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9)
89. 백작보다 남작.
그때 황제가 황태자와 태자비를 쳐다봤다.
“너희도 목숨을 구했으니, 뭔가 줘야지?”
황태자가 말했다.
“새집엔 새 가구가 필요할 겁니다. 저택의 모든 가구는 최고급으로 저희가 맡겠습니다.”
“아! 잘됐군.”
“감사합니다. 황태자 전하!”
난 프란 황태자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
황제는 어제 자리에 있던 대신들에게도 한가지씩 받아내어 내게 주었다.
덕분에 시녀와 하인도 생기고, 마차와 저택 경비도 생겼고, 주머니까지 아주 두둑해졌다.
***
알현실 밖으로 나오자, 발데스 프랑크 근위 기사단장과 티아스 대령, 그리고 어제 활약했던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충!”
난 발데스 기사단장에게 경례했다.
발데스 단장은 나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답했다.
옆으로 이동하자, 티아스 대령과 기사들은 나와 눈을 맞추곤 고개를 숙였다.
나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공을 세웠으니, 다들 더 좋은 훈장을 받을 것이다.
그때 티아스 대령에 내게 다가왔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존대를?”
그가 내 손을 쳐다보았다.
“제국의 백작이 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아! 고맙소.”
“그런데 어제 절 도와주었던 정보국 기사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모두 정보국의 비밀 기사들이니, 노출되면 곤란합니다. 비밀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다른 기사들에게도 말을 해 놓겠습니다.”
난 웃으며 티아스 대령에게 말했다.
“소원대로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게 되셨군요.”
“타일러 경, 덕분입니다. 언제 크게 한턱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인맥은 많은 게 좋겠지.
난 다른 기사들과도 손 인사를 했다.
모두 무공 훈장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사들이니,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다.
***
보로스 추밀원장이 날 불렀다.
“그만 대수림으로 돌아가 보게.”
“대수림으로요?”
“그래, 할 일이 많을 텐데, 여기서 너무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지.”
순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번에 티아스 대령도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았으니, 더는 네가 필요 없겠지.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영웅 놀이에 이젠 내가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하긴 정보국 장교보다 기간트 장교가 훨씬 낫겠지.
“아! 그리고 이걸 받아가게.”
그가 내민 상자는 나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프레디 준장의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으니, 자네가 이제 헬다임과 대수림 지부를 맡게. 타일러 빈스 준장.”
“감사합니다.”
“어서 가보게.”
보로스 추밀원장은 손까지 휘휘 저었다.
“충! 그럼 가보겠습니다.”
몸을 돌렸다.
왠지 날 빨리 쫓아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추밀원장에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았다.
뭐, 상관없겠지.
이제 정보국 의무복무 기간이 1년도 안 남았다.
게다가 이제 난 제국의 백작에 발레리온 영지의 영주가 아닌가.
밖으로 나오자, 익숙한 얼굴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찰스 국장님, 할데가르로 가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이따가 오후 열차로 가네. 추밀원장님께서 뭐라고 하던가?”
“진급시켜주던데요?”
“뭐?”
찰스 국장은 내 손에 들린 상자를 보았다.
“좀 달아주지. 사람이 정이 없어요.”
찰스 국장이 상자를 열곤, 견장을 직접 어깨에 달아주었다.
“축하하네. 타일러 빈스 준장.”
“감사합니다.”
“세상에! 26살에 별을 달다니······!”
“27살입니다. 얼마 전 생일이 지났거든요.”
“아무튼, 황족도 아닌데 20대에 제국의 장군이 된 것은 자네가 최초일 거네.”
“계급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어깨에 힘 좀 들어가네요.”
찰스 국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얼굴에 수심이 많아 보였다.
이제 비공정에 대한 정보를 알아 와야 하는데 그게 쉽겠나.
그렇다고 내가 알려줄 수도 없고.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네?”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 좀 하지.”
이제 보니, 찰스 국장은 내게 용무가 있었다.
“그러니까 가디언 제국에 비행선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이번엔 아리칸 공국과 가디언 제국에 외교사절이 파견될 거네. 그때 자네도 함께 들어가게.”
“하지만 헬다임과 대수림 지부는······.”
“거긴 이미 자네가 없더라도 잘 돌아가도록 만들었지 않나.”
“하지만 아직 제 영지도 가보지 않았는데······.”
“프레디를 믿게.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이야. 알아서 잘하고 있을 걸세.”
“하지만······.”
“뭐, 내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하아!”
찰스 국장의 한숨이 깊다.
“그런데 아리칸 공국에도 외교사절을 보내는 겁니까?”
“물론이네.”
