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41)
349화. 용들의 싸움 (4)
“…소저께선 누구신가?”
“모용세가의 모용양이라고 해요~ 뭐, 여기 있는 창천옥룡 남궁 공자의 정혼자라고 해두죠.”
우학이 묻자 여인이 답했다.
훅, 동시에 여인은 손에 쥔 검을 털어내었다. 그리고 그 검신 위로 당연하다는 듯 핏빛 강기가 서렸다.
“…하, 어처구니가 없네.”
우학의 입꼬리가 흔들렸다.
모용양이란 이름은 과거 정파무림의 오룡삼봉에 들기는커녕,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이었다.
허나 지금, 눈앞의 그녀는 절정고수의 상징인 강기를 꺼내 들고 나타난 것이다.
“돌겠네. 이게… 진짜 마교구나.”
우학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헉… 크으!”
그때 등 뒤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모용양에 의해 기습을 허용당해 버린 덕수였다.
“스님 괜찮아요? 아직 싸울 수 있겠어요?”
“헉… 물론이오. 덕분에 살았소.”
덕수는 상처를 지혈했다. 고통은 날카로웠으나 물론 나약한 소릴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은.
소림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이 비무대에 올라섰음에도 아직 아무것도 해낸 게 없는 것이다.
타아앙.
“…왜 그랬소?”
다음 순간, 저만치 하늘을 점하고 있던 남궁환 역시 우학을 따라 비무대 위로 착지했다.
허나 비무대에 난입한 모용양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고작해야 이까짓 놈들을 상대로 소저께서 굳이 도울 필요는 없었소!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가가.”
스윽.
그때, 모용양이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을 뻗었다. 그대로 남궁환의 손을 감싸 쥐었다.
“부디 분을 푸세요. 주제넘게 나서서 죄송해요. 하지만 소녀는… 가가가 너무 걱정되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
“또한 가가께선… 힘을 아껴서 대 남궁세가의 원수인 낙검신룡을 쓰러뜨리셔야 해요. 그렇죠?”
모용양이 배시시 웃었다.
“…커험!”
이내 남궁환이 헛기침을 했다.
살기등등하던 표정이 일순 움츠러들었고, 핏빛으로 충혈되었던 눈빛 또한 슬며시 가라앉았다.
‘…좋지 않다.’
그 순간, 우학은 직감했다.
조금 전까지 이성을 잃고 내력을 남발하던 남궁환은 분명 제풀에 지쳐 스스로 붕괴하고 있었다.
허나 모용양의 한 마디에.
침착함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하핫, 정혼자라고 하였나?”
이내 우학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와 모용세가의 결합이라니… 과거 견원지간과 같던 두 집안이 맞는지 참으로 놀랄 일이군 그래?”
말마따나.
남궁과 모용은 같은 오대세가이자 의혈맹의 소속이면서도 검공을 주력으로 하는 무가로서 몇 세대에 걸쳐 상호 간 경쟁의식을 지녀온 관계인 것이다.
“호홋, 별말씀을요. 소협께선 조금 전 천마께서 하신 말씀을 듣지 못했나요? 앞으로의 새 시대 앞에 해묵은 관계 따윈―”
“아니, 미안한데 소저에게 하는 말이 아니니까 잠깐만 조용히 해주시겠어?”
모용양이 웃으며 답했다.
허나 우학은 즉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금 남궁환을 향해 말을 이었다.
“남궁환, 안타깝다 안타까워. 아무리 집안이 폭삭 망했어도 그렇지… 평생을 발아래로 굽어보던 모용세가에게 자존심과 몸뚱이를 모두 팔아먹어 버렸나?”
“……!”
“여인네 치마폭에 쌓여 보호받는 꼴이라니… 쯧, 천하제일검가의 처지가 참으로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비참하게 되었구만.”
와락.
그 순간, 서서히 침착함을 되찾던 남궁환의 얼굴이 대번에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입 닥쳐라. 이 버러지만도 못한 말코 새끼! 네까짓 놈이 뭘 안다고 감히 함부로 지껄이느냐―!!”
타아앙.
그와 동시에 땅을 박찼다.
“크아악! 찢어 죽여주마―!!”
“자, 잠깐만요! 가가! 침착―!”
그 즉시 모용양이 막아서려 했다. 허나 그때 남궁환의 신형은 이미 우학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핫! 그래, 그렇게 나와줘야지!”
타앙.
우학 또한 마주 땅을 박찼다.
말할 것도 없이, 남궁환에게 체력을 회복할 틈을 주어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후욱,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빗살처럼 쏘아진 우학과 남궁환의 검은 이미 허공에서 엉켜들고 있었다.
터어엉.
“…크윽.”
그리고 그 즉시.
힘에서 밀려난 우학의 몸이 아래로 추락하며 답답한 신음을 내뱉었다.
“……?”
남궁환의 눈썹이 흔들렸다.
물론, 자신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지금의 충돌에서 느껴진 우학의 검이 이상하리만치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타아앙.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이유는 명백해졌다.
마침내 비무대 위로 떨어진 우학이 기다렸다는 듯 땅을 박차며 몸의 방향을 튼 것이다.
