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05
205
미리 짜고 치는 것 같죠?
“아악! 미친!”
“어떡해!”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자, 이미 몰린 사람들이 더 몰렸다. 가만히 서서 노래를 듣던 사람들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아위의 사진을 찍었다.
“뭐야, 누구? 아위라고?!”
“악! 시발! 얘들아!”
아위덤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크게 소리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 내 웃었다.
원래는 깜짝 인사를 한 뒤 바로 차를 타고 단체 버스킹 장소인 신촌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러분 저희 곡 잘 들으셨나요! 어땠어요?”
“너무 짧아!”
누군가가 크게 외치는 소리에 관객들이 환호를 질렀다.
“앵콜!”
어느새 모여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앵콜을 외치고 있었다. 이안이 곤란한 듯 볼을 긁적였다. 사방에서 진의 표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떡해요? 우리 시간 돼요?”
“아까 불렀던 거 1절만 하고 갈까?”
“그럼 그거 하자. 서담이가 불렀던 거.”
이안은 김희상의 ‘추억 속에서 너는’ 파일을 재생했다. 세 명이 나란히 서서 감정을 잡았다.
미리 맞추지도 않았는데 각자 한 소절씩 부르다가 세 명이 화음을 맞추며 합창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작게 환호를 질렀다.
“네, 준비한 곡은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 저희 아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지 마!”
“한 번 더!”
관객들이 ‘한 번 더’를 떼창했지만, 다음 일정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세 명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그들의 옆으로 경호원이 두 명씩 붙었다.
경호원이 많아서 다행히 몰려드는 사람들은 없었다. 거리를 유지하며 다들 질서를 지키고 있었다.
“안녕!”
“뛰지 마요! 다쳐요!”
차에 탄 세 명은 차 창문을 열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지금 강남에 애들 떴어ㅠㅠ
슨스에 뜸ㅠㅠ
└ㄹㅇ?
└└ㅇㅇ 이안이랑 태웅이랑 서담이!
└그럼 아까 스케 뜬거는 뭐야???
-보컬라인 강남이면 다른 애들도 어디서 버스킹하고있는거 아냐?
애들 노래 존좋ㅠㅠㅠㅠ
└헐 잠깐 방금 저런거 쓴 사람이 춤추고 있었는데
└└어디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헐 가면벗었ㄷ
-지금 홍대에 이 사람들도 Hoxy?
└헐 맞는거 같아! 대학로에 두명밖에 없었어!
└ㅁㅊ집앞인데
같은 시각, 대학로와 홍대에서도 버스킹을 마친 멤버들이 탈을 벗었다.
“안녕하세요!”
“꺄아아악!”
강남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몰렸고, 다들 그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올려 금세 실시간 해시태그를 점령했다.
-지금 아위 버스킹 정리
보컬라인 강남 / 랩라 홍대 / 댄스 대학로 맞아?
└ㅇㅇ
└아 씨ㅠㅠㅠ나 왜 안서울ㅠㅠㅠ 지방 운다ㅠㅠㅠ
-아까 애들 본 후기
지나가다가 노래 좋아서 친구 기다릴 겸 보고있었는데
계속 듣고있으니까 애들 목소리 같아서 설마 했는데 진짜 애들이었음 나 최애 이안이인데ㅠㅠㅠ 누가 덕계못이라고 했냐ㅠㅠㅠㅠㅠ지금도 심장떨린다퓨ㅠㅠㅠㅠ
└후기 고마오
└진짜 부럽다ㅠㅠㅜㅠㅜㅠㅜ
-애들 이제 안하겠지?
아 택시타고 가고있었는데ㅠㅠㅠ
└나도ㅠㅠ
└혹시몰라서 계속 존버중인데 안하는거같아ㅠ
└이러다 길거리 버스킹 다 기웃거리게 생겼어ㅠㅠㅠ
누군가는 계를 탔다고 좋아하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삼킬 무렵, 아위 멤버들은 지정된 장소로 모여 단체 버스킹을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너 그거 입으니까… 그거 같다.”
“뭐?”
“그거, ‘블랙 아웃’”
이안은 고개 숙여 자신의 옷매무새를 살펴봤다. 그는 배달원이 자주 입는 복장과 헬멧을 들고 있었다.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어쩌다 보니 데뷔 전 단역을 맡았던 컨셉과도 일치해서 가끔 배달원 이안이 보고 싶다고 추억 하던 팬들은 좋아할 것이다.
