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7)
3화 12시간 (1)
PM 09:03.
취조실 옆 관찰방에 적막이 감돌았다.
직위를 막론하고 모두가 떨리는 눈으로 특수 유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부국장 호일경이 얼마나 놀랐는지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채, 뒤에 서있는 강력반 과장 송위강에게 말했다.
“…….송 과장. 이거 정말 안 보이는 거 맞나?”
“보, 보일 리가 없습니다. 투시경으로 보지 않고는….”
선팅 된 유리나 취조실의 특수 유리를 투과해서 보려면 군(軍)이나 기동 타격대에서 쓰는 투시경을 써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천여운을 보면 그냥 유리 사이로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안 보인다는 놈이 어떻게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단 말이야!”
부국장 호일경이 그를 다그쳤다.
과장 송위강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취조실로 가려고 했던 단발의 여 형사가 입을 열었다.
“부국장님. 저 자가 일부러 저희를 흔들려고 허세를 부리는 걸 수도 있습니다.”
“허세?”
“요즘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취조실이 얼마나 많이 나왔습니까? 유리 너머에 누군가 있다는 것 정도는 모를 리가 없습니다.”
차분한 그녀의 말에 부국장 호일경이 실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말은 틀렸다.
놈은 유리 너머에 있는 자신을 정확하게 쳐다보면서 직위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저 놈은 무림인이야. 일반인의 관점으로 생각하면 안 돼.’
방금 전까지 많이 놀라 했던 부국장 호일경이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그저 골프만 치고 윗사람과의 접대만 해온 것이 아니었다.
호일경은 여자 형사의 말에 한 가지는 동의했다.
‘우리를 흔들려고 하는 것은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흔들려선 안 된다.
범죄자들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되면 취조가 힘들어진다.
어차피 특수 유리가 투과 되서 보인다고 할지라도 방음이나 방탄 기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호일경이 유리창 앞의 기기의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에 대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달칵!
“이쪽이 보이나?”
확신이 들었지만 확인은 필요했다.
-안 보일 거라고 단언했나?
‘!!!’
스피커로 들리는 천여운의 목소리에 호일경이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놈은 유리너머의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위기만 보면 누가 관찰방에 있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침착하게 말이다.
‘……건방진 새끼.’
그런 태도에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부국장 호일경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다시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담당의를 놓아주게.”
호일경은 공안국 담당의 조세종을 놓아달라고 요구했다.
계속 저렇게 손목을 잡고 있으면 인질이나 다름없었다.
-으으윽, 제…제발!
잔뜩 겁을 먹은 담당의 조세종이 천여운에게 애걸을 하다시피 했다.
호일경이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담당의를 순순히 놓아준다면 죄가 가중되지 않도록 하겠네.”
교섭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공안국의 부국장이네. 그 정도는 눈감아줄 재량은 있네.”
-부국장?
“이곳 공안국에서 내 위로는 국장뿐이네. 이래도 믿지 못하겠나?”
-호오?
물론 이것은 단순히 교섭을 위한 거짓말이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가중 죄를 포함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는 내가 꼭 조진다.’
다만 취조실과 관찰방에는 CCTV 카메라가 돌고 있었고 아랫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으니, 최대한 인질을 교섭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국장님 범죄자와 그런 교섭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부국장님…..”
이를 모르는 형사들은 그가 담당의 조세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이미지 메이킹의 달인인 부국장 호일경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호일경이 교섭을 운운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흥. 내가 저런 범죄자따위와 교섭할 것 같아.’
호일경의 눈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목이 붙잡혀서 아프다고 끅끅거리고 있는 담당의 조세종의 반대손이었다.
주머니에 반쯤 빠져나오고 있는 손에는 마취 주사가 들려 있었다.
명색이 공안국의 담당의였다.
취조실을 들어오면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내가 조금만 주의를 돌려주면 되겠지.’
호일경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천여운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달칵!
호일경이 다시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혈액 검사는 하지 않도록 할 테니, 인질을 순순히 놓아준…”
-우드득!
-끄아아아아아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찰방의 스피커로 담당의 조세종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팔목이 부러져서 덜렁거리는 조세종이 바닥을 뒹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호일경이 이마에 핏대가 서서 소리쳤다.
