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before awakening RAW novel - Chapter 202
203화. 부르고 싶은 호칭
이나모라티는 고뇌했다.
어째서 자신이 혼난 것인가.
자신이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강지예는 강사후를 보며 강사후라는 이름이 아니라, 오빠라고 하였다.
반대로 강지예와 친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은 강지예를 보며 ‘지예야’, 라고 앞의 한 글자를 떼고 불렀다.
그래서 자신도 그것을 따라 강지예를 지예라 불렀을 뿐인데 강지예는 그런 자신의 행동을 호되게 혼내었다.
억울한 마음에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물으니, 정작 강지예도 답을 내지 못하고 어디론가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에 답답한 나머지 혼잣말로 강지예를 부르며 노래를 부르고 있자, 허공에 둥둥 뜬 해골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우, 정말 시끄러워 죽겠네! 지금 지예 밖에 나갔어! 아무리 불러도 못 만나!]“아냐! 강지예 찾는 거 아냐! 답을 찾고 있던 거야!”
안 그래도 심란한데 둥둥 떠다니는 해골조차 강지예를 지예라 부르는 것에 억울한 마음이 든 이나모라티가 빽 소리쳤다.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명왕이 자초지종을 듣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였다.
[네가 남자면 누나라 부르고 여자면 언니라 부르면 되지!]“남자? 여자? 그게 뭔데?”
[…그게 뭐냐니?]황당해하며 되묻고 나서야 명왕은 이나모라티가 성별이라는 것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걸 깨닫고 충격 받았다.
잠시 고민하던 명왕이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직접 알려줄 수도 있지만, 네가 직접 알아보는 게 낫겠지. 책 갖다 줄 테니 기다려.]잠시 후, 명왕이 부리는 스켈레톤 하나가 책을 한 아름 들고 이나모라티 방으로 들어왔다.
스켈레톤이 한 권의 책도 흐트러트리지 않은 채 조심히 책을 내려놓자, 명왕이 입을 열었다.
[이거 읽으면 네가 찾던 답을 얻게 될 테니, 좀 조용히 하고 있어라.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우니까. 그리고, 답 알게 되면 나도 좀 알려주고.]내심 명왕 역시 이나모라티의 성별이 궁금했는지 끝말을 덧붙이고는 소환한 스켈레톤과 함께 문밖으로 나갔다.
그냥 직접 알려주면 되지, 굳이 책까지 읽게 만드는 명왕의 해결방법에 투덜거리던 이나모라티가 어쩔 수 없이 책을 펼쳤다.
장장 5일에 걸쳐, 무려 20권의 책을 읽은 이나모라티는 깨달았다.
“난 성별이 없었어!”
말도 안 되는 결론에 도달한 이나모라티의 대답에 명왕이 깜짝 놀라자 이나모라티가 친절히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성별을 나누는 생물학적인 기준은 생식기와 염색체, 호르몬 등이지만, 이나모라티는 책에 나온 그 어떤 것도 갖고 있는 게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 말도 안 되는 결론에 명왕이 조심스럽게 이나모라티에게 허락을 받고 몸을 마법으로 확인하였다.
그리고 설명 그대로인 신체를 확인한 명왕과 그녀와 연결된 해골의 아래턱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꺄아아악!]“어? 어디 가?”
홀로 남은 이나모라티가 허망하게 물었으나 명왕의 해골은 하늘을 날아 사라졌다.
갑자기 도망가 버린 명왕을 흉보며 씩씩거리던 이나모라티는 다시 고민하였다.
어차피 성별 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이나모라티가 찾고 있는 핵심적인 질문은 단 하나였다.
“난 강지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동안 많은 책을 읽은 만큼, 이나모라티는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기는 한 상황이었다.
친근한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 친구.
하지만 친구는 칭호일지언정,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고, 친구끼리는 이름을 부르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이미 강지예에게 지예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거절을 받은 만큼, 이나모라티는 다른 답이 필요했다.
그 답을 혼자 고민하며 떠올리고 있을 때, 밖에 나갔던 강지예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헉, 이나모라티! 헉, 헉. 나, 성공했어!”
“강지예! 어서 와! 근데 뭐가?”
달려서 온 듯 숨을 헐떡이던 강지예가 이나모라티의 질문에 씩 웃으며 스킬, 치유의 손을 사용하였다.
평소처럼 그녀의 손 위로 포근한 치유의 빛이 몽글거리듯 솟아났다.
