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276)
282화. 우두머리 싸움 (2)
퍼어어어어어억.
철면개의 손에 쥐어진 대나무 몽둥이의 끄트머리가 남궁천승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일찍이 남궁하연에 의해 두 동강이 난 몽둥이의 끝부분은 죽창처럼 뾰족하게 벼리어져 있었고.
심지어 강기를 한껏 머금은 채였다. 이내 철면개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스쳤다.
남궁천승이 아니라 그 아비인 검왕이라 한들, 복부 한가운데를 꿰뚫리고서 싸움을 이어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허억!”
허나.
철면개의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 순간, 표정에 경악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지금 뭘 하고 계신 거요, 걸개?”
그리고 남궁천승이 말했다.
헌앙한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서려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배를 관통당한 이의 얼굴은 아니었다.
실제로.
남궁천승은 ‘찔리지 않았다’.
이내 철면개는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것’이 대나무의 끝을 가로막고 있음을 확인했다.
목숨을 건 회심의 일격은.
상처를 입히기는커녕… 남궁천승의 몸에 닿지조차 못했던 것이다.
부르르르.
“크윽, 이이익……!”
철면개는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철면개는 말 그대로 젖 먹던 힘을 짜내었고 어떻게든 대나무를 찔러넣으려 했다.
허나 헛수고였다.
대나무는 마치 두터운 철벽에 가로막힌 양, 단 한 치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핫. 실로 안타깝군 그래.”
남궁천승이 코웃음을 쳤다.
후웅, 그리고 검이 휘둘러졌다.
타아아앙, 퍼어어어어억!
“커억—!”
충돌의 순간 대나무가 산산조각으로 으깨어졌으며, 그 즉시 철면개의 몸이 종잇장처럼 저만치로 밀려났다.
후욱, 타앗.
“큭, 허억!”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한 철면개가 두 발로 땅에 착지한 뒤 호흡을 골랐다.
후두둑.
“우읍—!”
허나 목구멍으로 치솟는 핏물을 삼켜내지는 못했다. 이내 한 움큼의 피가 땅 위로 쏟아졌다.
그것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휘둘러진 검이었으나, 그 안에는 여전히 제왕검형의 무게가 담겨있었다.
“뭐, 생각보다는 재밌었소.”
다시 남궁천승이 말했다.
“…큭! 뭐 이런 소똥같은—”
철면개가 소매로 피를 훔치며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허나 남궁천승을 재차 마주한 순간, 마침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휘오오.
이내 철면개는.
‘공기가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남궁천승의 몸 안에 숨겨져 있던 ‘맹수’가 마침내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웅.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남궁천승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허나 현재 자신의 수준으로는 그 투명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면개는 최소한 한 가지는 이해할 수는 있었다.
이 압도적인 존재감은… 단순히 익힌 무공의 차이나 기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모자란 지혜와 재주를 쥐어짜 어떻게든 싸우려고 드는 모습이 퍽 가상하기까지 하더군.”
남궁천승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찌 되었건 간에… 이 몸으로 하여금 ‘이 힘’을 이끌어 내게 하였으니, 걸개께서는 충분히 대단한 무인이오. 내 인정해드리지. 허헛!”
“…….”
철면개는 답을 하지 못했다.
결코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눈앞에 펼쳐진 이 압도적인 존재감은… 일찍이 스승이나 혹은 소림의 방장인 북두천존으로부터 느껴지던 바로 그 감각임을 이해했다.
‘…절대지경.’
그것은 목천의 경지조차 넘어.
강호무림의 모래알 같은 무인들 중에서도 고작 열 명의 절대자들에게만 허락되었다고 알려진 미지의 경지였으며.
또한 그것이야말로 남궁천승의 얼굴에 시종일관 감돌고 있던 여유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다.
말인즉슨 남궁천승은.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 이미 스스로 남궁세가의 ‘두 번째 검왕’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타아앙.
“…크아아압!”
철면개는 재차 땅을 박찼다.
곧장 남궁천승에게로 쇄도했다.
비틀.
허나 남궁천승의 삼보 앞까지 다가선 순간, 돌연 신형이 옆으로 기울었다.
데구르르.
그대로 철면개가 땅을 굴렀다.
이내 남궁천승의 왼편에 내팽개쳐져 있던 타구봉을 도로 주워 들었다.
탓. 후우우웅.
“크아아아압—!!”
