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60)
60. 타일러 중령.
당장 실행 가능한 목표.
실행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달성하고 싶은 목표.
그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어쩌면 이상적인 목표가 아닐까?
“놈들을 이데아 발굴지에서 완전히 몰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베르크 제국이 발굴 작업을 독점해야 합니다.”
“솔비스 백작의 말이 맞습니다. 제국의 영지군과 가용할 수 있는 군단과 병력을 총동원하여 작업 구역을 나누고, 이데아 수도 발굴에 우리 제국의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합니다. 이것은 역사적인 발굴이기도 하지만 거신들의 기술을 알아낼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데아 제국의 수도를 우리가 독점 발굴해야 한다는 목표가 맞소?”
“그렇습니다.”
“네. 맞습니다.”
두 백작은 이데아 수도 발굴 작업을 아베르크 제국이 독점하자는 목표를 말했다.
그래야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것이 많을 테니까.
호엘 2군단장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발굴지를 독점하기 위해선 먼저 지금 이곳에 집결한 가디언 제국군을 섬멸해야 합니다. 잠깐, 저들의 병력이 얼마나 되지?”
호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안 5군단장에게 물었다.
만약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블랙힐 기지에 몇 달이나 먼저 왔으면서 놀고 있었다는 뜻이 되기에 한순간에 능력 없고 게으른 놈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혹시 모르는 건가?”
시안 군단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발굴지와 보르자 전진 기지를 합하면 900기 정도의 마장기가 있고, 병력은 대략 4천 정도 있습니다. 근거 자료와 저들의 움직임을 기록한 일지를 보여드릴까요?”
시안 군단장이 제대로 대답하자, 호엘 군단장은 정색하며 앞을 보고 설명을 이었다.
“우리 2군단의 기간트가 160기에 5군단이 90기, 장벽 사령부의 기간트가 200기, 두 대영지군이 110기, 대수림 전진 기지에서 모인 영지군의 기간트가 대략 250기 정도니······.”
“총 810기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래, 810기. 고맙네.”
호엘 군단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기간트의 숫자가 저들보다 거의 100기나 부족합니다. 물론 이 정도 숫자라면 지휘관과 기사들의 능력으로 충분히 극복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들의 레이킨 전진 기지에도 기간트가 많으니, 그 병력까지 상대하려면, 전투에서 승리도 해야 하고 병력도 많이 남겨야 합니다.”
“우리 카야킨 전진 기지에도 기간트가 있으니, 불러오면 되지 않습니까?”
솔비스 백작이 끼어들었다.
“그러다가 레이킨 전진 기지의 병력이 이쪽으로 오지 않고, 우리 카야킨 전진 기지를 공격해 점령하면요? 보급로가 막혀 블랙힐 기지가 아사할 수도 있습니다. 카야킨은 우리 전진 기지들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지키기는 쉽지만, 다시 뺏기는 어려운 곳으로 무조건 기간트를 남겨야 합니다.”
호엘 군단장은 호전적이라 알려졌지만, 지금 보니 꽤 냉철하고 계산적이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 봐야 안다.
시안 5군단장이 나섰다.
“그렇다고 저들이 발굴 작업을 계속하게 둘 순 없습니다. 그러다 거신 갑옷을 다수 발견해 모두 오리지널 마장기를 만든다면, 지금의 전력이나 기간트 숫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듣고 있다가 시안 군단장에게 물었다.
“5군단장은 거신 갑옷을 우선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목표를 말한 것이오?”
“그렇습니다. 다른 것보단 거신 갑옷을 우리가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호엘 군단장을 쳐다봤다.
“호엘 군단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도 거신 갑옷을 확보하는 것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일단 목표부터 정하겠소, 아니면 이 회의는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그럼 저도 거신 갑옷을 최대한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겠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교통정리를 했다.
“찰스 정보국장, 듣지만 말고 이제 경도 의견을 내 보시오. 그대가 내 임명장을 가져왔으니, 황제 폐하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소.”
황제의 의중이란 말에 모든 시선이 찰스 국장을 향했다.
“폐하께선 그저 윌리엄 북부군 사령관님을 최대한 지원하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래요?”
“다만 지금은 휴전 중이긴 하지만, 동부 전선도 가디언 제국과 대치 중이고, 해외 식민지에서도 계속 병력을 요청하고 있고, 최근엔 아리칸 공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고 하시며, 최대한 전쟁은 자제했으면 하십니다. 하지만 가디언 제국이 커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진 말라고도 하셨고요.”
