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너는 이제 나와 둘만 있을 때는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예, 그런데 저는 어떻게 된 겁니까?”
“좀 변했다. 그렇게만 알면 돼.”
설명하자면 며칠은 걸릴 것 같다.
“나가서 이야기하자. 방패 안으로 들어오기 전처럼 말하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지점장이라는 이름을 받은 큰어금니가 뒤로 물러나며 방패 밖으로 나갔고, 나도 천천히 그를 따라갔다.
동굴 광장에는 모든 이달투가 나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점장의 모습을 보고 이달투가 놀라 물었다.
“아, 아무 일도 없었다.”
“매질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매질하는 소리를 이달투들이 들었지만 지점장은 테이밍이 되었을 때 모든 상처가 씻은 듯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
“……예.”
“그런데 저놈은 왜 나온 겁니까?”
다른 이달투가 이달투의 말로 지점장에게 물었다.
“여기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놈을 죽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제가 죽이겠습니다!”
이달투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여차하면 달려들 것 같았다.
내 손에는 이달투들을 때려잡던 대나무 몽둥이가 쥐여 있다. 하지만 쓸 일은 없을 것이다.
내 부하가 된 지점장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까.
“됐다. 이야기부터 들어 보자.”
“예?”
“가만히 있어라.”
“…….”
“나를 왜 보자고 했…… 했습…….”
놀랍게도 지점장은 현생인류의 언어로 내게 물었다.
마치 다른 이달투들이 들을 수 없게 말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존댓말을 하려다가 여자들이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머리가 좋은 놈이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반말로 해. 그건 그렇고 우리말을 할 줄 아냐?”
“알았다. 너희 말, 배웠다.”
“오~ 똑똑하네?”
나는 이달투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놀란 만큼 큰어금니도 놀란 것 같다.
“너도 배웠냐?”
반말로 말하라니 정말 반말로 말하고 있다.
“너도 배우는 것을 나라고 못 배우겠냐?”
내 말에 이달투의 두목인 큰어금니가 묘한 눈으로 나를 봤다.
“네 아비도 이달투냐?”
졸지에 잡종으로 몰리고 있는 순간이다. 내 키가 165센티미터 정도고, 큰어금니도 이달투들의 평균 신장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다 보니 우리의 키는 비슷했고, 큰어금니가 오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아니고.”
“그런데 왜 보자고 했냐?”
이제부터 본론이다.
“항복해라.”
“항복?”
“내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현생인류의 말을 배운 큰어금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달투들이 듣지 못하게 현생인류의 언어로 이야기를 했다.
지점장은 무릎을 꿇으려다가 멈칫하고 나를 봤다.
“싫…… 싫다!”
다른 이달투들이 보고 있기에 지점장은 내게 소리를 질렀다.
“그럼 너희들 다 죽는다. 먹을 것이 떨어졌으니 새끼부터 죽겠지.”
“망할 새…….”
새끼라고 말하려다가 못 하고 있는 지점장이다.
“너희들은 절대 나를 못 이겨!”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내게 테이밍을 당했어도 저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판단할 수 있다. 단지 나에 대한 충성심이 절대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달라진 거라면 달라진 것이다.
그는 내가 겹겹이 포위가 되었을 때를 말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맞는 말이다.
그때가 내 최고의 위기였다.
“못 죽였잖아. 앞으로도 절대 누구도 나를 못 죽여. 그러니까 내게 무릎을 꿇어.”
“동굴까지 빼앗길 수 없다. 그건 정말 안 됩…….”
지점장이 또 존댓말을 하려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동굴은 너희들 가져라!”
“뭐?”
“나는 네놈들이 잡아간 여자들만 돌려받으면 된다.”
잡혀간 여자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는 목표한 것을 99퍼센트 달성한 상태다. 그러니 여자들은 돌려받고 돌아갈 생각이다.
“여자들은 못 준다! 우리 동료다!”