쐐애애액.
또한 그 끝은.
모용양을 향하고 있었다.
“하핫, 강호무림에 남녀유별 따윈 없지! 물론 소저도 그 정도는 잘 알고 계시겠지?!”
“……!”
찰나의 순간, 모용양의 표정이 흔들렸다. 이내 처음부터 우학의 표적은 남궁환이 아닌 자신이었음을 깨달았다.
으득.
한순간 모용양의 얼굴 위로 표독스러움이 스쳤다. 이를 악물며 검을 마주 내뻗었다.
콰아아아아앙.
“으윽!”
모용양의 몸이 휘청였다.
강기와 강기로 부딪혔음에도, 채 무마하지 못한 충격이 일방적으로 스며든 것이다.
“하핫, 역시 그렇군!”
동시에 우학은 미소 지었다.
절정고수의 상징인 강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검로의 미숙함마저 덮어버릴 수는 없다.
역시나 그녀의 힘은… 정상적인 깨달음과 수련을 통해 쌓아 올린 경지가 아닌 것이다.
타아앙.
우학이 재차 땅을 박찼다.
모용양을 향해 거듭 파고들었다.
쐐애액.
“이… 이 새끼! 감히 이 창천옥룡에게 등을 보여?! 남궁의 검이 그리도 우습더냐―!”
허나 그때, 우학은 남궁환이 다시금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또한 예상대로였다. 이대로 어떻게든 남궁환을 따돌리며 조금씩 모용양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그녀만 쓰러뜨린다면.
다시 본래의 우위를 되찾을 수―
“아뇨, 가가! 저는 괜찮아요!”
허나 그때였다.
모용양의 앙칼진 목소리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흠칫, 남궁환의 벌겋게 달아오른 눈이 흔들렸다.
“큭, 이 녀석 말고… 상처 입은 땡중을 먼저 해치우세요! 이따위 녀석, 저 혼자서도 얼마든지 묶어둘 수 있어요!”
“……!”
남궁환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듣고 보니 모용양의 말대로였다.
이 대 이의 상황에서는, 둘 중 하나가 먼저 쓰러지는 쪽이 결국 패색이 짙어지게 되어있다.
감정의 격랑에 마구 휩쓸리고 있으나 그 또한 판도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닌 것이다.
휙.
이내 남궁환이 방향을 틀었다.
그 즉시 덕수를 향해 쇄도했다.
펄럭.
“크… 흐아압―!”
허나 물론, 덕수 또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그 즉시 가사자락이 부풀어 올랐다.
후우욱, 퍼어어어엉.
단호한 백보신권이 쏘아졌다.
“크핫! 이까짓 것!”
슈슈슉.
허나 그 순간.
남궁환의 검에서 창궁무애검법의 깃털들이 쏘아졌고, 허공에서 백보신권과 충돌을 빚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내 두 강기는 서로 상쇄되었다.
“……!”
“크하핫! 건방진 땡중 같으니, 똑같은 주먹질에 몇 번이고 당해줄 줄 아느냐!”
그리고 이내 남궁환의 신형이 덕수의 지척까지 이르렀다. 덕수가 다급히 수세를 취했다.
콰아아아아앙.
한편, 우학과 모용양 또한 다시금 검을 맞부딪혔다. 모용양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허나.
“호홋, 아깝게 됐네요?”
그녀는 외려 웃음을 보였다.
“…쳇. 좀 치네, 소저?”
우학 또한 마주 웃었다.
찰나의 순간 생각에 잠겼다.
눈앞의 모용양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지만, 덕수 또한 혼자서는 남궁환을 당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대로 자신이 모용양을 베는 것과 남궁환이 덕수를 베는 것 중 어느 쪽이 빠를 것인가?
‘…생각할 것도 없잖아.’
이미 부상을 입은 덕수는 남궁환의 공세를 결코 오랫동안 버텨낼 수 없을 것이며.
방어에 전념한다고 한들 한두 번의 공격을 받아넘기는 것이 한계일 터였다.
그리고 덕수가 쓰러지고 나면 자신 혼자서는 두 사람을 상대로 버틸 수 없는 것이다.
타아아앙.
그 즉시 우학은 다시 땅을 박찼다. 뒷걸음질 치듯 몸을 뒤로 날렸다.
휘릭.
그리고 모용양이 따라붙을 수 없을 만큼의 거리를 벌린 직후, 허공에서 몸의 방향을 틀었다.
타아아아아앙.
이내 덕수의 일장과 남궁환의 검이 교차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후욱, 쐐애애액.
“하아앗―!!”
그 즉시 우학은 검을 내리그었다. 한 줄기 바람과 같은 강기가 남궁환의 등을 향해 쏘아졌다.
물론, 급하게 펼친 공격이므로.
남궁환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다만 물러서게 함으로써 덕수를 구해내려 했을 뿐이다. 허나.
후우욱.
그 순간, 쏘아진 강기가.
너무 쉽게 남궁환의 등을 갈랐다.
“……?!”
콰아아아앙.