이 중에서는 그나마 입을 만한 옷이었는데, 이것도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쟁취해 낸 옷이었다.
“아 부럽다. 나는 이게 뭐야?”
“벌써 더운 거 같지 않냐.”
“형! 이거 입고 어떻게 춤춰요?”
조태웅과 김 현 그리고 박서담은 인형 옷과 탈을 쓴 전단지 알바로 변했다.
“나 무슨 도둑 같지 않아?”
김주영은 눈과 입만 뚫린 보라색 복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었고 손에 든 셀카봉에는 카메라를 연결해 놓고 마치 브이로그를 찍으러 나온 마이튜버 같은 컨셉으로 변했다.
“와 김주영 이렇게 보니까….”
“뭐?”
“두상 개못생김.”
“뒤질래?”
김주영이 조태웅을 잡으러 뛰었다. 벙벙한 인형 옷을 입고 있어서 금세 잡힐 수밖에 없었다.
“아악!”
김주영에게 헤드락이 걸린 조태웅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주혁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그는 이안과 같은 배달원 컨셉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얘들아, 여기 손님도 계시는데 입 좀….”
“하하, 괜찮아요. 제가 어디 발설할 사람도 아니고.”
제작진은 버스킹을 중계하는 마이튜버를 미리 섭외해 놓은 상태였다. 아직 매체를 통해 단체 버스킹을 한다는 얘기가 샌 적이 없는 것을 보니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저한테 이런 제안이 올 줄은 몰랐어요. 아위 팬이에요, 진짜.”
“에이, 저희보다 걸그룹이 더 좋으시겠죠.”
“당연하죠, 그걸 말이라고….”
마이튜버의 능청에 멤버들이 하하 웃었다.
‘버스킹 홍TV’ 채널의 홍주훈은 구독자 12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튜버로, 버스킹을 중계하는 채널 중에서는 가장 큰 채널이었다.
‘괜히 쫄았네….’
워낙 인기가 많은 아이돌이라 갑질이나 텃세 같은 것이 생각나 지레 겁을 먹었었던 홍주훈은 자신의 가방에서 아위의 앨범을 꺼내 내밀었다.
“근데 팬은 진짜 맞거든요? 사인이랑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와, 우리 앨범도 있어요?”
조회수가 떡상하게 생겼는데 팬이 안 될 리가.
홍주훈은 감동한 아위 멤버들을 보며 음반 가게에서 급히 사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찍습니다. 하나, 둘.”
정성이 통했는지,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사인 앨범을 받은 홍주훈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장 마이튜브 커뮤니티에 올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더 감사하죠. 오늘 진행 잘 부탁드립니다.”
가까이 다가온 이안의 얼굴을 보며 홍주훈은 숨을 삼켰다. 이안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는데, 버스킹을 더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서 그랬다.
‘와 무슨 사람이 저렇게 생겼냐….’
홍주훈은 표정 관리도 잊은 채 멍한 표정으로 이안이 내민 손을 잡아 악수했다.
“우리 공연하기 전에 이거 해야지.”
“다들 모여 주세요.”
단체 구호를 외치는 시간이었다. 둥글게 모인 아위 멤버들이 멀뚱히 서 있는 홍주훈을 쳐다보았다. 7명의 갑작스러운 시선 집중에 홍주훈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주훈이 형도 오세요.”
“저, 저요?”
“네, 형 아니세요?”
형은 맞긴 한데…. 요점은 그게 아닌데. 박서담의 말에 쭈뼛쭈뼛 아위 사이로 끼어 들은 홍주훈이 멤버들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아위 앤 홍으로 갈까? 마지막엔 그냥 파이팅할게요.”
이주혁이 모두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자, 그럼 오늘 마지막 버스킹도 즐겨 봅시다. ‘Our time’ 아위 앤 홍.”
“파이팅!”
홍주훈은 아위와 함께 손을 하늘 위로 올렸다. 그가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아위와 한 팀이 된 것 같아 설렜다.
‘분위기 좋네….’
오늘 진행은 대충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홍주훈이 신촌 광장에 버스킹을 위한 장비를 배치하고 있었다.
“홍 티비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120만 명의 마이튜버답게 지나가는 사람이 알아보고서는 발걸음을 멈췄다.
“홍 티비, 마이스타그램 봤어요?”
“무슨 일 있었나요?”
