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78)
78. 내가 그랬다고?
하나의 비공정이 7개의 부유섬을 끌고 있었다.
언뜻 보면 하늘을 나는 기차 같다.
이동 속도는 정말 하품 나게 느렸지만, 비행 괴수가 없는 이상 급할 건 없다.
그보다 정령으로 땅의 울림을 들을 수 있다니!
‘이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능력이잖아!’
힘멜 일족의 특수 능력.
그들은 샤이닝 일족만큼 아름답지도 않았고, 바람의 정령도 많이 부릴 수 없었지만, 자신들만의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땅의 울림!]그들은 땅이 연결된 곳이라면 링구르라는 희귀한 대지 정령의 울림을 이용해 신호를 보낼 수 있었고, 그 신호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링구르를 소환할 수 있는 것은 힘멜족뿐이었다.
아베르크 제국은 이미 복잡하게 철도를 깔아 수송력을 극대화했고, 마석이 함유된 전선을 철도와 같은 라인으로 제국 전역에 심었기에 하루면 제국의 모든 곳으로 연락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빌헬름 뢰트켄의 마석 산업혁명 덕분이었다.
하지만 대수림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많은 마나의 간섭으로 인해 통신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힘멜 일족의 땅의 울림이라면 전진 기지끼리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있었고, 힘멜 일족이 포함된 사냥팀 역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대수림에서 적의 움직임이나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이런 정보는 엄청난 무기가 된다.
‘이걸 구축해 놓으면 대수림의 정보는 내 손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겠지.’
한 가지 큰 문제라면 힘멜 일족이 땅의 정령을 다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세계수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세계수를 심고 성장하기까진 20년이나 걸린다.
20년 후에 일이라······.
‘그래 잠시 돌아간다고 생각하자!’
시간이 좀 걸릴 뿐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에테나를 쳐다보았다.
“에테나! 키를 돌려!”
“네? 어디로?”
“세이린 일족의 섬으로 간다”
“저, 정말입니까?”
갑자기 에테나의 눈이 배로 커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타일러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일이 성공하면 하라고.”
“네! 선장님의 명을 받았습니다.”
촤르르르르!
에테나가 비공정의 키를 힘차게 돌렸다.
500여 명의 믿음직한 부하가 생긴 것이기도 하지만.
난 500명이 넘는 힘멜 일족의 목숨을 책임지게 되었다.
테라보 족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이 이 세계에 마지막 남은 힘멜족이었다.
사실 그들도 희망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다른 엘프들보다 힘멜 일족의 꽤 많이 살아남았지만, 이번에 역대급 우기를 거치면서 부유섬들이 너무 지상 가까이 내려왔고, 괴수들이 쉽게 줄기와 뿌리를 타고 올라와 부족들이 하나씩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젠 희망이 생겼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
물론 그곳도 괴수가 있고, 끔찍한 날씨의 대수림이었지만, 적어도 불모지에 아무것도 없는 이곳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리고 자신들을 구해준 나와 강철 소환수도 있었고.
‘그냥 장기 투자라고 생각하자.’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먼 미래엔 내가 이들의 도움을 더 받을 것이다.
그렇게 느릿느릿한 비공정은 엘프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세이린 일족의 섬으로 향했다.
***
[세이린 일족의 섬]그냥 조금 큰 섬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보니 우리나라의 강화도 수준은 되는 것 같았다.
사실 강화도는 가본 적이 없지만······.
아무튼, 꽤 큰 섬이라 이곳에 사는 세이린 일족도 6천 명에 달했다고 했다.
우린 항구에 있는 거대한 탑에 정박했다.
이곳 탑은 과거 여러 비공정이 공중에 정박했던 접안 시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비공정 단 한 대밖에 없었다.
“조심히 다녀와!”
“네! 꼭 설득해 보이겠습니다.”
에테나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에테나가 세이린 일족의 엘프들과 탑을 내려갔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엘프가 아닌 생명체는 출입금지.
그랬기에 나와 쿠훌린은 비공정에 남아 있어야 했다.
“엘프가 다 아름다운 건 아니었네!”
“쿠오크! 저 엘프는 오크 보다 못생겼다!”
“그건 아닌 거 같지만, 어쨌든 특이하게 생겼네.”
키는 2미터에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나 있었고, 피부엔 비늘이 있었다. 게다가 긴 꼬리까지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엘프라 내 기준엔 오크보단 나아 보였다.
괴이해 보이는 건 인간의 기준이겠지.
속도가 너무 느렸기에 이곳으로 오는 길에 부유섬 2개는 부숴서 비행석을 채취했다.
그리고 5개의 부유섬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바다 위에 그냥 놓고 왔다.
