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215
5화
이게 무슨 말일까.
칼리드는 고개를 갸웃하던 것도 잠시.
무언가 있음을 직감했는지 재빨리 오우거의 몸뚱이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본래 한 짝인 것처럼, 그에게로 빨려 들어오는 조그마한 빛 덩어리.
곧바로 칼리드에게 다음 알림이 나타났다.
[스킬: 강철 방패를 획득합니다.] [물리력에 큰 수준의 저항력을 가지게 됩니다.] [스킬: 악몽의 문장을 획득합니다.] [힘과 공격력을 극대화시켜 줍니다. 이 스킬은 항상 발동되며 붉은색 오라를 띄게 합니다.] [스킬: 과잉 성장을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를 증가시키며, 또한 스킬 보유자의 신체 크기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질 만큼 주르륵 떠오르는 스킬들.
단순히 오우거의 시체에 남아 있던 무언가를 집으려 했을 뿐인데.
족히 스무 가지는 넘는 스킬들이 칼리드의 몸으로 흡수되어왔다.
‘아마 이건 오우거 녀석이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겠지. 그 녀석이 죽으면서 내게 빨려 들어온 것 같고 말이야.’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이내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번에 알아챘다.
어느샌가 손등이 은빛으로 반들거리는 것도 그렇고.
칼리드의 몸 윤곽을 따라 붉은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것이.
분명 오우거가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 이전되면서 그 효과들이 발현되고 있다는 표시인 게 분명했다.
‘그래도 과잉 성장 스킬은 내가 원하는 대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구만.’
혹시나 과잉 성장 스킬의 효과로 몸뚱이가 오우거만해지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자의로 조절 가능한 부분이라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보다 XXX의 조각이라는 건 대체 무슨 뜻이지?’
대륙의 일이라면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칼리드였건만.
아이템도, 스킬도 아닌 형태로 다른 생명체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다니.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XXX라는 단어에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
‘이름이 없다는 건….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존재라는 것….’
그리고 이 대륙 내에서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존재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시스템….”
“시스템?”
“아무래도 시스템의 조각을 얻은 것 같은데.”
멍하니 선 칼리드를 보며 물음표를 띄우던 칸젤.
그는 칼리드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시스템이 발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발악하고 있다고?”
“제 힘으로는 우릴 어쩌지 못하겠으니, 힘을 여기저기 나누어주고 있다는 뜻이지.”
녀석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이미 칼리드에게 힘을 나누어 준 전적이 있었으니.
다른 녀석들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힘을 나누어 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
다만 의문스러운 건 칼리드에게 처음 주었던 능력과 힘을.
저런 오우거에게는 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 의문을 해소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마 시스템 이 자식,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능력을 떼어 주는 형식으로만 힘을 줄 수 있는 건가?”
“그게 무슨 소리냐?”
“생각해 보라고. 만약 시스템이 상대방에게 능력을 무제한으로 줄 수 있다면, 방금 전의 저 오우거는 신에 필적할 만큼 강했어야 한다고.”
“…!”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
이제야 감이 왔다.
칼리드에게 주어진 수많은 능력들은 시스템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일회용.
그에게 주었으니 다른 존재들에게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본래 가지고 있던 그 능력조차도 잃어버리게 된 꼴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오우거가 가진 스킬들을 흡수함으로써 그마저도 칼리드에게 빼앗긴 셈이 되었다.
“아마 시스템은 우리를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을 테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약해질 거다.”
오우거를 보내든, 드래곤을 보내든.
칼리드를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시스템의 조각을 토해낼 테니.
그건 오히려 그에게 있어 양분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존재일지도 모르겠군.’
신을 자처하지만 신이 되지 못하는 존재.
칼리드는 시스템의 이름을 몇 번이고 곱씹다가 칸젤의 등을 툭 쳤다.
“앞장서.”
“뭐?”
“엘리온에게 가는 길이었잖아.”
“아아, 그랬었지.”
***
[스킬: 침착함이 발동됩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식혀 이성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합니다.] [스킬: 냉정함이 발동됩니다.] [감정적인 위기 또는 상태 이상에 저항하는 능력이 상승합니다.]“빌어먹을. 머리가 지끈지끈하네.”
처음 로트 숲 입구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악취가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달걀 썩은 내가 머리를 징징 울릴 정도가 되자 자연히 두 사람의 얼굴은 있는 대로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차오르는 분노에 저도 모르게 스킬들이 발동될 정도이니.
적어도 이곳의 악취는 칼리드가 겪어본 냄새 중 손에 꼽을 정도임은 분명했다.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어. 그럼 조금 나은 것 같… 기도….”
제 딴에는 팁이라며 코맹맹이 소리로 지껄이던 칸젤.
몇 걸음 앞서가던 녀석의 걸음걸이가 좌우로 비틀거리자.
칼리드는 다급하게 녀석의 어깨를 후려쳤다.
“정신 차려!”
“으음, 음. 미, 미안하다. 피곤해서 잠깐 존 것 같군.”
졸기는 개뿔.
칼리드는 정신이 혼미해진 녀석에게 길 안내를 맡겨선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빠른 속도로 늪지를 헤쳐나가더니 칸젤의 앞에 섰다.
“대충 방향만 말해. 그럼 나머지는 내가 앞장서서 찾아볼 테니까.”
“부, 북서. 북서쪽 어디였던 것 같은데.”
기능을 상실해가는 나침반은 뒤에 두고.
칼리드는 기감을 한껏 곧추세웠다.
‘어쨌든 마법사이니 아무리 마력을 숨겨도 조금은 티가 날 수밖에 없겠지.’
