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잊혀진 여섯 성좌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냐?
칼리드는 여태껏 들어 보지 못했던 알카단의 진중한 말에.
잠깐 턱을 매만지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정도는 들어 본 적 있어.”
물론 자세히는 모르지만.
칼리드의 말에 알카단은 낮은 신음을 토해내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태초의 6성좌. 이 대륙이 가장 처음 생겼을 때부터 존재했다는 녀석들이다.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면 지역을 흔들고. 셋이 모이면 나라를 부수며. 여섯이 모이면 대륙을 뒤집어버린다는 놈들이지.
태초의 6성좌라.
그러고 보니 들어 본 것도 같았다.
다만 몬스터로 나타난 적도 없고 주요한 인물로서 마주친 적도 없었기에.
이름을 들어 보았어도 별것 아니겠거니.
그리 생각했었지.
“어째 잘 알고 있는 말투인데. 너와 비슷한 족속들인가?”
-글쎄. 나와 비슷하다 하기엔…. 내가 태어나기 한참 이전부터 전해져 왔던 전설 같은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성좌나 악령의 상위 개체 같은 녀석들이거든.
칼리드에게 약점을 잡혀 우스운 꼴을 당하는 알카단이지만.
그보다 앞서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 온 존재다.
그런 녀석보다도 한참을 앞서 태어난 놈들이라니.
“그게 이 녀석이라는 건가?”
-맞다.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했는데. 여기에 적힌 이름을 보니 내가 착각한 것 아닌 것 같다.
이름이라는 말에 슬쩍 고개를 돌리는 칼리드.
그는 몇 번 입을 오물거리더니.
어째 입에 익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에스토? 맞나?”
-그래, 그게 여섯 번째로 난 성좌이자, 분노와 본능을 관장하는 존재… 였지.
“였다고?”
어째서 과거형인거지?
칼리드의 물음을 듣자마자 질렸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는 알카단.
-방금 전에 소멸했으니까. 어떤 미친놈이 여섯 번째 성좌가 가지고 있던. 그 커다란 마력을 통째로 찢어발겨 놓았거든.
아, 그 말이었던가.
칼리드는 알카단의 말에 머쓱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마력의 크기를 봐서는 꽤 센 녀석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그런 녀석일 줄은 몰랐으니.’
잠깐 무어라 말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조금 미안하게 됐네.”
-내게 미안해할 건 없다. 모든 정령과 성좌, 악령들의 부모 격이 되는 존재라고는 해도. 그건 수천 년 전의 이야기. 지금에 와서는 거의 관련 없는 이야기야.
마치 저 먼 옛날의 원숭이와 인간 같은 관계일까.
그렇게 잠깐 생각하던 칼리드.
그는 아까 읽었던 서류들을 몇 장 뒤적였다.
“그보다 제국 놈들은 무슨 생각으로 키에스토를 깨워 낸 거지?”
-뻔한 것 아니겠나. 성좌 이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고 떠들어댔으니. 여섯 번째 성좌가 가진 힘을 얻으려는 속셈이었겠지.
퉁명스러운 어투로 중얼거리는 알카단의 말에.
칼리드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추었다.
“단지 그런 이유로?”
-단지 그런 이유라니. 방금 전에 네가 겪어 보았던 힘이. 그놈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성좌나 악령들은 마나 형태로 존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리 오랜 시간 버틸 수 없다. 당연히 본래 가진 힘을 100% 발휘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래서였나.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의 알카단을 떠올려 보면.
지금 가진 힘에 비해 월등히 약했던 것도 같았다.
“그럼 정말로 제국 녀석들은 키에스토를 인간에게 강제 이식해 병기로 쓸 셈이었던 건가? 이 실험실은 그걸 위한 시설인 거고?”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물론 대놓고 놈들이 떠들어대지는 않을 테니 진짜인지는 모르겠다만 말이다.
정말 알카단의 말대로.
태초의 성좌들을 일깨워 그 힘을 가지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타겟은 당연히 제국에 반기를 드는 자들이 될 터.
