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278)
284화. 싸움과 대화 (2)
타앗, 후욱.
이벽이 가볍게 땅을 박찼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쏟아지는 깃털을 상대로 적파도결을 쏘아 보내는 한편, 남궁천승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크… 크하하핫, 으하하핫!”
후두두둑, 콰아아아아앙!
물론, 남궁천승 또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태산의 무게를 담은 깃털들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렇게.
강기의 다발들이 교차하는 한편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고, 이내 충격의 여파가 서로의 몸에 와닿을 정도가 되었다.
“…….”
허나 이벽은 방어를 도외시했다.
그것은 미세하게나마 적파도결의 기세가 깃털보다 우위에 있었으므로, ‘굳이 신경을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허나 이벽의 그러한 모습은.
남궁천승의 자존심을 자극했고, 이내 그 또한 방어를 도외시한 채 강기를 쏘아 보내는 것에 온 힘을 다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크윽?!”
허나.
이내 두 사람의 거리가 삼 보 안팎으로 좁혀든 순간이었다.
수십 장의 깃털과 적파도결이 일제히 충돌한 순간, 적파도결의 으스러진 파편들이 흩날리며 그대로 남궁천승을 뒤덮었고.
펄럭.
위험을 직감한 남궁천승이 날개를 접어 온몸을 감쌌다.
후두두두둑.
파편이 그 위를 두드렸다.
허나 물론, 강기의 파편 따위가 등천의 영역에 해당하는 날개를 뚫고서 남궁천승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다만.
“…크으으윽!”
남궁천승이 이를 악물었다.
애송이와의 ‘난타전’에서 먼저 수세를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에는 충분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크… 흐아아아압—!”
다음 순간.
움츠러든 자존심을 회복하듯 남궁천승이 격앙하며 날개를 펼쳤다. 훅, 파편들을 튕겨내며 칼바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하핫! 아주 좋네! 어디—”
멈칫.
허나 거기까지였다.
남궁천승의 말이 멈추었다.
“…….”
그리고 남궁천승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내 고개가 움직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쩌저저적.
날개를 접었던 아주 잠깐 사이.
어느새 사방에 모습을 드러낸 수십여 자루의 붉은 칼들이… 모든 방향을 빽빽하게 포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꿀꺽.
이내 남궁천승은 침을 삼켰다.
칼날은 피를 머금은 듯 날카로웠으며, 그 위력은 제왕검형에 못지않음을 이미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 정도의 근거리에서 이 정도의 공세에 휩싸인다면… 어쩌면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하늘의 경지를 손에 넣은 이래, 그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생명의 위협’이었다.
“그러게… 대화하자고 말하지 않았소? 왜 그렇게 길길이 날뛰는 거요?”
그때 마주 선 이벽이 말했다.
“뭐, 다행히도… 아직은 죽은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 나도 당신네들을 섣불리 해치진 않겠소.”
흘끗, 시선이 발아래를 스쳤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말을 이었다.
“실은 얼마 전, 이곳 하남까지 오는 길에 당신네 집안 사람인 숭무관주 남궁천수를 만났단 말이오.”
“……!”
“그리고 퍽 유감이지만, 혈교의 잔당들과 손을 잡고서 극악한 짓을 일삼길래… 목을 베어버렸소.”
흠칫.
그 순간, 이벽의 눈동자가 강바닥처럼 낮게 가라앉았다. 딱히 살기 같은 것을 품지는 않았다.
허나 그 순간.
남궁천승은 오싹함을 느꼈다.
“천하의 남궁가의 핏줄이 어째서 그런 악적들과 어울리고 있는지… 퍽 이상한 일이오. 그렇지 않소?”
스스스스.
바람 속에서.
적파도결의 칼날들이 나뭇가지처럼 부대끼며 잘게 떨었다.
“남궁 가주, 어떻게 생각하시오?”
* * *
꿀꺽, 남궁천승은 침을 삼켰다.
선뜻 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세가의 방계인 남궁천수는 맹의 쓰임새에 따라 세가를 떠났고, 이후의 행방에 대해서는 가주인 그로서도 잘 알지 못했다.
허나.
만에 하나 놈이 제 주제도 모르고 눈앞의 비룡대주에게 앙심을 품고서 무언가를 꾸미려 했다면.
‘…살아남았을 리가 없겠지.’
