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9)
9화. 왕수련과 장석두
쏴아아!
두 사람 앞에 계곡이 나타났다.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깎아내린 듯한 바위가 있었다. 폭포수는 그 위를 두드리며 끝없이 하얀 포말을 일으켰다.
계곡물은 깊고 투명했다.
나뭇잎이 아래로 떠내려갔다.
“헉, 헉, 후아! 어때요, 오빠?! 멋지죠? 그쵸?! 따라온 보람이 있죠?”
왕수련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벽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쵸? 이 낙룡폭포는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예요! 아직은 춥지만, 조금만 더 날이 풀리면 이제 모두들 저 계곡에서 멱을 감거든요?!”
왕수련이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이벽은 계곡을 바라보았다.
선우세가의 인근에 있던 폭포만큼 크지는 않지만, 청명하고 정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답답함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털썩, 왕수련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벽은 잠자코 그 옆에 함께 앉았다.
“저기 있잖아요, 벽이 오빠는 어디에서 왔어요?”
“…곤명.”
“아, 알아요! 곤명! 운남성의 성도잖아요. 찻잎이 엄청 유명하죠?”
“잘 아는구나.”
“네, 책에서 봤어요! 책이 있으면 무엇이든 알 수 있고 어디로든 가볼 수 있거든요.”
“…….”
“나는 책 읽는 게 좋아요.”
문득 왕수련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이벽이 돌아보자, 조금은 침울한 기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요. 문주님이나 소미 언니가 이 마을에 오지 않았다면, 글 같은 건 배우지도 못했을 거고, 책 읽는 재미도 평생 몰랐겠죠.”
“…….”
“미안해요. 시시하죠? 곤명 같은 대도시에ㄹ서 왔는데 보여준다는 게 고작 이런 폭포뿐이고…….”
“아니,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마을은 이게 다예요. 모두들 산속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혼인해서 애를 낳고 밭을 갈고 살다가… 다시 산속에 묻히는 거예요.”
“…….”
딱히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벽은 마땅히 꺼낼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오빠, 곤명으로 돌아갈 거예요?”
왕수련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돌아갈 곳은 없다.”
“그래도 언젠가 무공이 강해지면 이 마을을 떠나 어디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버릴 거죠?”
“딱히 가야 할 곳도 없군.”
이벽은 폭포로 시선을 돌렸다. 계곡의 물은 위에서 아래로 막힘없이 흘렀다.
내공을 되찾고 싶다.
검의 길을 가고 싶다.
하지만… 설령 무공을 회복한다고 한들 그다음의 행보를 어떻게 할지는 생각한 적이 없다.
이벽은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오빠, 나랑 있는 거 재미없어요?”
꾸욱, 소매가 잡아당겨졌다.
이벽의 시선이 왕수련에게 향했다.
“……!”
그리고 당황에 빠졌다. 왕수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한.
왜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게 있었다면, 달래주어야 한다. 문득 이벽의 시선이 계곡 아래로 향했다.
생각이 번뜩였다.
탓, 이벽은 자리를 박찼다.
첨벙!
“악! 오빠?!!”
이벽이 그대로 계곡에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서늘하게 감쌌다.
발이 닿지 않을 만큼 깊었지만, 헤엄이라면 퍽 익숙했다. 이벽은 천천히 자맥질했다.
크게 호흡을 들이마신 뒤, 물길을 헤치며 계곡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벽은 슬며시 눈을 떴다.
계곡의 바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쫓았다. 이벽의 눈이 짐승처럼 물 아래를 훑었다.
경로를 읽어낸 순간, 손이 번개같이 뻗어나갔다. 덥석, 움직이는 것을 낚아챘다.
촤악!
그리고 도로 솟구쳐올랐다.
이벽은 물 바깥으로 올라섰다. 뚝뚝, 물기를 떨어뜨리며 다시 왕수련의 옆으로 다가섰다.
“오, 오빠, 지금 도대체, 왜…….”
“이거.”
토끼눈을 한 왕수련.
이벽은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 물고기?”
그 손에는 은빛을 내는 물고기가 한 마리 쥐여있었다. 생생하게 퍼덕거리며 움직였다.
“받아.”
“…아하하하.”
왕수련이 헛웃음을 흘렸다.
털썩,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아하하하, 뭐야…….”
슥 소매로 눈가를 훔친다.
“아하하! 아하하하!”
그리고는 다시 한참을 웃기 시작했다. 청량한 웃음소리가 계곡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아하하하! 깜짝 놀랐잖아요. 왜 갑자기 물로 뛰어들고 그래요. 이거 구워 먹으라구요?”
“…미안.”
“괜찮아요. 벽이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 것 같으니까. 물고기는 마음만 받을게요. 감기 드니까 이제 집에 가요.”
이벽은 머쓱해졌다.
주변에서 적당한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물고기를 꿴 뒤, 왕수련를 따라 길을 나섰다.
왔던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앞서는 왕수련의 발걸음은 퍽 가볍다.
다행히도 기분은 풀어진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이벽은 위화감에 휩싸였다.