“아까 아위 버스킹해서 난리 났잖아요.”
“그래요? 아!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럼 조회수 떡상 오질 텐데 아깝다!”
“그죠?”
홍주훈은 당황하지 않고 능청을 부렸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구독자가 하하 웃었다.
“지금 버스킹 중계하는 거예요?”
“지금 말고 한… 10분 뒤에 오세요.”
그는 주변 사람들을 에둘러 보내고는 스피커 뒤에서 뭔가를 연결하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와, 들킬 뻔했네.”
“그냥 하는 척만 하세요.”
“아뇨, 저 이런 거 잘해요. 이래야 사람들이 저 아니라고 생각하죠.”
홍주훈의 스태프로 변한 박진혁은 검은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홍TV가 프린팅되어 있는 상의를 입은 상태였다.
“지금이… 59분이니까. 슬슬 바람 잡을게요.”
박진혁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홍주훈이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동안 인형 탈 전단지 알바로 변한 세 명이 근처에서 진짜로 전단지를 나눠 주고 있었다.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버스킹 홍TV’의 홍주훈입니다!”
근처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오늘도 다양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뽑아서 공연시키게 만들 건데요!”
홍주훈은 길거리 버스킹을 촬영하기도 했고, 직접 버스킹을 주도하기도 했다.
“자! 어느 분을….”
자신이 뽑히길 기다리는 사람들, 혹은 그저 공연만 보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어? 잠깐.”
관객으로 변한 가짜 마이튜버, 김주영도 가장 앞줄에 서서 홍주훈의 신호를 기다렸다.
“저기, 보라색 복면 쓰신 분!”
김주영이 벌떡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지금 되게 특이한 복장을 하고 계시는데… 소개해 주시겠어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스트리머 시작한 지 하루 된 ‘보라색 복면’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를 든 김주영의 목소리가 헬륨 가스를 먹은 듯 가늘어졌다. 홍주훈이 당황함을 연기하며 마이크를 몇 번 만지작거렸다.
“아, 목소리 변조가 되네…. 이거 셋팅을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일단 인터뷰 계속할게요.”
박진혁이 스피커 뒤에서 크, 감탄했다. 혹시 누군가 목소리를 눈치챌까 봐 홍주훈이 준비한 것이었다.
“채널 이름이 직관적이고 좋네요! 혹시 공연 뭐 할 줄 아는 거 있나요?”
“저는 춤을 좀 출 줄 알아요.”
“오, 좋아 좋아! 다들 박수 쳐 주세요!”
호응을 유도한 홍주훈이 노래를 재생했다. 리듬을 탄 김주영이 춤을 추자, 관객들이 감탄했다.
“와….”
“진짜 잘 추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더욱 좋아서 홍주훈이 씨익 웃었다.
“자, 혼자 하면 재미없죠? 이어서 다른 분을… 저기! 저기 인형 탈 알바분들! 세 명! 이리 오세요!”
조태웅과 김 현, 박서담이 김주영의 옆으로 합류했다. 그들은 리듬을 타면서 전단지를 관객들에게 뿌렸다. 진짜 업체를 섭외해 받은 전단지라 다 나눠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홍보 그만하시고! 나온 김에 뭐 좀 보여 주세요!”
홍주훈의 신호에 갑자기 격한 춤을 선보이는 김 현을 보며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조태웅과 박서담도 김주영의 옆에 서서 춤을 췄다.
“마침, 우리 막내 스태프도 춤을 좀 추거든요? 막내야! 너도 해!”
스피커 뒤에 대기하던 박진혁이 고개 숙인 채 맨 뒤로 합류했고.
“저기! 배달원! 두 분! 이리로 오세요!”
마침 서성이고 있던 이안과 이주혁도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좋습니다! 어어! 다들 잘 추시네요, 마치 미리 짜고 치는 것 같죠?”
홍주훈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
“이거 아위 노래인데?”
“갑자기 뭐야?”
프리스타일 댄스를 추던 아위 멤버들이 점점 노래에 맞춰 동작을 이어 갔다. 곡은 어느새 ‘Blue hour’의 도입부로 바뀌었는데, 이주혁이 버스킹에 맞춰 손을 본 상태였다.
“네! 오늘 버스킹의 주인공은…!”
경호원들이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손을 잡고선 인간 바리케이드를 쳤다. 뒤돌아선 아위 멤버들이 얼굴을 뒤덮은 것들을 빼냈다.
“아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