“그건 네 생각이고.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아니다.”
“여자들 돌려주지 않으면 다 죽인다.”
나는 매섭게 큰어금니였던 지점장을 노려봤다. 그리고 지점장은 당장이라도 여자를 돌려주고 싶은 눈빛으로 나를 봤다.
“너는 누구냐, 악어머리 부족이냐?”
그때 허리가 굽은 여자가 축 늘어진 젖을 드러낸 상태로 천천히 걸어오더니 내게 물었다.
“조금만 참으시면 구해 드릴게요.”
“지금 누가 누구를 구한다는 거냐?”
“예?”
놀랍게도 늙은 여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이 입구를 막고 있어서 우리 새끼들이 다 죽고 있다. 이 망할 놈아!”
늙은 여자가 절규를 하듯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가 동굴에 메아리쳤다.
“뭐…… 뭐요?”
“우린 돌아가지 않아.”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습니까?”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가족들이 우릴 반겨 줄 것 같아?”
“으음…….”
“내가 여기 끌려온 줄 알지?”
“예?”
“그래, 처음에는 끌려왔다. 하지만 나는 도망쳤다. 그리고 부족으로 돌아갔었다. 그런데 부족 사람들이 내가 낳은 새끼를 죽였다. 그리고 나를 벌레처럼 봤다. 그래서 다시 여기로 왔다. 여기 있는 동굴사람들이 내 가족이고, 내 새끼들이다.”
이건 충격이다. 물론 이럴 수도 있다고 예상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우린 돌아가지 않을 거다. 그러니 제발 돌아가라! 우리 새끼들은 죄가 없다. 그러니 제발 여자들을 구하러 왔다면 제발 돌아가 다오. 돌아갈 여자들은 없다.”
늙은 여자가 애원을 하듯 무릎을 꿇더니 내게 두 손을 모아 비볐다.
그리고 나는 이달투들의 뒤 동굴 속에 있는 여자들을 봤다. 짐승의 모습 그 자체였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야! 이달투드워프1!”
“예, 주인님!”
“동굴 밖에 가서 잡아 놓은 사슴하고 늑대고기를 가지고 와!”
살짝 측은한 마음이 들였다.
거의 대부분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동굴을 나가면 집으로 돌아갈 참이다.
그러니 남는 고기는 필요 없었다.
“예?”
“어서 가지고 와!”
내 말에 내 부하인 지점장과 늙은 여자가 놀라 나를 봤다.
“예, 알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1이 뒤에 몽둥이를 들고 있는 이달투드워프 셋을 데리고 동굴 입구 쪽으로 뛰었다.
“……원하지 않는 여자는 데리고 가지 않겠습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이다.
“그럼 돌아갈 거냐?”
“하지만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있다면 데리고 갈 겁니다.”
늙은 여자에게 말하고 이달투들의 우두머리인 지점장을 봤다.
“여자들을 내 앞에 다 데리고 와라.”
내 말에 큰어금니였던 지점장이 늙은 여자를 봤고, 늙은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들을 다 데리고 와라!”
“만약 한 명이라도 여자들을 숨긴다면 다 죽일 것이다.”
지점장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눈빛을 내게 보였다.
물론 그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달투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런 일 없다.”
‘숨겨 놓은 여자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확인해!’
나는 바로 배트맨에게 초음파를 보내 명령했다.
-알겠습니다요!
* * *
“가지고 왔습니다.”
이달투드워프1과 함께 세 명의 이달투드워프가 낑낑거리며 사슴 고기와 가죽을 벗긴 늑대 세 마리를 가지고 와서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광장 속 이달투들이 내 명령을 듣는 이달투드워프들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지었다.
“여기다가 놔라.”
“예, 주인님!”
툭! 툭툭!
“새끼들이 굶고 있다니까 먹여라!”
“정말 우리에게 주시…… 주는 거냐?”
지점장이 또 존댓말을 할 뻔했다.