작은 바위나 흙 돌멩이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데, 부유섬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간 항구 전체가 엉망이 될 테니까.
대신 부유섬 하나마다 자동인형과 기간트를 한 대씩을 호위로 남겨 놓았다.
‘해무의 능력이라, 그건 좀 부럽네.’
세이린 일족의 섬이 왜 비행 괴수의 공격을 받지 않았는지 알았다. 그건 그들이 바다 정령을 이용해 해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는 괴수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비공정 위에서 바라본 섬은 아름다웠다.
섬 중앙에 200여 미터 높이의 큰 나무가 보였다.
일반 나무에 비하면 200미터도 엄청나게 큰 나무지만, 대수림의 보통 나무도 300, 400미터라 아담해 보였다.
그리고 산과 푸른 들, 아름다운 바닷가와 항구까지.
누구나 한번 살고 싶은 그런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곳도 균열이 한번 생기면 그 길로 쑥대밭이 될 것이다.
어제 에테나에게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차원 균열을 넘어오라고 말하라곤 했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쿠훌린, 내 기사들과 갑판을 잘 지켜.”
“쿠오크! 알았다. 타일러여.”
난 선실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내가 직접 나서지 않고 결과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에테나가 자신 있어 했으니, 잘하겠지.
그럼 우리 앨리슨이 뭐 하고 있는지 볼까.
[병렬사고(lv.3)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짹(lv.5) 분신인형과 의식을 연결합니다.]차원 균열 때문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엘프 차원에서도 짹 분신인형과 연결됐다.
‘어? 여긴 어디야? 오늘 입학식 아니었나?’
짹의 의식이 흘러들어온다.
‘뭐? 입학식은 어제였다고?’
아차! 단 한 번밖에 없는 입학식을 보지 못하다니!
대수림에 들어온 날부터 날짜가 큰 의미가 없었기에 자주 보지 않았다고, 입학식을 놓쳤다.
왠지 아쉬웠다.
그때 짹 앞에 있는 문이 열렸다.
그리고 울고 있는 앨리슨이 보였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누가 앨리슨을 울렸어?’
앨리슨은 안에 있는 선생님께 고개를 숙이더니, 문을 닫았다.
‘뭐야? 선생님께 혼난 거야?’
그때 짹의 의식이 공유됐다.
짹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것이다.
‘뭐? 같은 반 친구와 싸웠다고?’
의식엔 앨리슨이 자기보다 큰 남자애랑 싸우는 것 같았다.
짹이 격하게 고개를 흔드는 게 느껴졌다.
‘아! 앨리슨이 때렸구나······.’
앨리슨이 남자애의 배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이유는 앨리슨의 치마를 들쳤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남자애는 쌍코피가 났다.
‘하아 등교 첫날부터 사고라니!’
그래도 맞는 거보단 차라리 때리는 게 낫지.
게다가 나이가 13살이나 먹은 놈이 아이스케키라니!
이건 범죄였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마스터, 죽일까요?]‘뭐?’
내 분노를 느꼈을까?
짹의 살기가 느껴졌다.
‘아니야. 앨리슨이 잘하고 있으니까, 놔둬.’
앨리슨이 눈물을 훔치더니, 밝게 웃으며 복도를 뛰어가기 시작했다.
뭐지? 방금 연기한 거야?
짹은 그런 앨리슨의 뒤를 따라 달렸다.
순간 웃음이 흘러나왔다.
씩씩하게 잘 적응하고 있네······.
저런 평화가 계속 지속하길 빌었다.
‘분신인형이 좀 많았으면 좋겠네. 궁금할 때 들여다보면 되니까.’
전생엔 나 대신 일을 많이 처리하기도 했다.
새삼 옛날 자동인형들과 분신인형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
‘주군! 일어나십시오!’
“응?”
“쿠오오크!”
쿠훌린의 괴성도 들렸다.
“뭐지? 설마, 엘프들이 공격했나?”
서둘러 갑판으로 달려나갔다.
이미 해는 져서 어두운 밤.
횃불들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뭐야?’
“출발해!”
“응? 출발해?”
소리치며 달려오는 사람은 에테나였다.
그리고 그 뒤로 세이린 엘프 수십 명이 쫓아오고 있었다.
“쿠훌린! 밧줄을 끊어!”
“쿠오크!”
쩌억!
선체를 묶었던 밧줄이 끊어졌다.
킹콩인형을 꺼냈다.
“킹콩! 힘껏 밀어라!”
킹콩인형이 있는 힘을 다해 정박지를 발로 밀었다.
그러자 비공정은 정박지와 점점 멀어졌다.
