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169
166화
“이게 무슨 소리지?”
“방금 쇳소리 비슷한 게 들린 것 같은데?”
“내 귀가 이상해졌나?”
난데없이 들려온 금속음에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팔랑스들.
칼리드는 일순 멈칫거리는 해골 병사들을 향해 단호하게 명령했다.
“팔 수 없을 때까지 계속 파라.”
그 말에 멈추었던 스켈레톤들이 다시금 움직여 진흙더미를 뒤집었고.
“우, 우와아아….”
이윽고 진흙 속에서 크고 둥근 철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팔을 좌우로 펼쳤을 때 두 아름 정도는 되어 보이는 크기.
퉁. 투웅.
칼리드가 그 위에서 발을 굴리자 철판을 두들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맞는 것 같군.”
아마 팔랑스들은 그저 커다란 철 쪼가리가 나타났다고만 생각하겠지만.
칼리드에게는 조금 달랐다.
이 커다란 철판 너머에서 감지되는 신성력과 불쾌한 기운들.
그리고 팔랑스나 리안에게서 느꼈던 묘한 기운들도 뒤섞여 느껴지고 있었다.
“서, 설마 이 아래에 사제들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런 것 같다.”
그런 것 같다고 말은 하지만.
칼리드는 100%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저 너머에서 느껴졌던 기운과 마주할 때마다.
어김없이 제국 놈들이 남겨 놓은 실험실이나 사제들과 맞닥뜨리곤 했으니까.
“제가 한번 열어 보겠습니다.”
어느샌가 불쑥 앞으로 나선 크라톤.
그는 힘 자랑을 하기라도 할 양인지.
거대한 철판의 끝을 부여잡고서 안간힘을 주기 시작했다.
“끄으응차!”
이를 악다문 채 바들바들 몸을 떠는 크라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팔랑스들이 반대편으로 가 힘을 주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철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기보다 많이 무거운 건가?”
“이, 이상하네. 비슷한 크기의 물건은 나 혼자서도 쉽게 들었었던 것 같은데.”
크라톤의 말마따나.
철판은 넓이에 비해 그리 두껍지는 않았기에.
팔랑스 몇이 달려든다면 충분히 들고도 남을 정도인데.
“나와 봐.”
이상함을 느낀 칼리드는 팔랑스들을 밀어내고는.
철판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감정.”
[스킬: 중급 감정을 발동합니다.] [거대한 원형 철판] [재질: 철, 미스릴, 현재 단계에서 확인 불가] [제작자: 현재 단계에서 확인 불가] [철을 비롯한 확인되지 않은 여러 금속으로 만들어진 철판. 현재에는 입구의 문 형태로 사용된다.] [추가: 알려지지 않은 능력, 현재 단계에서 확인 불가]칼리드가 발동시킨 감정 마법에 떠오르는 정보들.
‘역시. 출입구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칼리드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건 마지막 한 줄.
아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저건 철판에 걸린 마법에 관한 것이리라.
“이 정도면 몇 번 확 힘을 주면….”
“그만해.”
“예?”
“마법이 걸려 있는 물건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방금 전에는 운이 좋아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지는 몰라도.
마법이 걸려 있다는 걸 안 이상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감정 마법으로도 확인할 수 없으니.
최소한 단순히 잠금 마법 이상의 무언가가 걸려 있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그,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른 출입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우회할 만한 곳도 없고.
정중하게 열 방법도 없다면.
“부숴야지.”
“네에에?!”
“비켜. 다친다.”
힘으로 열어 드리는 게 맞겠구만.
칼리드의 말에 비척비척 물러서는 팔랑스들.
어느 순간 철판 부근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게 될 즈음에.
칼리드 역시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고서는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얼마나 대단한 마법이 걸려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그러자 허공에 불쑥 솟아나는 두 개의 붉은 창.
8서클 마력이 깃든 덕분인지 본래 만들어내던 첨혈창보다 훨씬 더 크고 날카롭게 만들어졌다.
빙글.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허공을 한 번 휘젓자.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첨혈창들.
카강!
이내 그것들은 철판과 충돌하더니 불쾌한 금속음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어… 꿈쩍도 않는 것 같은데요.”
지켜보던 팔랑스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마따나 야심차게 들이받은 첨혈창은 사라져버렸고.