손에 들린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나는 왜 이런 짓을 했지?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몸이 저절로 물에 뛰어들었다.
마치 늘 있었던 일인 양.
문득 짤막한 기억이 스쳤다.
—형님! 여기요! 이쪽이요!
—협. 발밑을 조심하거라.
—와! 잉어가 형님 팔뚝만 해요!
“…….”
이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욱신, 마음속에 틀어박힌 돌의 존재를 느꼈다.
이건… 뭐지.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었나.
꿈틀.
몸 안의 무언가가 흔들렸다.
“오빠, 진짜로 어디 안 가죠?”
휙, 왕수련이 뒤를 돌아보았다.
“…갈 데가 없다.”
“그럼 됐어요. 갈 데가 없으면 그냥 계속 여기에 있어요. 아무 것도 없지만 살기는 좋으니까.”
* * *
“수련이는 내 친동생 같은 애야.”
“…….”
“그러니까 이벽, 수련이 눈에 눈물나게 하면 너는 아주 그날로 칠공에서 피를 토하는 거야.”
“사, 사저,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벽이도 그렇고 나도 나름 동생들인데…….”
“뭐래. 너흰 안 귀엽잖아.”
“…….”
혁대웅의 말문이 막혔다.
꿍얼꿍얼. 소리 없는 말들이 혁대웅의 입안에서 맴돌다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그건 그렇고 생선 한 마리는 또 뭐야, 도대체? 누구 코에 붙이라고?”
세 사람이 둘러앉은 저녁 식탁에는 평소 먹는 찬들과 더불어 구운 생선 한 마리가 놓여있었다.
“…….”
이벽은 생각했다.
짧은 혼란이 머리를 스쳤다.
과거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아가기 위해선 묻고 잊어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벽, 지금 안 처먹고 딴생각하다 나중에 울고 짜고 보채도 소용없다?”
제갈소미가 말했다.
생선이 빠르게 앙상해지며 뼈를 드러내고 있다. 이벽은 얼른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쿵쿵! 쿵!!
난데없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방문 쪽으로 향했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이 문주!! 이 문주 계시오?!!”
“이건 촌장님 목소리인데……?”
걸걸한 사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젓가락을 문 혁대웅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제갈소미가 일어섰다.
드르륵, 철컥.
제갈소미가 연무장을 지나 대문을 연다.
“촌장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문주님께선 며칠 전 산 아래로 출타를 나가셨는데요.”
“오, 소미야. 소미야.”
덩치 큰 중년 사내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황급히 문 안쪽을 들여다본다.
“석두는? 혹시 여기에 있느냐?”
“…아뇨? 석두라면 사흘 전부터 저희 문파에는 오지 않았는데요?”
“뭐, 뭐라고?!”
“촌장님, 무슨 일이시죠?”
중년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혁대웅이 다가섰다. 제갈소미보다 한 발 앞에서 촌장을 마주한다.
촌장이 말문을 열었다.
황급히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네? 석두가 문파에 간다고 하고선 집을 나왔었다구요? 지난 사흘 동안에도요?”
“그래. 이 자식이 부모 말은 죽어라 안 들어도 너희 말은 잘 들으니까 딱히 의심도 안 했는데…….”
“…그리고 오늘은 아직까지도 집에 안 들어왔구요?”
두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때는 유시를 지나 서서히 해가 서산으로 저물고 있다. 작디작은 마을에 달리 갈 곳은 없다.
그리고 밤중의 산은 위험하다.
* * *
장석두는 집을 나섰다.
물론 오늘도 낙검문으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이벽의 허여멀건한 얼굴을 생각하면 빠드득, 이가 갈렸다.
하지만 진 건 진 거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얻어맞고 토악질까지 해댔으니 무슨 변명을 한들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미련하고 한심해! 진짜 싫어!!
수련이가 그 망할 외지인 새끼와 놀아나는 모습을 도저히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장석두는 결심했다.
우람한 어깨에는 활과 화살통이 메어져 있었다. 뿐만이 아니다. 허리에는 도끼와 단검, 밧줄까지.
싸움으로 이길 수 없다 해도 사냥이라면 다르다.
사냥꾼의 아들답게 맛있는 고기를 선물해서 만회하고 싶었다.
그러면 분명 수련이도 자신을 다시 돌아봐 줄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장석두는 벌써 사흘째 허탕을 치고 있었다.
사냥감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애초에 쉬이 눈에 띄지도 않았고, 어쩌다 꿩 따위를 발견하더라도 허망하게 놓쳐버리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나 어른들 없이 혼자서 사냥을 나서는 것은 장석두에게도 처음이었다.
장석두는 그동안 사냥을 등한시하고 검을 배우는 데에만 치중한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어떻게든 반드시 끝장을 본다.
‘사내가 검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장석두는 각오를 새로이 다졌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영영 수련이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을을 벗어난 장석두는 종일 산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마을 근처의 수풀 속에는 이상하리만치 사냥감이 없었다.
한참을 걷고 걷다가 장석두는 결국 봉우리와 봉우리를 가르는 골짜기에 도달했다.
멈칫.
