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27
227
대박 느낌이 왔다.
“지환 씨는 안 왔나 보네요?”
“아, 걔요? 안에 들어가 있어요.”
나인세븐 멤버 중 몇 명이 인상을 찌푸렸다. 엄지환에 대한 불만이 있었나 보다. 이안은 그 표정 변화를 눈치챘다.
[오지게 꼬장 부렸나 보네.]이안은 진의 말을 무시하고는 나인세븐 멤버들과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그래요? 연락했더니 안 받더라고요.”
물론 간단히 복사 붙여넣기 한 안부 인사였다. 이안은 친하든 안 친하든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을 돌렸는데, 진은 왜 그렇게 귀찮은 행동을 하냐며 이안에게 물을 정도였다.
“지환이랑 연락하세요?”
“가끔요. 오늘 드라마 공개되기도 하고 겸사겸사 연락했더니 답장을 안 하시던데요.”
하지만 이안은 업계에서 평판이 미치는 영향을 아주 잘 알았다. 그 평판을 유지할 자신도 있었고, 이안 입장에서 이런 안부 메시지 보내는 것쯤은 귀찮은 일도 아니었다.
이안의 말을 들은 나인세븐 멤버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걔는 우리 연락도 잘 씹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엄지환의 얘기가 나오자 나인세븐 멤버들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근데 원래 아림픽 안 오지 않았어요?”
그들은 엄지환의 얘기를 꺼내기 싫다는 듯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연말 가요제 안 왔다고 꼭 와 달래요. 알죠?”
“아아….”
잘나가는 아위도 방송국이 갑이구나. 나인세븐이 표정을 흐렸다.
“이안아!”
“어! 갈게! 저는 그럼….”
이안은 조태웅의 부름에 나인세븐 멤버들에게 짧게 묵례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위 멤버들이 팬 서비스를 하러 가는 것을 보고 남은 나인세븐 멤버들도 자신의 팬석에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최이안 싸가지 없다고 오지게 양념 치더니 열폭이었나 봐.”
“엄지환? 걔 잘나간다고 우리 개무시하잖아. 배우 병 걸려 가지고.”
“연기도 그렇게 잘하지는 않잖아. 시청률도 처참하던데.”
그렇게 언론 플레이를 했는데 광고 모델로서의 효과는 별로 없었고, 들어가는 드라마마다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한 엄지환은 화풀이를 하는 듯 만나는 사람마다 이안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
“매니저 형이 그렇게 이미지 관리하라고 했는데….”
“걔가 그 말을 듣겠어? 사방에서 띄워 주는데.”
하지만 이안의 업계 평판이 워낙 좋아서 오히려 엄지환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고 있었다.
“오늘 드라마 공개되면 또 오지게 무게 잡는 거 아니야?”
“글쎄… 엄지환이 그렇게 비중 있는 역으로 나올까? 최이안한테 묻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하긴,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더라.”
그들은 대기실에 혼자 있는 엄지환을 씹으면서 실없이 웃었다.
* * *
아위는 매니저와 팬들의 말을 착실히 수행했다. 참여하는 경기에는 의도적으로 예선에 탈락했고, 참여 안 하는 경기 시간에는 구석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이안아!”
“안녕! 의자 불편하지 않아요?”
“괜찮아! 너는 얼굴이 복지야!”
“뭐?”
한 팬이 크게 외치자, 이안이 하하 웃었다. 그 웃음에 팬석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이안 오빠! 저 이거 보고 있어요!”
이안과 가까이 있는 팬이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엠플릭스의 첫 화면에 큼직하게 걸려 있는 ‘Z-Day’가 눈에 띄었다.
“어? 그게 지금 떴어요?”
“네!”
옆으로 다가온 조태웅이 팬의 핸드폰 화면을 같이 보는 사이, 이안이 손목에 있는 시계를 힐끔 바라봤다.
낮 12시에 시즌 1이 전편 공개된다고 했는데, 시간은 12시 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때요? 멋있게 나온 거 같아요?”
“저도 밥 먹으면서 보려고요! 근데 미리 보기 영상 미쳤어요!”
“진짜요?”
옆에는 이미 조태웅이 가까이 있었는데, 이안까지 다가오자 팬이 숨을 삼켰다.
