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39)
39. 협상(1).
“마법이 새겨져 있는 오리지널 기간트가 있다는 소문은 나도 얼핏 들어봤소. 그런데 그걸 내가 직접 목격하게 되다니······!”
케네스는 아직도 자신이 본 것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나도 전에 살루스 야영지에 경고하러 가는 길에 윌리엄 사령관에게 들은 기억이 났다.
오리지널 기간트 중에는 특수한 고대 마법이 새겨진 것이 있다고 했다.
그때는 그게 단순히 오리지널 기간트 성능이 좋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방금 오리지널 마장기가 쓴 거신의 마법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거신의 마법은 완전한 비밀은 아니란 것이었고, 일부 오리지널 기간트는 나처럼 거신의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웨슬리 슈나이더 백작은 왜 자신의 기간트에 거신 마법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지?’
케니스 영지는 대영지긴 하지만 기간트를 생산하는 영지는 아니었다.
그러니 영지의 모든 기간트와 오리지널 기간트 역시 수도나 다른 대영지에 금화와 부산물을 주고, 만들어야 했다.
그럼, 생산자들이 일부러 오리지널 기간트에 특수한 마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마법 시동어를 모를 수 있고.
이것도 정치의 영역인가?
‘살짝 귀띔해 줄까?’
지난 한 달 동안 카야킨으로 오면서 웨슬리 백작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나름 친해졌다.
그는 은혜를 베풀면 절대 모른 척할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거신 마법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모른다고 해도 그는 거신 마법이 없는 지금까지도 기간트 천재였기에 대수림에서 잘 지내왔다.
다른 영지에서 비밀로 했다면 내가 나서서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그건 내가 거신 마법을 알고 있다는 걸 세상에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건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고 있소?”
난 케네스 영감을 똑바로 바라봤다.
“제가 방금 마법을 왜 보여드렸는지는 아십니까?”
“뭐요?”
케네스는 나와 주변에 있는 오크들을 슬쩍 쳐다봤다.
그리곤 살짝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서, 설마 나와 손녀를 죽여 입막음하려고?”
“네?”
이 양반 무슨 상상을 하는 거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방금 마법을 보여드린 것은 제가 그만큼 케네스님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전 케네스님을 장벽 너머로 모시고 싶습니다.”
“장벽 너머로?”
“그렇습니다. 언제까지 빛도 안 들어오는 이런 지하에 사실 겁니까. 푸른 초원이 보이는 곳에 저택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아침이면 지평선 멀리 떠오르는 희망찬 태양을 보면서 깨고, 점심이면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소풍도 가고, 저녁이면 붉은 석양을 보며 테라스에서 스테이크도 썰고 차도 마시고, 또 손녀의 재롱도 보고 얼마나 좋습니까.”
케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이 나쁘진 않군. 하지만 난 이곳을 포기할 수 없소.”
“네? 이 고물상을요?”
“고물상이 아니라 보물섬이요. 여긴 내 선조들의 피와 땀이 담긴 장소요. 내 아버지와 내 할아버지도 이곳에서 일했고, 내 자식도 한땐 이곳에서 일했소. 그리고 난 이 일을 사랑하오. 비록 큰돈은 벌지 못했지만, 쓸모없고 버려진 기간트에 새 생명을 주는 일에 아주 큰 보람을 느끼고 있소.”
“일 때문이라면 이곳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드리죠. 부서진 기간트도 원하시면 최대한 많이 옮겨 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기보다 큰 작업장도 만들어 드리고, 괴수 부산물과 마석도 얼마든지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케네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제안은 고맙지만, 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소. 이젠 치매까지 있으니,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무리요.”
그는 별로 장벽 너머로 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공격 목표 선회!
“어르신은 그렇다고 해도 앨리슨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제 11살 소녀를 이런 암흑 속에서 계속 살게 놔두실 겁니까? 솔직히 이곳은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지 않습니까. 손녀를 생각해서라도 장벽 너머로 가셔야 합니다.”
케네스가 오크 제사장 레드불과 놀고 있는 앨리슨을 지긋이 쳐다봤다.
아무래도 마음이 조금 흔들린 것 같다.
“앨리슨을 학교에 보내 또래 친구도 만들어 주고, 나중에 성장해 성인이 되면 수도에서 제일 좋은 명문 아카데미에 보내주겠습니다. 제가 이래 봬도 가진 건 돈밖에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요. 저쪽 세상은 이곳과 달리 심한 경쟁 속에 살아야 하오. 그리고 내 손녀의 능력을 이용할 나쁜 놈들투성이요. 내 아들도 이곳이 싫다고 나가선 결국 돌아오지 못했고, 만삭인 며느리만 돌아왔소. 그리고 저 핏덩이를 남기고 며느리도 죽었지.”
