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5
235
숨 쉬는 것도 컨텐츠라고.
(이안아, 너 진짜 신들렸냐?)
“이익 많이 보셨죠?”
전화를 받자마자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이안은 웃으며 받아쳤다.
투자 전문가 정류원을 통해서 뿌렸던 씨앗이 점점 무르익더니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남긴 것이다.
(그건….)
정류원은 아직 믿기지 않는 듯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이안을 따라 소액 투자했던 게 대박이 났다.
[했네 했어.]하지만 명색이 투자 전문가인데 누군가의 말을 듣고 투자를 했다는 건 자격이 의심될 만한 부분이어서 그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래서, 제안은 생각해 보셨어요?”
이안도 그 심정을 알기에 화제를 돌렸다.
이안의 얼굴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단순 투자 대리뿐만 아닌 이안을 대신해 얼굴을 비출 대리인이 필요했다.
“어떠세요?”
이안의 재촉에 정류원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밤새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대답 주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네.”
(이렇게 해서, 니가 원하는 목표가 뭐야?)
정류원은 사실 이안의 제안에 몹시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안은 왠지 모르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어려웠을 때 손을 내밀었던 후원자의 손자기도 했고, 무엇보다 운이 좋은 듯 이안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신기하기도 했다.
‘나중 목표라….’
이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팩트픽스의 양인준 기자가 거슬리는 것도 있지만….
아위가 국내를 넘어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유명 아이돌이고, 이안도 입지를 다져 가고 있지만 그래 봤자 연예인이다.
‘이런저런 사건 덮기에는 연예인 문제가 제격이야.’
공인이지만, 터뜨려도 뒤탈이 없으며 가장 확산이 빠른 것.
바른 생활을 하던 연예인이 나락으로 빠지는 것은 쉬운 일이다. 누군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었고, 누군가의 언론 플레이에 쉽게 방송 활동이 정지되기도 한다.
‘그게 유명한 연예인일수록 더.’
갑자기 몇 년 전부터 교제했다는 톱스타의 열애설, 유명 연예인 누구의 불륜설, 누가 몇 년 전에 마약을 했다며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이게 괜히 나왔을까?
갤럭시보이즈 터진 거, 누구 덮으려고 그랬다며?
적발된 사실이 있는데 아직도 언론은 잠잠하네.
쉿. 알잖아, 이런 일 비일비재한 거. 괜히 말 나오다가 너도 훅 간다.
김용민 시절을 겪은 그는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찌라시가 사실로 밝혀진 것도 종종 있었다.
‘투자에 집중해서, 돈만 많아졌다고 될 일이 아니지.’
이안은 자신의 인생에, 멤버들과 소속 그룹에 대해 후환을 남기기 싫었다.
혹여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있으면 언젠가는 도움 될 일이기 때문에 보험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인맥이 있어야 해.’
이안은 어차피 자신과 멤버들, 그룹 외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사고를 칠 일은 없겠지만, 혹여 멤버들이 어떠한 사고를 쳐도, 혹은 당해도 그걸 막아 줄 강력한 울타리가 필요했다.
“그냥, 사람을 끌어모으려고요.”
(…어떻게 보면 니가 성문이 형보다 할아버지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거 같다.)
아버지보다 더 할아버지를 닮았다라…. 이안이 피식 웃었다.
“칭찬이시죠?”
(칭찬이지. 너희 할아버지 같은 분이 어디 흔하시니.)
정류원이 몇 초간 고민하더니 한숨 쉬듯 대답했다.
(좋아. 해 보자.)
이안이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정류원은 두 변호사의 추천도 있었고, 부모님이 보증하는 사람이었다.
이안과 같이 일한다는 정보가 새 나간 적도 없었고, 진을 통해 본 바로도 뒤탈 없이 깔끔한 사람이었다.
“저만 따라오시면 손해 보는 일 없게 해 드릴게요. 아니, 지금 회사 다니는 것보다는 더 괜찮을걸요?”
(그거참 든든하네.)
이안이 신나서 내뱉는 말에 정류원이 작게 웃었다. 솔직히 이만한 대리인은 찾기 힘들었다.
(일단, 너는 투어에 집중해. 필요한 건 내가 마련해 보고 자료 보내 줄게.)
“네, 감사해요. 삼촌.”
(삼촌보다는 형이 낫지 않냐?)
그 순간, 누군가 이안의 호텔 방문을 쿵쿵 두드렸다.
“야아 최이안. 나와라.”
“얘 뭐 해? 화장실인가?”
“형! 우리 빨리 놀러 가요 시간 없어요!”
관광할 준비를 마친 멤버들이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안은 의자에 걸어 둔 겉옷을 챙겼다.
“저 이만 끊어야겠어요.”
(그래, 한국 와서 보자.)
“네.”
전화를 끊은 이안이 방문을 열었다.
“뭐 하느라 이제 나와?”
“늦잠 잤어.”
“어제 공연이 빡세긴 했지.”
이안은 대충 얼버무렸다. 평소라면 그 변화를 눈치챘을 멤버들은 오랜만에 오는 자유시간에 신나서 적당히 넘어갔다.
“가자. 우리 오늘 마드리드 정복한다.”
“딱 기다려.”
투어 중간 비는 시간이 생겨서 멤버들은 다 같이 관광을 하기로 했다.
“딱 기다려. 내가 어제 밤새 뭘 했는지 알아? 이 근방 맛집 리스트를 뽑았다고.”
“야 김주영, 어제 공연 끝나고 밤샌 거야?”
“당연하지.”
“여윽시 우리 팀 쩝쩝박사다.”
그들이 신나서 로비 밖으로 나서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명진이 셀카봉을 내밀었다.
“얘들아, 일단 이거 받아.”
