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64)
기계로 찍어내는 상품마냥 대형 캡슐에 들어있는 인간들.
그 수십 명의 인간들의 얼굴은 다름 아닌 사요기였다.
얼굴만 같은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차이를 제외하고는 나신의 모습조차 거의 동일했다.
“하.”
천여운은 그저 기가 찬지 할 말을 잃었다.
그 역시도 어지간한 일에는 잘 놀라지 않는 편이었지만 똑같은 사람이 저렇게 수많은 캡슐 속에 들어있는 광경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대체….’
[클론 기술로 보입니다.]그때 머릿속으로 나노의 음성이 들려왔다.
‘클론 기술?’
[유전자 즉, DNA 복제를 통해 동일한 개체의 인간을 생산하는 기술입니다.]-파르르!
머리가 떨리며 뇌로 정보가 전이되었다.
클론(Clone) 기술은 말 그대로 복제 기술이었다.
이것은 나노가 만들어졌던 시대에도 기술력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된 기술이었다.
‘인간을 제멋대로 복제하다니…..’
이것은 자신의 뜻대로 살아온 천여운조차도 혀를 내두를만한 짓이었다.
저들은 목적에 의해서 탄생한 인간이었다.
천살성 사요기.
천살성의 육체적 잠재력은 천무지체 이상으로 강했다.
그런 자들을 대량으로 이렇게 복제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하나의 의심을 해볼 수 있었다.
“너.”
“네넵!”
천여운의 뒤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에이치(H)가 다급히 답했다.
이곳 섹터의 비밀은 여태껏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기에 그로서는 이런 천여운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했다.
당장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 만인의 지탄을 받을 만한 연구였다.
“네놈들……천살성으로 이루어진 군대라도 만들 작정이더냐?”
에이치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천여운의 몸에서 무서운 살기가 흘러나왔다.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말이다.
“그, 그런 목적도 있습니다.”
당황한 에이치가 이실직고를 하듯이 기가 죽어서 답했다.
자신들의 목적에 의해서 인간의 생명을 멋대로 복제해서 탄생시켰으나, 마음 한구석에서 이러한 행위를 옳다고 여길 리는 없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군.”
하나만 있어도 위험한 존재가 천살성이다.
그런 존재를 이런 식으로 대량으로 생산하여 군대화를 시킨다는 발상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놈들은 천살성을 감당이나 할 수 있는…..하!”
앞으로 걸어가며 뒷열에 있는 캡슐을 본 천여운의 입에서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뒷열에도 사요기의 클론이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뒷열에는 다름 아닌 오신 그룹의 총수인 문일향과 동일한 얼굴의 클론들이 몇 십 명이 캡슐에 들어있었다.
다만 문일향보다는 훨씬 젊은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설마 네놈들….”
천여운은 다른 뒷열들도 살폈다.
그런데 뒷열로 가자 천여운의 손에 죽은 오대고수인 화산검제 곽운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클론들이 캡슐에 들어 있었다.
그 뒷열로 가자 숭양검제 현원경으로 짐작되는 젊은 얼굴의 클론들도 있었다.
“미친놈들.”
굳이 뒷열은 안 봐도 뻔했다.
현 무림에서 가장 뛰어난 무인들을 클론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육체가 범인들과는 남다르기에 이런 짓을 벌인 듯 했는데, 하는 짓거리들이 역겹기마저 했다.
“어이.”
“네넵!”
“네놈들이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네?”
“이런 식으로 대량으로 고수들의 클론을 만든다고 해서 그들과 같은 역량을 지닌 자들이 될 것 같나?”
천여운은 이들을 어리석다고 여겼다.
천살성은 그렇다고 쳐도 다른 오대고수들은 각자가 나름의 역경을 이겨내고 부단한 수련과 깨달음을 통해서 그런 무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클론을 만든다고 그들과 같은 역량을 지닐 리가 만무했다.
“무인을 우습게 여겼군.”
백날 이런 것을 만들어봐야 의미 없었다.
수련이나 깨달음이 없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얼마나 강해질까.
-치칙!
바로 그때였다.
연구소 내에 있는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어코 이곳까지 발걸음을 들였군.
‘!!!’
이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한다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던 그 목소리였다.
에이치(H)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초, 총수!”
스피커에서 나온 목소리는 바로 MS 그룹의 총수인 코드 네임 에이(A)였다.
에이치 역시도 그의 목소리에 당황한 듯 했다.
‘어디지?’
천여운이 기감을 열고서 이 연구소 내에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고 했다.
그런 그의 의중을 읽어내기라도 했는지 에이(A)가 말했다.
-너는 나를 찾을 수 없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팡! 팡!
갑자기 연구소를 돌아다니던 연구원들에게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뭔가 싶어서 보았는데, 그들의 체내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 갈라진 피부의 틈새에서 붉은 열기가 느껴지더니 이내.
-파스스스스!
잿가루를 흩날리며 내려앉았다.
그것은 단 한 사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는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체내가 터져서 죽었다.
천여운은 이런 증상을 본 적이 있었다.
“나노 폭탄!”
체내에 나노 폭탄이 터지게 되면 이런 식의 죽음을 맞이한다.