“쿠훌린, 돛을 펴라!”
“쿠오크!”
“이런 너무 빨리 밀었나?”
에테나가 정박지 끝에 도착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 이젠 뛰지 못할 정도까지 멀어졌다.
그때였다.
에테나가 몸을 날리더니 허공을 두 번 밟고, 선미 갑판 위로 내려앉았다.
“헉헉!”
에테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피슉! 피슉!
갑자기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엎드려!”
팍! 팍!
에테나는 자신이 밟고 뛰어넘었던 바람 정령을 불러오더니 돛을 향해 바람을 강하게 일으켰다.
비공정은 빠르게 항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세이린 일족의 엘프들은 화살을 쏘며 우리를 향해 뭐라고 욕을 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에테나가 씨익 웃더니 품에서 큼지막한 붉은 과일을 하나 꺼냈다.
“그거 뭐야?”
“세계수의 열매에요.”
“열매는 왜? 씨앗을 구하러 간 거 아니었어?”
“씨앗은 이 열매 안에 있죠.”
“아! 어? 서, 설마 그거 훔쳤어?”
“왜요? 전 타일러님을 따라 한 건데요?”
“뭐? 내가 그랬다고?”
“네! 전에 타일러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허락을 구하기보다 용서를 빌기가 쉽다고. 다음에 만나면 세이린 일족에겐 제가 용서를 빌게요.”
순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에테나가 세상 밝게 웃었다.
더는 뭐라고 하지 못했다.
내가 얘를 이렇게 만들었네······.
내 옆에서 좋은 것만 배운 것 같았다.
“처음엔 저도 차분히 설득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수의 열매가 하나밖에 없다고 거절했기에 계획을 바꿨죠. 전 열매는 포기하고 다른 문제를 꺼내며 세이린 족장과 원로들의 방심을 유도하고, 야밤에 경비의 눈을 피해 단 한 번에 성공했죠. 열매를 따는데, 어찌나 심장이 뛰는지. 휴!”
“그래,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만나면 꼭 용서를 빌어.”
언제 만날지는 모르지만.
이건 20년에 단 하나의 열매를 맺는다는 귀하신 몸이었다.
그리고 하나밖에 없었기에 쉽게 내주진 않았을 거다.
결국, 내가 들어갔어도 에테나와 같은 방법을 썼을 거 같다.
그렇게 우린 성공적으로 세계수의 씨앗을 구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하죠?”
“뭐?”
에테나가 내게 세계수의 열매를 내밀었다.
“빨리 먹지 않으면 효과가 사라져요. 지금 먹어야 합니다.”
시노우엘에게 들었다.
이걸 먹으면 인간의 수명이 2배로 늘고, 엘프가 먹으면 하이엘프로 진화한다고.
“타일러님, 드세요.”
에테나는 세계수의 열매를 내게 건넸다.
“타일러님이 오래 사셔야 우리 엘프를 더 잘 보살펴 주시죠.”
난 고개를 흔들었다.
“날 200년이나 부려먹을 셈이야? 그냥 딱 내 수명까지만 살련다.”
그리고 에테나에게 다시 세계수 열매를 건넸다.
“저도 하이엘프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이엘프가 되면 타일러님과 함께 돌아다니지도 못해요.”
에테나가 다시 열매를 내게 내밀었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리고 두 번 거절하는 건 또 예의가 아니지.
“쿠오크! 그럼 내가 먹지.”
“어?”
쿠훌린이 세계수 열매를 집어 들더니!
아그작!
“쿠오크! 맛있다!”
“헉! 이 돼지 새끼가!”
퍽! 퍽!
나도 모르게 쿠훌린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리고 열매를 뺏었다.
얼마나 입이 큰지 한입에 삼 분의 일을 먹었다.
이런 차라리 내가 먹을걸······.
“젠장! 어쩔 수 없다. 똑같이 삼 분의 일씩 먹자.”
난 세계수 열매를 몇 번 베어먹고 에테나에게 넘겼다.
에테나가 나머지 삼 분의 일을 깨끗하게 먹고 씨앗을 곱게 싸서 품에 넣었다.
“맛은 있네! 그래도 수명이 조금은 늘었을까?”
“글쎄요. 저도 세계수 열매를 나눠 먹었단 엘프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쩔 수 없지.”
“네!”
“쿠오크!”
쿠훌린이 은근슬쩍 내 옆에 앉더니,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자기도 먹은 게 미안했나 보다.
“으이그! 그래 됐다! 맛있게 먹었으면 된 거지!”
“쿠오오오크!”
“하하하!”
“호호호!”
오랜만에 비공정에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땐 알지 못했다.
우리 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