철판은 거짓말같이 깔끔하게 남아 있었다.
심지어 조금의 긁힌 흔적이나 팸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팔랑스들은 애매모호한 표정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칼리드는 오히려 무언가를 얻은 듯 밝게 웃고 있었다.
‘좋아.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마법이 걸려 있다는 건 확인했어. 반응을 보니 반격 마법이나 그런 쪽은 아닌 것 같네.’
단순한 철판이 이리 강하게 저항한다면.
아마 공격 마법 계열이 아니라 방어 마법이나 마법 피해를 경감해 주는 계열의 술법이 걸려 있겠지.
팔랑스들은 보지 못했겠지만 첨혈창이 튀었을 때 순간적으로 일렁이는 흔적.
그 역시 방어 마법이 외부 마력과 충돌할 때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여간 두드려서는 열리진 않을 테고.’
그냥 몇 대 두드려서 열릴 생각이 없다면.
뚫릴 때까지 두들겨 줘야지.
“혈 계, 첨혈창.”
나지막이 읊조린 시동어와 함께 하늘을 향해 손을 한 번 휘젓자.
순식간에 빚어지는 수백 개의 붉은 창.
“어, 어어?!”
“칼리드 님! 지금 뭘 하시려는 거….”
그것들은 다시금 움직이는 칼리드의 손짓에.
카강!
카가가가가강!!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귀가 찢어질 정도의 마찰음에 표정을 잔뜩 찡그린 채 귀를 막는 팔랑스들.
그럼에도 칼리드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판을 향해 가진 마나를 퍼부어대는 모습이.
마치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듯한 태도였다.
“이, 이거 안 될 것 같은데….”
“누가 말려야 하는 거 아냐?”
“괜한 마력 낭비가 아닐까?”
보기만 해도 질릴 듯한 광경에 몇몇 사람이 칼리드를 말리려 움직였다.
“하지 마.”
그 순간 움직인 건 엘렌.
그녀는 다른 팔랑스를 향해 양팔을 펼쳤다.
“으응? 하지만 저건 누가 봐도 무리-”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아, 알았어, 엘렌.”
칼리드를 말리려 들던 팔랑스들이 뒤로 슬금 물러나자.
그제야 굳은 얼굴로 몸을 돌리는 엘렌.
‘…뚫리고 있어.’
그녀는 알고 있었다.
칼리드가 지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지를.
‘저렇게 단단하게 걸린 방어 마법이 부서지고 있어.’
엘렌 역시 마법을 다루는 이였기에.
칼리드가 내던지는 저 불그스름한 창에 얼마나 많은 마나가 담겨 있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저 허접하게만 보이는 철판이 얼마나 단단한 물건인지도.
‘저만한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다는 건… 적어도 7, 8서클 이상의 마법 방어 주문이 걸려 있다는 건데.’
그럼에도 조금씩 일그러지는 철판의 표면에.
엘렌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니, 애초에.
저 정도나 되는 파괴력의 마법을 마구잡이로 퍼부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칼리드가 얼마나 비범한 사람인지를 증명하고 있는 것과 매한가지였으니까.
‘그걸 오로지 마력의 힘만으로 부수고 있다니!’
쿠웅. 쿵. 쿠우웅.
처음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던 철판도.
마법이 격중할수록 점점 움푹 팬 흔적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콰작!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통째로 찢어져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이 사람은 뭐지…?’
칼리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처음 그를 만난 순간.
그리고 지금까지.
적지 않은 시간 칼리드에 대한 정보를 전해 듣고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의 칼리드는 분 단위, 초 단위로 성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크라톤은… 칼리드 님이 이런 사람인 줄 알고 있었던 걸까?’
엘렌은 잠깐 크라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내 거두었다.
아니겠지.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러나 칼리드를 만나기 전부터.
다른 팔랑스들을 붙잡고 틈만 나면 칼리드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대던 크라톤이.
그녀는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크라톤의 말대로… 정말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이 될지도.’
저도 모르게 바짝 주먹을 말아쥐는 엘렌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칼리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녀는 칼리드의 말에 화들짝 놀라 상념에서 깨어나서는.
다급하게 양손을 내저어 보였다.
“아, 아니에요. 잠깐 생각할 것이 있어서.”
