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
23
무슨 자신감이었냐?
아위는 대기 시간에도 저들끼리 보드게임을 하는 둥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그룹 방송을 켜 생중계하지는 않았다.
대기 시간 생중계를 계속하면 나중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왜 떡밥 안 주냐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너도 여기 찍으러 왔겠다?’
[어. 돌아 버리는 줄 알았지 오지게 추운데 사진도 못 찍고.]‘못 찍었다고?’
[센서 얼어서 카메라가 작동을 안했었어.]정말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스토리였다.
“야, 나 등도 붙여 줘.”
“오케, 딱 대.”
이안이 등을 내밀자 조태웅이 등짝 스매시 날리듯 핫팩을 세게 붙여 줬다. 이안이 끄아악 소리를 질렀다.
“아 셔틀 제대로 안하십니까?”
“손님, 주문하실 때 친절함 옵션 없으셨습니다.”
“이 집 서비스가 불친절하네, 리뷰 별점 1점입니다.”
이안은 핫팩을 덕지덕지 붙이고 옷을 입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옷이 제복 형태라서 조금 더 따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백 스테이지에 나오자마자 휘발되었다. 그나마 스크린이 막아 줘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온도 자체가 추웠다.
“얘들아 오늘도 실수 없이 가자. We are who we are!”
“AWY!”
이제는 익숙해진 구호를 외치고 그들이 무대 앞에 섰다.
관중석에서 작게 환호성이 들렸다. 이 추위에도 찾아와 준 아위의 팬들이었다.
스크린에는 방송국 안에서 진행되는 무대를 보여 주고 있었다.
[쟤네 MI엔터라서 유배 안 왔구나?]‘MI엔터? 쟤네가?’
무대엔 아위보다 2개월 먼저 데뷔한 신인, 플루토가 춤을 추고 있었다. MI엔터는 김용민 때 조카통수를 맞았던 바로 그 회사였다.
‘쟤네 성적은 어땠어?’
[대형치곤 별로였지.]그래? 이안이 뒤를 흘끔 쳐다보았다. 얼굴보고 뽑았는지 다들 희고 잘생겼다.
이안은 내년에는 저 그룹을 넘어 서겠다 다짐하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준비된 노래가 시작되고, 메인댄서 김 현과 김주영을 앞세워 인트로 댄스 브레이크를 춘다.
[너네 찍는 사람들 꽤 있다.]‘진짜?’
이안은 숨을 몰아쉬며 진이 표시해 준 곳들을 슬쩍 훑었다. 듣기로는 팬석 모집 없이 선착순 이랬는데, 앞줄에 반짝이는 것을 보니 오래 기다렸었나 보다.
‘…좋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함성소리가 들려 명치께가 간질간질했다.
다이아몬드 시절에 여기 왔을 때는 들리지 않았던 함성이었다. 안 그래도 망돌인데 추위까지 뚫고 올 충성팬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심지어 맨 앞에서 “에이씨 얘넨 뭐야.” 하는 소리까지 들었었다.
[저 홈마는 올출이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기까지 와 주는 팬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음에, 이안은 진에게 처음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댄브가 끝나고 짧은 정적 사이, 카메라가 관중석을 넓게 잡으면 댄서들이 우르르 들어와 자세를 잡았다.
오늘 무대 컨셉은 혁명군이라, 두 사람이 가장 맨 뒤에서 깃발을 들어 흔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댄서들도 제복 형식으로 옷을 갖춰 입었다.
그리고 생방송+야외무대답게 사고가 발생했다.
‘무슨 일이지?’
이안이 도입부를 시작하고 뒤로 물러났을 때, 이주혁이 이안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가 뒷짐을 진 채 마이크를 톡톡 치고 검지로 엑스 자를 그었다.
‘마이크가 이상하구나!’
다음 소절이 이주혁의 파트다. 이안은 일단 뒷짐 진 이주혁의 손에서 마이크를 뺏어 자신의 마이크를 쥐어 주었다.
‘어쩌지?’
마침 이안의 동선이 뒤쪽이라 다행이었지만, 후렴구는 이안의 차례였다. 그사이 마이크가 교체되어야 한다.
[스태프도 눈치 깠어 걱정 마.]마이크를 스태프 쪽으로 열심히 흔들어서인지, 스태프가 부랴부랴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 위 댄서만 30여 명, 게다가 안무는 동작이 크고 격했다. 거리는 대략 다섯 걸음 정도. 스태프가 얼 타면서 몸을 주춤거렸다.
