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74)
나신의 여인의 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천여운은 전혀 감흥이 없는 얼굴이다.
오히려 당사자만 수치심과 당혹감으로 긴 머리카락으로 가슴을 가리고 몸을 숙인 상태로 일어나질 못했다.
“주, 주군!”
벽에 껴있는 허봉이 도움을 요청하듯이 천여운을 불렀다.
그 광경에 백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장난치지 말고 나와라.”
“히히.”
-콰드득!
허봉이 히죽거리더니, 이내 샤워실 벽을 부수고 나왔다.
강철도 쉽게 부술 수 있는 방대한 공력을 지닌 허봉이 시멘트와 타일 벽을 부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흠.’
천여운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좌표의 지점대로 왔는데, 이런 샤워실이 나올 줄은 몰랐다.
장소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TQC 코드로 숨겨진 장소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건?’
그런 천여운의 눈에 무언가가 띠었다.
천여운이 손을 내밀자 블루투스 스피커 옆에 있던 가면이 빨려 들어왔다.
은색 가면의 겉면에는 영어 씨(C)가 새겨져 있었다.
“하!”
천여운이 기가 차했다.
설마설마 했던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너…..십원이로군.”
‘!!!’
천여운의 그 말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몸을 가리던 그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차리다니?’
그녀의 정체는 십원의 간부 중 한 사람인 코드명 씨(C)였다.
십원의 다른 일곱 명과 달리 실질적으로 총수를 모시는 핵심 간부라 할 수 있었다.
‘천무성!’
사실 그녀 역시도 천여운을 보는 순간 그 정체를 알아보았다.
설마 이 자가 방벽 바깥에 숨겨진 자신의 근거지로 찾아올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네놈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쓴 다라…..”
천여운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곳에 MS 그룹의 간부 중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후손 천무성이 남긴 신물의 행방이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천마시여.”
문란영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로 불렀다.
천여운이 물끄러미 주요 부위를 가리고 있는 씨(C)를 쳐다보았다.
그녀를 심문해봐야 이들이 언제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신물에 손을 댔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듯 했다.
“계집….”
바로 그때였다.
-쾅! 쾅! 쾅!
강한 진동과 함께 뭔가 부서지는 굉음이 들려왔다.
그 방향을 향해 쳐다보는 순간, 벽이 부서지면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그들을 덮쳤다.
“어딜!”
허봉이 빠르게 발검하며 막아내려 했는데,
-쨍강!
“엇?”
-팍! 콰앙!
허봉의 보검이 부러지며 그의 몸이 뒤로 튕겨나가며 벽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콰콰쾅!
“감히!”
갑작스러운 사태에 화가 난 문란영이 다급히 남편 허봉을 날려 보낸 존재를 향해 독문무공인 마룡장법을 펼쳤다.
-파파팍!
‘!?’
문란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통으로 장법을 연달아 맞췄는데, 전혀 꿈쩍하지 않는 상대.
거구의 괴물이라도 나타났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장법에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하고 있는 자는 독특한 복색의 여인이었다.
“3객주!”
그녀의 등장에 몸을 가리고 있는 씨(C)의 안색이 환해졌다.
반면 문란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 느낌 뭐지?’
내공으로 막아낸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속이 가득 찬 단단한 바위를 때렸을 때의 감각이었다.
일반적이라면 장법에 실린 진기가 체내로 들어가 내상을 입어야 정상이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어떤 쥐새끼들이 침입했나 했더니, 이놈들이었군.”
3객주라 불린 독특한 복색의 여인이 그 말과 함께 문란영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젖히시오!”
문란영이 반사적으로 몸을 젖혔다.
그 찰나에 백기의 발차기가 번개처럼 여인의 좌측 갈비뼈 부근을 노렸다.
-팍! 욱씬!
‘!?’
백기의 인상이 구겨졌다.
문란영의 장법에도 견디기에 십성 공력으로 발차기를 날렸는데, 도리어 그의 발등이 아팠다.
‘어째서 내가 더?’
무슨 강철로 만든 기둥을 내공 없이 맨발로 찬 기분이었다.
“너….다리 부러뜨린다.”
3객주라 불린 여인이 휘두르던 주먹의 경로를 바꾸어 갈비뼈 쪽에 닿아 있는 백기의 발목을 내리치려 했다.
백기가 번개처럼 다리를 접어서 이를 피해냈다.
-콰아아앙!
