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86
186
과연 진을 볼 수 있을까?
“우리 이번엔 어디 가요? 이번엔 성당인가?”
“이번에는 무당을 찾아갈 거예요.”
“오.”
조수석에 탄 피디의 말에 멤버들이 입을 벌렸다.
“그거참… 흥미롭군요.”
“재밌겠다.”
컴백 준비는 앨범 작업이 끝난다고 끝난 게 아니다. 컴백 후 공개될 자체 콘텐츠도 있었다.
아위 멤버들은 뮤직비디오까지 마무리한 뒤, 자체 콘텐츠를 찍기 위해 밴에 올라탔다.
이번 콘텐츠의 테마는 바로 점, 운세였다.
이미 유명 타로 집과 점을 잘 봐준다는 스님에게 다녀간 아위는 마지막으로 용하다는 무속인의 집으로 향했다.
“근데 무당은 우리 중에도 한 명 있지 않아? 박수무당 최이안.”
“이안 님, 우리 컴백 잘될까요?”
“어허, 굿을 해야 하니 돈을 내놔라.”
“오케, 딱 대.”
김주영은 돈을 내놓으라며 손을 흔드는 이안의 손목을 잡더니, 그의 손에다가 제 손을 세게 쳤다. 이안은 짧은 비명을 지르고는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복채가 아주 맵구나.”
“이안 님, 어서 알려 주세요.”
멤버들이 이안을 보며 기도 자세를 했다. 이안은 멤버들의 장단을 맞춰 줄 겸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무턱대고 굿하라고 그러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이안 님 접신 하신다.”
멤버들도 덩달아 광신도마냥 눈을 희번덕 뜬 채로 이안의 입이 열리는 것을 기다렸다.
“잘될지어다.”
“이안 님이 잘된다고 했어!”
“커리어 하이 가즈아!”
멤버들이 끼요옷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하늘 위로 들며 이상한 지렁이 춤을 췄다. 운전하던 김명진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는 이런 고막 테러가 이젠 익숙했다.
멤버들이 진정되길 기다린 피디가 말을 덧붙였다.
“여러분들이 찾아가는 무당이 기업 회장님도 찾는 유명하신 분이래요.”
“진짜요? 그런 유명한 사람을 어떻게 섭외하셨어요?”
“저희도 안 될 줄 알고 그냥 찔러나 보자 연락했는데 그쪽에서 수락해 주셨어요.”
“오올~”
멤버들이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기업 회장이 찾아간다는 용한 사람이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어떻게 말해 주실지 궁금하다.”
“맞아. 전에 봤던 사람들은 우리를 너무 잘 아는 느낌 들지 않았냐?”
“맞아.”
김 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본다고 소문난 곳에 찾아갔지만, 다들 아위를 알아보고는 앞으로 잘될 거고,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좋은 소리만 들었다.
좋은 소리만 들어서 기분이 좋기도 했고, 맥이 빠지기도 했었다.
“우리 아니까 뭐만 하면 다 잘된대.”
“좀 많이 립서비스받는 느낌이 들긴 했지.”
“아, 피디님 이건 편집이에요.”
김주영의 허공 가위질에 피디가 걱정 말라는 듯 말없이 엄지만 치켜들었다.
“근데 카메라가 녹화하고 있으니까 좋은 소리밖에 안 한 거 아닐까?”
“이안이 형 말이 맞아요.”
분명 우리 애들 듣기 안 좋은 소리를 했다며 저 사람 그렇게 잘 보는 사람도 아니라며 비꼴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그래도 이젠 안 좋은 소식을 듣고 싶다. 미리 대비라도 하게.”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면 안 좋은 얘기도 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냥 좋은 소식만 들으면 안 되는 거야?”
이주혁이 작게 항의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피디는 웃음을 삼켰다. 뭘 하든 이렇게 몰입해서 따라오니 재밌는 장면이 아주 잘 나왔다.
“얘들아 그냥 재미로 보는 거니까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말고.”
멤버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명진이 룸미러로 그들을 쳐다봤다. 한 명의 눈빛이 아주 불타고 있었다.
“이안이 너도 믿는 거야?”
“그럼요.”
안 그럴 줄 알았던 이안까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김명진이 어휴 한숨을 쉬었다.
이안은 나름대로 믿을 이유가 있었다.
‘저승사자도 있으니 진짜 신내림 받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유령도 있는데… 이안은 허공에 뜬 진을 흘끔 바라보다가 뭔가 깨달은 듯 눈썹을 들어 올렸다.