그리고 내 행동에 모든 이달투가 놀라고 있다. 특히 늙은 여자는 더 놀라서 나를 뚫어지게 봤다.
“정말 우리에게 준다는 거냐?”
“이달투들이 나를 속이지 않는다면 드리겠습니다.”
그때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는 이달투들이 여자들을 데리고 왔다.
‘두 가지 반응이네.’
확실히 여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가기 싫다! 나는 안 간다!”
개중에는 화를 내는 여자도 있었다.
“저 어린 놈 하나를 못 죽여서 우리를 버리는 거야?”
또 내게 살기를 뿜어내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에 반해 나를 구세주처럼 보는 여자도 분명 있었다.
‘여섯 명 정도네.’
-숨겨 놓은 여자는 없습니다요!
‘알았다.’
그래도 이달투들은 인간처럼 속임수를 쓰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지점장이 내게 물었다. 그의 눈빛은 나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했지만 나머지 이달투들은 나에 대한 살기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동굴을 나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이쪽으로 와라! 나와 이 동굴에서 나가고 싶은 여자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막지 않으면 나는 그 여자들만 데리고 떠날 거다.”
“가고 싶은 암컷들은 가라!”
그리고 지점장이 고개를 돌려서 소리쳤다.
“정말 보내는 겁니까?”
그때 이달투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가만히 있어!”
지점장이 흥분한 이달투에게 소리를 질렀고, 그 이달투는 마지못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저는 갈래요.”
“나도 가요. 제발 도와주세요!”
여자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왔다.
“가고 싶으면 가거라!”
그때 늙은 여자가 가여운 눈으로 내 쪽으로 오겠다는 여자들에게 말했다.
“갈 거예요. 나는 짐승처럼 여럿이 짝짓기를 하는 이곳에서는 못 살아요. 여기는 짐승들이나 사는 곳이라고요!”
여자는 흥분한 듯 늙은 여자에게 소리쳤다.
“가라! 하지만 가면 후회할 거다.”
“후회 안 해요.”
“너는 곧 배가 불러올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네 새끼들을 죽일 거다. 너는 모르지만 그렇게 될 거다.”
경험이 있기에 걱정하는 것 같다.
저 여자들이 부족으로 돌아가면 옛날 역사처럼 환향녀와 똑같은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 싶으면 가라. 하지만 결국 너도 나처럼 돌아오게 될 거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 나는 짐승이 아니라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래, 가거라. 하지만 가는 길을 잘 보고 가거라. 그래야 다시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다.”
“절대 안 올 거라고요!”
“그럼 기다리마.”
“안 온다고요. 절대!”
여자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어느 부족이지?”
“곰 부족입니다.”
부족의 이름은 터를 잡은 곳에서 가장 강한 맹수나 가장 흔한 짐승의 이름을 따 붙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곰 부족은 산에 터를 잡은 부족일 것이다.
“저는 자라 부족입니다.”
그렇게 여자 다섯이 내 쪽으로 왔다.
“이제 됐냐?”
늙은 여자가 나를 째려보며 물었고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이제 네 부족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라.”
어느 순간 나와 대화하는 존재는 지점장이 아니라 늙은 여자였다.
“우린 서로가 서로를 죽였지만 서로 오해를 좀 풀었으면 합니다.”
“오해라고?”
“예.”
“서로 죽이고 죽였는데 어떻게 오해가 풀리겠는가! 너와 우리는 적일 뿐이다.”
늙은 여자가 매섭게 노려봤다.
“……시작은 이달투들이 여자를 납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이달투가 들을 수 없게 현생인류의 말로 이야기를 했다.
“정말 여자를 구하러 온 것이 목적이었단 말이지?”
늙은 여자가 내게 물었다.
“예, 어떻게 되었건 잡혀 온 여자들은 부족에 가족이 있잖아요.”
대나무 숲에 계실 할머니가 떠올라서 존댓말을 했다.