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6
236
망한 거 같은데요?
“어, 다솔아. 나 지금 비행기 안, 이륙 기다려.”
(은하야, 진짜 투어 가는 거야? 너 돈 없다며.)
“돈? 생겼어. 그리고 굿즈 팔면 괜찮거든. 너 취업했다며. 축하해.”
(고마워. 이제 시작이지 뭐.)
수화기 너머 아위덤, 이다솔은 자신의 친구가 너무 무리해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김은하는 완고했다. 본인의 입으로 괜찮다고 하니 이 이상 말리다가는 간섭하지 말라는 소리나 들을 것 같았다.
“너도 나랑 같이 가지.”
(난 됐어, 그냥 민희 언니 초대해서 작년 떡밥이나 정주행하려고. 근데… 너 진짜 괜찮은 거야?)
“괜찮아. 나 이제 꺼야 할 거 같다.”
(…조심히 다녀와.)
김은하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짜증, 이다솔이 한숨 쉬듯 대답하고는 통화를 끊었다.
‘괜찮다는데 얘는 왜 이래?’
김은하가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런 그녀를 깨운 건 옆 사람이었다.
“친구? 친구도 아위덤이야?”
“네. 그냥 라이트덕질 하는 애. 요즘 애들 팬 아닌 사람이 없잖아요.”
“하긴 그래.”
김은하는 다른 생각이나 할 겸 SNS를 돌다가 눈에 띄는 아이디를 발견했다. 이안의 톱시드 홈 마스터, 아이언하트의 월드 투어 영상이었다.
“와… 이 사람은 여기도 갔네.”
“누구? 아, 이 사람. 볼 때마다 사진 잘 찍네. 부럽다.”
김은하의 옆자리에 앉은 홈마, 슈가크러쉬가 감탄했다.
사진 속 이안은 살짝 젖은 머리와 조태웅이 뿌린 물 때문에 몸에 살짝 달라붙은 흰 티셔츠 그리고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한 눈동자가 예술이었다.
“이 사람은 정체가 뭐예요?”
“몰라.”
슈가크러쉬가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금수저라고 하던데 맞는 거 같아. 굿즈 판 것도 서포트에 다 쓰잖아.”
“진짜요?”
“전에 이안이 공중파 생일 광고를 이 사람이 다 했다는 얘기가 있어.”
“와….”
시청률 동 시간대 1위를 하고 있던 예능 프로그램 광고로 나왔던 그 광고인가. 그것도 무려 30초 광고였다.
공중파 광고는 단가가 비쌌는데 그것도 15초를, 홈마끼리 십시일반해서 거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근데 그걸 혼자서 했다니.
아이언 하트가 인기 그룹의 인기 멤버 톱시드 홈마라지만 굿즈 판 돈으로 광고비는 절대 안 나온다.
“이안이 전에 H 브랜드 패션쇼 참석하고 프라이빗 파티 간 적 있었잖아.”
“네.”
“거기에도 아이언하트가 가서 사진 찍었잖아. 쉽게 못 들어가는데…. 그럼 뭐, VVIP라는 거지.”
“그거 이 사진 아니에요?”
김은하가 사진첩을 뒤적거리더니 한 사진을 띄웠다.
앞머리를 전부 뒤로 넘기고 시원한 이목구비를 드러낸 사진 속 이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H 브랜드에서 제공해 준 옷과 구두, 시계 등 액세서리를 차고 있었다.
아까 사진은 분명 아이돌이었는데, 지금 사진은 성공한 젊은 사업가 느낌이 났다.
슈가크러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맞아. 이안이 진짜 부내난다. 근데 파티 초대까지 됐을 정도면 H 브랜드 최초 뮤즈 되는 거 아니야?”
슈가크러쉬는 좋아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도 이안의 홈 마스터라서 그랬다.
“에이, 설마 파티 하나 초대됐다고 그렇게 되겠어요?”
“아냐 가능성 있어. 거기 수석 디자이너가 이안이 사진 올리고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코멘트 달았잖아.”
“그래요?”
“됐으면 좋겠다.”
그녀의 말에 대충 맞받아친 김은하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누구는 빚내서 가는데 누구는 집안 잘 만나서 취미로 아이돌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고. 스케줄 전부 출석해서 톱시드까지 먹고…. 한참을 생각에 빠진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열폭이람. 어쨌든, 나도 투어 보러 가잖아.’
아위의 유럽 투어는 다른 홈마의 데이터를 사서 보정했지만, 아시아는 달랐다. 이제 직접 가서 찍을 수 있다.
