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89
289
다 너 노리는 거 아냐?
“난리네 난리야.”
김명진이 혀를 찼다.
엄지환에 이어서 다른 연예인들이 줄줄이 엮여서 기사가 터지고 있었다.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사람이 마약으로, 누군가의 음주운전을 해서 걸렸는데 무마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누군가는 도박 같은 굵직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기사도 올라왔다.
-요즘 연예계 파국이다
└ㄹㅇ
-내일은 어떤 사람이 터질까
-내돌은 아니겠지?
-사회면에 다 아는 얼굴들밖에 없네ㅋ
-사회면 병크는 쉴드 불가 아님? 실트 꼬라지 봐ㅋㅋ
└원래 병크 터지면 팬덤 코어화되잖아
이안은 기사를 보고 있던 핸드폰을 끄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진의 메모리 카드에는 사회면에 올라올 만한 정보뿐만 아니라 누가 누구랑 사귀고 결혼하는, 범죄는 아닌데 밝혀지면 해당 연예인이 손해 볼 정보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일을 터뜨리면서 하나 다짐한 게 있었는데, 정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사건들 위주로만 터뜨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터뜨리고도 앞으로 벌어질 일이 많았다. 이런 정보를 꽉 쥐고 자기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양인준의 생각에 혀를 내둘렀다.
“너네는….”
조수석에 있던 김명진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멤버들을 살폈다. 그 시선의 의미를 눈치챈 멤버들이 기겁했다.
“우리가 그런 거 할 일이 뭐가 있어요.”
“저 형 우리 의심하는 거야?”
“와 대실망.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형, 진짜 우리가 사고 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멤버들이 반발했다. 일곱 명이 불만의 소리를 쏟아 내니, 차 안이 금세 시끄러워졌다.
“미안, 내가 미안해! 미안하다!”
결국, 김명진이 백기를 들었다.
“혹시 모르니까 말하는 거야. 우리도 미리 알아야 대응하든 말든 하지.”
뭐든 알아둬야 소속사 차원에서 미리 대비를 할 수 있었다. 조태웅이 장난기가 그득한 얼굴을 한 채 김명진에게 물었다.
“형, 만약에. 우리가 지금 기사 터지는 거랑 비슷한 일을 했다고 쳐요. 형, 어떻게 할 거예요?”
“너네가 그러겠냐.”
이 또한 함정 질문 같아서 김명진이 몸을 사렸다. 하지만 조태웅은 물러나지 않았다.
“진짜 만약에!”
“글쎄… 만약 이런 일 터지면 일단 너네 커버 쳐 줘야지. 그러라고 있는 게 소속사야.”
아위는 BHL엔터의 기둥이 아니라 건물 자체를 바꾼 그룹이었다. 당연히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만약 엄지환처럼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다면야 무조건 실드 칠 수는 없겠지만.
“오올. 방금 좀 멋있었다.”
“역시 곧 승진하는 남자는 뭐가 다르다.”
남의 승진 가지고 놀려 먹는 애들은 아위밖에 없을 것이다. 이 또한 멤버들 나름의 축하 인사인 걸 알아서 김명진은 그냥 웃어넘겼다.
“그만 떠들고 이제 내릴 준비해. 다 왔어.”
“넵.”
오늘은 무려 타임지에 실릴 화보를 촬영하러 왔다. 언제 이 동네 10대 아이콘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마이디어를 이어 청소년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셀럽이라며 화보와 인터뷰 요청이 왔다.
“이야, 조 사장. 멋있는데?”
“우리 최 사장은 역시 잘생겼네?”
“어이 김 사장!”
의상을 갈아입고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손 본 아위 멤버들은 갑자기 상황극을 하면서 장난을 쳤다.
“얘들아, 다 갈아입었으면 모여.”
마지막으로 준비를 마친 이주혁이 멤버들을 이끌고 현지 스태프에게 화보 컨셉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갔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김명진은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이야, 영어는 언제 저렇게 늘었대? 아무리 이안이가 가르쳐 줬다고 해도 저렇게 단기간에 느나?”