귀와 목까지 새빨개진 팬이 이도 저도 못 할 때쯤 마침 다른 쪽에서 팬 서비스를 하던 멤버들이 다가와 이안과 조태웅을 불렀다.
“얘들아, 우리도 보러 가자. 여러분 밥 맛있게 먹어요.”
좌이안 우태웅을 겪은 팬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몸을 기댔다. 그러다가 무슨 사명감이 생긴 듯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이안이랑 태웅이가 내 옆에와줌ㅅㅂ
-미쳤어
-애들 너무 상냥해ㅠㅠㅠㅠㅠ
빠르게 핸드폰의 자판을 치는 그녀를 보며 주변 팬들이 부러워하는 눈빛을 했다.
* * *
“밥 빨리 먹고 1화라도 보자.”
“밥? 우리는 먹는 게 아니라 마시잖아. 10분 컷이지.”
남은 역조공 도시락을 가져온 멤버들이 전투적으로 밥을 흡입했다.
그사이, 박 감독과 이 작가 그리고 주연 배우인 김민재와 다른 배우들이 보낸 메시지가 이안의 핸드폰을 시끄럽게 했다.
(박표현감독님) 봤어요? – 12:01
(이주희작가님) 어때요? – 12:01
(K민재) 야 보고있어? 씨지 장난 아니다ㅋㅋ – 12:04
얼마나 기대 이상이면 작가와 감독, 배우까지 톡이 올 정도인가. 이안은 밥을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태블릿 패드를 켰다.
“튼다? 먹으면서 보자. 궁금해 미칠 거 같다.”
“그래.”
멤버들도 고개를 들어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은 화면에 빗소리만 나오더니, 갑자기 사무실에 홀로 남은 김민재, 작 중 나우신이 나왔다.
그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다.
컴퓨터 모니터를 짧게 비춘 카메라는 밤늦게 야근해서 굳은 몸을 기지개로 풀고 있는 나우신을 비췄다. 그는 곧 겉옷과 가방을 챙기고 회사 밖을 나선다.
(으….)
비 내리는 어두운 거리에는 철제 입마개를 한 좀비가 인간들의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나우신은 인상을 팍 찌푸리고는 고개를 숙여 빠른 걸음으로 좀비를 지나쳐 갔다.
“분위기 오진다.”
“아포칼립스? 그거죠?”
순간적으로 몰입해서 밥 먹는 속도가 느려진 멤버들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화면은 황폐화된 땅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고층 건물들을 비춘다. 나우신은 한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복도식 아파트였다.
“어! 저기 뭐 있는데!”
복도 끝에서 검은 사람 같은 게 보였으나, 나우신은 발견하지 못한다. 그가 열쇠로 문을 따고 집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복도 끝 사람이 괴성을 지르며 나우신에게 달려든다.
(크아아악!)
(뭐야?!)
큰 소리에 박서담과 이주혁이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 그들이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나우신이 문을 닫아 좀비를 막으려 하지만, 이미 좀비가 문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씨바아알! 저리 가! 꺼져!)
인간이 좀비를 상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우신은 결국 좀비를 집 안으로 들이게 되고, 뒤로 넘어져 좀비에게 덮쳐지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으아아악!)
좀비가 나우신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검은 화면에 나우신의 섬뜩한 비명 소리만 흘러나온다.
잠시의 암전 끝에 ‘Z-Day’의 오프닝이 시작됐다.
“와….”
“몰입 장난 아닌데?”
“그래서 이안이는 언제 나와?”
“오프닝 스킵하자.”
멤버들이 오프닝 넘어가기 버튼을 연타했다.
화면 속 철제문이 쾅! 하며 열렸다. 소파 위에 나른하게 누워 있던 누군가가 느릿하게 일어났다.
(뭐야?)
목을 긁으며 말하는 건조한 목소리가 마치 짐승이 그르렁하는 소리 같았다. 그 목소리를 들은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야!”
“누구 멤버인지 목소리 오지네!”
“애들아, 조용히 하고 드라마나 봐.”
이주혁이 벌떡 일어나려는 박진혁을 앉히고, 이안은 멤버들의 반응이 재밌어서 웃음을 참았다.
(K… 나, 나 어떡해?)
(…물었어?)
좀비를 향해 다가간 K가 그의 몰골을 살폈다. 입가와 상체에 묻어 있는 피가 딱 봐도 어디서 식사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K는 고함을 치면서 인간을 물었냐 추궁했다.
