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8)
88. 어딜, 숟가락을 얹으려고.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는 놈들에게 자비는 없다!”
양손 내려찍기.
촤악!
몸이 반으로 갈라진 아리칸 병사가 좌우로 쓰러지자,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좀 잔인했지만, 다가오는 적에겐 두려움을!
그리고 뒤에서 날 지켜보는 자들에겐 강함을 각인시키기엔 충분했다.
“괴, 괴물이다!”
“사람을 반으로 갈랐어!”
아리칸 병사들이 기겁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닥치는 대로 자르고 베어 넘기니 이미 내 주변엔 시체가 가득 쌓였다.
“저들의 의지가 꺾였다! 병사들은 전진하라!”
내 명령은 받은 기사 케드윈이 소리쳤다.
“적을 물리쳐라! 전진하라!”
“가자! 와아아!”
겨우 기사 하나와 병사 십여 명에 불과했지만, 정말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밀려오는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후미 통로엔 몸을 돌리는 병사들도 보였기에 내린 명령이었다.
근위 기사단의 기간트가 지척에 도착했으니, 도망치는 것이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
그때 보로스 추밀원장이 내 옆으로 슬쩍 다가왔다.
“뒤로 물러서십시오!”
“뭐, 뭐라?”
추밀원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적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호위 기사들은 입구를 철통같이 지켜라!”
“네!”
내 강력한 무위를 봤기에 호위 기사들까지 군말 없이 내 말을 따르고 있었다.
사실 내가 죽인 적들의 숫자가 상당했기에 그들의 목숨도 살린 것이다.
‘어딜, 다 된 밥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내 눈엔 추밀원장의 속셈이 훤히 보였다.
내게 명령을 내리며 자기의 공으로 몰아가겠지.
난 몸을 돌려 황제를 향해 걸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있었기에 고관대작들과 황족들이 흠칫 놀란 표정까지 지었다.
난 검을 한쪽에 내려놓고, 황제가 있는 방향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폐하! 안심하십시오. 암살자들이 물러간 것 같습니다.”
“오! 그런가?”
맨 뒤에 숨어있던 황제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왔다.
“오늘 잘해주었다. 타일러 중령!”
황제는 나를 보며 한쪽 주먹을 쥐어 보이기까지 했다.
“남은 적들이 있을지 모르니, 불편하시겠지만 이곳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밖으로 나가 기사들과 병사들을 더 불러오겠습니다.”
“알았네. 고생하게.”
케인 오르도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추밀원장이 날 언짢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난 추밀원장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 복도로 걸어 나갔다.
황제에게 내 활약은 확실히 각인시켰으니, 이젠 주변을 정리할 차례였다.
내 자동인형들이 아직 싸우고 있었다.
“타일러 중령, 적들이 물러갔습니다.”
어느새 공손한 말투로 바뀐 기사 케드윈.
황성 1층 로비엔 적과 아군의 시체가 가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대기해 주세요. 제가 밖으로 나가 보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난 홀로 성문 밖으로 나갔다.
‘주군, 놈들이 도망칩니다. 쫓을까요?’
웨슬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성 옆쪽으로 비공정이 착륙했고, 병사들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마르틴 공작과 기간트들이 주변을 지키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티아스 대령과 기사들은 뒤처진 크루세이더 기간트들과 싸우고 있었다.
‘아니다! 추격하지 마라!’
괜히 지금 달려들었다가 저 사신의 낫에 당할 뿐이었다.
콰앙!
[어딜 도망가느냐?]‘응?’
티아스 대령의 비올란테가 크루세이더 기간트 한 대를 파괴하고, 마르틴 공작을 향해 달렸다.
‘이런! 웨슬리, 비올란테를 막아라!’
웨슬리의 룩급 기간트가 뒤늦게 달려갔지만, 비올란테는 이미 마르틴 공작의 우가스에게 향하고 있었다.
지금 티아스 대령의 실력으론 마르틴 공작을 이길 수 없었다.
그때 웨슬리의 룩급 기간트를 크루세이더 비숍급 기간트가 막아섰다.
그리고 이미 비올란테는 우가스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죽어!]휘익!
카앙! 카카캉! 캉!
거칠게 검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룩급 기간트 비올란테!
불꽃이 번쩍이고 기세가 제법 사나웠지만, 우가스는 여유롭게 막고 있었다.
‘티아스 대령! 너무 흥분했잖아!’
상대가 마르틴 공작이란 걸 알아서인지, 티아스 대령은 너무 서두르고 있었다.
[이야!]캉! 카캉! 캉!
티아스 대령은 자신이 계속 공격하자, 기선을 제압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동작이 커지고, 그러다 우가스가 찔러지는 검을 창대로 올려치는 척하더니, 기체를 옆으로 슬쩍 이동했다.
순간 허공을 찌른 비올란테의 검.