그녀가 휘두른 주먹이 애꿎은 바닥에 꽂혔다.
그런데 바닥에 주먹이 닿는 순간, 지면 한가운데가 함몰되면서 밑으로 내려앉았다.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다.
‘무슨 힘이 이리도?’
3객주라 불린 여인에게선 어떠한 무공을 익힌 흔적도 없었다.
이것은 내공이 아니라 순수한 힘에 의해 벌어진 일인 듯한데, 근육조차 거의 없어 보이는 여인의 힘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팟!
백기가 날렵하게 그녀의 안면과 가슴을 향해 각법을 펼쳤다.
짧은 찰나에 여덟 번의 발차기가 그녀를 타격했다.
-파파파팍!
‘미동조차 하지 않다니?’
발차기를 맞추는 백기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차례나 요혈들만 맞추고 있었는데, 인간이 아닌 사물에 맞춘 것 마냥 끄떡 조차 하지 않았다.
“하압!”
-우우웅!
좁은 장소였기 때문에 힘을 아꼈던 백기가 전법을 바꿨다.
백기의 발 주변에 무형의 진기가 생겨나며 다리 전체를 감쌌다.
무형각이었다.
-파파파팍!
위력이 대폭 상승한 무형각에 3객주라 불린 그녀의 몸이 몇 발자국 밀려났다.
조금은 타격을 받았는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백기가 어이없어했다.
‘이것도 견뎠단 말인가?’
고작 아파하는 것이 다였다.
대체 이 여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쥐새끼 같은 놈!”
3객주라 불린 여인이 자신에게 고통을 느끼게 한 백기에게 화가 났는지, 그를 붙잡기 위해 몸을 날리려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을 누군가 붙잡았다.
“거기까지다.”
그는 천여운이었다.
‘음?’
그녀를 제압하려고 했던 천여운이 눈매가 가늘어졌다.
당연히 어깨를 짓누르면서 진기를 주입하려 했는데, 그것이 전혀 주입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천여운은 알 수 있었다.
‘혈도가 없어?’
인간이라면 체내에 혈도가 있어야 했는데, 그것 자체가 없었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그녀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듣던 대로 좀 다르구나.”
그런 그녀에게 코드 네임 씨(C)가 소리쳤다.
“그자를 잡지 않으면 이곳 섹터가 위험해집니다. 3객주.”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일이 되어버렸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3객주라 불린 여인의 두 눈에서 노란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푸슈슈슈슈슝!
바로 코앞의 거리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천여운이 광선을 맞고서 뒤로 튕겨져 나가 벽을 뚫고 날아가 버렸다.
-콰콰콰쾅!
“주군!”
그 모습에 백기와 문란영이 동시에 외쳤다.
모두의 이목이 돌아간 틈에 코드네임 씨(C)가 빠르게 타월을 낚아채며 자신의 몸에 두르고서, 얼굴에 가면을 썼다.
‘제때 엘레나가 나타나서 다행이다.’
그녀는 3객주 엘레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3객주라고 칭했지만 MS 그룹 내에서 그녀를 칭하는 칭호는 슈퍼우먼(Superwoman).
말 그대로 인간을 뛰어넘은 초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아니지만.’
그녀는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존재였다.
단일 개체로 혼자 나왔기에 특수 개체라고 불러야 옳았다.
다른 세 명의 객주들과 달리 맺은 협약 때문에 이곳을 벗어나지 않아서 활용할 수가 없었는데, 어떤 의미로는 잘된 셈이었다.
-팟!
3객주 엘레나가 날아간 천여운을 향해 코뿔소가 돌진하는 것처럼 달려갔다.
그녀의 몸에 부딪친 곳은 스티로폼 조각이라도 된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서 전부 부서졌다.
-콰콰콰쾅!
-팍!
돌진하던 그녀가 도중에 멈춰졌다.
그녀를 멈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천여운이었다.
3객주 엘레나가 꽤 놀란 눈으로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너….힘이 제법 세구나.”
여태껏 이곳에서 완력으로 자신을 멈추게 한 자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천여운은 돌진하는 그녀를 막아냈다.
“그럼 이건 어때!”
3객주 엘레나가 그 상태에서 발로 천여운의 목을 걷어찼다.
-퍽!
‘!?’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분명 그녀의 발차기는 천여운의 목에 닿았다.
그런데 천여운의 목은 꺾이기는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했나?”
“너…..정말 인간 맞아?”
