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40)
348화. 용들의 싸움 (3)
콰아아아아앙.
“흐아아압―!!”
남궁환이 창성의 뒤를 점했고 또한 그 검끝이 창성의 등줄기를 파고든 순간이었다.
정도맹 측에서 그 즉시 또 한 명의 인영이 솟구쳐올랐으나, 정작 비무대에 먼저 올라선 것은 다른 인물이었다.
퍼어어어엉.
그리고 망설임 없는 주먹이 남궁환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한 것처럼 보였다.
허나 사실은 조금 달랐다.
충돌 직전 이미 남궁환은 검을 도로 회수한 상태였으며, 고로 난입한 인영의 주먹이 두드린 것 역시 검신에 불과했다.
후욱, 탁.
남궁환의 몸이 밀려났다.
일 장 바깥에 가볍게 착지했다.
“크하핫! 기습을 하고도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니, 한심하구나! 제 주제도 모르는 쓰레기가!”
“…크음.”
이내 주먹을 내지른 인영이 침음했다. 그 정체는 소림의 후기지수인 천수법룡 덕수였다.
기실 정도맹 측의 후기지수가 아닌 그가 비무대에 오르는 것은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다만.
창성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튀어 나간 것이다.
탁.
그리고 그때, 마침내 창성의 뒤를 잇는 정도맹 측의 ‘다음 후기지수’가 비무대에 내려앉았다.
얼굴의 절반 이상이 흉터로 일그러진 사내였으나, 그가 입고 있는 것은 청성의 도복이었다.
“…….”
잠시, 그와 덕수 사이에 당혹스런 시선이 부딪혔다. 서로가 비무대에 올라설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비틀.
“커억… 크으으―!”
그때 창성이 신음을 내뱉었다.
흠칫.
그제서야 다시 상황을 깨달은 덕수가 서둘러 창성에게로 다가섰다. 손을 뻗으려 했다.
“괘, 괜찮소?! 어서 지혈을―”
“소… 손대지 마시오!”
창성이 일갈했다.
흠칫, 덕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스윽.
창성의 왼손이 관통당한 자신의 복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저벅.
흘러나온 내장을 틀어막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앞서 권왕 황보혁은.
비무대 위로 올라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라 말하였다.
허나 비무대 위에서 부축 따윌 받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런 건 더 이상 비무가 아니다.
비록 승부에서 졌을지라도.
‘시간을 번다’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창성은 흐려지는 의식을 부여잡은 채 마지막까지 제 발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턱.
이내 창성의 발이 비무대 아래를 디뎠다. 비틀, 그와 동시에 상체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푸욱.
허나 그 와중에도.
창성의 오른손에는 검이 쥐여 있었으며, 검신이 땅을 파고들며 무너지려던 몸을 지탱했다.
“…송구합니다.”
“쉬게나. 수고했네.”
“수고하셨소 소협. 인상 깊었소.”
검존과 이벽이 말했다.
핫, 이내 창백하게 질린 창성의 입가에 찰나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감돌았다.
비틀.
마침내 의식이 끊긴 창성의 몸이 옆으로 무너져내렸다. 허나 땅에 닿기 전, 두 팔이 그 몸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크으.”
점창의 속가제자인 양호명이었다. 혼절한 사질을 내려보는 그의 얼굴에 침통한 표정이 감돌았다.
“대협, 이리로요. 얼른.”
그때, 저만치에서 하오문의 월향이 목소리를 내었다. 타앗, 양호명이 그 즉시 땅을 박찼다.
* * *
“하하… 크하하핫!”
남궁환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이거… 누군가 했더니 청성의 청풍룡(淸風龍) 우학이었군 그래?!”
비무대 위로 올라선 정도맹 측의 후기지수를 바라보며 괴소를 내뿜었다.
“으하핫, 크하하핫! 어째 몇 년간 코빼기도 안 보인다 했더니만… 이전의 헌앙한 몰골은 어디 가고 흉측한 괴물이 되어버렸나? 응?!”
말마따나.
우학이라 불린 사내의 얼굴은 온통 흉터로 뒤덮인 채 퍽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상처는 모두 아문 듯했으나.
무너져버린 코와 함몰된 광대는 제 모양을 되찾지 못했고, 안면이 뒤틀려버린 것이다.
“핫.”
허나 눈빛만은 담담했다.
우학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뭐… 그럴 일이 좀 있었지 뭐야? 남궁환 너처럼 위아래 모르고 함부로 깝치다가 잘못 걸려서 한 번 뒤지게 뚜들겨 맞았거든.”
“……!”
“왜? 설마 반말 쓴다고 꼬운 건 아니지?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은데… 반말도 네가 먼저 했잖아?”