셀카봉에는 작은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은 멤버들이 동시에 김명진을 쳐다봤다.
“우리 또 뭐 해요?”
“아니, 그냥 편하게 노는 거 촬영해. 강제는 아니야.”
강제는 아니라기에는 카메라를 건네는 손길이 단호했는데.
개인적으로 놀러 나오는 시간까지 이런 걸 찍어야 하나 싶은 멤버들이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얘들아, 너무 부담 갖지 마. 대충 찍어 와도 우리가 잘 편집할게.”
“예….”
“너네가 숨 쉬는 것도 컨텐츠라고. 이제 익숙해져.”
“예에….”
멤버들이 들고 있는 셀프 카메라뿐만 아니라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영상을 녹화할 사람들, 그리고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경호 인력까지 순식간에 대인원이 되어 버렸다.
“흥이 깨져 버렸어….”
조태웅이 중얼거렸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스태프도 모처럼의 휴가에 끌려 나온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뭐라 말은 하지 못했다.
“얘들아,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재밌게 놀다 가자.”
순식간에 의욕이 꺾인 멤버들을 다독이는 건 역시 이주혁이었다.
멤버들은 그의 말대로 너무 잘 즐겨 버렸다. 김주영이 밤새 만들었던 맛집 리스트는 실패가 없었다.
“형! 저기서 맛있는 냄새나요!”
“해치우자!”
“그래!”
다들 위장에 블랙홀이 있는지 끝도 없이 들어간다. 게다가 메뉴도 다양해서 지켜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먹방만 편집해도 좋은 컨텐츠 나오겠다.’
지켜보던 김명진이 씨익 웃었다.
“얘들아, 다 먹었으면 왕궁도 가 볼래? 너네 갈 줄 알고 미리 예매해 뒀는데.”
게다가 그는 철두철미했다. 멤버들의 관광 소식에 먼저 주요 관광지의 티켓을 확보한 상태였다.
멤버들이 감동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았다. 반짝반짝한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김명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명진이 형! 형밖에 없어!”
“형! 이리 와요!”
“한 번만… 안아 보자!”
일곱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다가오자, 김명진이 점점 뒷걸음쳤다.
* * *
“헐, 이게 뭐야?”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고 신나서 걸음을 옮기던 멤버들을 붙잡은 건 김 현의 경악한 목소리였다.
“뭔데?”
“이거 봐.”
“헐.”
김 현이 가리킨 작은 가게에는 케이팝 스타들의 각종 굿즈가 나열되어 있었는데, 사실 공식 굿즈는 아니었다.
공식 사이트나 언론에 뿌렸던 사진을 대충 짜깁기해서 만든 조잡한 굿즈였는데, 마치 어디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었다.
‘여기서 이런 걸 볼 줄은 몰랐는데.’
‘그걸 니 입에서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역시 마이디어와 아위였다.
“와 우리도 있어!”
“되게 많은데?”
“와 이게 언제 적 사진이야?”
데뷔 시절 사진까지 걸려 있었는데, 다들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아 표정이 자연스럽지 못했고 외모도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연습생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날것의 사진이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멤버들이 손가락을 오그라뜨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나는 저 사진 못 보겠다.”
“와 흑역사.”
“우리 진짜 딴판 되지 않았어?”
마침 아위를 알아본 가게 주인이 핸드폰을 들이밀어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도 허가되지 않은 굿즈 팔이에 이용당할까 봐 김명진이 크게 외쳤다.
“얘들아! 가자!”
“넵!”
신기한 일은 또 있었다. 광장으로 향한 아위는 익숙한 노랫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어? 저기 뭐 한다.”
“버스킹인가?”
“이거 피버 노래 아니야?”
바로 ‘케이팝 랜덤 플레이 댄스’였다.
중앙을 비우고 동그랗게 모인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중앙으로 뛰어 자리를 잡아 춤을 췄다.
“오….”
“어, 이거 아는 노랜데. 우리 초등학교 때 노래 아니야?”
“맞아. 와, 우린 이 노래 안무 모르는데.”
2세대 아이돌부터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아이돌까지 노래 장르도 다양했다. 그런데도 중앙에 비워진 자리는 빠르게 차고 있었다.
언론에서 말하는 케이팝 열풍이 주입식 국뽕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실감하고 있었다.
“다들 준비해.”
멤버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동시에 각자 가져왔던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썼다.
“우리 노래 나오면 우리도 가자.”
“당연하지.”
마침내 아위의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멤버들이 사람들을 비집고 나와 맨 앞줄에 섰다.
가린다고 가렸지만, 모두를 속일 순 없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일곱 명의 동양인 남자가 앞에 서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뭐야?”
“*설마….”
멤버들은 자신의 노래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췄다.
“꺄아아아악!”
그리고 그들의 곡이 끝나자, 멤버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벗어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진짜의 등장에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아위를 따라다니는 경호원도 있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 중 몇 명이 양팔을 넓게 뻗어 자체적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을 막기도 했다.
“헐…! 진짜 아위예요?”
“안녕하세요.”
“대박!”
스피커 앞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쩐지 이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모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버스킹을 기획한 사람이었나 보다.
“영광입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자신을 케이팝 문화를 다루는 마이튜버라 소개한 그는 여기 사람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지 않겠냐며 아위 곡 메들리를 틀었다.
“준비성 철저하시네요.”
“아위 곡은 전곡 다 가지고 있어서요. 하실 거죠?”
“저희야 좋죠.”
아위는 팬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 * *
한국의 한 호텔, 도심이 잘 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서 한 남자가 노트북을 닫았다.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남자는 손에 든 와인 잔을 느릿하게 돌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테이블 위에 올려 둔 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떻게, 제안은 생각해 봤습니까?”
(…할게요.)
기다리던 대답을 들었다. 남자, 양인준이 음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