아! 영감님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케네스가 이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그럼, 앨리슨만이라도 데려가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책임지고 보호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도움을 받을 생각입니다. 앨리슨의 능력은 어르신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앨리슨은 제가 하려는 일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앨리슨을 안전하게 보호하겠습니다. 또 최선을 다해 보살필 겁니다. 그러니 앨리슨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
진실의 힘은 이미 드워프 리더인 라스칼과 대화하면서 느꼈다.
그랬기에 나도 숨김없이 내 진심을 밝혔다.
“휴우! 나도 그러고 싶소만, 앨리슨은 11년을 나와 함께 살았소. 내가 부모이자 유일한 혈육인데 나와 떨어지려고 하겠소? 그만하고 돌아가시오.”
하긴, 함께 산 세월이 11년이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돈독한 정이 깊을 것이다.
그럼 어떤 방법을 써야 하지?
그때 앨리슨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닌데! 앨리슨, 가고 싶은데!”
“어?”
“뭐?”
우린 동시에 앨리슨을 쳐다봤다.
“난 착한 타일러 아저씨 따라가고 싶은데! 여긴 친구도 없고 재미없는데! 할아버진 여기 있어, 나 혼자 갈게.”
순간 케네스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 됐다.
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어험! 아무리 어려도 당사자의 의견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앨리슨도 보다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다는군요. 제가 우리 앨리슨을 잘 보살피겠습니다.”
“하아!”
케네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날 쳐다봤다.
“손녀를 어떻게 저 위험한 세상에 혼자 보내겠소. 어쩔 수 없이 나도 가야겠군. 아까 초원이 보이는 저택을 준다고 했나?”
“하하! 물론입니다.”
“작업장은 여기보다 2배는 커야 할거요.”
“2배가 뭡니까. 5배는 크게 지어 드리죠.”
“5배라 그건 좋군.”
앨리슨 덕분에 이야기가 쉽게 풀렸다.
한참 조건을 다시 이야기하다 케네스가 오리지널 마장기를 쳐다봤다.
“여기 이 마장기를 가져갈 생각이면 내가 겉모습을 싹 개조해 주겠소.”
“개조요?”
“이게 오리지널 마장기란 것을 알게 된다면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겠소? 모르긴 몰라도 이걸 차지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할 놈들이 가득할 거요. 그러니 고물 기간트로 변신시켜야지.”
“아! 그건 미처 생각지 못했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케네스는 말이 끝나자마자, 작업용 기간트를 타고 마장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앨리슨, 오늘 고마웠다.”
“뭘요! 할배는 어차피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그래서 일부러 혼자 간다고 했니?”
“아닌데! 진짜 혼자 갈려고 했는데!”
“어? 그래. 잘했다.”
난 앨리슨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런데 몸집도 작지만, 머리도 너무 작다.
‘아무래도 많이 먹여야겠어.’
왠지 모를 책임감이 느껴졌다.
***
[카야킨 전진 기지 사령관실]“충! 부르셨습니까?”
“부르셨습니까? 지금 그 말이 나오나.”
커널 대령은 경례도 받지 않고, 날 노려봤다.
“미치지 않고서야 보고도 제대로 안 하고, 사흘 만에 나타난 이유가 뭔가?”
“이미 보고서에 내용은 충분히······.”
“허! 그걸 누가 몰라? 그래도 자네 입으로 보고를 해야지.”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커널 대령은 골치가 아픈지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자리에 앉게.”
“감사합니다.”
커널 대령은 날 빤히 쳐다봤다.
“자넨 왜 점점 더 뻔뻔해지는 것 같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기분 탓입니다.”
“이거 봐! 이상하다니까.”
커널 대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커널 대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일단 사령관이 궁금한 것을 다 해소할 때까지 조용히 대답만 할 생각이었다.
“일단 거신 갑옷을 수거하는 임무는 잘 완수했더군. 비밀도 잘 유지했고. 윌리엄 사령관께서 아주 좋아하시겠어.”
“임무를 함께 수행해준 기간트 장교님들 덕분입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만 보고할까?”
“하지만 제 공이 큰 건 분명합니다.”
커널 대령이 피식 웃었다.
“아무튼, 그 임무야 이제 내 손을 떠났으니, 윌리엄 사령관님께서 알아서 하실 거고. 내가 궁금한 건 살루스 전진 기지의 일이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보고서에 적혀 있는 데로 입니다, 저와 오크, 엘프들이 힘을 합쳐 살루스 기지에서 드워프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 르블로 영지 기간트 작업자들이 있지 뭡니까. 그래서 놈들의 만행을 알아냈고, 그걸 카멜 전진 기지에 알린 겁니다.”
“그러니까 순전히 우연이었다?”
“네! 우연이었습니다.”