“…크하하핫!”
남궁환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좋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즉, 제 주제를 알았으면 감히 이 위로 올라오지도 않았겠지. 으하하하핫!”
그리곤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한켠의 덕수와 눈을 마주했다.
“아하, 그리고 이쪽의 쓰레기는 이제 보니 그냥 쓰레기는 아니고 소림의 천수법룡이셨군?”
“…….”
덕수는 침묵했다.
물론, 자신으로서는 지금의 남궁환을 당해낼 수 없음은 알고 있었으나…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었던 탓이다.
“그래그래! 참으로 뜻깊은 날이 아닌가! 우리 자랑스런 정파무림의 오룡이 이렇듯 다시 한자리에 모두 모였으니 말야!”
다시 남궁환이 외쳤다.
창천옥룡 남궁환에 의해 일섬룡 창성이 쓰러졌고, 다시 청풍룡 우학과 천수법룡 덕수가 올라섰다.
그리고.
권왕의 바로 옆자리에는 그의 후계자인 질풍권룡 황보준이 여유로운 얼굴로 비무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이다.
“핫,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웃다가 화내다가… 이거 정말로 미친놈이 다 돼버렸구만?”
우학이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마공을 익힌 이의 인성이 시간이 갈수록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허나 어찌 되었건, 조금 전 창성을 거꾸러뜨린 남궁환의 속도는 자신으로서도 당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덕수 스님. 딱 말해요. 꽤 어려운 싸움이 될 텐데… 절정의 벽은 넘었어요?”
흠칫, 덕수의 어깨가 흔들렸다.
“강기 쓸 줄 알면 기왕 올라온 김에 날 좀 도와주시고… 아니라면 괜히 개죽음당하지 말고 당장 내려가요.”
일 대 일이건, 다 대 다이건.
권왕은 비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형태의 싸움을 인정하겠노라 했다.
“크하핫! 그래그래, 함께 덤비도록 해라! 그 정도는 되어야 재미가 있겠지. 그나마 아주 멍청하지는 않군 그래!”
“…….”
덕수는 침음했다.
방장이신 북두천존 혜능께서 권왕에 의해 쓰러졌고, 공자 배의 최고수인 사부님 또한 남궁세가의 침공을 막아내는 와중에 무너지고 말았다.
허나 다행히도 소림은.
낙검신룡 이벽에 의해 멸문지화를 피할 수 있었다. 고로 그 모든 은원을 갚기 위해 이 자리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자신은 미약하나마.
소림의 덕자 배를 대표한다.
“할 수… 있소.”
후욱.
덕수의 가사가 흩날렸다.
다음 순간 두 주먹에 희미한 금빛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록 안정적이지는 않았으나, 또한 분명한 강기였다.
“핫, 좋아요. 다행히 스님께서도 몇 년간 그냥 염불만 읊고 있진 않았나 보네.”
우학이 작게 웃었다.
“알겠죠? 저 미친놈 내가 붙어서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스님께서는 멀리서 지원 공격이나 좀 해주세요.”
“…알겠소.”
“크하하하핫! 거참 대단히 위협적인 작전이로구나! 그래, 어디 한 번―”
훅.
그 순간, 우학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지체없이 남궁환을 향해 쇄도한 것이다.
타아앙.
“카핫! 어딜!”
그러자 남궁환 또한 땅을 박찼다.
바로 조금 전 창성에게 함부로 거리를 내준 결과 적지 않은 곤혹을 겪었으므로, 그 또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는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내 허공에서 두 검이 충돌했다.
“……!”
“어때? 맛볼 만한가? 으응?”
그 즉시 남궁환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반면 우학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과연, 남궁의 검은 명불허전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제왕검형의 무게에서 정면충돌은 올바른 선택이 아님을 우학은 단번에 이해했다.
훅.
우학의 몸이 다시금 흐릿해졌다.
훅, 타악, 후욱.
그리고 잔상이 지면과 허공을 오고 가며 남궁환의 주변을 견제하듯 맴돌기 시작했다.
청풍룡 우학은.
도가제일의 쾌검을 추구하는 청성의 다음 대를 대표하는 후기지수임과 동시에 청성제일검 공능자의 제자이기도 한 것이다.
후우웅, 쐐애애애액.
칼날같은 바람 소리와 함께.
청풍쾌검이 사방에서 쇄도했다.
“청풍룡! 예나 지금이나 하찮은 발재간을 믿고 너무 나대는구나!”
콰아아아아앙.
허나 이번에도 남궁환은 어렵지 않게 막아내었다. 우학의 속도를 온전히 따라잡을 수는 없을지언정.