물론 순수 완력으로 친다면 확실히 3객주 엘레나는 괴물이라 할 만 했다.
하지만 다섯 번의 환골탈태 끝에 천여운의 육체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고, 공허경의 경지에 이르면서 내공은 영물조차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엘레나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재밌네. 처음이야. 너 같은 인간은.”
‘역시 인간이 아니군.’
그 말로 인해 천여운은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혈도 자체가 없다는 것부터가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자주 보게 되니 나름 내성이 생겼다.
굳이 놀랄 거리도 아니었다.
3객주 엘레나가 호승심이 생긴 눈빛으로 말했다.
“좋아. 이참에 지구인인 너와 이곳의 중력보다 백 배는 높은 곳에서 살아왔던 나 둘 중에 누가 완력이 센지 한 번 겨뤄…”
-콰앙!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내리쳤다.
역량의 일원화로 내리친 주먹에 엘레나의 목이 옆으로 꺾인 것도 모자라, 무너져 내린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목이 옆으로 꺾인 그녀가 어이가 없어했다.
“비겁하게 말하고 있는데!”
그런 그녀의 위로 천여운이 떨어졌다.
“그래. 말이 많군.”
천여운의 무릎이 그녀의 복부를 강타했다.
-쾅!
“아악!”
어지간한 물리 타격에는 고통도 느끼지 않는 그녀였지만 완전히 달랐다.
완력과 내공, 그리고 그것을 한 점으로 모으는 역량의 일원화는 아무리 초인의 육체를 가진 그녀라고 해도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익!”
계속 해서 틈을 주지 않는 천여운에게 화가 난 그녀가 다시 한 번 눈에서 광선을 쏘았다.
-푸슈슈슈슝!
그러나 광선이 발사되는 두 사람의 사이로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블랙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며 노란 빛이 회오리치며 빨려 들어갔다.
“이게 대체?”
“같은 수법이 계속 통할 거라 생각했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천여운이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려 그녀의 복부를 내리쳤다.
-콰아아앙!
“아악!”
또 다시 바닥이 함몰되면서 두 사람이 동시에 밑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떨어지는 와중에 몸을 비틀면서 천여운에게 벗어나려 했다.
-팍!
그런 그녀의 멱살을 천여운이 붙잡았다.
“어딜!”
“이, 이거 놔!”
천여운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역량의 일원화로 그녀의 안면을 후려쳤다.
확실히 체내 구조가 달라서인지 그녀의 얼굴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웁웁! 느어어!”
입이 뭉개져서 발음이 샜지만 여전히 멀쩡했다.
인간이었다면 그대로 죽었을 위력이었는데, 놀라운 신체 내구력이었다.
심지어 천여운이 주먹을 떼자 함몰되었던 얼굴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고통도 잘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네놈! 죽여버릴 거야!”
다시 발음이 원래대로 돌아온 엘레나가 천여운에게 분노를 토해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천여운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재밌군. 얼마큼 타격을 주면 죽을 만큼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
그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미친 듯이 흔들렸다.
* * *
-쾅! 쾅! 콰쾅!
한바탕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굉음 소리.
샤워실의 타일이 전부 떨어져나갈 만큼 진동도 심했다.
코드네임 씨(C)가 천여운의 세 수하들에게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소리 들리시죠? 지금이라도 이걸 치우시고 항복한다면 당신들의 목숨은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그녀의 목에는 허봉의 검 끝이 겨냥되어 있었다.
“허튼 소리!”
백기가 그녀를 낮은 어조로 다그쳤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도망치려고 했지만, 뛰어난 은신술도 없는 그녀가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 섹터는 우리 요지 중의 요지! 당신들이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착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에요. 소리가 잠잠해지신 거 들리시죠?”
그녀의 말대로 어느새 그렇게 시끄럽던 굉음이 그쳐있었다.
코드네임 씨(C)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그렇게 신봉하는 천마란 존재도 본 그룹의 숨겨진 힘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
-쿵!
그때 뭔가가 그녀의 앞으로 날아왔다.
‘!!!’
무심결에 그것을 쳐다본 코드네임 씨(C)의 얼굴이 굳어졌다.
날아온 그것은 양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것도 모자라 얼굴이 완전히 함몰되어서 알아보기 힘든 제 3객주 엘레나였다.
“이, 이게 대체….”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허봉이 히죽거렸다.
“못 깨닫겠는데. 히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