(내가 인간 물면 안 된다고 했잖아.)
한숨 쉬듯 말하는 목소리에서 이 상황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나우신을 문 좀비가 무서워서 벽에 붙었다.
(나,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어, 갑자기, 백신이… 이, 이상해서!)
(안 맞았으니 이상했겠지.)
죽일 듯 노려보는 K의 눈빛에 공황 상태가 된 좀비가 몸을 벌벌 떨며 숨을 훅 들이 삼켰다.
그렇게 서로를 응시한 두 좀비 중, K가 편안히 숨을 내뱉으며 좀비를 안심시켰다.
(쉬,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지, 진짜야?)
K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의 뒷목을 잡아 제 어깨로 가져다 댄 K가 다시 숨을 삼키고 묵직하게 말했다.
(그래…. 나만 믿어.)
안심해야 했는데, 어쩐지 무게감이 느껴졌다. 호흡을 잡아 긴장감을 연출하는 연기였다.
좀비의 표정이 불안, 초조 그리고 약간의 안도로 번져 갈 때쯤, K가 좀비의 목을 비틀어 뽑아 버린다.
할리우드 출신 CG 팀이 ‘Z-Day’의 그래픽 작업을 맡았다고 하더니, 진짜로 머리가 뽑힌 것처럼 생생했다.
(일단 넌 살려 둘 수가 없고.)
K의 다리만 나오는 화면에는, 머리가 뽑혀진 좀비의 피가 기분 나쁘게 질척이며 후드득 떨어졌다.
“으어아악!”
“으아… 밥 아직 덜 먹었는데….”
멤버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후식으로 나온 딸기 스무디를 쭉 들이켜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엄지환이 맡은 배역인 김강혁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피가 낭자한 곳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K는 특유의 나른한 걸음으로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일단… 인간부터 찾아야지.)
자신이 죽인 좀비의 손아귀에서 누군가의 사원증을 꺼낸 K가 씨익 웃었다. 사원증에는 나우신의 사진과 이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이안이 형 아닌 거 같아요.”
“그거 배우한테는 진짜 극찬인데.”
“그래요?”
박서담과 조태웅이 중얼거렸다.
화면은 아침이 되고, 자신의 집 침대에 누워 있는 나우신을 비췄다.
“뭐야, 안 죽었네?”
“주인공인데 설마 벌써 죽겠어요?”
나우신이 벌떡 일어나 사방을 살핀다. 깔끔히 정돈된 집 안,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본 나우신은 깔끔한 목덜미를 보며 그제야 숨을 토해 냈다.
(…뭐야. 꿈인가?)
다리에 힘이 풀린 나우신이 바닥에 스르륵 미끄러지듯 앉는다.
‘지금까지 어때?’
[화면 때깔은 좋네. 연출도 뭐… 박 감독이니까.]이안은 자신의 연기를 곱씹어 보며 보완점을 찾았다.
“애들아. 이제 슬슬 나가 봐야 돼.”
“벌써요?”
“아, 아쉽다.”
멤버들은 화면 속 출근하는 나우신을 바라보다가, 매니저의 말에 아쉬운 듯 밍기적거리며 일어났다.
‘연기 관련된 건… 태웅이한테 물어봐야겠다.’
이안도 멤버들의 뒤를 쫓으며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조태웅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야 이안아.”
“어?”
“이거 대박 느낌이 왔다.”
“그래? 괜찮아?”
조태웅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어.’
한편, 대기실에 홀로 남은 엄지환이 각종 포털 사이트를 뒤적이며 ‘Z-Day’ 관련 된 모든 것들을 검색했다.
공개 전 대대적으로 광고 홍보를 한 덕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건만, 막상 공개되니 이안과 김민재에 대한 언급만 늘었을 뿐 자신에 대한 반응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심지어 초반 촬영 분량에서 삭제되고 이안의 비중이 늘어 있었다.
“내가 어떻게 했는데….”
수많은 모욕을 참아 내며 스폰서의 비위를 맞추지 않았던가. 엄지환이 이를 부드득 갈고서는 허공을 노려봤다.
‘아직 공개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마지막까지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겠지.’
애써 그렇게 생각한 엄지환이 대기실 밖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