[뭐야, 신입이야? 뭐 이리 굼떠?]이안이 고장 난 마이크를 볼링 치듯 뒤로 굴려 버리고 스태프에게 던지라고 양손을 까딱였다.
‘빨리!’
스태프가 망설이다가 마이크를 높이 던졌다. 이안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마이크의 각을 슬쩍 봤다. 놓치면 대형 방송사고지만, 이안은 충분히 잡을 자신이 있었다.
마침 이안의 파트가 다가오고, 그는 정면을 보고 손을 높게 뻗었다. 마치 영화처럼 착 감겨 들어 온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가 제 파트를 불렀다.
이안의 체감상 길었던 그 상황은, 단 5초 만에 이뤄졌다. 관객석 앞쪽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씨… 쫄렸네.]‘나 다리 풀릴 거 같아.’
[무슨 자신감이었냐? 어쨌든 잘 잡아서 다행인데.]‘그냥 예감이 좋았어.’
무대가 끝나자 이안이 씨익 웃었다.
[근데 화면엔 안 잡혔어.]‘뭐?’
[생방송은 발카가 많이 발생하지.]‘시발….’
발카메라라니… 방송 박제되면 딱 좋았는데. 이안은 울상을 지으며 관중석에 폴더인사를 했다.
이주혁이 잘했다며 이안의 어깨를 두들기자, 김주영이 이안의 뒤를 덮쳐 그의 목을 안았다.
“와 너 개쩔었어.”
“위험했는데, 결과는 좋으면 됐지. 담부턴 그러면 안 돼.”
“맞아요, 형.”
“안 그랬으니 다행이지. 그래도 잘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른 멤버들도 이안의 등을 토닥였다. 그새 김주영에게 들었나 보다.
이안은 멤버들의 칭찬에 아쉬운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근데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았어?’
[흠, 글쎄? 무슨 소리?]‘내가 잘못 들었나?’
뭔가… 새소리 같은 게 들린 것 같았는데. 이안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대기실로 향했다.
***
가뜩이나 춥고 먼 임진각에, 팬덤 작은 가수들만 모여 봤자 관중은 별로 안 모인다.
역시나 악독한 방송국 놈들은 인기 상위권 출연자로 인질을 잡기 마련인데 올해의 타깃은 여자 아이돌이었다.
“와 너무 추운데?”
“바람 봐 미친.”
자정이 되기 15분 전부터 무대 위로 올라간 출연진들이 콩콩 뛰면서 추위를 벗어나려 애썼다.
아위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서로에게 붙어 열기를 나누려 했지만 칼바람에 앓는 소리를 냈다.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왕이 뭔 줄 알아?”
“뭔데?”
“최저임금.”
“으하학!”
“풉… 아, 웃었어… 자존심 상해.”
추위에 반쯤 정신이 나갔다. 평소에는 웃어 주지 않을 아재개그에도 낄낄거렸다. 종지에는 셔플 댄스를 포함한 막춤을 추면서 추위를 이겨 내려 했다.
“형, 담요 가져오지 않았어요?”
“아 맞다. 까먹었어. 동수 형한테 가져와 달라고 했었는데.”
박서담의 물음에 이안이 후다닥 백 스테이지로 달려갔다. 마침 박동수가 담요를 한 아름 들고 오고 있었다.
“형!”
“너 없어서 놀랐네. 벌써 무대로 나갔었어?”
“네, 고마워요. 안에 들어가 있어요, 형.”
박동수의 담요를 받은 이안이 무대로 나왔다.
“땡큐땡큐.”
“방송이고 나발이고 일단 뒤집어쓰자.”
“꺄악!”
이안이 멤버들에게 담요를 나눠 주려는 순간이었다. 하이 톤의 비명 소리, 임진각의 인질 루나걸즈였다.
이안도 멤버들끼리 둥글게 붙어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루나걸즈는 무대 의상인 미니스커트 차림에 살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추운 옷차림이었다.
‘저긴 매니저가 안 챙겨 주나?’
거세지는 강풍에 그녀들이 자신의 치마를 붙잡고 덜덜 떨고 있었다. 하필 치마도 딱 붙는 치마가 아니라서 잘못 잡으면 굴욕 사진이 찍힐 것 같았다.
“선배님, 이거 쓰세요.”
이안은 그녀들에게 다가가 자신 몫의 담요를 내밀었다. 담요를 받은 루나걸즈 김주연의 눈가가 새빨갰다.