기감에 느껴지는 이 연구소 내에 움직이던 모든 자들의 기척이 전부 사라졌다.
“저, 전부 죽이다니….”
에이치가 나노 폭탄에 재가 된 연구원들의 모습에 망연자실해했다.
그들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석학들이었다.
이런 인재들을 망설임도 없이 죽인 것이다.
“욱!”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또 다시 일어났다.
에이치는 강한 어지러움과 함께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변을 눈치 챘다.
‘서, 설마 내 몸에도?’
그는 MS 그룹의 간부인 십원의 일원이기에 이미 예전에 중견 연구원 시절에 몸속에 있던 나노 폭탄들을 전부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었다.
“포, 폭탄을 제거했는데?”
그러나 진실은 너무도 냉혹했다.
-폭발 기능이 없다고 해서 체내의 나노머신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어, 어떻게 내게?”
혹시나 하는 일말의 의심은 품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은 체내에 있는 나노 머신들이 체내의 장기기관에 상처를 내서 내부출혈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내부로 적을 끌어들인 대가를 받아라.
“총수우우우우!”
강한 배신감을 느낀 에이치가 절망에 빠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때 무언가가 귓가로 울렸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그와 함께 체내에서 느껴진 고통이 사라졌다.
‘!?’
에이치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여운이 손가락을 튕겼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해답은 스피커에서 나왔다.
-……흥미롭군. 손가락을 튕긴 것만으로 주파수에 간섭하다니.
“주, 주파수를?”
운이 좋게도 목숨을 건진 에이치가 십 년 감수한 얼굴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천여운 역시도 반신반의 했는데 성공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혹시나 했는데 나노 폭탄을 활성화하는 주파수가 동일하군.’
기본적으로 MS 그룹에서 나노 폭탄을 제어하는 주파수의 메인 주파수 코드는 동일했다.
이를 통해 스피커에서 나오는 주파수에 간섭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네가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파칙! 파칙! 파파파팡!
에이(A)의 목소리와 함께 연구실의 컴퓨터들이 동시에 스파크를 일으키더니, 이내 작은 폭발과 함께 내부 회로들이 전부 타버렸다.
애초에 언제든지 곧바로 폐기할 수 있도록 조치가 되어 있었다.
“네놈에게 다가가는 것이 두렵나 보구나.”
모든 것을 없애려드는 에이(A)의 조치에 천여운이 도발하는 말을 했다.
그러자 에이(A)가 특유의 감정 없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합리적인 조치일 뿐이다.
“꼬리를 끊는 다고 네놈을 찾지 못할 것 같나?”
-너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
“과신이 심하군.”
-이곳에서 죽을 테니까.
그 말이 끝나자 천장에 부착되어 있던 클론의 캡슐들이 일제히 열렸다.
-파파파파파파파팍!
열린 캡슐 안에서 끈적거리는 푸른 액체 쏟아져 내렸다.
푸른 액체가 쏟아지자 그 안에 있던 수많은 클론들이 옷걸이에 걸린 것 마냥 덜렁거리며 몸이 늘어졌다.
캡슐 안에서 뭔가가 그들을 고정하고 있었는데, 머리와 목, 그리고 척추 쪽에 작은 관들이 꽂혀 있었다.
-우우우웅!
모터가 돌아가는 듯한 심한 기계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이에 에이치(H)가 다급한 목소리로 천여운에게 말했다.
“다, 당장 이곳에서 도망쳐야 합니다!”
에이치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곳 연구실의 천장에 부착된 캡슐 내에 있는 클론들은 이미 대부분의 조정을 마치고 점진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하는 단계였다.
-고오오오오!
천여운이 밑을 쳐다보았다.
지하 쪽에서 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코어.”
그랬다.
그 기운은 바로 코어에서 나오는 에너지였다.
그런데 이것이 하나가 아니라 굉장히 많은 코어들의 있는지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가 꿈틀거리며 유동하고 있었다.
그것들이 유동하며 주입되는 곳은 바로 저 클론들이었다.
-파르르르르!
연결된 선으로 에너지가 주입되자 클론들이 몸을 떨어댔다.
‘안 돼!’
에이치는 천여운처럼 무림인이 아니라 기감이 없다.
하지만 다른 십원들과 함께 이 코어 제어 장치를 개발했기 때문에 이것이 과부하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클론들로 이 괴물을 막고 이곳을 터뜨릴 셈이야!’
에이치가 기겁을 해서 말했다.
“초, 총수는 저것들을 전부 깨워서 우리를 죽이려는 겁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밑에 있는 코어 제어 장치가 폭발하면 반경 2, 3km는 전부 재가 됩니다!”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폭발 에너지는 막을 수가 없으리라.
스피커로 에이(A)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았다고 해도 늦었다. 곧 이곳은 너희들의 무덤…
-우웅!
그 순간 천여운의 모습이 허공에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스피커로 나오던 에이의 목소리가 도중에 멈춰졌다.
‘!?’
에이치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사람이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온 그였다.
이것은 이(E)의 이능력인 공간이동이었다.
순간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에이치가 자신도 모르게 속내가 튀어나왔다.
“이런 씨발! 공간이동으로 혼자 튄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