그 순간 우가스가 앞발로 비올란테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콰앙! 쿠웅!
[크윽!]비올란테는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 순간 사신의 낫이 비올란테의 배를 향해 휘둘렸다.
부아앙!
티아스 대령은 놀라 비올란테의 검을 들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태애앵!
[응?]비올란테의 배 한 뼘 위로 사신의 낫이 멈췄다.
웨슬리의 룩급 기간트가 검으로 막은 것이다.
그는 이미 다른 기간트를 쓰러트리고 온 것이다.
그때 룩급 기간트가 낫을 옆으로 밀며 우가스의 다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부웅!
우가스는 다리를 들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웨슬리의 기간트가 수평으로 검을 휘둘렀다.
태앵!
우가스가 창대로 막으며 뒤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허! 움직임이 좋구나!]마르틴 공작의 입에서 칭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쿵쿵쿵!
갑자기 우가스가 몸을 돌리더니 앞으로 달렸다.
우가스는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비공정의 쇠사슬을 잡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웨슬리를 향해 말했다.
[애송이 다음에 전장에서 보자!]우가스를 태운 비공정은 빠르게 고도를 높였다.
[네 이놈! 어딜 가느냐?]뒤늦게 황성 앞에 도착한 것은 황금빛 기간트 다라곤이었다.
그리고 근위 기사단의 기간트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잘했어. 웨슬리!’
‘주군! 저자와 나중에 꼭 싸워보고 싶습니다.’
‘뭐?’
승부욕이 생긴 건가?
웨슬리 자동인형 역시 생전에 자신의 성격을 닮아 있었다.
이건 좋은 징조였다.
자동인형은 성장하는 마법인형, 자극을 받을수록 더 열심히 단련하니까.
‘좋아! 그땐 너에게 맞는 최고의 기간트를 주지.’
‘감사합니다. 주군.’
잠시였지만, 양산형 룩급 기간트로 마르틴 공작의 우가스를 밀어붙이다니 역시 웨슬리였다.
난 기간트에 타고 있던 자동인형들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러자 기간트들이 자리에 멈췄다.
‘응? 충격을 받았나?’
티아스 대령의 비올란테는 아직 일어서지 못했다.
하긴 방금 웨슬리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마르틴 공작에게 죽었을 것이다.
티아스 대령과 웨슬리의 나이가 비슷할 것 같은데?
어쩌면 서로 아는 사이일 수도 있었다.
[기간트는 황성을 보호하라!] [병사들은 황제 폐하를 모셔라!]근위 기간트가 황성 주변을 보호하고, 내성의 쪽문이 열리며 황궁 수비대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아쉽지만 비공정과 마르틴 공작은 이미 도망친 후였다.
솔직히 내가 잡으려 한다면 비공정을 추락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밑천을 다 드러내야 했기에 그냥 보내줬다.
그렇게 그날의 전투가 끝났다.
***
[황성 알현실 앞]“하아!”
찰스 정보국장이 큰 한숨을 쉬었다.
“하늘을 나는 배라니! 어떻게 아리칸 공국에서 그런 기술을 습득한 걸까? 설마, 가디언 제국도 그 배를 가지고 있는 건가?”
“······.”
“대체 특무대와 방첩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지? 어떻게 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한 거야.”
찰스 국장은 곧 있을 자신의 문책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 여유롭던 양반이 저러는 것을 보면, 정보국장 자리에서 잘릴까 걱정인가보다.
솔직히 누가 그런 정보를 알았겠는가.
나 말고.
갑자기 찰스 국장이 나를 쳐다봤다.
“자네 혹시, 뭔가 알고 있었나?”
순간 뜨끔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전 대수림에만 있었는데요.”
“아! 그렇지. 자네는 대수림에 있었지.”
찰스 국장이 안절부절못하고 다시 복도를 걷고 있었다.
내 입으로 비공정에 대해 말할 순 없지.
내가 먼저 알고 있었단 사실을 알면, 모든 화살이 내게 향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라디프 공작을 범인으로 몰아야 하는데, 증거가 없었다.
그보다 라디프 공작은 실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처음엔 이번 암살 계획이 라디프 공작의 짓인 줄 알고 나도 당황했다.
하지만 자신은 쏙 빠져나가고, 비공정만 지급하고 마르틴 공작이 황제를 암살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마치 꼭두각시를 뒤에서 조종한 것과 같네.’
자신과 관련된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암살에 실패해 사로잡힌 병사들은 알 리가 없었고.
그리고 성공했다면, 황제와 황태자는 죽었을 거고, 단번에 삼황자가 다음 황제가 되었을 것이다.
진짜 황제가 된 호엘 삼황자 뒤에서 제국을 주무르려고 했나?
‘그럼 그 거대 비공정을 가지고 뭘 할 생각이었지?’