칼리드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집어 들었다.
-그 종이 쪼가리들은 가져가서 뭘 하려고.
“혹시 모르잖아. 네가 말한 것 말고 다른 뭔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칼리드와 알카단이 가진 지식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였지만.
이쪽 방면에 조예가 깊은 누군가의 힘을 빌린다면.
더 깊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끌어낼 수도 있겠지.
그는 품속에 챙겨 두었던 생명의 함을 툭툭 만져 보고선.
리안이 기다리고 있는 바깥으로 향했다.
“교, 교주니임? 뭔가 찾으신 것이 있나요오?”
금세 친해지기라도 한 건지.
묶여 있던 아이들과 하하호호 웃어대던 리안.
그녀는 칼리드의 등장에 벌떡 일어났고.
그는 아무 말 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가더니.
차고 있던 검을 휘둘러 녀석들의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을 끊어냈다.
“어어?!”
“리안. 아이들은 네게 맡기겠다. 근거지로 돌아가는 대로 아이들을 부모에게 인도할 수 있도록 해.”
“네, 네에!”
명령이 떨어지자 얼떨떨한 얼굴로 마주 바라보는 리안.
그는 그녀를 지나쳐 바깥으로 향하려다가-
“자, 잠깐만요!”
팔을 쫙 펼친 채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빨간 머리 꼬마를 보고선.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할 말이 있나?”
11호라고 했던가.
칼리드는 호기롭게 자신의 앞을 막아선 꼬마의 등장에.
살짝 무릎을 굽혀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그… 그… 저….”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다음에 해라. 지금은 바쁘니까.”
“가, 감사합니다!”
칼리드의 앞에서 더듬더듬거리며 할 말을 잇지 못하던 녀석은.
이내 머리가 발에 닿을 만큼 깊숙이 숙이며 인사했다.
“….”
“깜빡하고 아까 인사를 못 드렸는데. 저희를 구해주신 분께 지금이라도 인사를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형!”
“고마워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호가 고개를 숙이자.
뒤따라 걷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입을 열어 재잘댔다.
그와 함께 칼리드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11호가 당신의 의로움에 존경심을 느낍니다. 신앙심+1] [3호가 당신의 배려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신앙심+1] [6호가 당신의 도움에 감격합니다. 신앙심+1]….
그는 아무런 말 없이 메시지와 아이들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얼굴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만큼 몸을 홱 돌리고선.
그대로 걸어 나갔다.
“리안. 뒤처지지 않게 잘 따라와라.”
“예에?”
“내가 꼬맹이들까지 신경 써 줄 수는 없으니까.”
“…예엡! 교주니임!”
***
베린 신전에서 리톤 근거지까지 돌아온 칼리드.
그는 뒤따라온 리안과 아이들을 먼저 근거지 안으로 들여보냈다.
“너희들은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라.”
“교, 교주님은요오?”
“난 이 녀석과 잠깐 할 얘기가 있거든. 아참. 이 서류들도 같이 부탁해.”
리안의 물음에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는 칼리드.
그의 뒤에는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마냥.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로 뒤를 졸졸 따라오는 리치가 있었다.
-으뜸 된 자이시여. 말씀드렸던 생명의 함은 어찌 되었는지….
“아아, 이거? 이거 말하는 거 맞지?”
공손하기 짝이 없는 녀석의 말에.
칼리드는 품 안에서 작은 병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 그건!
“생명의 함.”
영원히 살아가는 망자의 왕, 리치.
그들의 모든 마력이 담긴 원천이자.
영생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생명의 샘.
자연스레 리치의 얼굴이 칼리드의 손으로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칼리드는 장난감이라도 된 듯.
허공에 병을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했고.
그때마다 리치의 불안한 시선이 따가울 정도로 다가와 꽂혔다.
“하나 묻지.”
-마, 말씀만 하십시오.
“내가 이걸 왜 너에게 넘겨주어야 하지?”
그가 내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먹이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두 손을 내민 채.
칼리드의 처분을 기다리던 리치.
