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7)
87. 진짜 영웅.
“황성이 얼마나 버틸까요?”
[황성은 하나의 요새나 마찬가지요. 기간트라도 쉽게 뚫을 순 없소. 하지만 성문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거요.]시간이 얼마 없었다.
“지금 상태론 문을 부술 순 없습니다. 대신 이곳은 성벽 높이가 낮으니 다른 방법을 쓰죠.”
외성벽은 처음부터 기간트 공성 방어용으로 만든 것이라 그 높이가 100미터나 됐고, 완전히 수직이라 기간트만으로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내성벽은 높이가 50미터 정도였기에 기간트를 연결하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3대가 맨 밑을 받치고, 그 위로 2대, 그리고 1대씩 오르다 보면 아슬아슬하게 성벽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일단 해봅시다!]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내 말대로 해보기로 했다.
룩급 기간트 셋이 먼저 벽에 바짝 붙어 버티고, 그 어깨 위로 비숍급 기간트 2대가 올라 섰다.
그리고 그 위로 룩급 기간트 한 대가 올라섰고, 마지막으로 비숍급 기간트가 올라섰다.
이제 남은 것은 비숍급 기간트 한 대와 오리지널 룩급 기간트 한 대뿐이었다.
[오를 수 있겠소?] [가능하오.]내 자동인형 더그가 대답했다.
그는 프랭크 대령을 마법인형으로 만든 내 첫 번째 마나인형이었다.
“조심해!”
더그가 탄 비숍급 기간트는 천천히 올라갔고, 드디어 맨 위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성벽 위엔 닿지 않았다.
[이젠 내 차례군.]티아스 대령의 비올란테가 성큼성큼 걷더니, 기간트들을 타고 올랐다.
높이가 50미터라 떨어져도 기간트는 버틸 수 있지만, 내부의 인간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래도 실력은 있군.’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답게 올라가는 동작이 부드럽다.
그건 싱크로율이 높다는 뜻이었다.
정말 그가 더 성장하면 킹급 기간트에 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성벽을 잡았소!]비올란테가 성벽에 상체를 걸쳤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십시오!”
난 밑에 있는 기간트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이제부터 한 명씩 기간트를 타고 성벽 위로 올라가는 겁니다. 맨 위에 올라가면 다른 기간트가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맨 밑에 있던 룩급 기간트가 하나씩 다른 기간트의 다리와 허리, 어깨 등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한 기간트가 성벽 정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다음 룩급 기간트가 동료 기간트의 몸을 잡고 위로 올라갔고, 세 번째 기간트가 힘겹게 올라가자, 이제 다른 기간트들은 서로의 다리를 잡고 허공에 매달린 상태였다.
그래도 위로 올라간 룩급 기간트들이 붙잡고 있었기에 떨어지진 않았다.
다음으로 중간에 비숍급 기간트 2대가 올라가고, 매달린 기간트가 하나씩 올라가자, 어느새 비올란테와 더그의 비숍급 기간트만 남았다.
이땐 올라간 기간트가 많았기에 두 대를 함께 끌어 올렸다.
그렇게 9대의 기간트가 성벽 위에 올라갔다.
인형의 집에 넣었다면 진작 넘어갔겠지만, 난 그렇게 하진 않았다.
더그가 밧줄을 내려주고 나도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우린 내성 안쪽으로 내려갔다.
“황제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당연히 황성에 계실 것이오.]“황성은 어떤 곳입니까? 대략적인 구조를 말씀해 주셔야 작전을 세웁니다.”
비올란테에 탄 티아스 대령이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방금 나 때문에 내성을 쉽게 넘었기에 내 말을 무시하진 않았다.
[그곳은 해자도 있고, 날카로운 첨탑이 많아 하늘에서 기간트나 병사들을 내릴 공간이 없소.]“그건 그나마 다행이군요. 성벽은 튼튼합니까?”
[내성보단 약하지만, 쉽게 무너질 성벽은 아니오.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성문은 오래 버틸 순 없을 거요.]“그럼 놈들은 성문을 부수고 병사들을 안으로 들여보내겠군요.”
[내 생각도 그렇소.]“문제는 성문 주변에 저들의 기간트가 모두 포진되어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냥 무작정 달려들어선 승산이 없습니다.”
