될 거고. 그 금화로 제국에 있는 진짜 용병대를 고용할 생각입니다. 그럼 난민 기지 수비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음······! 우린 그냥 마석을 사서 넘기고, 식량이나 물자만 팔면 된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카야킨 전진 기지는 가만히 앉아서 계속 이익이 나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
“괜찮은 조건이긴 하군.”
커널 대령이 날 빤히 쳐다봤다.
“자네가 얻는 것은 뭐지?”
“네?”
“아무리 봐도 이건 나와 전진 기지에 너무 좋은 조건이야. 장벽 사령부도 좋은 일이고. 하지만 자네가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은가?”
“저야 위대한 황제 폐하와 제국을 위해······.”
“그런 상투적인 대답 말고 자네 진심을 듣고 싶네.”
살짝 답변이 막혔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카멜 기지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생각해낸 것이었지만, 이를 통해 내가 얻을 것에 대한 답변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
살루스 기지의 대규모 마석 광맥이 탐나서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때 불현듯 원래 타일러 빈스의 처지가 생각났다.
“복수입니다.”
“복수?”
“잘 모르시겠지만, 사실 전 가문에서 내쳐진 신세입니다.”
“자네가?”
“그렇습니다. 전 사생아입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가문의 후계자 자리는 동생이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백작부인은 절 눈엣가시로 생각하죠. 제가 정보국에 입대한 것도 혹시나 있을 암살이 두려워서입니다.”
“허! 그런 사정이 있는진 전혀 몰랐군.”
커널 대령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전 제국의 군인으로 크게 성공할 겁니다. 그래서 보란 듯이 제 존재를 널리 알리는 것이죠. 그것이 절 버린 아버지와 가문에 복수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성공이라······, 자네 말대로 최고의 복수는 가문에서 자넬 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군.”
커널 대령은 이제야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풀린 모양이었다.
“처음 대수림에 함께 왔을 때만 해도 자넨 재수는 없지만 조금 특출난 장교 수준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거물들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범인은 생각할 수 없는 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군. 솔직히 감탄했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마도 대수림이 절 성장시킨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커널 대령은 피식 웃었다.
“이번에 장벽으로 돌아가면 진급은 물론이고, 자네 바람대로 아주 유명인사가 될 거네. 그리고 자네 몫으로 꽤 많은 금화가 갈 테니. 기대하게.”
“저기, 그럼 이계 난민 기지는?”
“하하! 자네 말대로 우리 전진 기지에 큰 이득이 되는 일인데 그까짓 보고서 몇 장 쓰는 게 어렵겠나. 당장 써주겠네.”
“충!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국이 관리하는 모든 전진 기지를 전수 조사해 이계 난민들의 실태를 파악해 놓을 테니, 가서 사령관님 허락이나 받아 오게.”
사실 커널 대령의 보고서만으로 이미 8부 능선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린 일주일 후 헬다임 장벽으로 향했다.
귀환 병력은 예상보다 규모가 컸다.
귀하신 거신 갑옷과 장비가 무려 넷이나 있었다.
거기에 전 사령관인 프랭크 대령이 숨겨 놓은 괴수 부산물과 이번에 살루스 놈들에게 뺏은 마석과 부산물까지 수송할 물건이 상당했다.
그랬기에 18대의 기간트와 작업용 기간트 10대, 병사 3백 명, 수십 대의 마차가 동원됐다.
***
돌아가는 길은 다행히 순탄했다.
가끔 괴수가 튀어나오고, 억수같이 비가 오기도 하고, 살인 벌레가 습격하고, 뼛속까지 녹아버릴 날씨를 빼면 말이다.
난 앨리슨이 다치거나 아플까 봐, 별 3개짜리 냉기 조끼까지 빌려줬다.
덕분에 개고생하고 있지만, 이건 다 투자였기에 꾹 참고 이동했다.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차에 누웠다.
해가 져도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다들 파김치가 되어 좀비처럼 눕기 바빴다.
대수림에선 쉴 수 있을 때 무조건 쉬어야 했다.
잠은 오지 않았기에 인형의 집을 열었다.
[인형의 집]사마귀는 몇 배나 넓어진 인형의 집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표범인형은 날카로운 발톱을 괴수 뼈에 비비고 있었고, 내 자동인형 짹은 단검을 휘두르고 도끼를 던지는 등 무섭게 무예를 단련하고 있었다.
‘좋은 자극이 된 거 같네.’
내 자동인형 셋은 기간트를 타는 마나인형이었다. 유일하게 기간트를 타지 못하는 건 짹뿐이었다.
그래서 자격지심이 생긴 것 같았다.
저렇게 열심히 단련하는 것을 보면······.
마지막으로 살루스 전진 기지에서 얻은 자할리(lv.7)가 기간트에 타고 훈련하고 있었다.
원래 룩급 기간트 기사라 성장 가능성도 크고, 지금도 잘 크고 있었다.
자할리는 벌써 인형의 집에 있는 나이트급 기간트에 탈 수 있었고, 이런 추세라면 헬다임에 도착하면 비숍급까진 무난하게 탈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왠지 악당 컬렉션 같네.’
사마귀와 표범은 인간을 해치는 괴수였고, 짹은 암살자, 더그(프랭크)는 전진 기지의 물자를 빼낸 비리 사령관이었고, 엘다크는 재수 없는 상사, 자할리는 르블로 사냥팀을 공격한 살루스 기지의 기사단장이었다.
하나 같이 정상이 없네.
유일한 정상은 거신인형인 암 드로운뿐이었다.
전생에 내 마법인형은 대부분 동료였고, 함께 싸우다 죽은 전우였기에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이젠 다 똑같은 마법인형이었지만.
그보다.
‘이제 어떻게 마법인형을 늘리지······?’
기간트에 타고 스킬이 생겼다고 해도 내 본업은 인형술사!
마법인형이 많아야 강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운명의 실타래도 여유가 있었고, 훈련하고 있는 마법인형도 자할리밖에 없었기에 마법인형을 늘리기에 아주 좋은 시기였다.
하지만 마법인형을 만들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함께 헬다임으로 가는 기간트 기사들과 작업용 기간트에 탄 사람들까지도 운명의 실을 연결했지만, 기간트가 많으니 괴수에게 죽을 리도 없었고, 이곳은 비교적 안전한 길이었기에 강한 괴수가 나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장벽을 넘어가면 대수림보다 마법인형을 만들 기회가 훨씬 줄어들 것이기에 당분간 개점휴업상태가 될 것이다.
쨍그랑!
“난 살루스 왕국의 기사다! 이따위 것을 먹으라고 가져온 거냐! 고기를 가져와라!”
또 시작했네.
살루스 기사들의 저런 투정과 반항은 거의 매일 반복됐다.
이제 헬다임 장벽으로 넘어가면 목이 잘릴 테니, 배 째라는 식이었다.
덕분에 고생하는 것은 음식을 준비하는 병사들이었다.
그냥 전진 기지에서 처형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왜 굳이 헬다임으로 데려가려는 건지 모르겠다.
‘잠깐, 어차피 다 죽을 놈들이잖아!’
포로로 끌고 가는 살루스 기간트 기사가 일곱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