하지만 강지예는 그 손을 든 채로 이나모라티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제자리에서 솜사탕을 밀 듯, 조심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손에 뭉쳐 있던 몽글이는 치유의 기운이 구름처럼 날아가며 이나모라티의 몸에 스며들었다.
“와아! 성공했구나! 강지예, 축하해!”
“후후! 대단하지?! 이나모라티, 네가 알려준 대로 하니까 정말 되더라고. 사실, 사람들 치료하러 다니면서 틈틈이 연습했거든.”
과거, 이나모라티는 강지예에게 치유의 손을 틀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밖으로 방출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 적이 있었다.
직접 팔까지 부러뜨려가며 설명을 해주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감을 잡으라는 뜻이었을 뿐.
한번 틀에 잡힌 힘은 그 이해도나 숙련도가 완벽하더라도, 틀을 깨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에 이나모라티조차 이렇게 빨리 익힐 줄은 몰랐다.
“축하해! 외부로 방출했어도 능력의 손실이 없네. 훌륭해!”
“엣헴! 아무렴! 얼마나 연습했는데!”
스스로 생각하여도 뿌듯한지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콧방귀를 뀌던 강지예가 돌연 이나모라티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마워. 사실, 스킬을 이런 방법으로 사용하는 건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나모라티가 알려준 덕분이야.”
이나모라티가 토끼 같은 눈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강지예를 올려보았다.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는 강지예를 보며, 이나모라티가 묘한 따듯함과 안도감에 얼굴 근육을 느슨하게 풀었다.
“근데 강지예, 내가 강지예라고 부르는 개 좋다고 했지?”
“응? 어, 좋다고 하기에는 애매한데…. 그냥 지예라고 이름만 부르는 건 안 돼! 그건 버릇없는 거야.”
질문에 대답하긴 하였지만, 정작 자신 역시 이나모라티가 자신을 뭐라 부르는 게 맞는지 답을 내리지 못한 강지예가 얼버무렸다.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이나모라티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었다.
“그럼 나 강지예를 이렇게 부르면 안 돼?”
“응? 뭐라고 부르려고 하는데?”
강지예가 스스로 호칭을 제안하는 이나모라티의 말에 궁금해하며 되물었다.
이나모라티의 입이 대답하기 위해 천천히 열렸다.
“내가 정한 호칭은….”
막 이나모라티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려 할 때.
두 사람이 있는 방 안으로 명왕의 해골이 들어왔다.
[지예야! 지금 바로 올 수 있어?]“명왕님? 지금 바로요?”
강지예가 의아해하며 되묻자 명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응. 가서스와 사후가 돌아왔는데, 가서스가 많이 다쳤어. 리치이니만큼 육체적 손상은 상관없는데, 혹시나 지예 네 치료가 통할까 해서.]“가서스 님이 다쳤다고요?! 네, 바로 갈게요! 이나모라티, 나 잠시 다녀올게!”
“어? 으, 으응!”
말이 끊긴 이나모라티가 당황하며 후다닥 달려 나가는 강지예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주 잠시 아쉬운 감정이 들었으나, 홀로 남은 이나모라티가 아까 전, 자신의 머리가 쓰다듬어지던 기분을 복기하며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정한 호칭으로 부르면 좋아할까? 좋아했으면 좋겠다. 빨리 불러보고 싶은데.’
생각을 책에서 읽은, 묘하게 발음하기 힘들었던 호칭을 입 안으로 되뇌며 흥얼거리던 이나모라티가 이내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 * *
명왕의 안내에 따라 가서스에게 온 강지예가 처참한 그의 모습에 말을 잇지 못하였다.
리치가 되면서 뼈만 남은 몸이었으나, 그럼에도 언제나 건장해 보이던 가서스가 머리와 갈비뼈 반, 그리고 팔 하나만 남은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그녀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빠는? 어디 다친 데 없어?!”
“난 괜찮아.”
강사후가 혹시나 들킬까 왼쪽 팔을 뒤로 빼며 대답하였다.
포르네토스가 테이블 산을 날려버릴 때 쓸린 상처일 뿐이었으나, 지금 강지예에게 보였다가는 책잡힐 위험이 있었다.
강사후는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지예가 침착하게 치유의 손으로 가서스의 남은 몸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애당초 본체도 아닐뿐더러, 뼈만 남은, 살아있지 않은 몸이었기에 치유의 손은 뼈를 재생시키지 못하였다.
자신의 스킬이 소용없다는 사실에 강지예가 당황하며 더욱 마나를 불어 넣었다.