마주한 이벽의 서늘한 눈빛에서 남궁천승은 숭무관주 남궁천수의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허나 하찮은 방계 혈통의 목숨 하나가 어찌 되었건, 지금 당장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침묵 속에서 남궁천승은 자신의 모든 방향을 에워싼 주변의 ‘붉은 검’들을 다시금 둘러보았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제왕검형에 맞먹는 위력을 지니고 있음은 이미 부딪혀서 직접 겪어보았다.
허나.
그러한 칼날 자체보다도 더욱 두려운 것은… 눈 깜짝할 새 이만큼의 칼날을 만들어내는 놈의 ‘영역’이었다.
어쩌면.
이마저도 놈의 ‘전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스쳤다.
“대답하시오.”
그때 다시 이벽이 말했다.
“…대체 뭘 말인가?”
“남궁천수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드리지. 남궁세가는, 나아가 의혈맹은… 흑시와 그리고 혈교와 어떤 관련이 있소?”
“…크하하핫!”
남궁천승은 다시 웃음을 흘렸다.
허나 그것은 초조함을 감추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남궁세가의 무학들을 빠르게 되새겼다.
그러나.
자신이 익혀온 그 어떤 검으로도 지금의 상황으로부터 무사히 벗어날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글쎄,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남궁천승은 어깨를 으쓱했다.
“남궁천수 그자는… 애초에 독립을 원해서 세가를 떠난 방계 핏줄이 아닌가? 내 그런 이들의 행방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기엔 거느린 가솔들이 적지가 않아서 말일세.”
“…….”
후욱.
그 순간 좌측에서 작은 바람 소리가 스쳤다. 흠칫, 남궁천승의 미간이 흔들렸다.
콰아아아아앙!
한 자루의 검이 날아들었고.
이내 남궁천승의 날개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움찔, 남궁천승의 몸이 가볍게 흔들렸다.
허나 그것은 말 그대로.
고작해야 한 자루였으며 또한 ‘경고의 의미’에 지나지 않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었다.
“가주, 잘 생각해서 답해주시오.”
다시 이벽이 말했다.
“제아무리 방계라고 한들… 그 정도의 성취를 이룬 혈족에 대해 가주인 당신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을 리 없소. 설령 정말로 그랬다고 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
“가급적 피를 보고 싶지는 않소. 허나 이쪽은 대강의 전말을 짐작하고 있고, 남궁세가가 스스로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더는 망설이지 않겠소.”
이벽이 눈이 검게 가라앉았다.
“가주의 말마따나… 이것은 전쟁이기 때문이오.”
“……!”
욱씬.
그리고 그 순간.
남궁천승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불현듯 옆구리에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후기지수 시절, 언가의 소가주에게 당했던 상처이자 오 년 전 비룡대주와의 비무에서 기습에 당한 상처이기도 했다.
물론.
상처는 이미 오래 전에 아물었고, 더는 흉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하늘의 경지를 손에 넣은 이래 마침내 떨쳐내 버렸다고 생각했던 ‘자존심의 상처’이기도 했다.
“…핫, 크하하하핫!”
남궁천승이 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퍽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불현듯 작금의 상황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게 느껴졌다.
제왕의 검을 손에 넣었다. 허나.
오 년 전 자신에게 패해 달아났던 애송이에게 역으로 제압을 당한 채, 수많은 무인들의 머리 위에서 한껏 움츠러든 스스로의 몰골이 실로 우습기 짝이 없었다.
“크하, 크하하하하하핫!”
“뭐가 우습소, 가주?”
“그래, 참으로 위세가 등등하기 그지 없군 그래! 나더러 결백을 주장하라고? 자네 설마… 우리 남궁세가 따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없애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뭐, 못할 건 없지 않겠소?”
“크하… 크하하하하핫!”
후우욱.
다음 순간, 남궁천승의 신형이 허공에서 한 바퀴를 회전했고, 당연하게도 날개가 허공을 휩쓸었다.
콰콰콰콰콰아아아아앙!
이내 주변을 에워싼 수십 자루의 검들과 충돌했다.
적파도결이 연쇄적으로 부서지며 잔해들이 다시 허공에 흩뿌려졌다.
슥, 서걱.
남궁천승의 몸이 할퀴어졌다.
“…크하핫!”
그리고 그것은.
남궁천승으로서는 퍽 오랜만에 겪어보는 육체의 고통이었으나, 자존심의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사히’ 벗어날 수 없다면.
상처를 감내하면 그만이다.