“아마 저 아래에 제국 놈들의 연구소가 있는 것 같다.”
“들어갈 생각이신가요?”
“당연하지. 아니면 바깥에서 한 방에 펑 하고 터뜨릴 좋은 방법이 있나?”
“그럴 리가요.”
그런 손쉬운 방법이 있었다면 진작에 썼겠지만.
아쉽게도 9서클의 유성 마법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겠지.
칼리드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그녀를 향해 슬쩍 바라보다가.
곧 지하로 향하는 구멍으로 몸을 돌렸다.
“앞장설 테니, 다른 팔랑스들과 함께 따라올 수 있도록 해.”
“그러지요.”
칼리드는 다른 팔랑스들에게도 이야기해 들어갈 순서를 정했다.
선두로는 칼리드와 뒤이어 크라톤이 앞장서고.
그 뒤로 엘렌과 나머지 팔랑스들.
그리고 마지막은 이리저리 짐이 많아 이동이 쉽지 않을 아르센.
“다행히도 계단은 착실히 만들어 놨네.”
벽면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박아놓은 철 구조물.
ㄷ 자 모양으로 촘촘하게 박혀 있는 것이.
그걸 붙잡고 밟아 내려가는 형태의 계단으로 쓰기 위해 만든 듯했다.
고개만 빼꼼 내밀어 아래를 바라보자.
아찔할 정도의 높이와 함께 서늘한 기운이 바깥에서부터 훅 올라왔다.
“까딱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그대로 저승행이겠는데.”
괜스레 밀려오는 긴장감은 미뤄두고.
탕.
첫걸음을 내디디는 칼리드.
그는 신중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가 저 아래까지 내려가고 나서야.
칼리드를 따라 하나씩 아래로 내려오는 팔랑스들.
마치 커다란 절벽을 타고 내려오듯.
일행이 모두 지하로 내려오고 나서야 칼리드는 제대로 내부를 살펴볼 수가 있었다.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이야.’
눈을 돌리자마자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길고 커다란 복도와.
그 끝에 만들어진 거대한 공동.
거기다 벽을 따라 촘촘히 박힌 발광석은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생각보다 엄청 큰 곳인 것 같습니다.”
“너희는 이미 이곳에 대해 알고 있던 것 아니었나?”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크라톤을 보며 물음을 던지는 칼리드.
그의 말에 녀석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저희도 대략적인 위치나 역할에 대한 정보만 알아냈을 뿐입니다. 내부 구조나 기밀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알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긴 그건 그렇겠지.
당장 입구로 들어오기만 해도 이렇게 힘이 든 것을.
뭐, 일단은 직접 움직이면서 파악하는 게 제일 좋겠지.
“그나저나 뭣들 하고 있어? 움직이지 않고?”
칼리드가 제 자리에 붙박은 듯 가만히 서 있는 팔랑스들을 보며 입을 열자.
그들은 도리어 어리둥절한 눈빛을 보내왔다.
“…저 통로로 말씀이십니까?”
“저 통로 말고 다른 길이 있나?”
겉으로 보기에 길은 단 하나다.
공동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복도.
저곳을 지나가는 방법 말고는 다른 길도, 방도 없었다.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저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 온 것이 아니니… 결국 놈들에게 발각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그래서라니….”
“적어도 숨거나 잠행을 하면서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 그걸 말하는 것 같은데요.”
더듬거리는 크라톤이 답답했는지 불쑥 나와 말을 돕는 엘렌.
두 사람의 말에 칼리드는 아아 하고 작은 감탄사를 내뱉더니.
피식 코웃음을 터뜨렸다.
“그거야 도둑 같은 놈들 얘기고.”
“네에?”
“우리는 오히려 집주인을 찾으러 온 거잖아. 저쪽에서 우리를 찾으러 와 준다면 그거야말로 고마운 일이지.”
“….”
순간이동 마법이나 뭐 대단한 마법으로 입구를 거치지 않고 들어왔다면 모를까.
이미 입구를 찢어 버리고 들어온 이상.
진작에 놈들에게 발각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았다.
그리고 그런 칼리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복도 끝에서부터 흰옷을 입은 무리들이 이쪽으로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3년 03월 03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428 11F 125호
전자우편
※ 본 작품은 (주)에이시스미디어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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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