오늘 아리칸 비공정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으니, 당분간 그도 움직일 순 없을 것이다.
아니면 이미 움직였을지도 모르고.
라디프 공작은 처음으로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놈이었다.
그리고 엘프 차원에서 생각보다 비행석을 많이 채취한 것 같았다. 그러니 또 다른 비공정도 만들었지.
하지만 그도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내가 그의 비밀을 다 알고 있다는 거.
끼익!
알현실 문이 열렸다.
“하아!”
그리고 밖으로 나온 보로스 추밀원장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황제에게 얼마나 혼이 났는지 얼굴이 반쪽이 됐다.
그가 찰스 정보국장을 노려봤다.
“대체 정보국은 뭘 하는 건가?”
보로스는 알현실 앞이라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이를 악물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당장 관련 부대를 집합시켜 아리칸 공국으로 보내겠습니다.”
“지금 기술국에서 그 비행선을 조사 중이네. 그 결과가 나오면 아리칸 공국과 가디언 제국까지 모두 철저히 조사하게.”
“네!”
“잘 듣게. 이번에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면 내 입지가 위태로워지네. 물론 자네는 시골에서 밭일이나 해야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보로스 추밀원장이 이번엔 나를 쳐다봤다.
“크흠! 그런 능력이 있으면서 왜 말하지 않았나?”
“보여줄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번엔 자네가 정보국의 체면을 살렸네.”
추밀원의 체면도 살렸지.
상부 기관이니까.
“알현실에 들어가거든 처신을 잘하게.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네! 알겠습니다.”
난 알현실 문 앞에 섰다.
그러자 기사들이 문을 열었다.
수십 명의 기사가 좌우에 일렬로 기립해 있었다.
난 단상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황제와 황후는 알현실 끝에 높은 단상에 앉아 있었고, 그 옆으로 황태자와 황태자비도 보였다.
그리고 좌우로 대신들이 서 있었다.
난 황제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충! 케인 오르도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케인 황제는 날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게. 잠깐 주변을 둘러보게.”
난 황제의 명으로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자네 덕분에 간밤엔 잘 잔 사람들이 꽤 있지?”
황후와 황태자 부부,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덕분에 잘 잤네. 어젠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거든. 고맙네.”
“아닙니다. 신하 된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를 구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하하! 말도 잘하는군.”
케인 황제는 오늘은 여유로워 보였다.
어제 겁에 질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정치를 잘하는 황제라 다르다.
그가 일어나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타일러 중령, 일어나게!”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황제가 손짓하자, 근위 기사가 상자를 가져왔다.
케인 황제는 상자에서 뭔가를 꺼냈다.
“원래는 어제 건국기념일 행사장에서 줬어야 했는데, 늦었군.”
케인 황제는 내 가슴에 금빛 훈장을 달아주었다.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은 것을 축하하네.”
“충! 감사합니다.”
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케인은 번거롭게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오른쪽에 서 있는 내무 대신에게 물었다.
“이건 원래 받을 훈장이었고, 나를 구했으니, 무슨 상을 줘야 하나?”
“이미 훈장을 받아 명예 백작 작위가 있으니, 한 단계 높여 백작의 작위를 수여하심이 어떻습니까?”
“음. 백작이라······.”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내 검과 반지를 가져오라.”
기사가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진짜 백작 작위를 준다고?
잠시 후 기사가 검과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케인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다시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이럴 거면 그냥 나더러 올라오라고 하지.
케인 황제가 손을 내밀자, 기사가 검을 내밀었다.
스르릉!
“무릎을 꿇게.”
척!
황제는 내 어깨에 검을 올렸다.
“나 케인 오르도는 타일러 빈스에게 아베르크 제국의 백작 작위를 수여한다.”
“충! 감사합니다.”
“축하하네.”
짝짝짝짝짝!
다시 쏟아지는 박수 세례.
기사가 상자를 열자, 안에 반지가 들어있었다.
황제는 내게 반지를 내밀었다.
“이건 제국의 백작이 됐다는 증표네.”
반지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미리 다 준비해 놓고선 연극은······.
난 그 자리에서 반지를 손에 끼웠다.
황제는 다시 단상을 올라갔다.
그리고 이번엔 재무 대신을 쳐다봤다.
“나와 황후까지 구했는데, 작위만 줘서 끝낼 순 없지 않겠나?”
“일만 골드와 수도의 저택을 내리심이 합당한 줄 아룁니다.”
“적당한 저택이 있나?”
“마침 살루스 왕국의 아칼룸 백작에게 압수한 저택이 있습니다.”
“잘 됐군. 타일러 빈스 백작에게 그 저택을 하사하게.”
“네! 폐하!”
수도에 저택이라니!
오! 이건 좀 인정.
황제가 그래도 통이 크네.
비호감이었던 이미지가 조금은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