물론 거기에 들어가는 비행기 티켓, 숙박 비용 등은 다 빚으로 남아 있지만.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좌석 벨트를 매셨는지 확인해 주시고 전자 기기의 전원을….”
기내 안내방송이 나오자 김은하는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는 눈을 감았다.
‘다녀오면 알바 세 탕 뛰어야지.’
* * *
전보다 몇 배는 뛴 규모의 공연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동원한 채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시간 날 때 관광도 하고 돌아다니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런 운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졌다.”
“갑자기 왜?”
“발목이 이상해.”
첫 번째 이변은 박진혁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멤버들의 표정이 싸해졌다.
이안과 이주혁이 매니저를 부르러 간 사이, 박진혁이 호텔 복도 벽에 기댔다.
“많이 아파요, 형?”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내일 공연하고 나오면 백 프로 이상해질 거 같아.”
가끔 발생하는 박진혁의 예리한 감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진혁이 괜찮아?”
“많이 아파?”
아위의 두 매니저, 임진우와 박지환이 황급히 달려왔다. 의료진을 불러온 김명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때 다친 쪽이지?”
박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크레인 위에서 무리하게 뛰어내린 탓에 다쳤던 그 발목. 무리한 투어 일정에 부하가 걸린 것이다.
“진우야, 진혁이 방으로 데려다줘.”
“네.”
임진우가 의료진과 함께 박진혁을 방으로 데려갔다.
“너희들은 어때?”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김명진을 보니, 멤버들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그들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점검했다.
“글쎄요…. 허리는 좀 뻐근한데?”
“난 목.”
“근데 막 의사를 부를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이런 거로 거짓말할 멤버들이 아니었다. 김명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비는 해 둬야겠는데….
그때, 박지환이 넌지시 물었다.
“이렇게 된 김에 애들 뭐 하나 맞는 건 어때요? 수액 같은 거.”
“그럴까? 일단 다들 방에 들어가 쉬고 있어.”
멤버들은 군말 없이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대신, 단체 톡방이 불탔다.
(현현3) ㅂㅈㅎ 저럴줄알았어 – 21:32
(서다미2) 진혁이 형 괜찮을까요? – 21:32
(죠탱4) 의사 불렀으니 괜찮겠지 – 21:33
(이주혁4) 그래도 미리 말해줘서 다행이지 너넨 어때? 특히 현이랑 주영이 – 21:33
(현현3) ㄱㅊ – 21:33
(춤신춤왕김주영2) ㄴㄷ – 21:33
이안도 괜찮다는 답장을 보내고는 고개를 느릿하게 돌렸다.
‘난 왜 멀쩡하냐.’
공연을 마치고 힘들었던 몸은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금세 회복됐다.
‘오히려 더 쌩쌩하던데.’
마치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것처럼 몸에 활력이 돋았다.
투어 전, 목 관리를 잘하라는 블랙러시 정세준의 조언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노래를 계속할수록 득음한 듯 목이 트이는 느낌만 들었다.
‘좋은 게 좋은 거겠지.’
* * *
결국, 박진혁은 보호대를 찬 채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진행했다. 이 소식은 한 홈 마스터의 직캠을 통해 팬들 사이로 빠르게 퍼졌다.
-진혁이 의자???
-헐 진혁이 발목에 보호대ㅁㅊ
-투어를 그렇게 돌리니 애가 다치지ㅅㅂ
-애들 일정 헬이긴한데ㅇㅇ 소속사 피셜 날때까지 일단 가마니해
아위(AWY), 월드 투어 中 멤버 진혁 가벼운 발목 부상… 집중 치료 중 [공식]
박진혁은 걱정했던 것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멤버가 터졌다.
아위가 유럽 투어를 마치고 아시아를 돌고 있을 때쯤, 아위의 메인 댄서인 김 현도 허리 통증을 느꼈다.
“쓰읍… 명진이 형, 의료진 좀 불러 주세요.”
“왜왜왜!”
“무슨 일이야!”
“현이 형! 죽지 마요!”
정작 당사자인 김 현은 덤덤했는데, 멤버들이 더 호들갑이었다.
“어디 아픈데?”
“허리가 좀 불편한데요.”
“…일단 현이 너는 병원부터 가자.”
매니저인 김명진은 대신 죽으라면 죽을 정도로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현3) 나 병원 왔음ㅇㅇ – 18:02
(이주혁4) 뭐래? – 18:02
(현현3) 쉴 정도는 아님 ㅇㅇ 디스크 위험 앉아서 무대 – 18:05
(죠탱4) ㅎㄹ – 18:05
메인 댄서인 김 현은 아위의 댄스 브레이크, 고난도 안무를 거의 담당했다. 사실 여태껏 안 걸린 것도 신기했다.