“전쟁은요?”
찰스 국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라면 누가 내 머리 위에 떠 있는데 전쟁을 할 수 있겠나? 황제께서 1군단을 수도로 불러들이셨네. 그리고 각 기간트 생산 시설에 기간트를 3배로 배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네. 그러니 각 전선에 있는 대영지의 기간트들도 곧 되돌아올 것이네.”
하긴 마르틴 대공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니, 대비를 안 할 수 없지.
나 같아도 기간트 생산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겠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장기전이 벌어지면 그건 큰 타격이니까.
“그리고 아리칸 공국의 독립을 허락하실 것이네.”
“네?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 했는데,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럼 어쩌겠나?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변수가 너무 많아.”
“하지만 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마르틴 공작이 받아들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지금도 제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우리가 왕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잖습니까?”
“그렇겠지. 아마도 시간을 벌기 위해선 기간트 제조 기술도 넘기지 않을까 싶네.”
“네?”
이건 좀 놀랐다.
“이미 가디언 제국과 탈로스 왕국에서 마장기와 타이탄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 더는 기간트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큰 의미가 없고, 차라리 기술을 전수하고 우방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겠지.”
“허! 어지럽군요.”
도대체 정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서로 사이가 좋을 땐 주지 않다가 황제를 죽이려 하니까 준다고?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비공정 하나로 아리칸 공국의 전력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더 강해져야 한다는 말이군.’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방금 이야기를 들으니 더 피부로 와 닿았다.
강한 힘만이 영지와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저기 라디프 공작에 대해서 좀 아십니까?”
“응? 물론이네. 제국의 4대 공작이고, 기간트 생산 공장도 있고. 그리고 호엘 삼황자 저하의 장인이 아닌가.”
“그런 일반적인 거 말고 좀 비밀스러운 거 말입니다.”
“아주 비밀이 많은 양반이지. 좀처럼 외부에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왜? 무슨 일이 있나?”
찰스 국장이 날 빤히 쳐다봤다.
“이번에 대수림에 큰 병력을 이끌고 왔다가 돌아갔다고 하길래 물어보는 겁니다.”
“뭐, 남부 영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대귀족치고는 검소하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은 식민지 때문에 골치가 아플 거야.”
“식민지요?”
“자넨 상관없는 이야기네.”
“그냥 좀 듣고 싶습니다.”
찰스 국장이 자신의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해줬다.
아베르크 제국은 워낙 땅이 넓고, 영지도 많아서 황제가 모두를 관리할 순 없었다.
원래도 여러 개의 작은 왕국이 모여 하나의 큰 제국이 되었기에 토착 세력 역시 무시 못 할 수준이었고.
그래서 4명의 공작이 제국의 일을 돕고 있었다.
제국 북부의 록체스터 가문은 헬다임 장벽과 대수림 관련된 일을 주로 맡아서 했고, 동부의 헤이스팅 가문은 동부 전선에 많은 병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서부의 로드니 공작 가문은 아리칸 공국을 견제했다.
하지만 남부의 바이마르 공작가는 드와이트 대마경 외에 이렇다 할 위험이나 외부 세력이 없었다.
대신 몇 세기 전부터 선대 황제들의 팽창 정책 때문에 만들어진 식민지가 바다 건너 베른 대륙에 여러 개 생겼고, 그걸 전부 관리하는 것이 바이마르 가문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가디언 제국이나 대륙의 왕국들도 너도나도 식민지를 만들었기에 자주 패권 싸움이 일어났다.
베른 대륙의 크기는 아베르크 제국보다 조금 큰 정도로 아주 큰 대륙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시사철 날씨가 온화하고 희귀한 작물이 잘 자라서 무역을 잘하면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문제는 기간트를 파견하더라도 배에 몇 대 싣지 못하고, 바다에서 번번이 전투가 발생하는 바람에 아까운 기간트만 수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에 또 식민지들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전쟁을 시작했는데, 해군력이 강력한 탈로스 왕국에 밀리고 있다고 하네.”
“정말 골치 아프겠군요.”
왠지 라디프 공작의 거대 비공정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늘길을 이용해 식민지에 기간트나 병력을 보내거나, 적 식민지 주변에 50기의 기간트를 몰래 내린다면······.
식민지의 방어 수준이나 적은 기간트 숫자를 생각할 때, 라디프 공작이 베른 대륙을 통째로 손에 넣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야심이 더 크군.’
아예 새로운 제국을 건설할 생각인가?
“자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찰스 국장이 물었다.
“가겠습니다!”
“뭐?”
“가디언 제국 말입니다. 제가 가서 저들에게 비행선이 있는지 조사해 보겠습니다.”