장석두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 골짜기 바깥으로 벗어나는 것은 엄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알면 경을 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내디딘 걸음이다. 잠깐의 고민 끝에 장석두는 골짜기를 넘어섰다.
단 몇 발자국.
그러나 그 바깥에는 장석두가 나고 자란 산이 아닌 전혀 다른 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슬며시 두려움이 일었다. 속절없는 풀벌레 소리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앗!”
짐승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은 그때쯤이었다. 그것은 익히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위를 향해 뻗은 두 개의 큰 발가락과 옆으로 뻗은 두 개의 작은 발가락.
멧돼지다!
장석두는 가슴이 철렁했다.
심지어 파인 깊이나 선명한 모양으로 보아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흔적이다.
멧돼지는 마을 어른들 여럿이 모여서야 겨우겨우 잡을 수 있는 흉폭한 짐승이다.
한시바삐 도망쳐야 한다.
장석두는 황급히 돌아섰다.
—미련하고 한심해! 진짜 싫어!!
짝!
그때, 머릿속에서 수련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장석두는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사내가 되가지고선 고작 발자국 따위에 쫄아서 돌아갈 순 없었다. 마을에 알려졌다간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어차피 지금 돌아간다 해도 제 시간까지 마을에 도착하기에는 글렀다. 즉, 아버지에게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
그리고 일단 그렇게 된 뒤에는 두 번 다시 혼자서 사냥을 나올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더구나 잘 보니 발자국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혹 덜 자란 멧돼지라면, 혼자서도 해볼 만하다.
하다못해 확인이라도 하자.
장석두는 스스로를 북돋우며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멧돼지는 코와 귀가 예민하므로 발소리를 줄여야 한다.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채 몇 발자국 떼기도 전이었다.
부스럭.
수풀 더미를 헤친 순간, 장석두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무 그림자 속에 있었다.
털이 수북한 거대한 등.
거리가 몇 장 되지도 않는다.
털썩.
장석두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멧돼지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옆으로 드러누운 채 오르락내리락하며 호흡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잠에 빠진 건가?
도망친다면 지금뿐이다.
그러나 그 순간, 장석두의 머릿속에서 또다시 갈등이 일었다. 그리고 상상이 펼쳐졌다.
저 멧돼지를 잡아서 낙검문에 가지고 가면 모두가 고기를 배불리 먹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다시 자신을 우러러볼 것이고, 아버지나 대웅이 형에게도 인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수련이도…….
‘좋아.’
꿀꺽, 장석두는 침을 삼켰다.
잠든 멧돼지를 이 정도의 거리에서 마주친다는 건 그 자체로 천운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그건 사냥꾼도 아니다.
장석두는 천천히 등에서 활을 꺼냈다. 화살을 꺼낸 뒤 시위를 먹였다.
뿌드드, 신중하게 시위를 당겼다.
심장을 노린다. 단숨에 관통시키면 위험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장석두는 숨을 멈추었다.
슈우욱, 퍼억!
들어갔다! 화살이 깊숙이 틀어박혔다. 꿔어어억! 일순 멧돼지가 괴성과 함께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퍼석!
장석두는 황급히 몸을 낮추었다.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풀 사이로 빼꼼 멧돼지를 바라봤다.
멧돼지는 구슬프게 버둥거렸다. 어떻게든 일어서려 하는 모양새. 그러나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간을 버둥대다가 멧돼지의 다리가 축 늘어졌다. 호흡이 멈추었다.
꿀꺽, 장석두는 침을 삼켰다.
멧돼지가 움직임을 멈춘 뒤에도 한참을 엎드려있었다.
일 다경 정도가 지난 후에서야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멧돼지는… 분명히 죽었다.
혀를 내민 채, 미동조차 없다.
“으…으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벅차오른다.
“으아아아아아!!!!!”
불끈! 장석두는 주먹을 세웠다.
멧돼지를 잡았다.
그것도 화살 단 한 발로.
자기 자신조차 믿기지 않지만, 이 멧돼지를 눈앞에 던져놓으면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을 어른들 중에서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위업을—
“…어?”
문득, 장석두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멧돼지의 하체가 피로 물들어있었던 것.
화살은 심장 쪽에 꽂혔으므로 하체의 피는 자신의 공격으로 인한 피가 아니다.
정답은 쉽게 찾아졌다.
장석두는 멧돼지의 엉덩이 부근에서 흉포하게 짓이겨진 잇자국을 발견했다.
“어라……?”
이 잇자국은… 설마……?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자신이 화살을 쏘아 맞추기 이전부터 멧돼지는 이미 ‘무언가’에게 공격을 받아 죽어가고 있었던 것.
그리고 상상하는 게 맞다면, 멧돼지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미 주변에는 멧돼지의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장석두는 신났다고 소리까지 질러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상할 만큼 주변이 조용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귀를 찌르던 풀벌레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기분 탓일까.
멧돼지와는 전혀 다른 누린내가 어딘가 멀지 않은 곳에서 맡아지는 것 같았다.
바스락!
등 뒤를 돌아볼 수가 없다.
장석두는 오줌이 마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