이미 날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는 기간트 작업자들과는 입을 맞춘 상태다.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고, 어떻게 그자들이 자신들의 전진 기지를 버리면서까지 마석과 부산물을 모두 가지고 카멜 전진 기지로 온 건가? 그 이유에 대해선 보고서에 아무 내용이 없더군. 아는 사람도 없고. 설마 자네도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커널 대령이 어디 대답해보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전 알고 있습니다.”
“오! 그래?”
난 이미 준비한 대답을 꺼냈다.
“저와 오크들이 드워프와 기간트 작업자들과 탈출하기 위해 전진 기지 문을 열었을 때, 아무래도 괴수가 기지 안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커널 대령의 눈빛이 반짝였다.
“바하쿰 백작이 무슨 숲의 괴물이 기지를 공격했다고 횡설수설하던데, 그 괴수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놈들이 기지 안에 들어온 괴수를 쫓아내지 못하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기지를 포기하고 카멜 기지로 간 것입니다.”
“전진 기지의 기간트가 대응하지 못할 정도라니? 설마, 재앙급 괴수인가?”
커널 대령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아닙니다. 제가 그놈을 봤습니다.”
“직접 봤다고?”
“네! 드워프를 구한 후 제 정보원을 시켜 살루스 놈들의 만행을 카멜 전진 기지에 알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 살루스 놈들이 뭘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지 입구 근처에서 잠복하며 계속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놈들이 전진 기지를 막 비웠을 때, 기지에서 나오는 그놈을 봤습니다. 11미터의 높이에 이족 보행을 하고, 온통 나뭇잎 같은 것을 몸에 붙였으며, 눈에서 무시무시한 자줏빛 광채가 나오는데 순간 오줌을 지릴 뻔했습니다.”
“11미터라면 다행히 재앙급은 아니군. 그런데 그 괴수가 살루스 전진 기지를 나왔다고?”
“그렇습니다. 기지 내부에 더는 먹이가 없자, 스스로 나와 서쪽으로 가는 걸 봤습니다.”
난 사실대로 말했다.
누가 봐도 내 거신인형은 괴물 같았으니까.
물론 괴물이 나갔다는 거짓말도 조금 보탰다.
“아무래도 하늘에서 천벌을 내린 게 아닐까요?”
“뭐?”
“그놈들이 제국의 무고한 기사와 병사들을 죽였으니, 하늘도 노한 것이지요.”
“쓸데없는 소리.”
커널 대령은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내 이야기가 어느 정도 먹혔는지, 대충 넘어간 것 같았다.
“이유나 과정이 어쨌든 자네 제보로 인해 살루스 놈들의 만행을 알게 됐고, 르블로 사냥팀의 억울한 죽음도 밝혔네. 물론 생존자를 구한 것도 큰 공이고. 이건 내가 따로 정리해서 윌리엄 사령관님께 보고하지.”
“카멜 전진 기지에 미리 소식을 전해 놈들이 도착하기 전에 대비할 수 있게 한 공도 있습니다. 만약 살루스 놈들이 카멜 기지 안으로 들어가 공격했다면······, 어휴!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을 겁니다.”
“허! 자네 말이 맞네. 그 공도 잊지 않고 보고서에 추가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뭐가 또 있나?
커널 대령은 책상 위에 서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살루스 놈들에게 포획한 기간트가 총 8대에 부산물과 마석이 마차로 37대 분량이야. 일단 살루스 놈들을 사로잡은 케니스 사냥팀에 삼 분의 일을 챙겨 주기로 했고, 포로들과 포획한 물건을 이곳으로 가져온 카멜 기지 사냥팀에도 일부 챙겨 주기로 했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공이 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자네 공이 가장 큰데, 포상으로 뭘 줘야 할지······, 알다시피 자넨 제국군 소속이고 게다가 의무 복무기간이라, 임무를 진행하다가 생긴 재화나 습득물은 모두 제국의 국고로 귀속되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수림에선 관행적으로 모두 국고로 보내는 건 아니네. 일부는 우리 전진 기지 운용자금으로 쓸 거고, 일부는 장벽 사령부에서 쓰겠지. 그러니 일부는 자네가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게. 최대한 챙겨 주도록 힘써보지.”
이것 때문에 날 찾았나?
난 이미 인형의 집에 마석과 부산물이 가득했고, 살루스의 기간트도 챙길 만큼 챙겼기에 큰 욕심은 없었다.
그런데 뭘 또 준다고 하니······.
“살루스 전진 기지를 주십시오.”
그냥 지금 내가 가장 필요한 것을 말했다.
“······?”
커널 대령은 날 빤히 쳐다봤다.
이 미친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커널 대령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날 놀리려는 것은 아닐 거고. 날 기만하는 걸까?”
그리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타일러 빈스 중위, 다시 한번 말해 보게. 뭘 달라고?”
“살루스 전진 기지를 주십시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