“그만큼 많이 노력한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요. 아무리 잘 가르쳐 줘도 배우는 사람이 자세가 안 되어 있으면 못 늘지.”
김명진을 따라온 소속사 직원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멤버들을 지켜봤다.
몸에 착 붙는 수트 차림과 앞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모습의 아위는 아이돌이 아니라 성공한 사업가 같은 느낌이 물씬 들었다.
“*여기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좋습니다!”
해외 스튜디오라고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막힘 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방금 차 안에서 어린애들처럼 떠들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명진은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담았다. 그는 이런 비하인드 사진을 간간이 SNS에 올리곤 했는데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
-후드 매니저님 마이스타 올라왔어!
애들 빌보드 1위 들었을때 상황인가봐ㅋㅋㅋ아 귀여워ㅋㅋㅋ
└근데 왜 후드매니저야?
└└그 매니저님 거의 후드티만 입어서 후드 매니저ㅇㅇ
-미친ㅋㅋㅋㅋ중간에 덩실덩실 저거 대표야?
└아니 대표님 왜 거기계세요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옆에서 춤추는 셔츠남 전 매니저? 동수행님 아님?
-뻘인데 소속사 분위기 진짜 좋은거같음
대표는 말할것도 없고 매니저랑 스탭도 애들 아껴주는거 보이니까 좋다
팬들도 댓글에서 좋은 말만 남겨 주니 김명진도 신나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멤버들의 비하인드 사진을 풀었다.
“명진 씨, 이제 애들 스케 따라다니는 것도 마지막이겠네요?”
“인수인계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인수인계할 일이 뭐가 있나요? 이미 잘하고 있던데.”
임진우와 박지환도 승진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로드 매니저를 벗어나지만, 그래도 멤버들과 함께 현장을 다니는 건 변함 없었다.
“그래도 한 반년 동안은 같이 다니려고요.”
“명진 씨도 동수 씨랑 비슷하단 말이야. 현장 체질인 게.”
“그런가요?”
* * *
미국에서의 일정을 끝낸 아위는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다. 하루 여독을 풀고 다음 날, 이안은 엠플릭스 코리아의 홍보 사진을 찍기 위해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이안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굽혀서 인사했다. 그의 등장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안에게 향했다.
“쓰읍… 뭔가 이상한데?”
이안을 따라온 매니저, 임진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안은 갑자기 몰린 시선에 멋쩍게 웃고는 아는 얼굴을 찾았다.
“이안아.”
마침 이안에게 반갑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Z-Day’에서 주연을 맡았던 김민재였다. 이안은 그가 내민 손에 하이파이브를 하듯 손을 잡았다.
“민재 형, 오랜만이야.”
“대본 봤어, 아쉽다. 오래 촬영하고 싶었는데.”
“나도 시즌 2 같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투어 돌아야 해서.”
그 외에도 이안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희빈 장씨’에서 호흡을 맞췄던 고혜민과 ‘너를 알고 싶어’의 박도담 작가였다.
“이안 씨, 제가 보낸 대본은 봤어요? 어때요?”
“네, 역시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제가 올해는 도저히 촬영할 시간이….”
이안의 말을 끊은 박도담 작가가 그를 빤히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서 불이 화르륵 타오르는 듯한 착각을 받을 정도였다.
“그건 걱정 마세요. 촬영 스케줄은 무조건 이안 씨 일정에 맞출 수 있어요.”
‘너를 알고 싶어’로 이름을 알린 박도담 작가도 ‘Z-Day’의 이주희 작가와 함께 한국 드라마의 스타 작가로 언급되고 있었다.
“아예 내년에 촬영해도 되고요. 엠플릭스가 대본도 확인 안 하고 제작비 막 뿌리잖아요. 돈만 많으면 시간이야 뭐….”
“저야 작가님 작품 들어가는 건 영광이죠.”
“정말요? 저 진짜 제작사에 얘기합니다?”
대본도 좋았고, 이 기회를 놓치는 것도 아쉬웠다. 이안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나서야 박도담 작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근데… 뭐 이렇게 따가워.’
이안은 슬쩍 시선을 옮겼다. 촬영에 따라온 소속사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팬들보다도 더 열정적인 시선이었다.