“이 새끼가 이게 무슨 짓이야!”
마취 주사를 꽂기도 전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멍청하군. 거울에 비치는데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이런…..’
순간 부국장 호일경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특수 유리를 투시하는 듯한 천여운의 태도 때문에 취조실에서는 거울이라는 것을 깜빡했던 그였다.
‘크윽!’
그것을 진작 캐치했다면 조세종을 만류했을 것이다.
스스로의 미스 판단에 어이가 없어하고 있는데, 천여운이 말했다.
-고작 이런 놈을 인질로 삼을 이유가 있어 보이나?
“뭐야?”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내가 순순히 이곳으로 온 게 네놈들을 두려워해서라는 착각 따윈 버려라.
경고를 하는 천여운의 목소리에 호일경이 유리창을 주먹으로 쳤다.
-쾅!
“이…..새끼가 정말!”
방금 전까지 이미지 메이킹을 하던 것도 잊고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송위강 과장과 두 형사들은 상사인 그의 눈치를 본다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건방진 놈이 감히 공안국 부국장인 나를 상대로 도리어 협박을 해?’
어이가 없었다.
저건 취조실에 갇혀 있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이미지 메이킹이고 뭐고 본래 성질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특수 유리에 주먹을 대고서 부들부들 떨던 부국장 호일경이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응? 잠깐 내가 방금 전에 마이크 버튼을 눌렀던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순간 화가 나서 미처 몰랐다.
분명 방금 전에 놈을 향해 욕을 날렸을 때는 마이크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 같았다.
호일경이 뒤에 있는 과장 송위강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마이크 버튼을 눌렀나?”
“엇?”
놀라서 반문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분명 담당의 조세종이 팔목 뼈가 부러져 비명을 지를 때, 마이크 버튼에서 손을 뗐었다.
‘이…이놈 설마?’
이곳 관찰방은 방음 처리가 되어서 소리를 쳐도 취조실로 소리가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천여운은 심지어 목소리마저 듣고 있었다.
호일경이 떨리는 눈으로 특수 유리 너머의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네, 네놈…..대체 정체가 뭐야?”
그런 그의 질문에 천여운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답했다.
“알려줄 이유는 없다. 내가 이곳에 있을 동안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마라. 마지막 경고다.”
“하!”
호일경이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마치 저 자는 얼마 있지 않아 취조실을 나갈 것 같은 태도로 말을 하고 있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호일경이 화를 최대한 억누르느라,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과장 송위강에게 물었다.
“4번, 5번 취조실은 특수 능력자 전용 맞지?”
“그, 그렇습니다. 무림인이라서 당연히 이곳에…”
“됐어.”
확인 차 물어본 것이었다.
천여운을 가둔 취조실은 특수 능력자 전용이었다.
무림인을 비롯한 특수 능력자들 중에는 자신의 무력이나 능력을 믿고서 협조를 하지 않는 자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취조실을 만들었다.
눈앞에 있는 특수 유리 역시도 기관총으로 쉬지 않고 갈겨도 15분 이상 버틸 수 있는 방탄 재질이었다.
-달칵!
호일경이 마이크 옆에 있는 안전장치 유리를 열었다.
그것에는 버튼이 두 가지가 있었다.
왼쪽의 녹색은 신경 안정제 겸 수면 가스를 나오는 것이고, 우측의 붉은 색은 강력한 최루 가스가 나오는 버튼이었다.
취조 도중에 날뛰는 자들을 제압하기 위한 장치였다.
“후우.”
숨을 길게 들이키며 호흡을 가다듬은 호일경이 유리너머를 쳐다보며 열었다.
어차피 들을 수 있다면 마이크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었다.
“네놈이 어떤 빽을 가지고 있는지는 난 관심이 없다.”
“………”
“공안 경찰 생활만 짬밥이 24년이다. 네놈 같이 허세 넘치고 알량한 제 능력을 믿고 까부는 놈들은 수십, 아니 수백 명은 보았다.”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명백히 분노에 찬 목소리였다.
호일경의 오른손 검지가 붉은색 버튼 위로 향했다.
그것을 본 과장 송위강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부국장 호일경에게 말했다.