그리고 그 즉시 튕기듯 몸을 일으킨 철면개가 남궁천승의 옆구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핫! 뭘 그리 어렵게 구시오? 그깟 몽둥이쯤이야 말만 했다면 기꺼이 내어드렸을 텐데 말이오!”
퍼어어어어억.
“……!”
허나.
철면개의 남은 힘을 쥐어 짜낸 최후의 일격은 당연하다는 듯 가로막히고 말았으며.
심지어는 검조차 아닌,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남궁천승의 왼손에 그대로 ‘붙잡혀버렸다’.
우우우웅.
그리고 심지어는.
남궁천승의 손아귀에서 타구봉으로 내력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부르르르.
“큭, 크으으윽……!”
빠직.
철면개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타구봉 위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강기가 겹쳐지며 내력의 경합이 펼쳐진 것이다.
퍼어어어어어엉!
“…커억!”
허나 경합은 잠시에 불과했으며.
충격과 함께 튕겨 나간 것은 역시 철면개였다.
남궁천승의 손에 타구봉을 빼앗긴 채, 이번에는 두 발로 착지조차 하지 못했다.
“우욱… 우웨엑—!”
그대로 쓰러진 철면개가 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했다. 창백한 안색에서는 더는 여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허나.
저벅.
“일어나시오, 걸개.”
다시 남궁천승이 다가갔다.
피를 토하며 땅에 처박힌 철면개의 눈앞에 그 발등이 눈에 들어왔다.
탱그랑.
그리고 다음 순간, 타구봉이 그 발등 앞으로 떨어졌다.
땅을 구르는 타구봉을 바라보는 철면개의 눈이 흔들렸다.
“자 어서, 몽둥이라면 얼마든지 돌려드릴 테니 주워서 덤비란 말이오. 설마 천하의 개방주께서 벌써 포기하신 건 아니겠지?”
“……!”
으드득, 철면개가 이를 악물었다. 허나 그 밖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기혈은 걸레짝처럼 꼬여 들었으며.
애당초.
멀쩡한 몸으로도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는 상대였다.
자신과 남궁천승의 사이에는 말 그대로 ‘경지’라는 철벽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었다.
부르르.
압도적인 절망 속에서.
이내 떨리는 손끝이 뻗어졌다.
덥석.
허나 그 손이 붙잡은 것은… 타구봉이 아닌 남궁천승의 바짓가랑이였다.
“사, 살려…….”
동시에 철면개의 입 밖으로 애처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심이오, 걸개?”
“제, 제발… 목숨만은—!”
후우우욱.
허나 다음 순간.
한껏 웅크려져 있던 철면개의 허리가 와락 펴지며 ‘단단한 머리’가 남궁천승에게로 날아들었다.
내력조차 실리지 않은 철면개의 머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승의 ‘고간’이었다.
“…흥.”
짜아아아아악.
허나 채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 철면개의 고개가 훽 꺾여 들었고 신형 또한 옆으로 밀려났다.
털썩.
“끄으으… 으윽.”
그리고 다시 널브러졌다. 남궁천승의 왼손이 철면개의 뺨을 후려친 것이었다.
“허헛, 누가 거지 아니랄까 봐, 어디까지 밑바닥으로 내려갈지 궁금할 지경이군 그래!”
* * *
저벅.
“자, 일어나시오, 걸개. 어서!”
남궁천승이 다시 철면개에게로 다가섰다. 입가에는 변함없이 짙은 웃음이 서려 있었다.
“…….”
그 번듯한 웃음을 올려다보며 철면개는 생각했다. 놈은 자신을 ‘한 번에 죽일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내력의 경합을 통해 무기를 빼앗고, 검이 아닌 맨손으로 뺨을 두드린다.
그것은 모두, 과거 스승 취풍신개가 남궁천승에게 가했던 ‘참교육’의 일환이었다.
즉, 남궁천승은 지금.
‘앙갚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큭, 크핫!”
다음 순간, 철면개는 웃음을 터뜨렸다. 움찔, 남궁천승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다.
“푸핫… 쿨럭! 크하하핫!”
“…뭐가 그리 우습소?”
“쿨럭! …글쎄, 대체 뭐가 우스울까? 크흐흐! 나도 잘 모르겠소, 가주! 쿨럭, 크하하핫!”
입 밖으로 연신 피를 토하면서도.
철면개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남궁천승의 헌앙한 얼굴 뒤로 가려져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옹졸함이 진심으로 우스웠던 탓이었다.
“…아무래도.”