“이야, 잡아먹을 거 같네?”
“민환이 형.”
어느새 다가온 조민환이 이안의 옆에 섰다. 조민환은 이안이 연습생 시절에 단역 출연으로 얼굴을 알릴 때부터 인연을 이어 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얼굴에 반가워서 가볍게 포옹한 이안이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 인기 많은 남자는 피곤한 법이야, 형.”
“알지 알지. 나도 인기 많아 봐서 알지.”
조민환도 이안에게 달라붙은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특히 1년 전부터 이안에게 물밑 작업을 했던 매니지먼트 리프의 오성수 실장도 이안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기 바빴다.
“다 너 노리는 거 아냐? 아위 재계약 시기라고 기사 떴던데?”
“벌써 떴다고?”
이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핸드폰을 켜 기사를 확인해 보니, ‘아위의 재계약 시기, 멤버들은 전원 재계약을 할 것인가.’ 혹은 ‘그들은 정산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같은 이간질 빌드업 기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 실장도 너 데려가려고 벼르고 있더라.”
“사실 우리 매니저도 너 번호 물어보던데, 줘도 상관없어?”
옆에서 듣고 있던 김민재도 끼어들었다. 이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형 곤란하면 줘도 돼. 대충 거절하면 되니까.”
대충 거절한다? 김민재와 조민환이 동시에 이안의 얼굴을 쳐다봤다.
“거절하게? 조건도 안 들어 보고?”
“당연하지. 앞으로 그룹 활동할 일 많은데.”
팔짱을 낀 이안의 얼굴은 확신에 차 있었다.
“…우리 실장한테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해야겠네.”
“하긴, 그룹 한창 잘나가는데 괜히 다른 소속사로 옮기는 것도 일이겠다.”
내심 이안이 자신과 같은 소속사로 오길 바랐던 김민재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스태프가 현장에 온 배우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와 감독까지 모여 있으니 넓은 스튜디오 안이 금세 꽉 찼다.
이름을 알만한 스타 배우와 작가, 감독까지. 이들은 엠플릭스의 드라마나 영화를 이미 찍었거나, 앞으로 찍을 사람들이었다.
“엠플릭스가 투자 많이 했나 보네.”
“그나저나 따로 찍어서 합성하면 되는 거 아니야? 굳이 다 같이 찍을 필요가 있나?”
“진짜 바쁜 선배님들은 그렇게 하신다던데요. 아까 스탭분에게 듣기로는….”
김민재의 설명으로는, 오늘 촬영의 컨셉은 미국의 유명 패션 잡지와 코믹스 스튜디오의 10주년 단체 사진을 모티브로 한 거라고 했다.
“아직 안 온 사람이 있나 본데, 촬영 금방 안 끝날 거 같죠?”
“어쩐지 저기에 먹을 거 잔뜩이더라.”
게다가 비하인드를 찍는 카메라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현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저마다 보여서 친목을 다지고 있었다.
“나쁠 건 없죠. 인맥 만들면 좋은 거고….”
“아, 민재 너 잘 말했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도 저기 끼어들어야겠는데? 이안이 임 감독님 만나 봤니? 너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소개해 줄게.”
“형, 저도요.”
김민재가 넉살 좋게 따라갔다. 김민재와 조민환은 작품에서 만나 이미 구면이었다.
이안도 그 뒤를 따라서 모르는 배우와 감독, 작가와 안면을 텄다.
-올해 17돌 재계약 시기 아니냐? 누구누구있음? 일단 아위는 알겠음ㅇㅇ
-아위는 재계약 하겠지? 떡밥 꾸준하던데
└ㄴㄴ경험상 ㄹㅇ 재계약 할거같았던 돌이 재계약 안하고 안할거같은 돌이 오래가던데
└할거같은데 그냥 좀 불안하다
└근데 이만한 아이돌이 재계약을 안한다? 말이안되는데 요새 해외기세 좋잖아
└└그룹 유지하고 소속사는 다른데 가는 경우 많음ㅇㅇ
└└└말만 유지지 활동 제대로 못하지않아?
└아 재계약 얘기 그만해ㅠㅠ 심장떨린다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