이미 목천의 벽을 넘어선 남궁환에게 있어 그 속도를 눈으로 읽고 검으로 좇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 것이다.
“…쳇.”
또다시 검이 가로막힌 우학이 혀를 찼다. 제왕검형의 무게가 밀려들며 찰나의 경직이 일었고, 위기가 찾아왔다.
“크핫, 각오는 됐나?! 이제는―”
흠칫.
허나 그때, 의기양양하게 웃던 남궁환이 황급히 검을 아래로 쳐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권풍을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불가 특유의 금빛 강기가 실린 백보신권은 물론 맨몸으로 받아낼 만한 공격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서걱.
“핫, 스님. 좋았어!”
그리고 그 순간, 청풍 한 가닥이 기어코 남궁환의 어깨를 할퀴고 지나갔다.
“이… 건방진 쓰레기들이―!!”
남궁환이 재차 격앙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다시 접전이 이어졌다.
이후, 남궁환은 두 절정의 후기지수를 상대로 동수 이상의 싸움을 이어갔다. 허나.
‘그리 오래가지는 않겠군.’
이벽은 내심 판단을 내렸다.
분명, 남궁환의 성취는 퍽 놀라웠다. 허나 목천의 영역이란 그저 ‘의식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일 뿐.
육체가 그 속도에 온전히 적응할 때까지는 다시 적지 않은 시간의 단련을 필요로 한다. 허나.
현재, 남궁환의 육체는 전혀 그렇지가 못했으며 목천의 힘은커녕 절정의 경지조차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듯한 모양새였다.
심기체의 불균형.
그것은 역시… 정체되어있던 경지를 억지로 잡아서 끌어올린 듯한 감각이었다.
심지어 남궁환은.
창성과의 싸움에서 이미 적잖은 힘을 소모했음에도 자신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움찔.
허나 그때였다.
돌연 이벽은 섬짓함을 느꼈고 그 즉시 고개를 들었다. 비무대 맞은편의 권왕과 눈이 마주쳤다.
권왕 황보혁이.
다시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훗.”
다음 순간, 권왕의 무미건조한 얼굴 위로 작은 미소가 스쳤다. 그리곤 시선을 돌려버렸다.
‘…무슨?’
이벽의 미간을 찌푸려졌다.
기실 비무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이벽은 상대측의 두 절대자를 비롯한 일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이쪽이 진법을 준비하고 있듯, 적에게도 무언가 ‘다른 의도’가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혈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찰나처럼 스쳐 간 권왕의 미소는… 착각이 아니라면 마치 자신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콰아아아앙.
“크으… 크으으윽!”
그즈음, 비무대 위의 남궁환은 점차 움직임이 굼떠지며 이벽의 예상대로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서걱, 콰아아아아앙.
허나 우학은 무리해서 빠르게 승부를 결정지으려 하지는 않았다. 다만 속도의 우위를 이용해 남궁환의 체력을 계속해서 갉아먹었다.
애당초.
목적은 ‘시간을 끄는 것’이므로, 무리한 위험부담을 짊어질 이유 따윈 없는 것이다.
타아앙.
“하아아앗―!”
허나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커억!”
남궁환이 궁지에 몰린 순간, 의혈맹 측에서 또 한 명의 인영이 비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대뜸 덕수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이내 가까스로 그 기척을 눈치챈 덕수가 황급히 수세를 취했다.
터어엉.
“크… 크으!”
허나 일 장을 밀려나 착지한 덕수의 가사 위로 서서히 핏물이 적셔지기 시작했다.
그리 깊지는 않았으나.
상처를 피할 수는 없었다.
“호홋, 기습에는 기습이죠. 이 대 일이라니, 천하의 오룡들께서 비겁하기 짝이 없군요!”
덕수를 기습한 여인이 소리쳤다. 타앙, 이내 지상의 변고를 알아챈 우학이 이내 남궁환의 추격을 포기했다.
타앙.
그 즉시 지상에 착지했다.
덕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소저께선 누구신가?”
“모용세가의 모용양이라고 해요~ 뭐, 여기 있는 창천옥룡 남궁 공자의 정혼자라고 해두죠.”
여인이 작게 웃었다.
훅, 동시에 손에 쥔 검을 털어내었다. 그리고 그 검신 위로 당연하다는 듯 핏빛 강기가 서렸다.
“…하, 어처구니가 없네.”
우학의 입꼬리가 흔들렸다.
모용양이란 이름은 과거 정파무림의 오룡삼봉에 들기는커녕,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이었다.
허나 지금, 눈앞의 그녀는 절정고수의 상징인 강기를 꺼내 들고 나타난 것이다.
“돌겠네. 이게… 진짜 마교구나.”
우학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