녀석은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 그것이….
“분명 사제 놈들에게서 생명의 함을 탈취하겠다곤 했지만. 네게 이걸 돌려주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잖아. 안 그래?”
너무나 당연하게도.
칼리드는 리치의 부탁을 받았을 때부터.
생명의 함을 쉬이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이것만 가지고 있다면 저 골치 아픈 녀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 그냥 넘겨주기엔 아깝지.’
잘만 이용한다면.
녀석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시시때때로 몰려드는 몬스터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터.
“그냥 주기엔 그러니 제안 하나 할까 하는데. 어때?”
-제, 제안 말씀이십니까?
“뭐, 싫으면 거절해도 되고. 나야 술이랑 섞어서 대충 마셔버리면 그만이니까.”
그의 말에 머뭇거리는 리치를 보며.
생명의 함을 들어 올린 칼리드.
그는 술잔을 기울이듯 손목을 까딱하자.
리치는 손을 내뻗으며 격하게 반응했다.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마, 말씀만 하시면…!
“이제야 대화로 풀어 갈 마음이 생겼나 보네.”
칼리드는 녀석의 반응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중얼거리듯 리치를 향해 말했다.
“내 조건은 간단해. 이 앞에 근거지가 보이지? 이 근거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몬스터나 다른 인간들로부터 나와 동료들을 지켜줄 것.”
거대한 석벽이 있고 병사들이 있다지만.
지금 리톤의 방어는 오롯이 칼리드의 무력에 의존하고 있었다.
혹여 그가 자리를 오랫동안 비울 일이 생긴다면.
리톤과 신도들은 그대로 적의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치의 목줄을 쥐고서 녀석이 가진 힘을 리톤의 방어에 쓸 수만 있다면.
‘확실히 내 활동에 제약이 줄어들겠지. 행동반경도 늘어날 거고.’
웬만한 아군을 얻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되어 주리라.
칼리드의 제안을 들은 녀석은 끙끙대며 한참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으뜸 된 자이시여.
어차피 리치는 선택권이 없다.
제안을 거절한다면 생명의 함을 돌려받지 못할 테고.
만에 하나 덤벼들기라도 했다가는 그대로 병을 깨 버리는 순간.
그대로 리치는 흔해 빠진 해골이 되어 풍화될 운명이었으니까.
“좋아. 이 생명의 함은 내가 약속한 그때 네게 돌려주도록 하겠다.”
-으뜸 된 자의 뜻대로.
녀석의 답에 씨익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이던 칼리드.
그는 문득 궁금증이 들었는지.
리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보다 넌 왜 날 자꾸 [으뜸 된 자]라고 부르는 거냐? 리치나 언데드들의 호칭 같은 건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독특한 호칭은.
칼리드가 리치를 처음 만난 이후로 계속되었었던 것이었기에.
그저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아, 그것은….
그리고 녀석이 무언가 입을 열려던 찰나.
멀찍이서 움직이는 거대한 마나의 움직임에.
둘은 그대로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맞교환했다.
‘누군가가 이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마나를 가진 녀석이.’
쉽게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칼리드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마력을 지닌 존재.
심지어 하나가 아니었다.
“따라와라.”
-알겠습니다.
“어쩌면 방금 전에 한 약속을 실행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몇 마디를 나누는 사이에도.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오는 녀석.
주변이 어두컴컴했던 탓에 무엇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저 너머의 존재가 뿜어내는 기도만큼은 대낮처럼 생생히 느껴질 정도였다.
‘누구지? 제국 쪽에서 보낸 사람인가? 아니면 몬스터?’
칼리드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온 녀석.
그와 함께 시커먼 실루엣이 칼리드의 근처까지 접근해 왔다.
서른 걸음 정도의 거리.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급습할 수도 있을 만큼 짧은 간격.
거기까지 다가왔을 때에야.
칼리드는 실루엣을 바라보고서는.
그대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빌어 처먹을.”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2년 12월 29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428 11F 125호
전자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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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9-11-697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