남궁천승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걸개께선 뭔가 잘못 생각하고 계신 듯하군. 말할 것도 없지만, 걸개께서 이대로 쓰러지면 구 무림맹의 구성원들은 우리 의혈맹의 일부가 되는 거요.”
그리고 다음 순간.
씨익, 남궁천승의 얼굴 위에도 다시 웃음이 피어났다. 허나 더는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허나… 새로운 천하에 소림이나 아미의 자리는 있을지언정 개방의 자리는 없을 거요.”
“…크하핫!”
“애당초… 더럽고 냄새나는 거지무리 따위가 정도무림의 한 축으로 엮여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 아니겠소?”
물론 ‘자리가 없다’는 것은.
‘존재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과 같은 말임을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크핫, 하하하핫!”
허나 그럼에도 철면개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훅, 타앗.
다음 순간, 철면개가 땅을 박차며 벼락처럼 달려들었다.
“어디 해볼 테면 해 보거라—!!”
짜아아아악.
그리고 다시금 뺨이 돌아갔다.
“…커억!”
허나 철면개는 피를 토하면서도 쓰러지지 않았고, 기어코 다시 두 발로 몸을 지탱하고 섰다.
“크핫… 크하하하핫!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남궁세가주! 거지란 게 없애려 든다고 닭모가지 비틀듯 없앨 수 있는 존재인 줄 아나?!”
“좋아… 바로 그거요—! 내 걸개께서 언제까지 그리도 기세 좋게 웃고 있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소!”
짜아아아악, 짜아아아아악!
그리고.
남궁천승의 왼손이 거듭해서 철면개의 양 뺨을 마구 후려치기 시작했다.
“커헉… 크핫, 크하하하핫!”
허나 철면개는 웃었다.
“허헛, 허허헛!”
남궁천승 또한 마주 웃었다.
사지를 찢어발겨도 시원찮을 늙은 거지가 주제도 모르고 맹주께 덤벼들다 시체도 못 남기고 죽어버린 건 유감이지만.
이 또한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제놈의 하나뿐인 제자가 버러지 같은 꼴로 짓밟히고 있는 모습을 지옥에서 지켜보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짜아아아악, 짜아아아악!
결코 쉽게는 죽이지 않는다.
그날 자신이 겪은 치욕을 생각하면, 놈에게 무인다운 비장한 최후를 안겨줘선 안 된다.
제 부하들이 쳐다보는 눈앞에서.
똥오줌을 줄줄 흘리며 제발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때, 목을 베는 것은 바로 그때가 될 것이었다.
짜아아아아악!
“…….”
한편 구 무림맹 측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더 이상 ‘싸움’조차 아니었고, 승리에 대한 그 어떤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
상대는 ‘절대지경의 고수’였고.
일찍이 자신들을 지탱해주었던 큰 기둥과 같은 두 절대고수는 더는 이 자리에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목숨마저 경각에 달한 개방주 철면개를 향해 ‘그만 물러서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처한 처지는 이미 더는 물러설 곳이 남아있지 않은 ‘막다른 길’이기 때문이었다.
“…….”
허나 이내.
하나 둘, 방주의 ‘혈투’를 바라보는 거지들의 눈빛에 결연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설령 이 자리에서 개방이 끝을 맞이한다 하더라도, 방주와 그 끝을 함께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내 소림승들과의 눈빛이 오고 갔고, 서로의 뜻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이해했다.
무언의 합의 속에서.
이내 몇몇이 나서려던 찰나였다.
훅, 쐐애애애애액.
별안간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다음 순간, 그 존재를 눈치챈 남궁천승이 훌쩍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고, 이내 그 무언가는 남궁천승이 비켜선 바로 그 자리에 꽂혀 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땅이 흔들렸다.
후욱.
그리고 한순간 먼지가 일어났다. 먼지 안쪽에서 비치는 무언가의 모습은 다른 무엇도 아닌 ‘한 개의 인영’이었다.
“남궁 가주, 오랜만이군.”
그리고 인영이 말했다.
움찔, 남궁천승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허나 서서히 여유로운 미소가 다시 떠올랐다.
“…헛, 허헛! 이거 또 반가운 목소리로군. 우리 ‘남궁세가의 벗’ 낙검신룡 비룡대주가 아니신가?”
“…….”
이벽은 답하지 않았다.
이내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알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된 몰골을 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두 발로 서 있는 철면개가 있었다.
“걸개, 이제는 내가 이 싸움에 끼어들어도 괜찮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