훅. 쐐애애애액.
다음 순간, 비로소 운신의 자유를 되찾은 남궁천승이 피를 흘리는 매처럼 이벽을 향해 쇄도했다.
“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디 한 번 부딪혀보게나!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남궁의 검이라네!”
남궁천승이 일갈했다.
날개로 온몸을 감싼 채.
제왕의 검을 앞으로 내뻗는다.
후우우웅.
부서진 검의 파편들은 더 이상 날개를 파고들지 못했으며, 또한 칼끝으로 집약된 무게는 깃털의 수 배에 달하는 듯했다. 허나.
“…무리한 짓을 하는군.”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따라서 물론, 이벽으로선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맞아줄 이유는 없었다.
훅.
이벽은 가볍게 방향을 틀었다.
그 즉시 남궁천승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허나 이내 날개가 펄럭이며 다시 이벽에게로 검끝이 휘어졌다.
“핫! 어림없다네! 제왕의 검으로부터 그리 쉽게 달아날 수는—!”
“딱히 달아나는 건 아니오.”
쩌저저저적.
남궁천승이 방향을 트는 사이, 주변에는 이미 다시 수십 자루의 적파도결들이 형성된 후였다.
훅.
그리고 이벽이 검을 뻗었다.
쐐애애액.
적파도결들이 일제히 쏘아졌다.
“…크으으윽!”
남궁천승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다음 순간, 이를 악물며 초식을 거두었다. 그리고 재차 날개로 온몸을 감쌌다.
퍼버버버버벅.
이내 수십 자루의 칼끝이 소나기처럼 날개 위를 두드렸다.
“크핫! 이까짓 것—!!”
그리고 남궁천승은 그 즉시 날개를 도로 펼치려 했다. 허나.
움찔.
“크…으윽?!”
날개는 펼쳐지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싼 적파도결은 조금 전처럼 날개에 의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지도, 하물며 쉽사리 밀려나지도 않았다.
부르르.
외려 날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물론, 강기에 불과한 적파도결이 등천의 영역인 날개를 상대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본래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부르르르르.
“…크으으윽—!!”
이내 그 날카로운 끝이 조금씩 남궁천승의 날개를 파헤치고 안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했으며.
이유는 명백했다.
이만큼이나 가까워진 상태에서.
서로의 ‘등천의 영역’은 겹쳐진다.
즉, 적파도결은 겉으로 드러난 형태일 뿐, 실제로는 이벽의 ‘나뭇잎’과 남궁천승의 ‘날개’가 영역 간의 경합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우웅.
이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벼운 현기증이 머리를 스쳤다.
과연 천하제일검가를 있게 한 제왕의 날개는 두터웠고, 그 벽을 넘어 상대를 꿰뚫는 것은 이벽으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허나.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군.’
“크으윽… 크윽!”
또한 그것은 현재 남궁천승이 느끼고 있는 압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르르르.
온몸이 짓이겨지는 듯한 압박 속에서, 이를 악문 남궁천승의 뺨이 잘게 경련했고 두 눈에 핏발이 섰다.
푸학.
코피가 터져 나왔고, 꽉 깨문 잇몸에서도 피가 흐르며 헌앙한 얼굴이 삽시간에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제왕의 날개가 이 순간, 수십 자루의 칼날에 의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남궁 가주, 대화할 생각이 생겼다면 지금 말씀하시오. 뭘 숨기고 있건 죽고 나면 더는 아무 의미도 없잖소?”
그리고 이벽이 말했다.
서서히 날개에 힘이 빠지는 것을 직감했으므로, 나름 대로의 최후통첩을 건넨 것이었다. 허나.
“…크하하, 크핫! 크하하핫! 그게 대관절 무슨 말인가?! 설마… 자네는 벌써 이 남궁천승을 이겼다고 생각하나?! 웃기지 말게! 내 곧 그 건방진 몸뚱아리를 납작하게 짓눌러줄 터이니!”
“…….”
그 지경에 이르러서도.
남궁천승은 악에 받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악다구니에 찬 그 모습은 방계 혈통의 남궁천수와 하등 다를 것도 없었다.
이벽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한 산 채로 제압하는 편이 좋다. 허나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손쉬운 상대는 물론 아니었다.
훅.
콰드드드득.
“크… 으아아아악—!!”
이벽이 검을 내뻗었다.
다음 순간, 마침내 적파도결의 칼끝이 날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내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