[하지만 성문이 뚫리면 황제께서 위험하시오.]난 고개를 흔들었다.
“잘 들으십시오. 티아스 대령님과 여기 있는 기사들이 죽으면 황제 폐하께서도 살 수 없습니다. 지원군이 언제 올지 모릅니다. 우리 말고는 병력이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한 번에 달려들지 말고, 저들의 병력을 유인해 상대해야 합니다.”
[하지만······.]“혹시 외부로 통하는 비밀통로 같은 건 없습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소.]“제가 황성에 몰래 들어가 황제 폐하를 탈출시키겠습니다.”
[그게 가능하시오?]“가능하도록 만들어야죠. 그러니 외부에서 계속 저들의 시선을 끌고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망설이는 티아스 대령에게 말했다.
“제가 왜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는지 아십니까? 그건 시안 황자 저하를 가디언 제국의 기지에서 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절 믿으세요.”
[젠장! 알았소. 최대한 저들의 시선을 돌리고, 숫자를 줄여 보겠소.]난 내 자동인형들에게 적당히 전투에 참여하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 마르틴 공작의 우가스에게 달려들지 말라고 했다.
[아!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는 1층 로비 안쪽복도 끝에 있는 회의실에 계실 것이오.]“알겠습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일단 티아스 대령과 기간트가 나타나면 마르틴 공작도 당황할 것이다.
외성문과 내성문을 모두 완벽히 차단했다고 생각했다가 9기나 되는 근위 기간트가 나타나면 혼란스럽겠지.
난 그 틈에 황성에 잠입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황제가 죽으면 제국은 혼란에 빠질 거고, 제국군은 사기가 떨어지고, 가디언 제국과 아리칸 공국의 협공에 제국 자체가 위태해질 것이다.
그럼 기껏 마련한 내 영지도 위태하고, 대수림에 난민 전진 기지도 위험하다.
그러니.
‘내가 황제를 구한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 같았다.
***
난 황성 뒤편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깊은 해자가 있었고, 문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기에 적들은 성문에 몰려 있었다.
‘비공정은?’
한 대는 황성 위에서 천천히 돌고, 한 대는 높은 곳에서 전체를 감시하고 있었다.
‘젠장! 창문이 전부 닫혀 있네.’
창문이 모두 강철 문으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누가 설계한 건지 어지간히 나쁜 짓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 안이라면 상관없었다.
난 자동인형 셋을 창문 안으로 들여보냈다.
잠시 후 창문이 열리고 밧줄이 내려왔다.
난 해자를 건너고, 밧줄을 타고 올라갔다.
내 자동인형들을 인형의 집에 넣고는 먼저 계단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첨탑 위에 강철 창문을 열었다.
난 비공정의 위치를 가늠했다.
‘정확히 한 번에 성공해야 해!’
지금 내가 가진 전력을 쏟아부으면 마르틴 공작과 크루세이더 기사들을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전력을 여기서 모두 드러낼 순 없었다.
그러니 지원 병력을 불러야 했다.
‘적을 제압하라!’
내 인형의 집에 있는 자동인형들을 적 비공정 갑판에 꺼냈다.
“주군을 위하여!”
“공격하라!”
자동인형은 여섯밖에 없지만, 그들은 모두 일당백의 기사들이었다.
지금 비공정의 병력은 대부분 황성을 공격하기 위해 지상에 있었으니 어렵지 않게 제압할 것이다.
‘주군. 적을 모두 제압했습니다.’
‘잘했다. 비공정을 움직일 수 있겠어?’
‘방향타가 있어 움직이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당장 황성 정문으로 향하고 근처에 광장이 있으니 그곳에 비공정을 착륙시키고, 엔진을 부수고 탈출해.’
‘네! 주군.’
세세한 것까지는 조작할 수 없었다.
일단 자기들끼리 싸우다 죽었고, 비공정 엔진이 부서져 추락했다는 시나리오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머리가 달린 사람이라면 기다란 선체를 이용해 외성벽을 넘겠지.
어차피 비공정의 존재는 이제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아리칸 공국도 비행석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세상에 완전히 공개해 하늘을 대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차피 이제 대비행 시대는 막을 수 없었다.