윌리엄 사령관은 입맛을 다셨다.
최대한 지원만 한다고 하더니, 일종의 가이드 라인까지 말한 것이다.
케니스 대영지의 웨슬리 백작이 손을 들었다.
“저도 전쟁은 반대하지만, 저들이 오리지널 마장기가 늘어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분명 우리 제국을 공격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웨슬리 경도 거신 갑옷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목표로군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점점 목표가 하나로 모이고 있군.”
윌리엄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날 쳐다봤다.
“내 특별고문은 우리 북부군의 목표를 뭐로 자문해 주실 건가?”
그 순간 다시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모였다.
부담스럽게······.
“저도 거신의 갑옷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습니다.”
“그렇군.”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좀 더 상세한 목표를 하나 더 잡고 싶습니다.”
“상세한 목표?”
다시 시선이 내게 모였다.
“전 5군단의 기사들과 함께 직접 발굴 현장을 가봤습니다.”
“그래?”
윌리엄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근처에서 화산이 터져 모든 것을 집어삼켰을 겁니다. 도시도, 거신도, 모든 생명체도요. 안에 살던 거신들은 탈출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죽은 거로 보입니다.”
“그렇겠지. 안타까운 일이군.”
“그럼 거신의 갑옷이 어디에 가장 많이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윌리엄 사령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거야 황궁 아니겠나? 그곳엔 기사들이 많이 지키고 있을 테니까.”
“맞습니다. 전 우리의 목표를 이데아 제국 수도 발굴이 아니라, 이데아 황궁 발굴로 잡고 싶습니다.”
“황궁 발굴이라······.”
“아마도 수도 전체에서 발견할 갑옷보다, 황궁에서 발견할 거신 갑옷 숫자가 훨씬 많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가디언 제국 역시 황궁 발굴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뭐라?”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나만 알고 있는 정보였으니 놀랄 만도 하지.
“확실한가?”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비슷하게 지도와 현장을 그려왔습니다.”
“허! 어서 가져오게.”
난 에테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에테나가 안당고낙의 고삐를 끌고 다가왔다.
모여 있는 지휘관들이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저 괴조는 정말 괜찮은 건가?”
“부리로 쪼거나 할퀴는 건 아니지?”
다들 불안해하기에 내가 일어나 에테나에게 다가가 서류를 건네받았다.
에테나가 한쪽으로 걸어가자, 주변 기사들과 장교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에테나를 보는 건지, 안당고낙을 보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남자 놈들이란······.
“모두 똑같은 자료입니다.”
그리고 자료를 사령관과 지휘관들에게 나눠주었다.
“오! 이게 이데아 제국의 수도라는 건가!”
“정말 정교하군.”
“놀라긴 이릅니다. 이건 겨우 수도로 들어가는 11번째 외부 출입문과 반경 2km의 도시 초입일 뿐이니까요.”
“와! 도시를 이렇게 정확한 구역으로 맞춰 지으려면 엄청난 건축 기술이 필요할 텐데! 과연 거신들의 도시답네.”
솔직히 내가 처음에 그린 건 너무 허접했다.
그래서 에테나에게 설명하면서 다시 그랬더니, 순식간에 지금의 지도로 바뀌었고, 내가 직접 본 광경과 매우 흡사했다.
그때 시안 군단장이 손을 들었다.
“다섯 번째 페이지에 이 작은 원과 선은 뭐지?”
“그 작은 원이 앞장에서 보셨던 외부 출입문과 발굴지 초입이고, 그 선은 현재 저들의 발굴 방향과 끝 지점입니다.”
“뭐? 벌써 이렇게나 많이 전진했다고?”
다들 경악했다.
작은 원이 2km인데 새끼손톱만 했다.
그런데 선의 길이는 한 뼘은 됐으니까.
“너무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이 어딘지 잊으셨습니까? 거신들의 수도입니다. 지금 가디언 제국이 파고 들어간 수준은 우리 수도와 황성의 거리로 따지면 1/5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1년 동안 겨우 그 정도 전진했다는 말입니다.”
“아! 아직 멀었군.”
“대체 이런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지?”
그때 호엘 군단장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발로 뛰었지요.”
“그 말이 사실이라고? 그럼 정말 저들의 발굴지 깊숙이 들어갔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호엘 군단장이 눈을 깜빡이며 경악했다.