(현현3) 나 솔로무대 어카지 앉아서 노래불러야 할거같은데 – 18:13
(현현3) ㅇㅇㅇ 나 곡좀 골라주라 – 18:13
(이안6) ㅇ – 18:13
당분간 춤추지 말라는 진단을 받은 김 현은 미리 준비했던 솔로 댄스 무대를 급히 변경해야 했다.
“아씨, 2개월이나 준비했는데.”
“어쩔 수 없지. 계속했다가 더 아프면 어떡해.”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이러지? 나이 먹어서?”
고작 24살이 하는 말치고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안이 피식 웃었다.
“솔직히 우리 안무 계속 빡세서 지금까지 안 걸린 게 다행인 정도 아니야?”
“그건 그렇지.”
“이 곡은 어때? 부르기 쉽고 적당히 신나고.”
연달아 터지는 부상에 멤버들은 숙소에 도착하고도 의료진과 마사지사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김주영 너는 괜찮냐?”
“나? 괜찮은데. 나는 솔로 무대도 디제잉이었잖아.”
같은 메인 댄서인 김주영은 멀쩡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간적으로 투어일정 개미친거아니냐
-애들 힘들거 같았어ㅅㅂㅅㅂ
-ㅈ속사 하는게 뭐냐? 애들이 벌어다주는 돈이 얼만데 그거 하나 케어 못하냐ㅅㅂ
국내 활동을 하면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음악 방송, 음방 직캠, 그리고 다양한 예능이나 광고 화보 등 ‘떡밥’이 넘쳤다. 하지만 월드 투어를 돈다고 하면 떡밥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투어 일정이 빼곡히 차 있어서 도중에 한국에 돌아가 짧은 촬영도 못 할 정도였다.
가뜩이나 떡밥도 없는데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멤버들은 부상당하지,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죠탱4) 누구 약 있는 사람? – 22:12
(이안6) 명진이 형 콜한다 – 22:12
(이주혁4) 나 너네 톡 울릴때마다 이젠 무섭다 – 22:13
(박진혁3) ㄴㄷ –22:13
그 외에도 자잘한 사고가 이어졌다. 이주혁은 감기에 걸렸고, 조태웅과 김주영도 뭐를 잘 못 먹었는지 아니면 물갈이인지 심하게 탈이 났었다.
“형, 저 목 아파요.”
며칠 동안 목을 큼큼거리길래 그냥 감기에 걸린 줄 알았던 박서담은 성대 결절 진단을 받았다.
당분간 목소리를 자주 내지 말라는 진단을 받은 그의 파트는 립싱크로 진행했다.
박서담은 아주 아쉬워했지만, 성대 결절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
“너라도 멀쩡해서 다행이다.”
다 같이 밥을 먹다가 이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주혁이 한 소리였다.
“운동해서 그런가?”
“근데 우리도 헬스 하잖아.”
“그냥 이안이가 타고난 거겠지.”
“부럽다….”
다들 자잘한 잔병치레가 있었지만 오로지 이안만이 멀쩡했다.
[근데 꼭 이러다가 사고가 난다?]‘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에이 설마. 싶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헉…!”
“야 최이안!”
“야!”
“이안이 형!”
공연 대행사 측 실수인지 무대가 부실시공이 됐는데, 하필 이안이 돌출 무대로 향하는 사이 바닥이 푹 꺼져 버린 것이다.
같이 리허설을 하던 멤버들이 놀라서 이안에게 달려가려는 것을 제지한 건 경호팀이었다.
“여러분 일단 조심히,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세요.”
다른 쪽도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었다. 조심스레 내려온 멤버들은 이안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무대 밑에서 구출된 이안은 무너진 무대 바닥 잔해를 뒤집어쓰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괜찮아?”
“아니, 무대를 이딴 식으로 설치하면 어떡해!”
계속되는 사고에도 늘 침착함을 유지했던 김명진이 결국 폭발했다. 그가 공연 대행사 측에게 따지러 가는 사이 다른 매니저, 임진우가 이안의 몸을 살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
“어….”
후유증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지만 일단 다리나 허리, 목은 다 괜찮았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서 바닥에 손을 짚은 게 문제였다.
‘꽤 아픈데…?’
[망했네.]이안을 둘러싼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오른 손목이 좀… 망한 거 같은데요?”
“아, 안 돼!”
“혀엉!”
곁에 모인 멤버들이 세상이 무너진 듯 절규했다. 그 소란스러움에 현지 공연 대행사 측 사람들의 표정도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