칸젤이 알려준 방향을 향해 온 기운을 집중하자.
아니나 다를까.
그의 민감한 감각 끄트머리에 남다른 마력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래도 방향은 맡게 말해 줬네.”
일반적인 마법사들이라면 절대 눈치채지 못할 차이였지만.
늪지의 다른 생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마나의 형질.
칼리드는 그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내고선 앞장서서 방향을 잡았다.
“찾았다.”
“차, 찾았다고…?”
“길잡이 일은 안 해도 되니까 따라오기나 잘해. 너 같은 덩치를 업고 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비록 동료이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칸젤이라지만.
제 몸의 배는 족히 되는 근육 덩어리를 들쳐업고 가고 싶은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기에.
칼리드는 엘리온의 마나가 느껴진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철퍽. 철퍽.
늪지대의 질퍽한 물이 칼리드의 발을 잡아당겼지만.
그는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었다.
“흐어어….”
칸젤이 반쯤 풀린 눈으로 겨우겨우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긴가 보네.”
드디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
정면에 조그마한 오두막 한 채가 보였는데.
칼리드는 그 집이 엘리온의 것이라 확신했다.
“저거 맞아?”
“맞… 아… 엘리… 온….”
확인까지 받아냈으니 거칠 건 없지.
칼리드는 여전히 헤롱거리는 녀석의 멱살을 잡아채고는.
“어? 자, 잠깐만….”
그대로 밀 포대 자루 끌 듯 질질 끌기 시작했다.
“쓰러지면 여기에 두고 갈 테니까 잘 따라와.”
칼리드의 말에 담긴 진심을 읽은 걸까.
칸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제법 또렷한 눈으로 그의 인도를 따랐다.
그리고 두 사람의 다리가 온전히 단단한 땅 위에 착지한 후에야.
녀석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흐어… 살았다….”
“마법인 건가?”
오두막 주위로 악취를 차단하는 마법이라도 걸려 있던 걸까.
땅에 발을 디딘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악취에.
칼리드는 그제야 얼굴을 펼 수 있었다.
“나, 난 잠깐만 쉬고….”
“그러던지.”
이제는 아예 땅바닥에 대 자로 뻗어버린 칸젤.
녀석은 내버려 두고 주변을 슬쩍 둘러보자.
이내 오두막 안에서 마나의 일렁임이 느껴졌다.
‘이쪽을 보고 있는 건가.’
오두막에 작게 난 창.
선명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저쪽에서 이리로 향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동태를 살피고자 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거기 숨어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나와라 엘리온!”
칼리드는 있는 대로 숨을 마셨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뒤편에 뻗어 있던 칸젤이 움찔.
“아우 씨, 왜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지랄은.”
근육 덩어리의 투덜거림은 한 귀로 흘리고선 다시금 소리치는 칼리드.
그러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렇게 예의 바르게 말했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을 생각인가?”
보통 말 안 듣는 친구에게는 두 번까지 온정을 베푸는 것이 상식.
하지만 안타깝게도 엘리온은 그 두 번의 기회를 모두 소진했다.
그렇다면 조금은 강경하게 대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칼리드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선.
오두막 위로 자신의 마나를 집중시켰다.
그러자 지붕 위에 또렷이 생겨나는 새빨간 점 하나.
기껏해야 엄지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그 안에는 칼리드의 11서클 마력이 온전히 다 담겨 있었다.
“집이 부서지면 숨어 있을 곳이 없어지니, 나올 수밖에 없겠지?”
그런 중얼거림과 함께.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칼리드.
꼿꼿이 섰던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아래를 향하자.
오두막 위에 떠 있던 붉은 점도 똑같이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겉보기에는 그저 자그마한 점일 뿐인데.
주변의 마나와 공간을 통째로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안 나와? 이야, 독하다, 독해!”
그리고 그 빨간 점이 오두막의 지붕에 닿은 순간.
콰자자자작!
흡사 분쇄기에 갈려 들어가듯 산산조각 나는 오두막집.
천장이 홀라당 날아가 나무쪼가리로 분해되고.
사방 벽이 하나둘씩 해체되기 시작할 무렵.
“그만! 이 미친놈들아! 그만해! 남의 집에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뚜껑이 사라진 오두막집에서 남자 하나가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회색 천 옷을 걸친 채 한 손에는 나무 지팡이를 든 마법사.
흰 머리칼만큼이나 길게 드리운 흰 수염.
면밀히 보지 않아도 칼리드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엘리온, 맞네.’
나이 든 고위 마법사를 연상케 하는 저 모습은 분명 칼리드 자신이 디자인한 외모였다.
“빌어 처먹을 칸젤, 개자식! 올 때마다 이딴 짓을 꾸미더니, 이제는 아예 내 집을 통째로 날릴 셈이냐!”
뭔가 단단히 착각한 것 같은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칸젤을 향해 으르렁대는 마법사를 보며.
칼리드는 어깨를 으쓱하고선 엘리온을 향해 다가갔다.
“엘리온.”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가며 이름을 부르자.
길길이 날뛰던 마법사는 흠칫 놀라더니 이쪽으로 홱 고개를 꺾었다.
그와 함께 허공에서 엇갈리는 두 개의 시선.
칼리드의 검은 눈동자와 엘리온의 빨간 눈동자가 서로를 향해 교차한 순간.
엘리온의 얼굴이 무너지듯 일그러졌다.
“당신… 설마…?”
칼리드를 알아본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어라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기다리자.
엘리온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3년 06월 16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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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