“부, 부국장님. 아직 취조실에는 조 선생이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
손바닥을 내밀고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한 호일경이 유리너머의 천여운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네놈이 나갈 동안 귀찮게 굴지 말라고? 하! 미친 새끼. 내 부국장의 직위를 걸고 약속하마. 네놈은 이 취조실을 나갈 수 없다. 나가게 된다면 특수 범죄자로 재판도 없이 즉각 몇 십 년은 콩밥을 먹게….”
-쾅!
그때 천여운이 특수 유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단순히 손바닥이었지만 무슨 주먹으로 내려친 것처럼 유리창이 흔들렸다.
하지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놀란 부국장이 움찔했지만 특수 방탄 유리가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핫! 방탄유리가 괜히 방탄 인줄 아느냐? 고작 손바닥에 부서질 것 같았…”
-쩌적!
‘!?’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손바닥을 대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특수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다시 특수 유리를 친 것도 아니었다.
-파르르르르!
천여운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특수 유리가 진동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 떨림은 무서울 정도로 강해져갔다.
‘이, 이런 미친!’
당황한 부국장 호일경이 다급히 최루 가스를 발사하는 붉은 버튼을 누르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와장창!
“으헉!”
“꺄아아악!”
특수 유리가 산산 조각이 나면서 가루처럼 잘게 쪼개져서 관찰방을 뒤덮었다.
그 여파에 관찰방에 있던 부국장 호일경과 송위강 과장을 비롯한 형사 두 명이 벽으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쿵! 쿵!
“쿨럭쿨럭!”
“으으으….”
대부분의 유리조각이 가루처럼 되었길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부서진 파편들이 전신을 찔렀을 지도 몰랐다.
벽에 부딪쳐서 바닥으로 넘어진 그들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기침을 해대고 정신이 없었다.
-저벅!
그때 부국장 호일경의 귓가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뭔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그가 품 안에 권총을 빼들려고 했는데, 그의 몸이 부웅하고 떠올랐다.
“흐헉!”
-쾅!
“크윽!”
그리고는 관찰방의 벽에 대(大) 자로 고정되고 말았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벽에 고정된 부국장 호일경은 어떻게든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품 안에 권총이 있는데 무용지물이었다.
“부국장님!”
-착!
그때 기침을 해대던 덩치 큰 남자 형사가 총을 빼들었다.
단발의 여자 형사도 다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허리춤의 총집에서 총을 뽑았다.
그러나,
-휘리릭!
“앗!”
“초, 총이!”
그들의 손을 벗어난 두 개의 권총이 누군가의 손으로 들어갔다.
그는 바로 관찰방으로 넘어온 천여운이었다.
양손에 빼앗은 그들의 권총을 쥔 천여운이 가볍게 힘을 주었다.
-콰드득! 콰득!
그러자 두 사람의 총이 플라스틱 장난감이라도 된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그저 금속 조각일뿐이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되는 광경에 과장 송위강은 몸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고 입을 벌리고서 넋을 놓았다.
알 수 없는 힘에 기겁한 여자 형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사태가 최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남자 형사는 어떻게든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천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
-휙!
그런 남자 형사를 향해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부웅!
“으헉!”
-쾅!
덩치가 있는 남자 형사의 몸이 가벼운 휴지 조각이라도 된 것처럼 벽으로 날아가 세게 부딪쳤다.
머리부터 부딪쳤는지 피를 흘리고 있는 그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이….이놈….대체 저….정체가 뭐야?’
벽에 대 자로 고정되어 있는 부국장 호일경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공안 경찰 생활을 하면서 많은 무림인들 보았다.
물론 대부분이 사고를 치고 들어온 범죄자들이었는데, 그런 잔챙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저벅! 저벅!
천여운이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저 걸어오는 것뿐이었는데, 강렬한 위압감이 호일경의 심장을 옥죄여왔다.
‘제발! 제발!’
뭐라고 의사표현이라도 해야 하는데, 입만 벙긋거리고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주르륵!
양복 바지가 따뜻하게 젖어왔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경고했다.”
경고를 한 귀로 흘려들은 것은 그였다.
입만 벙긋거리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부국장 호일경을 유심히 바라보던 천여운이 턱을 쓰다듬더니,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인질이라….그래. 네놈 정도면 충분하겠군.”
‘!!!’
부국장 호일경의 두 눈이 터질듯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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