“오! 고맙네. 내 이 신세는 반드시 갚겠네.”
찰스 국장이 활짝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런데 아리칸 공국엔 누가 갑니까?”
“하아! 누구겠나?”
찰스 국장이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조심하십시오.”
“말년에 이게 무슨 고생인가. 요즘은 목숨이 10개라도 부족해.”
내가 갈 가디언 제국의 수도는 장벽과 겨우 나흘 거리로 멀지 않았다.
지난 200년간 가디언 제국은 대수림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 더 많은 마석과 더 많은 괴수 부산물을 획득해야 했다.
그래야 아베르크 제국과 벌어진 기간트와 마장기의 전력 차를 좁힐 수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가디언의 수도 역시 대수림과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내가 굳이 가디언 제국의 수도로 가는 이유는 하나였다.
근처에 화염의 탑이 있으니까!
난 저번에 이데아 발굴지에서 다섯 개의 속성 마석을 찾았다. 하지만 불 속성 마석만 없었다.
불 속성 마석만 있으면 발굴지에 있던 거대 마법진을 발동시킬 수도 있었고, 화염의 탑에서 기간트에 새길 불 속성 마법진도 알아 올 수 있었다.
지금 내 인형의 집엔 드워프들이 만들어준 비숍급, 나이트급, 폰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한 대씩 더 있었다.
암 드로운이 원래 입고 있었던 룩급 거신 갑옷도 있었고.
그곳에 화염 마법을 새길 수 있다면, 내 오리지널 기간트들은 더욱 강해지고, 전력은 더 세진다.
그리고 앞으로 1년 안에 이데아 황궁 발굴은 끝날 것이고, 대수림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가디언 제국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
“와! 집 크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앨리슨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택 앞엔 집사와 시녀, 하인, 경비병들까지 십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타일러 백작님.”
“버틀러 집사, 가구 배치는 다 끝났는가?”
“네! 어제 이미 다 마쳤습니다.”
“들어가지!”
앨리슨이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때 버틀러 집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앨리슨 아기씨.”
“아기씨?”
앨리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일러 삼촌, 혹시 여기 우리 집이야?”
“그래.”
“우와! 우와!”
앨리슨은 입을 떡 벌렸다.
“어서 들어가자!”
“와! 정원에 분수대도 있어!”
이 정원과 분수대는 외무대신이 만들어 준 것이다.
황제가 살짝 압박을 주긴 했지만, 자기도 목숨을 구했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지.
“우와! 이게 다 우리 집이라고?”
삼촌이 목숨 걸고 벌어왔다.
“그래 이제 여기서 학교에 다니면 돼.”
“우리 완전 부자야.”
앨리슨은 신기한 듯 여기저기 눈을 돌리고 있었다.
“삼촌, 그럼 친구들 불러와도 돼?”
“당연하지. 여긴 내 집이기도 하지만, 앨리슨 집이기도 해.”
“헤헤! 신난다.”
짹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귀족 자제의 생일 파티에 다녀온 후에 시무룩해진 앨리슨의 이야기를.
부족한 거 없이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귀족들만 다니는 학교여서 자격지심이 생길 수도 있었다.
앞으로도 함께 있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저택을 구해서 다행이었다.
우린 저택을 구경하고, 식사도 했다.
요리사가 있었기에 음식도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넓은 2층 베란다에서 차를 마셨다.
“삼촌, 하늘을 나는 비행선 이야기는 들었어?”
“응?”
“황궁 하늘에 비행선이 나타났데! 지금 학교에서 난리야.”
훗! 나 비공정 있는데.
지금 당장 보여줄 순 없으니, 비밀로 해야겠다.
나중에 한 번 태워줘야지.
‘내일이면 또다시 전쟁터구나······.’
오늘의 평화로움은 당분간 안녕이다.
난 가디언 제국의 수도로 간다.
외교관 신분이었기에 목숨의 위협은 없을 것이다.
사신을 죽일 만큼 가디언 제국이 무법자들은 아니니까.
하지만 치열한 눈치 싸움과 정치 싸움, 정보 싸움, 게다가 난 저들의 보유 전력까지 알아봐야 하니, 그곳이 진짜 전쟁터였다.
하지만 이건 기회였다.
내가 몰래 화염의 탑을 오를 기회.
‘아! 내가 가디언 제국의 훈장을 어디에 뒀더라.’
가디언 제국이라면 엠페러 프라임 훈장보단 라이언 크로스 훈장이 나을 테니까.
백작보다 남작이다!
내가 목숨을 구해준 루이스 사황자가 수도에 있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