‘치타는 돌아와!’
표범인형은 꼭두각시라 인형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이제 황제에게 가볼까!
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쾅! 쾅! 쩌억!
거대한 낫이 성문을 뚫고 들어왔다.
콰아앙!
성문이 부서졌다.
그리고 마르틴 공작의 퀸급 기간트 우가스가 얼굴을 내밀었다.
“으헉!”
“기간트다!”
병사들이 기겁했다.
그러자 기사들이 소리쳤다.
“이곳은 기간트가 들어오지 못한다!”
“방패를 들어라! 자리를 지켜라!”
“병사들의 진입을 막아라!”
입구의 크기는 3미터, 기간트는 들어오지 못한다.
그때였다!
우가스가 낫을 반대로 쥐더니, 안쪽을 향해 날카로운 창을 찔렀다.
우웅! 파악!
쾅! 콰콰콰쾅!
“으악!”
“크아!”
창을 찌르고 내부를 몇 번 휘젓자, 기사들과 방패를 들고 입구를 막고 있던 황궁 수비대원들이 처참하게 쓰러졌다.
퀸급 기간트의 공격에 인간은 개미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황제를 죽여라!]“와아아!”
“죽여라!”
마르틴 공작의 명령에 아리칸 공국의 병사들이 황성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방금 일격으로 입구를 막던 이십여 명의 기사와 병사들이 죽었기에 황궁 수비대의 사기는 바닥이었다.
“황제를 죽여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옆에 기사가 내게 물었다.
“타일러요.”
“난 케드윈이오.”
짧은 통성명.
“우아아아!”
“죽여라!”
“밀어붙여!”
쾅! 콰콰쾅!
다시 몰려오는 적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중과부적.
점점 뒤로 밀렸다.
쾅! 콰쾅!
그러다가 검을 휘두를 공간도 사라졌다.
적과 아군이 겹치고 계속 적들이 몸으로 밀자, 압사당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윽! 이거 표범인형을 불러야 하나?’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돌파구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였다!
쩌저쩍!
등을 기댄 문짝이 아예 떨어져 나갔다.
콰아앙!
우린 안쪽으로 밀려 쓰러졌다.
그때 상당히 거대한 내부가 보였다.
안쪽에는 창문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천장에 불빛만 반짝였다.
그리고 구석에 이십여 명의 사람이 보였다.
“문을 막아라!”
“황제 폐하를 지켜라!”
안쪽에 있던 십여 명의 호위 기사가 달려와 아리칸 병사들을 공격했다.
그래도 날카로운 기세의 호위 기사들이 나서며 검을 찌르고 휘두르자, 순식간에 안으로 밀려 들어온 적들을 처리했고, 입구에 있던 적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틈에 난 케드윈과 일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넨? 타일러 중령이 아닌가!”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보로스 추밀원장.
이 사람도 여기 있었네.
하긴 황제의 오른팔이니까.
“조금만 참으십시오. 밖에 티아스 대령과 기사들이 기간트를 끌고 왔습니다.”
“그래?”
“오오! 다행이군.”
벽에 바짝 붙어 있던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그곳엔 황제와 황후, 황태자 부부와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한 고관대작들도 있었다.
그때 가장 안쪽에 있던 황제가 보였다.
풍채는 좋았지만,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황제도 죽음은 두려운 모양이었다.
“적이 다시 밀려온다!”
“막아라!”
호위 기사들이 뒤로 밀리며 소리쳤다.
나와 케드윈은 병사들을 이끌고 다시 입구를 막아섰다.
“황제 폐하를 지켜라!”
난 스킬까지 써가며, 달려드는 아리칸 기사와 병사들을 마구 베어 넘겼다.
이왕 황제를 구하기로 했으니, 도와준 티는 제대로 내야지.
“허! 대단하군. 혼자서 적을 다 죽이고 있지 않은가! 대체 저 장교는 누군가?”
“정보국의 타일러 중령입니다. 이번에 폐하께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기로 했습니다.”
“아! 시안을 구했다는 그 젊은 장교로군.”
등 뒤에서 황제와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이 정도면 진짜 영웅이 된 건가?’
그때 내 자동인형 웨슬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군, 근위 기사단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