그리고 정보국장을 쳐다봤다.
“허! 정보국이 대수림에 지부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이유가 다 있었군요. 찰스 경의 혜안에 감탄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다 타일러 지부장이 한 일입니다.”
“지부장이요? 타일러 소령, 아니 특별고문이 정보국 지부장이란 말입니까?”
“네.”
호엘 군단장이 날 빤히 쳐다봤다.
난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들보다 먼저 황궁에 도착할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뭐라? 타일러 특별고문, 그게 정말인가?”
윌리엄 사령관이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네! 일단 자료를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손을 뻗자, 어느새 내 뒤로 다가온 에테나와 안당고낙.
“히익!”
“으헉!”
바로 뒤에 4미터 크기의 괴조가 서 있자, 앉아 있던 지휘관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놈은 아주 훈련이 잘된 놈이라 공격하진 않습니다.”
“휴! 알았네.”
난 에테나가 건넨 서류를 다시 사람들에게 건넸다.
이렇게 두 번 고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안당고낙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한 번 더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길들었다 해도 괴수와 함께 다니는 것은 누구나 꺼려지기 때문이었다.
서류를 본 지휘관들이 다시 경악했다.
“하수도라고!”
“지하에 하수도가 멀쩡하다니!”
이번엔 윌리엄 사령관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직접 확인한 하수도는 2km 정도 되는 길이었습니다. 끝이 막히긴 했지만, 그 길이를 아무 제약도 없이 그냥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이 하수도는 분명 황궁까지 이어져 있을 겁니다.”
“이 하수도를 이용해 발굴 작업을 진행한다면 저들보다 먼저 황궁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참고로 저들이 2km를 전진하려면 보통 보름 정도 걸립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흔들며 웃고 있었다.
내 정보가 아주 마음에 든다는 뜻이었다.
“아! 물론 우리가 새로운 발굴지 입구와 하수도를 빨리 찾아야 합니다.”
호엘 군단장이 물었다.
“세상에! 이런 엄청난 정보를 혼자서 알아 온 건가?”
“제가 조사할 때는 저들의 경계가 심하지 않을 때라, 운이 좋았습니다.”
“잘했네. 타일러 소령.”
갑자기 시안 군단장이 끼어들었다.
“내 기사들과 이데아 발굴지를 살핀 임무에 무사히 성공했으니, 곧 큰 포상을 내리겠네.”
언제는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더니, 금방 말이 바뀌네.
은근슬쩍 내가 자기 라인이라고 광고하는 것 같았다.
윌리엄 사령관이 바로 끼어들었다.
“발굴지 입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거네. 그 북쪽 일대가 전부 거신의 수도일 테니까. 그런데 차라리 위에서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점진적으로 황궁을 찾는 방법도 있지 않겠나?”
“저도 그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지도가 있다면 모르지만, 거신의 수도라 그 도시가 얼마나 클지, 그리고 우리가 뚫은 구멍이 어디쯤인지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는 겁니다.”
대수림에 위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중을 나는 괴수는 대수림의 땅에 사는 괴수보다 더 위험했다.
그리고 대수림의 땅은 매우 딱딱해 땅을 파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대수림의 거신목을 베고 길을 내는 시간보다 땅을 파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일단 큰 구멍을 하나 뚫고, 가장 큰 메인 하수도를 따라가다 보면 황성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자네 말대로 하수도는 충분히 해볼 만한 계획이야.”
“문제는 가디언 제국이 그냥 보고만 있진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만약 우리가 가디언 제국과 협상을 해서 전쟁 없이 따로 발굴 작업을 하자고 설득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들이 협상에 응할까?”
“응하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저들도 지금 발굴 작업을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훨씬 빠르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물론 내가 지난 몇 개월간 지독하게 괴롭힌 것도 있고.
덕분에 부서진 마장기도 좀 챙겼고.
***
우리 북부군의 목표는 황궁 발굴과 그곳에 있는 거신 갑옷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가디언 제국과 협상하자는 내 의견을 두고, 방법과 조건을 두고 또 회의하고 있었다.
회의 지옥인가?
무슨 말들이 저리 많은지 모르겠다.
난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를 잠시 벗어났다.
“타일러 중령, 어디 가는가?”
“충!”
정보국장에게 경례했다.
그는 경례를 받더니,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국장님, 지금 절 부르신 겁니까?”
“그렇네. 타일러 중령.”
뭐야? 중령?
나 또 진급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