‘잠깐만.’
[뭐야?]무당이 과연 진을 볼 수 있을까?
* * *
[이 비싼 곳에 단독주택이라니. 역시 소문대로네.]‘이 무당 알아?’
[알긴 알아. 들은 적 있어.]진짜 유명한 사람인가. 이안은 점점 기대가 차올랐다.
“와, 부내가 난다.”
“회장님들이 찾는 곳이라더니 그냥 회장님 집인데?”
출입문 앞에 선 멤버들은 쉴 새 없이 고개를 돌려 잘 꾸며진 마당을 살폈다. 이 노른자 땅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이라니. 번 돈이 대단한가 보다.
“오셨습니까?”
애동제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반갑게 인사했다. 피디가 굽신거리면서 그녀와 악수를 했다.
“어려운 요청인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감사합니다!”
멤버들이 상체를 꾸벅 숙여 우렁차게 인사했다. 그녀가 깜짝 놀라더니 하하 웃었다.
“다들 활기차시네요. 보살님께서 한 분 한 분 봐주시기로 했습니다.”
“네, 근데 저희 촬영 진짜 해도 될까요?”
촬영은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이후 편집본을 따로 검수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걸렸다.
막상 유명 아이돌이 보러 간다는 제안에는 응했으면서, 촬영한다고 하니 거절했던 사람들이 꽤 많았었기 때문에 이 조건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조태웅이 피디 뒤에서 튀어나와 넌지시 질문했다.
“근데 유명하신 분이라 들었는데, 저희 같은 변방의 작은 아이돌을 봐주셔도 괜찮나요?”
“야, 우리가 뭐 어때서!”
“맞아요, 형!”
조태웅을 제외한 여섯 명은 엄지를 아래로 향하며 야유를 보냈다. 애동제자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시간도 비었고요.”
무엇보다 뵙고 싶은 분도 있었고….
애동제자의 묘한 눈빛이 이안에게 잠시 머물다가 사라졌다. 이안은 그 눈빛을 눈치채지 못하고 먼저 들어가는 이주혁의 등을 신나게 두들기고 있었다.
* * *
“다음, 마지막. 이안이.”
“드디어.”
여섯 명의 멤버들이 차례로 점을 보러 들어갔고, 드디어 이안 차례였다.
“야 들어가면 소름 돋는 소리 많이 하실걸?”
“한국의 무속 맛 좀 봐라.”
밴을 타고 이동했을 때부터 이안이 기대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아서, 멤버들은 흐흐 웃으며 장난을 쳤다.
‘야, 궁금하지 않냐?’
[뭐가?]‘과연 무당이 너를 볼 수 있을지?’
[…그러게?]진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렌즈 방향을 바꿔 가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들어가시죠.”
애동제자가 미닫이문을 열었고, 이안은 침을 꿀꺽 삼키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무당의 뒤에는 신당이 있었고, 범상치 않은 인상의 무당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기는 쎄 보이네.]“안녕하세요.”
이안은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무당의 손짓에 맞은편 방석에 앉았다.
“생년월일시가 어떻게 됩니까?”
이안이 말하는 것을 종이에 적으면서도 무당은 묘한 표정으로 그의 뒤쪽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했다.
무당은 생각했다. ‘귀한 분에게 잡귀가 붙었구나.’
이안은 진 쪽으로 시선을 두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왠지 그가 진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아야 할 것 같아서였다.
‘너 보는 거 같지?’
[…어 눈 마주쳤는데?]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이안의 팔뚝에는 소름이 돋았다.
“외국에서 태어났으니 이름 한자는 없을 거고….”
“네.”
“일단 운이 아주 좋은 사주네…. 이 운은 뭘 해도 될 운입니다.”
무당은 진에게서 고정했던 시선을 거두고, 빈 종이에 이안의 사주를 적어 내려갔다.
“이런 운이… 흔히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들 하죠? 그런 소리가 나올 사주예요.”
이안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가 아닌가.
무당은 이안에 대한 안 좋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 말년까지 운이 좋을 거라는 말에 기분이 살짝 좋아진 이안은 궁금한 것 없냐는 말에 멤버들의, 그룹의 미래가 어떨지 물어보는 것으로 끝냈다.
“더 궁금한 거 없으면 여기까지.”
무당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나도 즐거웠어요. 이런 귀한 분은 오랜만입니다.”
“제가 그렇게 좋은 것만 있나요?”