그리고 강기는 땅을 파고들었다.
스륵.
다음 순간, 위아래로 양분된 남궁환의 잔상이 허공에서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움찔.
우학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말인즉슨, 남궁환은 쾌검의 달인인 자신의 눈을 속일 정도의 속도를 통해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남궁환에 의해 등을 관통당한 일섬룡 창성의 모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후우욱.
“…크아앗―!”
그 즉시 우학은 몸을 돌려 뒤를 향함과 동시에 회전의 반동을 실어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그것은.
목숨을 살리는 판단이었다.
어느새 또 한 번 목천의 영역을 발휘한 남궁환의 검이 우학의 등을 파고들고 있었던 것이다.
“크―!”
“하핫, 제법이구나 청풍룡! 일섬룡보다는 네놈이 낫군! 물론, 그래봤자 도토리 수준이지만 말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남궁환의 일검을 쳐내었으나, 초식이 아닌 막무가내의 검으로 공격을 막아낸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찌이잉.
충격은 고스란히 스며들었으며.
일순 검을 쥔 어깨가 경직되었다.
타아앙.
우학은 이를 악물며 땅을 박찼다. 곧바로 이어질 남궁환의 검을 피해 황급히 솟구쳐올랐다.
허나 남궁환의 얼굴에 피어오른 비릿한 미소를 마주한 순간, 소용없는 시도였음을 직감했다.
‘젠장.’
이내 우학은.
죽음의 위기를 직감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흐아압―!”
“…커윽!”
허나 그때였다.
곧장 우학을 따라 솟구치려던 남궁환의 몸이 돌연 거칠게 흔들리며 일 보 뒤로 밀려났다.
콰아아앙, 퍼어엉, 콰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
덕수의 몸이 쇄도한 것이다.
또한 금빛의 휘광에 싸인 그 어깨 위로는 무려 열여덟 개의 팔이 자라나 있었다.
백보신권을 맞출 수 없다면.
손이 여러 개가 되면 그만이다.
소림칠십이종절예의 꽃, 십팔나한권이 남궁환의 전방위를 마구잡이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 * *
“허헛, 이거 난처하구만.”
검존 태허진인이 말했다.
짐짓 대수롭지 않은 듯한 목소리였으나, 나란히 앉아있던 이벽은 물론 그 의미를 이해했다.
“…그렇구려.”
적 후기지수들의 실력이.
예상을 아득히 웃돌고 있었다.
콰아아앙, 퍼어엉, 콰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
청성의 우학과 더불어, 소림의 후기지수인 덕수 또한 예상외로 분전하고는 있었으나.
그마저도 슬슬 한계였다.
고작해야 절정의 초입에 간신히 걸친 수준으로 저런 식의 공격을 펼치는 것은 제 기혈을 깎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덕수가 무너지면.
우학도 무너진다.
그리고 정도맹 측에는.
더는 준비된 후기지수가 없었다.
“창성과 우학, 두 소도장이라면 시간을 버는 데에 모자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네만… 과연, 현판만 천마신교로 갈아 끼운 것은 아니라 이거구만. 허헛!”
“…….”
검존이 수염을 쓸었다.
말할 것도 없이, 절정을 넘어 목천의 영역에까지 이른 남궁환의 실력은 분명 무학의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허나 더 큰 문제는.
갑작스런 모용양의 난입이었다.
이전까지 변변찮은 별호조차 없던 그녀가, 돌연 절정의 힘을 지닌 채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그녀 한 명의 성취를 떠나… 절정의 힘 정도는 적들에게 있어 ‘급조해낼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벽은.
과거, 몇 번에 걸쳐 직접 목을 거두었던 절정의 힘을 지닌 산적들의 존재를 떠올렸다.
분명 그와 다르지 않을 터였다.
저벅.
“괜찮아. 문제없어.”
그때, 인영 하나가 다가섰다.
“애들은 열심히 싸웠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만 내보내 줘, 장문인.”
검존의 제자인 송영영이었다.
“…허헛.”
검존이 난처한 웃음을 보였다.
물론, 자신의 제자를 믿지 못함은 아니었다. 기실 적잖은 힘을 소모한 남궁환이나 모용양 정도는 충분히 손 쉽게 이길 수 있을 터였다.
허나 지금의 상황은.
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끄는 것이 목표이며, 진법의 완성을 위해, 환야는 ‘반 시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경과된 시간은 그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즉, 나머지 절반을 송영영 혼자서 벌어내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닐 터였다.
무엇보다도.
모용양과 같은 ‘무명의 절정고수’가 적진에 몇 명씩이나 더 남아있을지, 섣불리 예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아, 못 참겠다. 진짜로.”
그리고 그때였다.
“벽아, 그냥 내가 나가면 안 돼?”
이벽의 좌측에서, 억눌린 짐승과 같은 목소리가 마침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혁대웅.”
그의 두 눈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할 수 없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또한 그 끝이 향하고 있는 것은 적진의 황보준과 제갈소미였다.
“부탁해. 마공이고 자시고, 입도 뻥끗하지 못하게 모조리 도륙내 버리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