가서스는 남은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
[되었다. 괜히 기(氣) 낭비하지 말거라.]“하, 하지만….”
강지예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자, 옆에 서 있던 베르닥트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몸 좀 잘 보존하지. 왜 애꿎은 지예 속만 상하게 하고 그러나?] [쯧. 사후가 말하던 말락 알 마우트라는 놈들. 직접 상대하니 정말 괴물 같은 놈들이더군. 나도 내가 살면서 이렇게 될 줄 알았겠나.]베르닥트의 말에 가서스가 무안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두 리치와 데스나이트의 말에도 불구하고 강지예가 풀 죽은 모습으로 시무룩해 있자, 명왕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지예야. 내가 리치라서 잘 알아. 저거, 좀 불편할 뿐이지 아픈 건 전혀 없어. 애당초 라이프 베슬이 다친 것도 아닌데.”
[말씀이 맞다. 얼굴 좀 펴라. 내가 다 무안하구나.] [하지만 놀랍군. 그 가서스가 이리 당할 정도라니. 사후 너, 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거냐?]“이전에 말씀드렸듯, 말락 알 마우트라는 놈들은 남아있는 개체가 적어질수록, 힘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당장 가서스 님이 놈들과 싸우고 계실 때, 제가 두 마리를 죽인 직후였습니다.”
[…에라이, 이 리치야! 제자인 사후는 두 마리를 홀로 감당하고 있는데, 하나 못 감당해서는!] [네놈의 투구에는 귓구멍도 없냐?! 두 마리를 죽인 직후, 더 강해진 상태에서 내가 싸운 거 아닌가!]가서스와 베르닥트가 아웅다웅하며 말다툼을 하였다.
강사후와 강지예가 그 모습을 당황스럽게 바라보고 있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명왕이 두 사람 사이에 서서 목소리를 낮추며 설명해 주었다.
“나잇값도 못하고, 방정맞지? 그래도 저게 다 너희 덕분이란다. 예전이라면 칙칙~ 한 아저씨들이 농담이라고는 없는 무미건조한 본론만 주고받았을 텐데.”
[다 들립니다, 명왕님.] [아, 아저씨라니! 그렇게 따지면 명왕님 역시 아줌…!]명왕의 말에 욱하며 되받아치던 베르닥트가 황급히 투구 입 부분을 양손으로 막았다.
명왕이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베르닥트를 노려보았다.
베르닥트가 간절함을 담아 강사후를 바라보았다.
비록 눈은 없지만, 령안으로 보이는 그의 간절함에 강사후가 눈치 빠르게 새로운 화제를 열었다.
“스승님의 육체가 손상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무의미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차마 지금껏 고생하고 돌아온 강사후에게도 차가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명왕이 애써 목소리를 다듬으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듯이 시선을 모으자, 강사후가 손을 뻗어 스킬, 이차원 공간을 열었다.
그의 의지에 따라 찾던 물건이 툭, 아래로 떨어지자 모두의 눈이 아래로 내려갔다.
“꺄아아아악!”
돌연 살로 만들어진 미라와 같은 포르네토스가 나타나자 강지예가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명왕이 자신에게 달려온, 자신보다 큰 강지예를 진정하라는 듯이 품에 안고 토닥이며 포르네토스의 상태를 알아보고 경악하였다.
“사, 사후야. 이거 설마 리빙 머미니?”
“네, 맞습니다. 명왕님이 빌려주신 네크로노미콘에서 배운 것을 실전에 사용해 보았죠. 능력은 굉장히 뛰어나나, 역시나 소모되는 령이 크더군요.”
[음? 근데 생포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이거, 령도 혼도 없는데?]리빙 머미를 살펴보던 가서스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자 강사후가 대답하였다.
“애당초 령이 없는 존재이니만큼, 령은 필요 없었고. 혼은 성좌에 가두어두었습니다. 이차원 공간이 담거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은 령과 혼, 백이 있는 존재이니만큼, 육체 자체는 수납이 가능하더군요.”
강사후의 논리적이지만 비인간적인 대답에 강지예와 명왕이 충격받은 시선으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설명을 들은 가서스와 베르닥트는 흐뭇하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내 제자로다.] [사상 최강의 네크로맨서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군. 네크로맨서다워.]“…하아. 이게 맞는 걸까…?”
자신을 제외한 두 장로가 강사후를 칭찬하자 마음이 복잡해진 명왕이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