“그럼요, 그리고….”
무당이 말을 이으려다가 몸을 굳혔다. 이안은 진의 정체를 모른 척해야 했기 때문에 무당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뒤로 못 돌리는 상황이었다. 그저 눈만 데굴데굴 굴리면서 작게 말했다.
“제 뒤에… 뭐가 있나요?”
무당은 말이 없었다. 그녀가 서서히 일어나 이안을 향해, 정확히는 이안의 뒤쪽을 향해 서서히 허리를 숙이더니 뭔가를 향해 공손한 인사를 했다.
‘뭐야, 뭐예요?’
이안은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보며 소리 없이 말했다.
* * *
“이안아.”
“좀 길었네?”
미닫이문을 드륵 열고 나온 이안은 멍한 얼굴로 터덜터덜 걸어 멤버들의 앞에 섰다.
“어땠어요?”
박서담이 기대감을 담은 눈빛으로 이안의 입이 열리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영험하다 영험해….”
이안이 멍하니 내뱉은 말에 멤버들이 웃었다.
“그렇게 오졌어?”
“쟤 좋은 소리만 들었나 봐.”
“이따가 피디님한테 영상 보여 달라고 하자. 다들 괜찮지?”
“콜.”
앞서 들어갔던 멤버들은 나쁜 소리도 가감 없이 전해 들었던 터라 다른 멤버들의 결과가 내심 궁금했었다.
“살펴 가세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 내준 무당과 애동제자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밴에 올라탔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거 없냐고 해서 우리 그룹은 어떻게 될지 물어봤거든? 겁나 좋대.”
“헐! 나도 그거 물어봤는데! 야, 이안아 너는 뭐 들었어?”
“나는….”
멤버들이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운세 결과를 서로 말해 주고 있었다. 이안은 좋은 말만 들었다며 말을 하려는 순간.
[…야.]‘왜?’
[무슨 정보 필요하냐?]전에는 물어봐야 가르쳐 줄까 말까였으면서 갑자기 적극적인 거 아냐? 이안이 고개를 기우뚱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어?’
[아니, 너 전에 변호사랑 했던 얘기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뭐 알려 줄까? 주식? 부동산?]‘뭐 나야 알려 주면 좋지만….’
안 하던 애가 갑자기 이러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을 응시했다. 진은 시선을 피하려는 듯 렌즈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었다.
‘진짜 아무것도 없는 거 맞아?’
[그냥 내가 좀 적선해 줄까 해서 그런 거지. 싫으면 말고.]‘아냐. 알려 줘.’
무당이 갑자기 누군가를 쳐다본 것, 이안은 진을 바라본 것이라 착각했지만 그곳에는 이안의 영혼을 제 몸으로 돌려놨었던 저승사자가 있었다.
무당이 왜 말을 끝맺지 못했냐면, 어느새 이안 뒤에 나타난 저승사자가 검지를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고.
* * *
시간이 흘러 컴백을 4주 앞둔 시기가 되었다.
아위의 멤버별 컴백 티저가 뜨는 날이었다. 첫 시작은 조태웅이었다. 이미 SNS를 통해 회사를 들락거리는 조태웅의 사진이 많이 퍼졌기 때문에 더는 질질 끌 수 없었다.
AWY Concept Photo – 태웅 (Tae Woong)
-ㅁㅊ태웅이 컨포
완전 게임캐릭터 재질아니냐ㅠㅠㅠ
└연하늘 장발이라니 미쳤나봐ㅜㅜㅜㅜ
└의상 미쳤다 진짜 돈냄새난다 아이고 병헌아버지ㅠㅠㅠ
└이건 됐다
조태웅의 컨셉 포토가 올라오고 두 시간 후, 소속사에서는 팬 카페를 통해 공지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BHL 엔터테인먼트입니다.
AWY를 기다려 주셨던 AWYDOM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팬분들이 기다리고 계셨던 고소 상황을 알려 드립니다.
…사건이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는 민사상 형사상의 법률책임을 물고 있습니다.
더불어 당사는 이미 추가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이며 합의 및 선처는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팬분들의 응원과 제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법무법인 서앤우, 법무법인 아율 전문입니다.
조태웅의 파격적인 컨셉 포토와 소속사의 정성스러운 고소 공지에 팬들은 이날을 기념일로 삼았다.
멤버들을 향한 서포트가 금지되었기 때문에 아위의 팬들은 그 대신 취약 계층에게 기부를 하거나 번화가에 광고를 거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며 컴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