“고마워요….”
이안은 흔드는 핫팩까지 넘겼다.
“선배님 제 것도 쓰세요. 새 거예요.”
다른 멤버들도 루나걸즈에게 담요를 내밀었다. 사실 아쉽긴 했는데, 그들이 추워 봤자 치마 입은 사람들보다 더 춥기야 하겠나.
“가…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루나걸즈가 꾸벅 숙이곤 허겁지겁 허리에 담요를 묶었다. 아위는 멀찍이 떨어졌다. 여돌과 남돌은 붙어 있지 않는 편이 좋았다.
‘기사도고 나발이고 저 꼴 보는 내가 다 얼어 뒈지겠더라.’
[하긴 그래. 게다가 그 루나걸즈잖아. 잘 보이면 좋지.]‘그러고 보니….’
루나걸즈는 내년부터 톱 여돌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럼 나중에 매너 아이돌이라고 SNS 이슈에 뜨지 않을까? 방송에서 언급해 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추위는 참을 수 있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나 발에 감각이 없어….”
다시 서로 붙은 이안과 멤버들은 턱을 덜덜 떨면서도 말을 계속했다. 안 그러면 얼굴이 얼어 굳어 버릴 것 같았다.
[그거 아냐? 너넨 힘들어도 사진은 진짜 잘 나와.]‘이렇게 가오 없게 서로 붙어 있는 모습이?’
[추위에 창백해져 가지고 이쁘게 나오거든. 입김도 분위기 있게 만들어 주고.]관중석에서 반짝이는 표식은 사라질 생각을 안 했다. 평소 같으면 표식도 훑어봐 주면서 포즈도 취해 줄 텐데 인간적으로 너무 추웠다.
마침내 시간이 지나고,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나마 다행히 인터뷰는 루나걸즈만 했다.
“새해 소원이 어떻게 되시나요?”
“새해에는 우리 멤버들이 건강하게….”
루나걸즈의 소원 시간에 아위도 소원을 말했다.
“내 소원은 지금 당장 보일러에 지지는 거야.”
“아 불한증막 마렵다.”
아무 말 대잔치 끝에 드디어 새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윽고 뎅- 종이 울렸다.
“네!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종이 다 울리고, 방송이 마무리될 무렵 이주혁이 나지막이 말했다.
“얘들아 3주 동안 수고했고.”
“나중에 웃으면서 보자고요?”
당연히 받아치는 건 조태웅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 짤이 튀어나오다니. 진짜 순발력 하나는 발군이다. 이안과 멤버들은 실없이 웃으며 백 스테이지로 돌아갔다.
-루나걸즈 팬이 임진각 다녀온 후기
…더럽게 추운데 소속사 ㅅㅂ놈들이 우리 애들 치마입힌채 무대에 올려버림ㅠㅠㅠ 애들 춥겠다고 내 핫팩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애들한테 누가 담요랑 핫팩 챙겨서 주더라
(사진)
찾아보니까 아위라던데 얘네 진짜 매너 좋았음
ㄴ후기 고마워!
ㄴ나도 보면서 애들 걱정 많이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ㅠㅠ
ㄴ쟤네 담요 주고 바로 빠지는거 귀엽더라ㅋㅋㅋ
-M사 연말무대에 앵무새 왔다감?
(링크)
코맹맹한 소리로 응원법 열창하던데ㅋㅋ
ㄴ앵ㅋㅋ무ㅋㅋㅋㅋ새ㅋㅋㅋ
ㄴ이안이 개 멋있다하고 보고있다가 너 때문에 의식함ㅋㅋㅋㅋㅋㅋ
ㄴ아니 화면은 존나 영환데 소리가 왜저래ㅋㅋㅋㅋㅋㅋㅋ
ㄴㅁㅊ임진각 앵무새ㅋㅋㅋㅋㅋㅋㅋㅋ
-임진각 앵무새 보고왔다
마이크 잡는거 존나 쩌는데 소리때문에 집중 안됨ㅋㅋㅋㅋㅋㅋ존나웃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얘 이름이 뭐냐? 뭐부터 봐?
ㄴ입덕이야? 일단 오늘 갓라무님 전체직캠 보고오자
ㄴ입덕 겨콴! 입덕가이드 공지에 있으니까 천천히 훑어봐!
방송이 끝나고, 카메라에 박제되지 않아 의기소침했던 그 장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